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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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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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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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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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래

DUMMY

굴착1팀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눈보라가 끝났기에 아침 일찍 굴착 지점에서 기지를 세웠다. 그리고 굴착 전문가 보후를 필두로 직원들과 병사들이 힘을 합쳐 조립된 굴착기를 세우고 땅에 고정했다. 그것만으로 모자라 쓰러지지 않게 줄을 묶어 팽팽하게 땅에 고정시켰다. 다들 솥뚜껑보다 훨씬 큰 마차 바퀴만 한 크기에 높이는 2미터가 조금 넘는 굴착기를 보았다. 매번 기지를 옮길 고 설치할 때마다 애먹이는 기계였다.

이제는 뚱뚱한 나사처럼 생긴 굴착기의 위에 동력기관을 얹어야 했다. 동력기관을 얹으면 동력을 전달할 벨트를 둘 사이에 연결하고, 동력기관은 요술석과 연결해야 했다. 그러면 요술석이 꾸준하게 동력기관의 크랭크를 움직일 것이고 그 크랭크는 동력기관 내부에 피스톤을 움직여 고압을 축적하고 뿜어낼 것이었다.

그리고 이 굴착기가 땅에 완전히 박혀 들어가면 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굴착기 중앙에는 사람 머리통 만 한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에 또 작은 굴착기를 밀어 넣고 깊숙이 계속 파내는 것이었다. 또 그 구멍을 움직여 비스듬하게도 파 내려갈 수 있었다.


"설치할 때 더 이상 내가 지시 할 것이 없군."

보후가 자신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안평국에서 온 난쟁이인 그는 자신의 수염을 항상 만지는 버릇이 있었다.


"어때요. 보후님 이번에는 느낌이 좋나요?"

주한이 물었다.


"아우님! 나야 느낌은 항상 좋지. 그리고 매번 굴착지에서 인강철은 조금씩 나왔어. 다만 그 비율이 적어서 그렇지. 그리고 점점 우리는 인강철이 많아지는 곳으로 나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보후는 직원들이 동력기관을 연결하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곡괭이를 파고 내려갈 필요가 없는 오성 그룹에서 만든 기계였다. 이 기계를 본 광부들은 간혹 폭약을 사용하면 안 되냐고 하는데 매번 사전 조사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기계는 정밀하게 한 곳만 파 내려가서 지층에 있는 광석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래, 그것보다 저 교수가 분석이라도 제대로 하면 좋겠는데 말이야.."

보후가 턱짓으로 다른 마차를 가리켰다.

연구 장비가 있는 마차 앞에서 안현성이 여기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굴착1팀이 암석을 캐내면 그것을 분석해 인강철의 분포도와 밀도를 파악하는 게 안현성 교수와 박미래였다. 그런데 둘 다 맛이 가버렸으니, 보후는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습격에 안전한 거지?"

"괜찮을 겁니다. 탐라국에서 예정대로 40명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병사들 재배치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네."

보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앞에 펼쳐진 평야를 손바닥으로 뻗었다. 주한은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난 이곳이 마음에 들어. 아무도 찾지 않은 곳이잖아. 마치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는데 그 위를 내가 처음 밟는 느낌이야. 이 광활한 대지 밑에 묻힌 광석이 다 내 손안에 있는 거지. 그리고 운이 좋다면 인강철이 왜 요술을 품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거고."

"그러다가 총 맞고 죽을 수도 있는 거고."

어느새 보후의 뒤에 다가온 안현성이 말했다. 그는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후와 주한은 그런 그가 반갑지 않은 듯 떨떠름하게 쳐다보았다. 안현성은 둘의 눈치를 살피더니 주한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주한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시오 주한 씨.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주한이 몸을 돌려 안현성 교수를 보았다. 안현성 교수는 뒤에 보후의 눈치를 잠깐 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 마차에서 박미래 좀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안 될까?"

"왜 그러시죠?"

"내가 마차에 들어갈 때마다 숨이 막혀서 그래. 박미래는 내 말에 아무 반응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침상에 누워있어. 구석에 얼굴을 처박은 체 말이야."

"곧 괜찮아지겠죠."

"그게 무슨 무책임한 소리인가. 그리고 그녀는 어제부터 한 끼도 먹지 않았어. 굶어 죽으려고 작정한 건지도 모른다고."

안현성의 말에 주한은 그의 마차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식당에서도 화장실 근처에서도, 통신용 마차나 연구용 마차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보지 못했었다.


"하, 알겠습니다. 제가 확인해 볼게요. 그리고 교수님은 곧 떠날거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고맙네."안현성 교수가 눈은 그대로인 체 입꼬리만 올렸다.


"뭐야. 자네 여기를 떠나기로 했나?"

옆에서 듣고 있는 보후가 물었다.


"보후, 내가 말했잖아 나는 총 맞아 죽기 싫다고."

"그래도 여기 있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얘기해 줬건만. 쯧."

보후가 혀를 찼다. 이에 안현성이 흥분했는지 한 손을 크게 들어 태평마루 방향으로 쭉 뻗었다.

"난 죽어도 마누라 옆에서 죽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했네!"

보후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오성 그룹에서 거의 뼈를 묻다시피 한 그는 중간에 계약을 지키지 못한 이들의 최후를 많이 봐왔었다. 대게 오성 그룹에서 많이 주는 만큼 이행하지 못하면 많이 빼가기도 했다. 빼갈 게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빼가는 그들이었다.


주한은 둘을 뒤로하고 식당 마차로 향했다.

식당 마차는 중계본부에 있는 것보다 작았다. 조리 기구만 마차 안에 있어 대부분 그곳에서 조리했다. 식사는 마차 앞에 천막을 치고 식탁과 의자를 내놓아서 인원들이 식사할 수 있게 해 놓았었다.

주한은 식탁을 지나 식당 마차로 올라갔다. 안에는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을 붙잡은 그는 먹을 것좀 먼저 얻을 수 있냐고 물었다. 직원이 지금은 준비 중이라 안된다고 하자. 박미래가 어제부터 굶고 있다고 얘기하고 간단히 먹을 것만 있으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 말에 직원은 식판을 하나 챙겨 비스킷과 우유를 올렸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꺼내와 국을 끓이던 화구 옆에 올려놓고 계란 2개를 깨 얹었다. 다른 직원은 귤도 챙겨주었다.

그 모습을 기다리며 지켜본 주한은 직원이 계란프라이까지 올려놓은 식판을 받고 고맙다고 얘기했다. 나가는 길에 포크숟가락까지 챙긴 그는 식판을 하나 더 가져와 위에 덮었다.


주한이 박미래의 마차 앞에 섰다.

똑똑!

"들어간다."

주한이 마차에 들어갔다. 마차 내부는 다른 마차에서 볼 수 없는 연구 및 측정 도구들이 가득했다. 박미래는 마차 한쪽 벽면 끝에 있는 침상에 누워있었다. 그의 기척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모포는 얼굴까지 올려 뒤집어쓰고 있었다.


"박미래 씨 일어나봐, 내가 먹을 것 좀 가져왔어. 사람이 쓰러지더라도 먹고 쓰러져야지."

주한이 위에 덮어놓은 식판을 치웠다. 그러자 계란프라이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그래도 박미래가 미동이 없자 주한은 그녀의 발치에 앉아 그녀가 덮고 있는 모포를 내렸다. 그녀가 얼굴을 보였는데 가만히 누워서 주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박미래는 조용히 상체를 일으켜 그의 머리맡에 기대어 앉았다.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눈밭에서 악착같이 살아왔으면 다시 하던 일이나 마저 해야지. 혹시 자신이 한 짓 때문에 그런거야? 그게 다른 이들로 하여금 본인의 양심 가책을 느끼게 하나?"

주한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박미래는 그를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양반다리를 한 박나래는 모포를 자기 목까지 끌어 올렸다. 주한은 그녀에게 가까이 가 그녀의 다리 위에 식판을 올렸다. 그녀는 식판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난 너 같은 사람들 많이 봤었어. 자기의 이익만 챙기면 뭐든 하는 사람들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실상을 알면 욕을 하지만 나는 아니야. 나도 그렇게 컸었기 때문이지. 그게 그 사람의 생존 방식이니까 말이야. 자기가 가진 몸뚱이도 이용할 수 있는 거고."

주한의 말에 박미래가 고개를 들어 째려보았다.


"나는 그런 방식은 이해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야."

주한이 그녀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신이 뭘 아는데."

박미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성이 없는 외자 이름이야. 그리고 머리카락을 자세히 보면 요술석처럼 푸른 빛이 돌지. 이것만 말해도 대충 내가 누군지, 어느 위치인 줄 알겠지?"

"······."

"다행히 어린 나이라고 해서. 도깨비,무당 대학살에는 끌려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거기에 충격을 받아 몸져 누웠고, 나는 살기 위해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며 발버둥을 쳤지. 은사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야."

박미래는 고개를 떨궜다. 주한은 그녀를 보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래서 난 할 수 있는 건 뭐든 한다. 널 그곳에서 정보만 듣고 얼려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

박미래는 더 이상 아무 반응이 없었다. 주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본부는 습격당했다. 여기도 언제 당할지 몰라 그러니 굶어 죽어서 개죽음당할 거면 그냥 나가서 얼어 죽던가. 밥 좀 먹고 기준 차려서 나중에 총알받이라도 해주던가 해. 마차 안에서 시체 치우기 싫다."



-----



기지를 세우고 4일이 지났을 때, 굴착 1팀의 굴착기가 자리를 새로이 3번째로 이동했을 때였다. 안현성 교수가 더는 못하겠다고 난동을 부렸다. 그는 굴착기를 발로 차고 자신의 연구자료를 허공으로 던지고는 교 팀장에게 계약 위반이라고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그는 목숨이 걸린 일을 할 수 없다고 그러는 것이었다.

교 팀장은 골 아프게 하는 그의 행보에 중계본부 남철 부장에게 연락했다. 남철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이 계획들은 모두 비밀이라 인원도 최소로 데려온 것인데 그가 떠나면 지질학에 능통한 자가 굴착 2팀에 1명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대탐사도에서 오성 그룹이 임차한 땅에 대한 연구자료는 더욱 늦게 완성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마차 밖으로 나오지 않던 박미래가 교 팀장을 찾아온 것이었다. 박미래는 그 정도는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교 팀장은 그녀와 얘기하며 그녀의 이력을 보았다. 그녀는 연구경력은 교수가 될 자격만큼은 채웠고 기존에 없던 요술석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여기 왔던 거라고 했다.

남철 부장은 박미래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굴착1팀 지질학 연구의 주축이 되는 것을 허용해 줬다. 안현성이 그 얘기를 듣고 잠깐 노발대발했지만, 그것보다는 복귀에 대한 관심사가 더 큰 듯 간혹 통신 마차로도 들어가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는 주한한테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노새 한 마리만 주면 혼자서라도 복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한한테는 불만을 심히 내보이지 않았다. 그는 주한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암암리에, 굴착1팀에 소문이 돌았는데 주한과 호과조가 박미래에게 한 짓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얘기하다가도 금방 돌아갔다.

그럼에도 주한은 안현성 교수를 계속 지켜보았다. 남철이 그를 감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박미래 사건처럼 극단적으로 부품이나 자료를 빼돌리기 전에 미리 차단하자는 의도였다.

남철과 오인용은 박미래 사건에 대해 주한을 칭찬했다. 자칫하면 그녀의 사보타주가 굴착1팀을 당분간 아무것도 못하게 할 수 있었는데 주한이 속전속결로 그 일을 해결한 것이었다. 주한은 마차 안에서 창문으로 안현성 교수를 지켜보았다. 그는 뽈뽈 돌아다니며 만나는 직원들한테 계속 시비를 걸거나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하..."

주한이 한숨을 쉬며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나무나 석탄을 태울 때 열라고 만들어 놓은 천장의 작은 환풍구를 열었다.

그때 마차의 문이 벌컥 열렸다. 호과조 말고는 들어올 사람이 없었다. 호과조는 대기 지시를 받은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1팀의 병사들과 작업이나 근무를 같이 하고 있었다.

주한이 문을 보았다. 그곳에는 박미래가 서 있었다.


"뭐야. 여기는 왜 온 거야?"

주한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나도 담배나 한 대 줘봐요."

박미래가 뻔뻔히 들어오며 주한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마차는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굴착1팀이 만든 기지의 출입구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는 기지의 대부분이 다 보였다.

주한이 성냥을 꺼내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선 왜 왔는지나 대답해."

"그냥요. 연구만 하기 답답해서 나왔는데, 마침 호과조 씨는 근무하고 있는 게 보였고 해서요. 또 밖에서 보니 주한 씨가 창문 앞에 앉아있어서요."

박미래의 말에 주한은 조용히 담배를 한 대 주었다. 그녀는 이제 안현성을 대신해서 연구 및 조사를 하기 시작했으며 전보다는 활기차지 못했지만, 본 모습이 돌아온 듯 보였다. 주한의 눈에는 아무래도 안현성 교수 없이 자신 혼자 충분히 해 보일 수 있다는 만회의 행동 같아 보였다.


"주한씨 여기서 외롭지 않아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담배 태울 거면 담배만 태워."

"미안해요. 그러면 나이가 어떻게 돼요?"

박미래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물었다. 그녀의 검은 단발머리가 갸름한 턱선에 살며시 스쳤다. 붉은색을 머금은 입술과 갈색 눈빛이 여성의 매력을 담고 주한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누구든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했다.


"스물아홉."

주한은 그녀에게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두 살 오빠네요."

"관심 없어. 그것보다 안현성 교수는 왜 저렇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야? 집에 숨겨 놓은 금송아지라도 있나?"

주한이 창밖을 가리키며 물었다. 박미래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아, 하나 있죠. 저 노인네가 52세인데 정력도 좋게 늦둥이를 나았었거든요. 지금이 5살에 남자아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정력은 실제로 그렇게 좋지는 안치많요."

"미쳤군."

"아니요. 내가 요 며칠 사이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진짜 미친 건 당신이야."

박미래가 주한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주한은 창에서 시선을 떼어 그녀를 보았다.


"나는 내 목적을 위해 나만을 희생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을 사람이야. 그게 더 미친 거 아니야?"

"글쎄."

주한은 이제 창밖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의자 뒤로 기댔다. 그녀가 자신을 미친놈이라고 한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는 창문 앞에 놓인 재떨이에 재를 털었다.

박미래는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주한을 보았다.


"당신 말대로 나는 내 목적을 위해 뭐든 했지. 그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고,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거지. 그건 서로 상호 간에 합의한 거니까 누가 나쁘고 착하고 할 수 없는 거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안현성을 따라온 건 맞지만 계약금과 보수금 모두 그의 것이야. 나는 돈을 포기하면서 연구하고 교수직을 따기 위해 온 거야. 근데 안현성은 내 연구를 돈으로 망치려고 했어. 그래서 화가 나서, 그 짓을 저지르고 말았지."

"알고 있어. 그런 말 해 봤자 동정심은 안 생겨."

주한이 말하며 담배를 물었다.

박미래는 그를 빤히 보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시 주한에게 상체를 기울인 그녀는 자신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그의 담배에 대었다. 잠시 후 박미래의 담배에도 불이 붙었다.

박미래는 연기를 얕게 내뱉었다.


"이제는 안현성 없이 내가, 내 연구를 할 거야. 그리고 안현성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할 거야."


박미래의 숨결이 느껴졌다.

주한은 방한복 안에 얇은 그녀의 목을 보았다. 그녀도 주한의 숨결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박미래가 물었다.


"그러니 나랑 거래해. 안현성을 다시 태평마루로 보내지 말아줘. 그가 대현 그룹이랑 모종의 접촉이 있었던 건 알고 있겠지?"


주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더욱 보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겠네. 그가 간다면 그 도둑 기업은 안현성에게서 온갖 정보를 빼갈 거고 오성 그룹의 이 계획은 금방 무너질 거야. 그러니 안현성을 나가지 못하게 해줘."


박미래가 주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말은 바로 해야지. 너의 치부가 드러날까 봐 그런 거 아니야?"

"맞아. 지금 상황이면 내가 복귀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거야. 그러니 나가지 못하게 해줘. 주한씨 같은 미친놈이 아니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박미래의 손이 주한의 어깨를 타고 얼굴로 올라왔다. 주한의 거친 피부에 그녀의 따뜻한 손바닥이 느껴졌다. 주한은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나는 말단 사원이야.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나한테 했던 것처럼 말이야."


박미래가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주한의 목을 감쌌다.


"미친놈인걸 알면서도 이렇게 다가오다니 이해를 할 수 없군."

"나도 미쳤기 때문에 그래."


박미래가 미소를 지었다. 주한은 자연스레 그녀의 상체를 자신의 앞으로 잡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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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속사정 24.09.14 2 0 21쪽
» 박미래 24.09.13 4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7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7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7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1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4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9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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