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 1
이모 - 1
- 홍의 자매들
홍은 9남매이다. 그중 딸이 다섯이다. 홍이 셋째이다. 큰언니는 최근에 세상을 떠났고, 둘째 언니는 십여 년 전 신장 투석을 장기간 하다 세상을 떠났다. 홍이 셋째이고 넷째는 수원에 살고 막내는 대전에 산다. 딸 중, 막냇동생만이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다. 그 시대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홍은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장사를 시작했다. 말단 공무원 월급으로는 집안 장남 노릇은 턱도 없었으며 이래저래 빚만 늘어갔기 때문이었다. 딸이 이모들에게 홍의 심부름을 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 당시, 한 도시에 큰언니 둘째 언니 막냇동생, 그리고 홍이 살았다. 둘째 딸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친척 집에 심부름을 다녔다. 둘째 딸이 그 일은 담당하게 된 것은 큰딸이 싫어해 다음 타자인 둘째에게 순번이 간 것이었다. 홍이 하는 장사가 옷 장사인지라, 옷을 한 가방 가득 넣어 가지고 이모네 집에 갔다. 그러면 이모들은 딸에게 맛난 간식도 주고 차비라며 만원 혹은 몇 천 원을 손에 쥐여주었다. 특히나 큰이모는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원래 옷이 있던 가방을 가득 채웠다. 그래 큰이모네 다녀오는 길은 갈 때도 짐이 컸고 집에 올 때도 짐이 컸다. 딸은 그 짐을 가지고 버스에 타고 내릴 때면 힘에 부칠 때가 많았다. 둘째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 일은 대부분 막내딸에게로 넘어갔다. 둘째 딸은 이모들이 주는 돈으로 책을 사 보고 학용품 등을 사고 가끔은 햄버거를 사 먹었다. 홍의 자매들은 사이가 나름 좋았다. 지금 딸들을 생각하면 홍의 자매들이 훨씬 우애가 깊다 할 수 있다. 돈이 없어 딸들 대학 등록금을 못 내고 있을 때, 돈을 융통해 주기도 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도록 신용보증도 서준 것이 홍의 자매들이었다. 홍은 고맙다. 어느 날, 막냇동생이 조카가 보험설계사 시험을 봐 그 명의를 막냇동생이 썼으면 한다는 요청을 해왔을 때, 홍은 오랫동안 슈퍼마켓 일도 도와준 동생이 고마워, 둘째 딸에게 시험 보고 교육만 받을 것을 시켰다. 그때 둘째 딸은 취업준비생이었다. 딸의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홍은 그렇게라도 작게나마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 작가의말
- 홍의 자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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