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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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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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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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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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대-4

DUMMY

대탐사도의 날씨는 하루가 멀다고 온도가 내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밤에는 잔잔했던 하늘이 점점 요동치기 시작한 게 확연히 느껴졌다. 온기를 앗아가는 바람이 아침부터 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철은 마차의 문을 열었다. 느껴보지 못했던 찬 바람이 마차에 거침없이 들어왔다.


"모두 방한 준비를 하도록 해! 예상보다 훨씬 찾아온 추위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남철은 말을 마치고 빠르게 문을 닫았다.

중계본부에 내놓은 길에는 오로지 칼바람만이 매서운 소리를 내며 지나갔으며, 중계 본부의 사람들은 분주하게 영하의 날씨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 탐험대가 도착할 때쯤에는 겨울이 찾아온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혼쭐이 나고 있었다.

남철과 오인용을 비롯한 오성사 직원들은 방한모에 방한복을 껴입고 각자 숙박용 마차에 방한 대책으로 가져온 천과 가죽을 덧대고 있었다.

모든 창문을 천과 가죽으로 덧댄 남철은 자신의 침상에 앉았다. 침상 옆 탁자 위에는 아직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이 있었는데 오인용이 준비한 것이었다.


"오 대리 커피 고마워."

남철이 커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인용은 남철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방한 준비를 마쳤었다.

오인용은 마차 중앙에 놓인 책상과 통신석을 모두 예정대로 마차 문 맞은편 벽면으로 치웠다. 그러면 두 사람의 침상 사이는 텅 비게 되는데, 그 가운데 바닥에 나무 뚜껑이 있었다. 나무 뚜껑의 크기는 솥뚜껑만 한 크기였다. 오인용은 나무 뚜껑을 열고 안에 놓인 조립식 화로용 철판과 성냥을 꺼냈다. 그러자 앞에는 철판이 덧대어진 작은 공간이 생겼다. 오인용은 화로용 철판을 그 공간의 바닥과 옆면에 덧대었다. 그리고 마차를 나갔다. 벽으로 대신한 짐마차에서 석탄과 말린 장작 몇 개를 가지고 와 중앙에 놓고 성냥으로 불을 피웠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전자를 걸어 물을 데울 수 있게, 다용도 걸이를 불 위에 세워두었다.

다른 숙박용 마차도 이와 같이 중앙을 화로로 개조할 수 있었다.

남철과 오인용은 마지막으로 창문에 바람이 세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군인 몇몇과 오성사 직원 한 명이 요리 중이었다. 요리가 잘 되었는지 천막 안은 기름진 계란 냄새와 뜨뜻한 밥 냄새가 들어오는 이로 하여금 군침을 돌게 하고 있었다. 남철과 오인용이 들어가자, 그를 본 직원 몇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그들은 모두 방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몇몇 군인들은 아직 얇아 보이는 상의에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뀐 거라곤 반팔차림이 긴팔이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남철은 손으로 인사한 뒤 식판을 받아서 들었다. 식사는 간장 계란밥과 소시지였다. 둘이 자리에 앉았을 때 평소 술에 취해 밥을 먹던 탁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탁이스가 즐겨 앉던 자리에 허주 상사가 앉아있었다. 그는 식사를 다 마쳤는지 앞에는 텅 빈 식탁뿐이었다. 허주 상사는 이윽고 남철과 눈을 마주치고 그들의 앞으로 왔다. 탁이스랑 비슷한 체격이었지만 배가 나오지 않았기에 큰 체격이 도드라져 보였다.


"허 상사 아침은 먹었어요?"

남철이 물었다.


"그럼요 남 부장, 방금 막 다 먹었지요."

허주 상사가 오인용의 옆자리에 앉았다.

"다 먹었으면 후식도 먹는 게 낫지. 녹차 좀 마시겠어요?"

오인용이 허주 상사를 보며 물었다. 허주 상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녹차 좋지."

"여기 후식 녹차 한 잔만 부탁하네."

오인용이 식당 마차 내부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내부에서 식사 지원을 하고 있던 병사 하나가 끓이던 주전자와 잔 하나를 가지고 왔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네요. 허 상사는 그 복장으로 괜찮겠어요?"

"이 정도는 라탐 인에게 충분하지, 긴팔에 목도리면 충분해요. 외투는 아직 어불성설이지."

허주 상사 앞에 뜨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잔이 하나 놓였다. 그는 잔을 들었다.


"라탐국에서 겨울이 시작되면 차보다는 술이지. 차는 많이 마셔도 무슨 맛인지 영 모르겠소. 오성사에서는 겨울을 대비한 술을 많이 가지고 왔길 바라오."

"허 상사님 라탐국에도 차가 있잖아요. 감귤차 그건 겨울에 마셔도 될 텐데요."

오인용이 먹다 말고 말했다.

"감귤차가 있긴 하지만, 그건 내륙인들한테 팔기 위해 만든 상품 중 하나지. 다들 우리 라탐국 관광지 가보지 않았나 자세히 보면 라탐인들은 대부분 술 아니면 시원한 감귤 음료를 만들고 있을 걸세. 가뜩이나 더운 날에 더운 것을 마시면 뭐랄까, 힘을 써야 하는데 더 처지는 느낌이지."

"그것보다 어제 얘기한..."

오인용이 말하다 입을 다물었다. 허주 상사가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라탐인들은 더워도 술은 좋아하지. 시원하게 마실 수 있잖아. 뭐 가끔 머리가 훽 돌아가 정신을 잃기도 하지만 말이야. 우리 군인 중에는 술을 안 좋아하는 이들은 없을 거야.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여기서 버틸 수가 없거든. 그래도 한가지 조심할 게 있네. 이런 환절기에는 술 마시고 뻗었다가 새벽 추위에 입이 돌아가거든. 심하면 새벽에 얼어 죽을 수도 있네. 특히 술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네."

허주 상사가 얘기를 끝마치고 어깨를 으쓱였다.

남철이 허주 상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허주 상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허주 상사는 자리를 일어나며 다른 이들도 들리게 말했다.


"남 부장님. 이제 군대나 보안 관련 이야기는 나한테 얘기하시오. 술을 좋아하는 우리 탁이스 대대장은 술이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선을 넘어버렸소."

허주 상사가 식당 천막을 한 번 둘러보고는 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 병사 몇 명도 따라 나갔다.


"이봐 오대리. 밥 먹고 갈때 주한이 출발을 아직 안 했으면 돈 좀 더 쥐여주게. 그가 데리고 온 병사한테 보너스라고 하고 말이야."



---



방한복을 두 겹이나 껴입은 안현성 교수는 추위에 떨며 자신의 마차에 들어갔다. 그의 반쯤 벗겨진 머리는 중앙만 벌겋게 변해 있었다. 7번째 발굴기지의 확인이 끝나고 그의 팀들은 정비를 위해 중계본부에 돌아와 있었다.

마차 내부는 탐사대 출발하기 전 교육 받은 대로 방한 대책을 모두 마련했으나 입에서 어렴풋이 입김이 나오는 게 보였다. 그들의 마차는 장작과 석탄을 쓰지 않고, 발열석 만 쓰고 있었기 때문인데 생각보다 발열석의 열기는 마차 구석구석 쉽게 퍼지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한참 전에 먼저 들어온 박미래가 마차 중앙에 놓인 발열석 앞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서류 몇 장이 엇갈려서 들려 있었다.


"미래 씨, 아침부터 뭘 보고 있어?"

안현성 교수가 추위에 떨며 물었다.

안현성의 물음에 박미래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서류를 보았다. 안현성은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자신이 쓴 서류의 필사본이었다. 그는 여기서 있던 일들과 자원의 종류 등을 간략하게 적었었다. 하지만 박미래가 보고 있는 것은 구석에 적힌 작은 글씨들이었다. 그곳에는 투입된 인력과 자원, 그리고 오성 그룹의 대응 방법과 중계기지와 굴착기지의 현 상황 등이 적혀있었다.


"교수님. 이거 대현그룹에 자료 넘길 생각으로 작성한 거예요?"

박미래가 안현성을 보며 물었다. 안현성은 짐짓 놀란 표정이었지만 애써 숨기지는 않았다. 안현성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푼 돈도 아니고 그깟 정보에 20만 원을 준다는데 넘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지금쯤이면 선금도 들어와 있겠다. 나머지 눈먼 돈도 받아야지."

"이 건 생각해보고 얘기해주신다면서요. 그리고 한다고 해도 저랑 같이하기로 했잖아요. 저는요?"

"이봐 박 조수 당연히 자네 몫도 있지. 내가 혼자서 모든 돈을 날름할 것으로 생각했나? 당연히 자네와 나눈 정을 봐서 조금 나눠주려고 했지."

"조금? 같은 고생을 하는데 절반도 아니고 조금이요?"

"미래 씨, 자네는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조교수가 돼야지. 언제까지 조교에 머무를 생각인가. 여기에서 겪은 경험들과 연구 성과만 있으면 나가자마자 자네는 교수가 될 수 있어. 물론 내가 추천서도 써줄 것이고 말이야. 거기에 내가 챙겨주는 덤까지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런데 돈 조금 준다고 그러는 건가?"

"내가 그러려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박미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에는 서류가 꾸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안현성의 늙수그레한 얼굴이 굳었다.


"이봐 솔직히 얘기하자고, 대현그룹이 우리 둘을 보고 온 게 아니라. 나를 보고 온 거지. 내가 그래도 조금은 유명한 교수니까 말이야. 미래씨는 애초에 대현그룹의 관심 밖이었어.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고작 그것밖에 안 되었던 건가? 박 조수가 어떻게 대탐사도 얘기를 듣고 내 조수가 되고 싶다고 한지는 몰라도 나는 다 허용해줬네. 내 조수가 되는 것도, 여기를 따라 오는 것도 말이야. 그런데 고작 그런 돈 때문에 그런 말을 해?"

"그래서 당신이 그냥 순순히 받아줬어? 난 순전히 연구를 위해서 온 거라고! 너 같은 더러운 자식은 이 와중에 돈이나 벌 생각을 하고, 내가 다 얘기할 거야."

"이봐 미래 씨 말은 바로 하자고 이게 무슨 연구때문이야. 이런 오지에 와서 겪는건 다 돈때문이지. 그리고 미래에 오성사랑 어떻게 좋은 관계가 이어질까 하는 것 때문에 온 거 아니야? 그것도 나한테 좋은 관계를 위해 알랑방귀 뀌어가면서 말이야."

"이 씨, 더러운 말은 하지 마시죠."

박미래가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안현성은 그녀를 보며 입을 벌리고 하-. 하며 목 막힌 웃음소리를 냈다. 그의 눈가의 잔주름과 목주름이 더욱 구겨져 더더욱이 나이가 들어 보였다.


"왜 그래? 미래 씨는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알고 있었잖아. 누구보다 똑똑하고 영악하고 게다가 미모도 준수한 미래 씨가 왜 내 조수가 되었는지 말이야. 이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그건 지나간 일이고요. 중요한 건 지금이잖아요."

"그런 이유로 돈을 달라고 하면 나는 거절일세. 그걸 남 부장에게 보여준다고 해도 그는 날 어쩌지 못해, 나는 그냥 연구자료라고 하면 그만이지. 옆에 쓰인건 그냥 심심풀이 낙서고 말이야. 그러면 남 부장은 나와 미래 씨 중 누굴 남기고 누굴 보낼까?"

안현성이 뻔뻔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에는 박미래가 피식-하며 코웃음을 쳤다.


"교수님. 교수님은 저 굴착 장비 작동법이나 비상 상황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기억하세요? 오성사에서 같이 훈련할 때 몇 번 만지고서는 여기 와서는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잖아요. 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 데로 받아 적거나 슬쩍 와서 보고 가는 정도였죠?"

"그 정도는 오성사에서 준 사용법을 보면 되지."

"그 사용법이 어딨는데요?"

박미래가 마차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녀의 말에 안현성의 얼굴이 추위에 탄 머리와 같이 벌겋게 변했다.

"너, 너, 설마 그거 다 내다 버린 건 아니지?"

"버린 건 아니고 태웠죠. 찾을 수도 없게 말이에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교수님이 저에게 다 일임에서 시키신 게 다행이에요. 참, 남 부장님한테 사용법 있냐고 물어볼 생각은 하지 마요. 이미 제가 물어봤는데, 없데요. 필요하면 2번째 조의 사람들 걸 봐야 한다네요."

박미래는 눈을 재차 깜빡이며 안현성을 보았다. 그는 이제 얼굴이 온통 붉은 상태였다. 박미래는 집고 있던 서류를 다시 피고는 반으로 접으며 물었다.


"이제는 이유가 되나요? 아니면 그 나이에 곡괭이질 다시 하실래요?"

"영악한 년! 당장 여기서 나가!"

안현성이 마차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박미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방한복을 챙기고 마차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박미래는 한숨을 쉬었다.

"저 영감탱이 흥분하면 저 내쫓는 버릇 좀 어떻게 안 되나."

박미래는 서류를 자신의 품 안주머니에 넣었다.

바람을 등지고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문 그녀는 길에서 병사 몇몇이 라탐국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남철 부장의 마차에 주한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마차에 조심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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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첫 습격 24.09.12 5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6 0 17쪽
11 그녀들 24.09.09 7 0 21쪽
»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6 0 18쪽
8 탐험대-3 24.09.05 8 0 15쪽
7 탐험대-2 24.09.04 7 0 18쪽
6 탐험대-1 24.09.03 6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0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3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7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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