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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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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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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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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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DUMMY

"주한."

오인용이 맞은편 창가에서 고개를 돌려 주한을 보았다. 그의 앞에는 발굴기지에서 정리된 서류들이 널려 있었다. 주한이 그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안녕하세요. 오 대리님."

"나는 여기 있어."

남철이 자신의 침상에 앉은체 고개만 들었다. 그의 침상과 손에도 서류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남 부장님."

주한이 남철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생했다. 주한. 자네랑 자네가 데리고 다니는 병사가 크게 한 건 했어. 돈을 쓰잘머리 없이 낭비를 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 그래서 본사에도 연락했고, 아마 본사 주도로 자경단을 만들 예정인 것 같다. 지금 나가는 15만 원은 그에 대한 예방 차원이라고 보는 거지. 그리고 이건 자네 부하? 조수? 주게. 앞으로 이대로만 하라고 말이야."

남철이 품에서 돈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몇 장을 세고는 주한에게 내밀었다. 주한은 돈을 받고는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남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좋아. 이대로만 하자고. 상사들이 얘기한 병사들 교대 인원과 환자들은 모두 선별했나?"

"네, 점심에 1기지 2기지에서 상사들이 교대할 병사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총 16명인데 그들은 탁이스를 따르는 자들이랍니다. 상사들은 주제도시에서 그들을 놓고 자기들을 따랐던 병사를 데리고 오기로 했습니다. 단 예정된 인원 80명은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 우리 환자들은?"

"의사가 모두 경증 환자랍니다. 보낼 필요는 없다고 하네요. 다만 이번에 주제도시에서 복귀할 때 약좀 많이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우리 같이 환절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한테 감기가 유행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 술도 많이 가지고 오게. 생각보다 라탐국 사람들은 술을 꽤 많이 좋아하더군. 그리고 우리도 한 번 추위에 맞서 술을 마셔보자고."

남철이 말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음 또 뭐가 있을까?"

"뭐 없습니다. 모든 게 순조로 습니다. 탁이스는 그냥 잠깐 지나가는 작은 사고일 뿐이고 다 예정대로입니다. 다만 추위, 즉 겨울이 너무 일찍 찾아와 앞으로의 일정은 최대기한으로 맞춰서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인용이 어느새 뒤돌아서 탁자의 기댄 채 말했다. 남철은 잠시 머리를 양손으로 짚어 생각하는 모양새를 하더니 이내 두 손을 비볐다.

"그래, 너무 순조로워서 탈이군. 이 상태로만 계속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마차에는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그러면 더 하실 말씀이나, 가지고 갈 편지가 있을까요?"

주한이 물었다.

남철이 고개를 저었다.

중계본부에서 최대한 자료를 남기지 않는 게 규정이었기에 쓸 편지도 없었다. 게다가 통신석이 설치된 이후로 중계기지와 통신석으로 통신했기 때문이다.

남철과 오인용은 주제도시 중계기지와 약속된 시간에 통신석에 요술석으로 요술을 주입했다. 그러면 미리 통신석에 새긴 주문 각인이 중계기지의 통신석으로 빛과 소리로 알람을 보냈다. 서로 통신석에 새긴 각인이 일치했기 때문에 공명하는 것이었는데, 그때 통신석에 연결한 수화기, 송화기 역할을 하는 작은 통신석에 얘기하면 되었다. 중계기지는 거기서 받은 정보를 본사가 있는 곳에 보냈었다.

주한은 오인용을 보았다. 오인용도 이내 생각하는 표정을 하다가 고개를 젓고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주한은 그의 습관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문 쪽으로 향했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고, 그쪽 방면으로 가는 건 패거리들이 없을 거야. 그래도 습격은 언제나 대비하고 있게."

남철의 말을 끝으로 주한은 마차를 나왔다.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찬 바람이 그를 맞이했다. 온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중계본부는 바깥으로는 사각형의 모양으로 나란히 짐마차를 세우고, 그 가운데에는 숙박용 마차를 사각형으로 나란히 이어서 세워놓았는데도 바람은 꼭 어디선가 새어 들어왔다.

주한은 마차를 벗어나 자신의 마차로 몸을 돌렸다. 그때 바로 앞에서 박미래가 튀어나왔다. 그의 품 안에 아슬아슬하게 안길뻔한 그녀는 몸을 빳빳이 세웠다.

"어멋!"

방한모를 푹 눌러쓴 박미래는 눈 만 덩그러니 보였다.

"실례해요~. 지나갈게요."

박미래가 주한을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주한은 그녀를 빤히 보았다. 본사 사람들 마차만 있는 이곳에 제 1팀의 인원이 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주한이 그녀의 팔을 낙아챘다.

"잠시만요. 여기서 왜 나오시는 거죠?"

"앗, 깜짝아. 잠깐 화장실 가는 길이 있나 해서 와봤어요."

"그게 무슨, 화장실은 기지 밖에 따로 구역을 마련했는데요. 첫날 기지를 세울 때 같이 계시지 않았나요?"

"맞는데요. 저기 길가로 나가기에는 너무 춥단 말이에요. 그리고 병사들도 나를 보는 것 같고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데요. 그리고 몸이 좀 안 좋단 말이에요."

박미래가 주한을 올려다보며 당차게 말했다.

"의사에게 가봤습니까? 의사가 뭐라고 합니까?"

"아직 안 갔어요. 아 왜 여자들만 아픈 그런 거 있잖아요!"

박미래가 소리치듯 말하자 주한은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에 의문이 들긴 했지만, 더 묻기에는 주제도시로 가는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한이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박미래는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기지의 출입구로 향했다.

주한은 자신의 마차에서 옷과 담배 등을 챙기고 나왔다. 마침 호과조가 마차 준비가 끝났다고 길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주한은 자신의 마차에 이어진 짐마차로 다가가 병사들의 인원수를 다시 확인하고 마부석에 호과조랑 올랐다. 위에 호로만 덮여 있는 짐마차가 추가 되었기에 이번에는 노새 4마리가 동원되어 마차를 끌었다.

박미래는 기지 밖에 만들어 놓은 화장실 구역에서 나와 주한과 한 병사가 모는 짐마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서류를 접어서 집어넣은 가슴팍에 손을 얹고는 가만히 있더니, 금방 마차의 뒤꽁무니를 향해 달렸다.

마차 뒤에 간신히 매달린 그녀는 마차 안을 보았다. 모두 병사들이 매달린 그녀를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그러다 맨 뒤에 탄 병사가 그녀를 일단 끌어 올려주었다. 오성사의 몇 없는 여 직원이었기에 병사들 모두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제가 몸이 좀 아파서..."

박미래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



강하나가 자신의 방에서 책상에서 기지개를 쭉 켰다. 시원한 기분이 그녀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했다. 그간 정리가 필요한 장부를 모두 말끔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현호가 저녁에 만나자는 편지가 왔던 것도 이유가 되었다. 그녀는 당장에 그를 찾아가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은 아름 수 상회에서 정기적인 회의하는 날이었다. 이는 대상단을 이루어 각 국가의 순회가 끝나면 매번 하는 정기회의였다.

아름수 상회의 정기회의는 보통 태평마루에서 했다. 강하나의 집안은 주로 육상으로만 무역을 했는데, 대다수의 집안들은 배를 이용해 해상 무역을 했기 때문이다. 상회는 태평마루에 집터를 하나 구매하여 그곳을 회의 장소로 이용했다. 중앙에는 큰 마당을 두었고, 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이 둘러싸인 장소였다. 회의가 없는 날은 그곳을 여관으로 이용했는데 회의가 있을 때면 미리 통지하여 손님을 받지 않고 방들을 각 상회가 하나씩 쓸 수 있게 했었다. 그리고 식당 겸 응접실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강하나가 회의서류를 들고 방을 나섰다.


"오랜만이에요~."

마당에 있던 류경모 대표가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도 회의하러 가는 듯 손에 서류들을 들고 있었다. 술집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강하나는 그에게 간단히 목을 숙여 보였다.

둘은 응접실까지 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강하나의 뒤에 류경모가 따라붙었기 때문이었다. 산뜻한 레몬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찔렀다. 바다 건너 트벳남에서 유행한다는 레몬 향수였다.


"보나 마나 강 대표님은 해상무역 중일 테고 어때요. 이제 제법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겠나요? 생각보다 별거 없죠?"

류경모가 물었다.


"아직은요. 조금씩 계속 해 보면 알 것 같아요."

강하나가 대답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가 주춤했다. 그가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의 얼굴에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현호가 얼굴이 조막한 아름다운 미형이라면 류경모는 선이 굵직하며 강인한 남자의 상징인 얼굴이었다. 두껍고 진한 눈썹에 움푹 들어갔고 선명한 눈, 높게 솟은 콧대와 각진 턱은 그가 왜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알게 해줬다.

강하나는 다시 앞을 보았다. 그녀는 볼이 상기되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다른 여성 상인들은 모두 류경모 대표가 운영하는 상단에 소속되길 원했는데 생각보다 모두 쉽게 떨어져 나갔다. 류경모 대표의 상단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자기가 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 구조였는데, 단순히 대표만 보고 들어간 상인들은 그 업무 성과에서도 뒤떨어질뿐더러 류경모 대표와 만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철저히 공과사를 구분한다고 소문이 났다. 하지만 일 외적으로는 여러 여성들을 만나는 것이 목격된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대표님. 대표님은 육상무역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맞죠?"

강하나가 앞만 보며 물었다.


"어, 맞아요."

류경모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어느새 강하나의 옆에 섰다.


"이번 회의에서 뭔가 큰 안건이라도 나오나 봐요? 대표님이 직접 오시다니."

"아니요. 그냥 육상무역 회의가 평소에도 잘 되고 있나 점검 같은 거죠."

류경모가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었다.



----------



"으악!"

이푸름이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사무실은 정리를 하고 있던 한현호가 그녀의 소리에 놀라 제자리에서 굳었다. 사무실은 한현호밖에 없었는데 오후 5시가 되었기 때문에 모두 퇴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상사들은 다른 팀 회의에 불려 갔다.


"왜 그래? 인사부에서 너 배정이 잘못되었데?"

한현호가 쓸모없는 종이들과 쓰레기를 차곡차곡 상자에 모으며 물었다.


"아니야. 엇, 설마 그것 때문인가? 아니야 천하의 오성사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이푸름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읊조렸다. 그녀는 자신의 의자에 털썩 앉더니 고개를 거칠게 뒤로 젖혔다. 모든 쓰레기를 복도에 내놓은 한현호가 그녀의 자리에 왔다. 그녀가 인사부에 갔다 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데? 얘기해 봐."

한현호가 살짝 웃으며 얘기했다. 그의 표정에 이푸름도 따라 웃었지만, 혼이 빠진 웃음이었다. 둘은 입사 동기이며 둘만의 술자리 후에 친해졌기에, 둘만 있는 장소에서는 서로 존대는 빼버린 지 오래였다.

"놀라지 말고 들어."

이푸름의 말에 한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보고 본사로 부르겠다는 거야. 그것도 비서실로 말이야. 그래서 정오혁 부회장이냐고 물었는데 정오성 회장님 비서실이래. 아니, 늙은이한테 비서가 더 필요해보여?"

"음, 글쎄."

"아무튼, 내가 싫다고 했지. 현재 영업3부에서 일에 익숙해지는 중이라 가면 어정쩡해질 것 같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아니라. 더 좋아지는 거래 급여도 더 많아지고 여러 상여도 많이 받을 수 있데. 그러면 결혼 및 노후 자금을 빨리 금방 모으기 때문에 결혼도 남들보다 빨리 할 수 있다고 하네."

"그, 어, 뒤에 말은 모르겠는데 앞에는 맞을걸? 가면은 급여는 확실히 많이 주지 또 성공가도가 펼쳐져 있으니 말이야."

박현호의 말에 이푸름이 정색했다.


"싫어. 내가 정 회장님 찻물이나 우리고 일정 정리하고 어딜 가든 수발을 들려고 여기 들어온 줄 알아?"

"아니야.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시킬걸?"

"네가 어떻게 알아?"

이푸름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야, 들리는 말도 있고. 정 회장을 만나려면 비서실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아무튼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싫다고 했어."

"이런, 너 돈복은 없다."

"아니야. 강제로 보내겠대. 오성사, 아니 오성 그룹이 되면서 업무가 범위 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나를 다시 비서실로 배정하겠다는 거야. 내 말은 무시당한 거지"

"이야, 잘됐네. 잘 된 거야 겁먹지 마. 그건 좋은 징조야. 혹시 알아 내가 나중에 이 비서실장님이라고 부를지."

한현호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푸름은 아까와는 다르게 내심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동안 너는 부장님이나 대리님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서 좋은 점수를 받은 거지. 분명 그걸 보고 위에서 널 뽑은 걸 거야. 또 여기도 여성으로서 쉽게 올 수 없는 곳인데 당당히 들어왔었잖아."

"근데, 왜 한 부장님이나 이 대리님은 나한테 아무런 말도 안 했지?"

"그건 뭐, 비서실과 인사부에서 벌어진 은밀한 작전? 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한현호의 말에 이푸름의 표정이 모두 풀어졌다.


"오빠. 요즘 시대에 정략결혼은 없는 거 알지? 부모님의 설계에 얽매이지 말고 나중에 나를 꼭, 알지?"

"또 그 소리다. 내가 하지 말랬지. 그리고 오빠라는 소리도 집어넣어. 말은 편히 해도 현호씨라고 부르고."

"알겠어. 아무튼 현호씨 말에 내가 마음이 편해졌네. 일 배우며 친해진 동료들과 영업3부를 떠나기 싫었는데, 뭔지 알아? 강도가 들어서 내 사람들을 빼앗긴 기분이었는데 말이야."

"알면 됐어. 나중에 좋은 소식이나 들려줘."

"그러면 오늘 나랑 술이나 한잔할래?"

"나 여자친구 만나기로 했어."

한현호의 대답에 이푸름의 표정이 무표정이 되었다. 이네 자신의 책상 위에서 종이를 집어 뭉쳐 공을 만들었다. 한현호는 그 모습에 사무실 문으로 향했고 문을 여는 동시에, 뒤에서 종이 뭉치가 날아와 문을 맞췄다.


팍!

"일단 승진 아닌 승진 축하하고, 쓰레기는 꼭 복도에 있는 상자에 담고 가."

"빨리 가!"

한현호가 문을 닫고 나가자 사무실에 다시 종이 뭉치가 문에 맞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왜 이래요. 이거 놔요!"

박미래가 짐마차 뒤에서 소리쳤다. 그의 팔목을 강하게 잡고 있는 건 주한이었다.

"미래씨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누가 멋대로 마차에 타래요?"

"몸이 아프다니까요. 그래서 화장실 나오는 길에 그만 제 머리가 빨리 마차를 타고 가라고 해서 그랬어요. 여기서 치료받으면 훨씬 나을 거라고 해서 말이에요."

박미래가 앞의 중계 기지를 가르키며 말했다.

탐라국 주제도시에 있는 오성 그룹의 중계기지는 창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다양한 크기의 상자들이 정돈되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게 대다수였다. 다만 대탐사도 중계 본부랑은 다르게 여기는 철책과 담벼락이 외곽을 둘러싸고 있었고 제대로 된 탑 위에는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하~.

주한이 한숨을 쉬었다.

중계기지에 도착해 병사들을 내려주려고 짐마차 뒤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어느새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병사들은 모두 내리고 호과조만 마차 옆에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해요. 의사한테 안내 안 해요? 안내 안 해줄 거면 이 팔 좀 놓죠?"

팔을 계속 움직이던 박미래가 주한을 빤히 바라보았다.


"좋은 말 할 때 다시 마차로 올라가요."

"뭐야. 치료받게 해줘요. 싫어!"

박미래가 팔을 크게 돌리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주한은 그녀의 팔을 놓칠 뻔했지만, 다시 힘주어 잡았다. 그녀가 이번에는 다리를 힘차게 굴러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주한의 손아귀에 벗어나지 못해 진흙만 튀겼다.


"빨리 올라가."

"뭐 하는 짓이야. 당신 이거 성폭행이야!"

박미래가 다시 소리쳤다.

주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 등 뒤로 돌려 꺾었다.


"경고합니다. 여기서 내가 힘 좀만 더 쥐거나, 미래씨가 잘못 움직이면 손목 나갑니다."

주한이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쥐었다.

박미래는 옅은 신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 틈에 주한이 그녀를 짐마차 위로 재빨리 억지로 올려놓았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박미래가 짐마차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소리를 듣고 경계 근무를 서는 인원이 모두 마차에 집중했다. 병사 몇몇은 마차를 가르키며 소리쳤다. 그럴때마다 호과조가 그들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괜찮다고 얘기했다.


"조용히 해. 당신은 절차를 밟지 않고 무단으로 중계 본부를 나왔어. 그렇기에 내가 그 절차를 여기서 실행할 거야."

주한이 마차에 올라탔다. 짐마차는 높이가 있었기에 그가 서 있기에 머리가 아슬아슬하게 닿지만 충분한 높이였다.

주한이 방한모를 벗자, 추위에 상기됐지만 화가 난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본 박미래가 뒤로 주춤거렸다.


"당신이 무슨 권리가 있다고 내게 그런 짓을 해."

"나는 권리가 있어. 여기 있는 모든 오성 그룹 직원들은 그럴 권리가 있지. 계약된 외부인에 대한 몸을 수색할 권리가."

"그게 무슨..."

"이건 오성 그룹의 극비 임무거든. 외투 다 벗어."

주한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박미래는 뒷걸음질 치다가 짐마차 끝에 닿고는 가만히 떨며 서 있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끝까지 그렇게 나오나 보자."

주한이 말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방한모를 재빨리 벗겼다. 그리고 방한모를 뒤집어 보고는 한쪽으로 치웠다. 다음으로 박미래의 외투를 벗기려고 했다. 박미래는 그에게 저항하기 위해 몸을 비틀려고 했지만 주한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왼손으로 강하게 밀어붙여 벽에 고정시켰다. 박미래는 그의 손을 때리고 발버둥 쳤지만 헛수고였다.

주한이 반대 손으로 박미래의 외투 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중 가슴 주머니에 이질감이 들었다. 그녀의 가슴 주머니를 손을 넣고 그것을 잡으려고 하자 잡히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가슴을 훑게 되었다.


"너 이거 성폭행..."

"닥쳐!"

주한이 그녀의 방한복의 윗단추들을 풀어 상체가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밀치는 손을 떼어 그녀의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윽고 그의 손에 손바닥 크기고 네모나게 적힌 종이가 딸려 나왔다.

주한은 빠르게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 적힌 내용은 그녀와 안현성 교수가 연구하던 지질과 광석에 관한 내용이었다.


"줘, 내 연구자료란 말이야."

박미래가 다가오며 손을 뻗었다.

주한은 그녀를 보며 손을 치고 그녀를 강하게 뒤로 밀었다. 짐마차에 등을 강하게 부딪힌 그녀는 주저앉으며 헉-.소리를 내었다. 주한은 연구자료를 읽다가 옆에 적힌 글씨들을 보았다. 그곳에는 연구 내용과 관계없는 것들이 옅게 적혀있었다.


"우리의 인원, 발굴 시 나오는 자원... 병사들의 수... 기지의 위치...그리고 지금 있는 병사들의 교대까지...미래씨. 이건 뭘 위한 정보지요?"

주한이 매서운 눈으로 쓰러진 박미래를 쳐다보았다. 박미래도 지지 않고 마주 보았다.


"그건 그냥. 낙서야. 심심하니까 적는 그런 거라고."

"하-. 맥 빠지는 소리군. 내가 그 말에 속을 거로 생각한 거야? 바른대로 말해. 대현 그룹이지? 아니면 타 종족이 있는 국외로 나가야 하나?"

"그런 거 아니라고!"

박미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아 그렇군. 그런 게 아니군. 호과조!"

주한이 외쳤다.

호과조가 짐마차 뒤편에 서서 마차 안을 마주 보았다. 박미래의 상의는 반쯤 활짝 열려 있었고 주한의 손에는 서류가 한 장 들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주한."

"첩자야. 우선 우리 마차 창고 칸에 가두자."

"알겠어."

호과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한이 박미래의 외투를 잡고 마차 밖으로 끌어당겼다. 박미래는 맥없이 끌려 나왔다. 호과조는 그녀가 짐마차에 내려오자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 마차 안에 들어가 한쪽 벽면에 마련된 창고 칸에 그녀를 집어넣고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발열석을 작동시키고 마차를 나갔다.

박미래는 그대로 주저앉아 마차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 주한의 숙박용 마차는 그 누구보다 가장 큰 마차였다. 그래서 누구나 탐내하는 마차였지만 실상은 양쪽에 창고 물자를 넣고 나를 수 있게 개조된 것이었다. 그 장소를 제외하면 중앙에 작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었다. 그것을 알고 모두 그 크기를 납득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중계기지와 굴착기지의 물자 비축이 안정권에 들어 그들의 마차는 작아졌는데 내부는 생각보다 자신이 있는 창고 칸 때문인지 그때만큼 협소하게 느껴졌다.

"날 태평마루로 다시 데려다줘!"

그녀가 마차를 나가는 호과조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작가의말

전세사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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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박미래 24.09.13 3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6 0 17쪽
»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6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6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0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3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7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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