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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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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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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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

DUMMY

청성산 정상에서 한 사내가 턱수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대장님. 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알겠네."


대장이라 불린 그는 배겨태였다. 약 100명의 일전불사 패거리를 이끄는 그는 원래 탐라국 출신의 대대장이었다. 하지만 군 내부 정치에서 밀리다가 비리 사실까지 발각되어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을 이끌고 탈영했다. 탈영해서 강도와 해적질을 일삼았는데 동시에 힘을 키우기 위해 갈 곳 없는 범죄자들을 받아준다는 소문을 냈었다. 그 소문을 들은 범죄자들은 그들에게 합류하기 위해 어떻게든 대탐사도를 찾아왔었고, 배겨태는 그들을 받아주었다.

처음은 그렇게 몸집을 불려 나가는 데에 만족했지만, 그로 인해 후회도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일단 범죄자들은 의리나 소속감은 전혀 없었기에 무슨 일 생기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배겨태는 부하들이 오성 그룹 사람들을 습격했다가 실패했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본거지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생존해서 돌아온 병사들의 얘기만 듣더라도 부상병이 있어 적들에게 잡혔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배겨태는 한동안 화를 주체하지 못했었다. 그들은 정찰만 하면 될 것을 쪽수만 믿고 덤볐다가 실패를 한 것이었다.

습격을 지휘하던 파르뤼프는 그 이야기를 하고는 배겨태의 총에 머리를 맞아 죽었다. 배겨태는 범죄자들에게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짐을 싸는 도중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무리가 솔깃한 제안이 있다며 만남을 주선한 것이었다.

배겨태는 정상에서 내려와 자신들의 본거지로 내려왔다. 새로운 마차가 마당에 새로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식당 겸 응접실로 사용되는 통나무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 훈훈한 열기와 함께 한 남자가 보였다.


"배겨태! 오랜만이오."

자신을 반겨준 것은 냉갈령의 위무웅이었다.

냉갈령은 철저한 3대 가문 세습으로 내려오는 사회국가이며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중 하나다. 그들은 세계의 어느 무역품 하나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없었다. 과거부터 모든 문물을 한 번에 보고 싶다면 냉갈령의 항구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태평마루가 강대쏠의 농축산물의 수출을 담당했기에 그들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 왔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작은 나라 주제에 강대쏠의 농축산물의 해상 수출을 도맡아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부터 서로 무역으로 암암리에 뒷공작이 오고 갔는데 그로 인한 감정은 풀리지 않고 계속해서 쌓여갔다.


"오랜만이요 위무웅."

배겨태가 손을 내밀었다.

위무웅은 탐라국에 파견 나온 냉갈령의 소장이었다. 탐라국은 냉갈령 국가에 빈 땅을 임차해 주었었는데 그 목적은 냉갈령이 직접 감귤 재배와 수출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위무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탐사도에 욕심을 부렸다. 대탐사도에 있는 나무들은 상당히 두텁고 쭉쭉 뻗어있었으며 심지어 강도도 세기까지 하였다.

위무웅은 탐라국에게 대탐사도에 관해 거래를 제안했었지만, 탐라국의 답변은 대탐사도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위무웅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감귤밭 근처에 대탐사도로 가는 길을 내어 벌목장을 탐라국 몰래 지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목재들을 탐라국 밖으로 빼갔으나 감당치 못하는 수량 등은 배겨태를 이용했었다. 또한 배겨태는 그들의 수출입 경로를 이용해 밀수품들을 사고팔았었다. 그렇게 둘이 거래를 이어 간 지 어언 3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도대체 무슨 제안을 하려고 직접 온 거요?"

배겨태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소식을 다 듣고 온 거요. 당신네 패거리가 오성 그룹을 습격했다가 실패했다면서요? 그것도 인원수가 훨씬 많았는데 말이요."

위무웅이 따라 앉으며 말했다.

배겨태는 그가 이 사실은 안다는 것에 어느 정도 추측이 갔기에 놀란 기세는 아니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소?"

"뭐 우리도 밀수하면서부터 대탐사도 이곳저곳에 정보원이 있소. 당신네 과는 다르게 우리는 국가 단위로 움직인다는 말이지."

위무웅이 당연하다는 듯 가슴을 펴며 말했다. 마침 배겨태의 부하가 술을 가져와 둘의 앞에 놓았다.


"술 한잔하겠소?"

배겨태가 물었다.


"아니 나는 별로 마시고 싶지 않소. 그것보다는 우리의 대원수께서 대탐사도에 들어온 오성 그룹에 대해 어떻게 처분할지 결정하셨소."

배겨태는 화주를 홀짝이며 위무웅을 보았다. 그는 대원수 이야기만 하면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대원수고 나발이고 그의 앞에서 아무 말이나 했다가, 그가 심히 정색하며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을 본 후로 딴지를 걸지 않았다.

위무웅을 쉽게 무시 못 하는 게 그들이 탐라국에 빌린 감귤밭에만 노동자가 약 1,500명은 되었었다. 그중 500명은 암암리에, 벌목장에서 작업을 한다. 그는 1,500명의 노동자를 관리하는 셈인데 그는 노동자들 앞에서는 성격이 좋지 않아 그들을 모두 잔혹 정치로 관리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래요. 우리 대원수께서 뭐라고 하셨소?"

"우리 윗분들은 우리가 탐라국에 진출해서 안정적으로 수출입을 진행하니까, 태평마루 이를 보고 기업을 앞세워 들어온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니 오성 그룹이 여기서 더 커지기 전에 싹을 자르라더군요."

"흠, 그들이 아예 활동도 하지 못 하게 말이요?"

"맞소."

위무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돈뭉치를 꺼내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배겨태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두께를 가늠하더니 자신의 품으로 넣었다.


"이 정도 돈이면 그 정도는 우리가 가능하지. 그러면 정확히 원하는 게 뭐요? 그 사람들의 죽음? 그들의 장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시오."

"없소. 그냥 그들이 이번 기회에 물러가기만 하면 돼요. 죽음? 그 사람들 몇몇이 살거나, 다 죽어도 나는 신경 하나 쓰지 않을 거요."

"만약 그들이 또 온다면 어떻게 되는 거요?"

"그때는 내가 또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아니면 돈 좀 벌고 싶으면 나를 먼저 찾아오시오."

배겨태가 위무웅의 말에 호탕하게 웃었다.


"그 사람들을 다 죽이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 먹어도 된다는 게 당연하다."

배겨태의 말에 위무웅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무웅이 일어나서 갈 채비를 하자 배겨태는 그를 지켜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흔적은 안 남기를 원하는 거군."

위무웅은 그의 말에 이를 보이며 웃었다.

"가보겠소. 또 좋은 거래가 생기기를."



-----



습격받은 중계본부의 정비를 대강 끝난 시점에 탁이스의 후임으로 하버들 대대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왔다. 그는 새벽부터 출발해 아침 일찍 자신의 부관 한 명과 병사 14명을 데리고 도착했다. 이는 단순히 본부에 있는 병사의 증원뿐이었기에 이제 탐라국 병사 20명에서 중계본부를 지키게 되었다.

탁이스의 후임이 온다는 얘기에 남철과 오인용은 마차 밖으로 나와있었다.


"부장님 저놈들은 굴착1팀과 2팀은 신경도 안 쓰는 모양입니다."

"오 대리. 나도 그들이 아무리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는 족속들이라고 배웠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남철과 오인용이 그의 마차를 지켜보는 와중에 문이 열렸다. 하버들 대대장은 몸의 찌뿌둥했는지 기지개를 켜며 마차에서 나왔다. 그는 탁이스랑은 다르게 몸에 군살이 없는 몸집이었다. 허주 상사가 그에게 다가가 절도있게 경례했다. 하버들도 그에게 마찬가지로 절도 있게 경례를 받아주었다.


"안녕하시오. 오성 그룹 분들."

하버들이 남철과 오인용을 보며 말했다.

남철은 하버들이 다가오자 마주 나갔다. 그 뒤를 오인용이 따랐다.


"안녕하세요. 주제도 중계기지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대대장 당신이 새로 부임한다는 것을요."

남철이 손을 뻗었다. 하버들은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얼핏 보면 허주 상사보다도 어려 보이는 나이였다.


"나는 남철 부장이고, 이쪽은 오인용 대리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소. 나는 하버들 대대장이요. 전임자랑 똑같은 대위지."

"근데 예상했던 병사들보다는 훨씬 적군요. 예정대로 80명을 채워줄 줄 알았는데요."

"나머지 병사들은 지금 배겨태의 본거지로 간 지 오래요. 한 개 대대를 보냈으니, 그들을 소탕하고도 남을 거요."

남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떻게 본부를 지킬지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볼까요?"

"그건 허주 상사에게 여기 사정을 듣고 나서 하겠소. 내 일이 끝마치면 그쪽을 찾아가지요."

하버들이 뒤를 돌며 허주 상사를 보았다. 그는 하버들이 이끌고 온 병사들을 편성하는 중이었다.


"알겠소. 그러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세요. 전에 당신들을 위해 사놓았던 화주들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세요."

"우리는 근무중에 술을 마시지 않소. 이 일이 끝마치면 받기로 하지요."

하버들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하버들은 뒤돌아서 자신의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남철과 오인용은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자신들의 마차로 향했다. 그들에게서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오인용이 뒤에서 속삭였다.


"느낌이 별로인데요. 부장님."

"그래, 허울뿐인 애송이 같다. 큰일 났군."


남철이 마차에 들어가기 전 본부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본 직원 몇몇이 인사를 했는데 그들은 모두 총을 차고 있었다.



-----



마차 밖에서 굴착기 돌아가는 소리에 주한이 눈을 떴다. 그는 옆에 누워있는 박미래를 흔들어 깨웠다.


"아침이야.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뜬 박미래는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위 아래로 속옷 바람인 그녀는 추운 듯 모포를 꼭 둘러 안았다.


"아침부터 매번 이렇게 내보낼 거야?"

박미래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한은 그녀를 잠시 보고는 그녀의 옷가지를 챙겨주었다. 나흘 전 둘만의 밀회가 있던 후부터 박미래가 찾아온 게 세 번째였다.


"곧 호과조가 들어올 거야."

"호과조씨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알지 않아?"

박미래가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호과조가 돌아온다는 건 나는 다시 운송 업무를 한다는 거지. 중계본부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는 뜻이겠지."

"뭐야. 그러면 이제 며칠에 한 번씩 여기 온다는 거야?"

"그래."

"아쉽네. 그래도 동질감을 느낀 사람이 있어서 좋았는데."

주한은 그녀보다 빠르게 옷과 방한복을 챙겨입고는 마차 밖을 보았다. 마차 밖은 아직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었고, 마차 위에 몇 명의 병사들만 보였다.


"안현성은 어떻게 해줄 거야?"

"누누이 말했지만, 나는 말단 사원이라 그런 결정권이 없어. 다만..."

"다만?"

"본부에서 그의 말대로 데려오라고 했으니 가봐야 알겠지."

"제발 내륙으로만 보내지 말아줘. 만약 안현성이 나간다면 내가 여기서 나갈 때 나에 대한 온갖 소문들이 퍼졌을 거야. 내가 한 짓 안 한 짓 전부 다."

방한복 까지 전부 챙겨입은 박미래가 주한의 옆에 섰다. 그녀도 창문 밖을 훑어보고는 주한을 보았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용하지 않다는 것 하나만은 알고 있어. 그래도 내 일과 내가 한 짓에 대해 노력해 나가고 있으니까 도와줘."

"빨리 가기나 해."

주한은 그녀의 몸을 이끌며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찬 기운이 순식간에 마차로 들어왔다. 박미래는 그의 말에 군말하지 않고 마차에서 나가 자신의 마차로 향했다.



-----



안평국에 마련된 고급 식당에서 강하나가 류경모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둘의 관계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하나는 류경모와 그날이 있었던 직후 당일 배편을 끊어 돌아가려고 했다. 상회의 물건이 상선 되는지 확인할 것도 없이 떠날 마음을 했던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태평마루에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얘기하여 해상무역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나지 못했다.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은 건 류경모 대표였다. 그는 그녀와 같은 여관 같은 층에 숙소를 마련했었는데, 그가 들어갈 때 여관 프론트를 통해 강하나가 묶는 방에 선물을 하나 보냈었다. 프론트는 그의 선물을 받고 강하나가 묶은 호실을 확인했으나 그 시점에 강하나는 이미 방을 뺏었다. 프론트는 류경모에게 이미 방을 뺀 손님이었기에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고, 류경모는 강하나를 찾기 시작했다.

류경모가 강하나를 찾는 건 쉬웠다. 안평국에서 태평마루로 가는 배편만 찾으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 상선에 올라타 배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류경모가 냉큼 배에 올라탔다.


"내가 그렇게 싫은 겁니까?"

류경모가 강하나의 옆에 서며 물었다. 강하나는 배 난간에 기대어 긴 머리를 묶어 올린 체 바람을 맞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데, 원래 이러면 안 되는 겁니까?"

"나도 몰라요. 다만 우리의 관계가 불편해서요. 내가 거절해도 대표님을 계속 마주할 테니 불편할 테고 거절을 안 해도 정략결혼 예정인 내가 이상하잖아요."

"그래도 이건 너무 급작스러운 거 아닌가요? 생각도 안 해보고 그냥 피하는 거잖아요."

류경모가 그녀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등으로 막아주며 섰다.


"······."

"많고 많은 시간 중에 나흘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 시간만이라도 내게 기회를 주세요. 말했던 듯 나는 하나씨의 정략결혼이나 애인에 관한 건 하나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사람 대 사람으로써 좀 친해지자는 겁니다."

"사람 대 사람."

강하나가 혼잣말로 읊조렸다.


"그래요. 사람 대 사람."

류경모의 강경하며 부드러운 말이었다. 강하나는 그에게서 눈을 돌려 바다를 빤히 바라보고는 상체를 난간에서 떼었다.


"알겠어요. 그러면 나흘간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한 번 알아봐요. 류경모씨."

강하나가 그를 보며 말했다. 날카로운 눈 끝이 그를 치켜올려 보고 있었다.

"좋습니다. 하나씨. 나도 바라는 바에요."

류경모는 그녀의 눈빛에 빨려가는 느낌을 받으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상회가 떠나기 마지막 날인 둘이 술을 마주하고 있던 것이다.


"어때요? 여기도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식당 중 하나인데, 여기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가끔 찾아오지."

류경모가 잔을 들으며 말했다. 그는 강하나와의 관계가 편해져 어느 순간 말을 편히 하고 있었다.

그들이 앉은 식당은 항구와는 동떨어진 번화가에 자리 잡은 곳이었다. 식당은 바다가 쉽게 보이게 한쪽 벽면을 뚫어놓았고 그 벽면은 난쟁이 특유의 손기술로 여러 문양을 장식해 놓았다. 그 벽면 앞으로 식탁들이 나란히 놓여있어 찾아온 손님들은 그곳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고는 했다.

류경모의 눈빛은 한 없이 부드럽게 강하나를 어루만지듯 보고 있었다. 강하나도 잔을 들었다. 그녀의 눈빛도 류경모와 처음 마주하고부터 많이 부드러워졌다.


"여기도 다른 여인들을 데리고 오시나요?"

강하나의 앞에 앉은 식탁에는 어둠을 밝히는 초 몇 개가 켜져있었다. 그 옆에는 먹기 쉽게 잘려진 고기와 야채가 들은 스튜 그리고 빵이 있었고 개인의 앞에는 술잔이 놓여있었다.


"아니, 전혀. 강하나씨랑 다니는 곳은 아무도 데리고 오지 않은 곳이지. 내 상단을 걸고 얘기할 수 있어."

"음, 분위기랑 음식은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창 밖에 보이는 바다와 등대도 이쁘고요. 새로 잡아준 숙소에서도 저 풍경이 너무 이쁘더라고요."

"물론. 평소 같으면 실속을 챙겨 항구 앞의 숙소를 잡겠지만, 우리 둘만을 위한 거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류경모가 웃으며 얘기했다. 강하나는 매력적인 미소라고 생각하며 따라 웃었다. 그의 미소는 저절로 다른 이로 하여금 미소가 나오게 했다.


"마지막 날인데 드디어 우리 둘 사이에 벽은 사라졌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겠군."

"흠, 글쎄요. 그래도 남녀 사이에 작은 벽이라도 있는 게 낫지 않나요? 우리가 아직 그렇게 친해서 둘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뭐, 여성은 보수적인 게 훨씬 매력적이지."

류경모는 그의 빈 잔에 석청주를 따르고, 강하나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잔에서 은은하고 군침을 돌게 하는 꿀 냄새가 피어 나왔다.


"내 인생에서 하나씨 같은 매력적인 여성은 더 찾아볼 수 없을 거야."

"어떤 면에서요? 보수적이어서요?"

류경모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상형, 사람들의 말대로 흔히 이상형이라고 하지.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어. 어린 나이부터 상단의 모진 일을 마다하지 않은 것도 보았고, 그 속에서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성장해서 대표가 되는 모습도 멋졌고, 그 조그만 한 체구지만 탄탄한 몸매에, 오목조목하며 날카로운 느낌의 눈코입은 마치 여우를 보는 것 같은 매력이 있지. 그게 날 당신에게 빠져들게 했어."

"그만해요. 너무 과해요."

강하나는 웃으며 내심 싫지 않은 듯 얘기했다. 그녀가 그만큼 좋다고 표현 한 건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나? 애인은 이런 얘기를 잘 안 하나 보지?"

"나랑 한현호 씨는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커가며 봐왔던 사람이니까. 그런 달콤하며 간지러운 말 없이 우리의 관계가 당연한 거였죠. 그 사람이 그런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양반집 도련님들이 주로 그렇지."

"됐어요. 그 얘기는 그만해요. 혹시 다른 매력은 없었나요?"

강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류경모는 곰곰히 생각 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나 있지. 8명은 쓸만한 큰 고급 숙소를 마련해 주었는데도, 사흘 동안 나를 방에 한 번도 초대 안 한 것도 새로운 매력이었지. 내가 만나 본 여자 중에 처음이거든."

"그래서 매일 밤 제 숙소 방 앞에 서 계신 거였군요. 오늘 밤도 서 계실 건가요?"

류경모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술을 천천히 마셨다.


"미안하지만 나도 다 산전수전 겪고 해볼 것도 못 해볼 것도 다 해본 여자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순결한 소녀나 그런 게 아니라고요."

"아무렴, 그게 매력이지.""난 경모씨의 말 기술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오는 말들도 부드럽게 느껴지거든요."

강하나가 턱을 괴며 말했다. 류경모는 목을 가다듬고는 그녀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이 순간이 나는 영원하길 바라지만, 이 날밤 이후로 우리는 다른 길을 가야 하지. 이는 막을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 앞으로도 이 기억은 간직한 채 나는 살아갈 거야."

"뭐에요 연극 대본들을 섞은 듯한 그 말은."

"맞아, 내가 방금 머릿속에서 조합해서 생각 해봤어."

류경모가 이를 보이며 웃었다. 강하나는 그의 말에 킥킥-. 거리며 작게 웃었다.

"과하지만 듣기에는 나쁘지 않네요."



-----



안평국에서의 마지막 밤. 류경모는 몸을 씻고 향수를 뿌린 체 깔끔한 모습으로 강하나의 방 앞에 섰다. 노크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매번 하지 않고 몇 분을 서 있다가는 되돌아왔었다. 그날 밤도 결국은 되돌아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강하나의 방문이 열렸다.

방문 앞에는 강하나가 아닌 듬지막한 체구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며칠 전 항구에서 본 강하나의 수행원이었다.


"어, 저기 나는..."

"아가씨가 들어오시랍니다."

수행원이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수행원이 몸을 비키자 류경모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곳곳에 큰 촛대들이 켜져 있었지만 밤의 어둠은 다 몰아내지 못했다.


쿵!


류경모가 들어가기 무섭게 수행원이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거실에 자신을 보고 있는 강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목욕가운만 입고는 고급 가죽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탁자에는 서류들이 있었지만 류경모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강하나의 볼에는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듯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매일 밤 일이 끝나도 그렇게 나를 기다려 왔던 거예요?"

"물론, 나는 노력가라고."

류경모가 살짝 기죽은 목소리를 내었다.


"날 방으로 데려다 줄래요?"

강하나가 류경모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럼 당연하지."

류경모가 그녀의 양팔을 목에 걸고 그녀의 허리와 다리를 안아 들었다. 강하나는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술은 안 가져왔어요?"

"술이 필요할까?"

"술기운을 빌리고 싶어서요."

"아니야. 그러지 마."

류경모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그녀를 침대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강하나는 고개를 뒤로 물리는 류경모의 옷깃을 잡았다.


"그러면 내 복잡한 감정을 해결해 줄 수 있나요?"

"글세, 그래도 우리를 하나의 감정으로 만들 수는 있지."

류경모가 말을 끝으로 강하나의 입술을 탐하였다. 강하나는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거절하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감을 얻은 듯 그녀를 침대로 눕히며 입술을 떼지 않았다. 서로 침대 위에서 엉키듯 누운 두 남녀는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전세사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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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두 번째 습격 NEW 3시간 전 0 0 17쪽
» 속사정 24.09.14 3 0 21쪽
15 박미래 24.09.13 4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7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7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7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1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4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30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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