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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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리베봄
그림/삽화
해피리베봄
작품등록일 :
2024.08.28 02:47
최근연재일 :
2024.09.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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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22

작성
24.09.0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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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 1

DUMMY

동래 - 1

- 동래슈퍼마켓(supermarket) / 동래공인중개사사무소(公認仲介士)



동래. 혹자는 ‘부산광역시 동래구’를 떠올릴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자가 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가장 대표적인 ‘동쪽에서 옴’을 뜻할까. 홍이는 정확히 그 뜻이 무엇이었는지, 스님이 이름을 지정해 주시면 뭐라 하셨던지, 기억하지 못한다. ‘동래’라는 상호는 홍이가 둘째 언니로 해서 다니기 시작한 큰 사찰 주지 스님께 여쭈어 받은 이름이라는 것이, 홍이에게는 중요하다. 용한 스님이 좋은 뜻에서 작명해 주신 이름인 것이다.

원래 그 자리는 홍이 남편이 동래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던 터였다. 남편이 쓰러지고 살 대책을 찾아야 했을 때, 그 사무실 면적이 조금은 여유가 있었던지라 중간에 칸막이를 설치했다. 한편은 공인중개사사무소로 다른 한편은 슈퍼마켓으로 허가를 받아, 슈퍼마켓을 시작했다. 당장 초기자금도 없어서 남동생에게 도움을 받았었다. 지금은 원래 한 공간인 곳에 서로 협업하는 두서 업종이 함께 운영되는 점포들을 찾아보기 쉽지만, 지금부터 삼십 년 전에 그것도 지방에서 홍은 그렇게 슈퍼마켓을 시작했다.

그전에도 편하게 생활하는 일상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쓰러지면서는 홍이는 더욱 고단한 일상을 버티어야 했다. 딸들은 한참 크고 있었고, 남편은 처음 얼마 동안은 몸을 못 가눠 누워서 생활했었다. 아침저녁으로 남편을 씻기고 운동시켜야 했고, 낮에는 가게에서 장사를 해야 했다. 그래도 남편이 지팡이를 짚고 거동하게 되면서는 조금은 수월해졌다. 남편은 거동을 하게 되면서 동네를 천천히 걷고 공인중개사에 나와 사람 속에 머물기도 했다. 허나, 몸이 불편하니 그 불같은 성격이 고집이 거칠어지는 면도 있었다. 홍이는 가게 안에서 자주 졸았다. 졸다가 손님이 깨우면 멋쩍어하며 눈을 비비곤 했다. 홍이는 반찬값도 좀 덜고 숨도 좀 돌릴 겸 동네 텃밭에 채소를 심어 가꿨다. 나중에는 도심 인근에 남동생이 산 밭에 채소를 가꿨는데, 주기적으로 버스를 타고 그곳을 오가야 했다. 일터인 가게를 집안을 벗어나니, 숨통도 좀 트이고 흙과 함께하니 기분도 좋아지곤 했다. 씨앗과 농약 등은 주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둘째 딸이 주말에 집에 올 때 역전 인근 종묘상에서 구입해왔다. 딸들은 학교를 다니며 종종 슈퍼마켓 점원을 해야 했는데, 둘째 딸이 서울로 상경한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에 내려와 가게를 봐주었다. 그러면 그때 홍이에게 아주 짧은 개인 시간이 생기곤 했다. 특별하게 뭔가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작은 자유였다. 그러다, 큰딸이 사회생활 하면서 손자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해서, 홍이가 세 살 어린 손자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그 어린 것이 할머니와 같이 가게에 나왔고 야밤에 같이 집에 들어갔다. 그때는 남편과 아이를 같이 보살펴야 했다. 손자가 크면서 어린이집도 보내고 학습지도 시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아침에 자는 녀석을 깨워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홍이는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운영했다. 동네에서 작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니, 주변 다세대주택 두어 개를 관리 비슷하게 해주어야 고정적으로 그 집 계약 건을 가져올 수 있었다. 매번 집주인과 세입자 입장을 들어주고, 자잘한 것에 신경도 써주고 해야 해서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홍이가 통이 크고 운전도 곧잘 잘 하고 해서 먼 거리의 물건도 관여하면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해, 일명 동업자 엇비슷하게 누군가를 소개받거나 일가친척 중에서 누군가를 얼마간씩 초빙하기도 했었다. 남편이 사망하면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십 년 가까이 더 슈퍼마켓을 혼자 운영했다. 그 사이 손자는 큰딸이 데리고 가, 호젓이 혼자 생활을 몇 년 했었다. 슈퍼마켓을 접고 막내딸네로 상경할 때 마음이 아주 복잡했었다. 단순하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심경이었다. 그 가게 터를 지키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딸들이 학업을 마쳤고 취직하고 결혼을 해, 손자 손녀를 낳았다. 그리고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몇 년을 함께 생활하던 큰손자도 큰딸이 데리고 갔다. 그 사이 홍이는 물리적인 나이가 더해져 몸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홍이는 그 가게 터를 한 브랜드 편의점에 넘기고, 짐을 챙겨 막내딸 집으로 상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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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슈퍼마켓(supermarket) / 동래공인중개사사무소(公認仲介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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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텃밭 농사 - 1 24.09.13 6 0 4쪽
18 화장(火葬) - 1 24.09.12 10 0 4쪽
17 육하원칙(六何原則) - 1 24.09.12 12 0 4쪽
16 새치, 뿌리염색 - 1 24.09.11 12 0 4쪽
15 새로운 동거 – 1 24.09.10 11 0 3쪽
14 재활병원 – 2 24.09.10 10 0 3쪽
13 남자아이 - 1 24.09.09 8 0 3쪽
12 재활병원 - 1 24.09.05 12 0 2쪽
11 명절 - 1 24.09.04 12 0 3쪽
10 금강산도 식후경 - 1 24.09.03 19 0 4쪽
9 간병인 – 1 24.09.02 16 0 2쪽
8 장기 요양 6등급 - 1 24.09.02 17 0 4쪽
» 동래 - 1 24.09.01 13 1 5쪽
6 시댁 식구 - 1 24.08.31 10 0 3쪽
5 나이 - 1 24.08.30 13 0 3쪽
4 이모 - 1 24.08.30 13 0 3쪽
3 딸 노릇 - 1 24.08.30 18 0 4쪽
2 뇌졸중 집중 치료실 - 1 24.08.29 12 0 3쪽
1 뇌경색 - 1 24.08.28 30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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