1938년생

육하원칙(六何原則) - 1

육하원칙(六何原則) - 1

육하원칙이란, 역사 기사, 보도 기사 따위의 문장을 쓸 때에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고 한다. 사람의 순간 한순간도 이 육하원칙에 준하여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이란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그보다 긴 시간 단위로 보통 이야기된다. 당신은 그날 몇 시 몇 분 경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질문자는 상대방에게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어떻게’와 ‘왜’는 추가적인 확인을 위해 질문할 것이다. 육하원칙 여섯 요소 모두가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을’과 ‘왜’가 아닐까. 더한다면 ‘어떻게’가 있겠다 싶다. 물론, 그 행위를 언제 어디서 누가 했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야 최종적인 결과 데이터가 생성된다.

둘째 딸이 고2이던 여름에 남편이 쓰러지고, 정말이지 수중에 현금이 너무나 없었다. 급하게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슈퍼마켓을 시작했지만, 하루에 슈퍼마켓에서 벌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돈으로 가게 물건값도 주어야 하고 임대료도 내야하고 남편 약값에 기타 등등 지출되는 비용이 여럿 있었다. 거기에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인 딸들이 있었다. 딸들이 학원비를 달라는 것도 아닌데, 학업에 필요한 돈을 달라는데도 제대로 줄 수가 없었다. 둘째 딸이 고3에 올라갈 즈음 밤이면 둘째 딸은 수업 시간에 푸는 문제집 값을 달라고 홍이를 찾아왔었다. 그때는 아이들은 아파트에 살고 남편과 홍이는 여러 이유로 가게에 있는 작은 방에 살았었다. 둘째 딸이 오기 직전에 홍이는 큰딸이 달라는 실습비를 수중에 있는 돈을 다 털어 몇 만 원씩 주었다. 분명 둘째 딸도 홍이가 큰딸에게 몇 만 원을 손에 쥐어주는 것을 보았는데, 자신이 달라는 만원도 안 되는 문제집 값은 돈이 없어 못 준다니, 그 나이의 아이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게 한번이 아니었다. 여러 차례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큰딸이 돈을 타가면 둘째 딸이 돈을 달라고 왔었다. 둘째 딸은 내일도 못 사가면 내일도 수업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고 문제집 값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홍이는 돈이 없었다. 없어서 못 주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에 왜 꼭 문제집을 푸냐고 오히려 야단을 친 적도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막내딸이 언젠가는 한번 홍이에게 물었다. 큰딸에게는 돈을 주면서, 왜 둘째 딸한테는 문제집 값을 안 주냐고 물었다. 그때 홍이가 뭐라 대답했는지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홍이가 말했었다. 둘째 딸 복(팔자)이라고, 매번 돈이 없을 때 와서 돈을 달라니 어쩌겠냐고 말이다. 둘째는 문제집 하나 사려면 네 다섯 번을 그렇게 홍이를 찾아와야 했었다. 이 일을 육하원칙으로 적는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홍이가 둘째 딸이 고3 일 때 딸이 달라는 문제집 값을 수중에 돈이 없어 매번 안 주었다. 한 문장으로는 쓸 수는 있는데, 그게 사람 기억 속에 어찌 남았을지 생채기를 냈을지는 모를 일이다. 홍이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그때 홍이로서는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