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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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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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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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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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대-1

DUMMY

대탐사도의 밀림은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그 사이로 얼기설기 역인 덩굴들이 그득했다. 날씨가 맑다 하더라도 그 안에 누구든 전방 10M를 이상을 보지 못했다. 또한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햇볕이 바닥으로 내려오기 전에 식물들로 차단되어 어둡기까지 했다. 누구라도 그 속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덩굴과 나무를 쉼 없이 잘라야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총 65대의 마차로 이루어진 오성 그룹의 탐험대는 밀림을 몸소 헤쳐 나가는 짓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차 행렬은 미리 닦아 놓은 길로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노새로 구성한 40대의 짐마차는 중간에 있었고, 14대의 숙박용으로 개조한 마차는 각 7대씩 행렬의 앞과 뒤에 있었다. 나머지는 라탐국에서 파견한 병사들의 마차 11대였다.

병사들은 대부분 오성 그룹의 짐마차에 나누어 올라타, 직원과 함께 앉아 운행을 교대로 대신해주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양옆에서 짐마차와 같이 걸으며 호위했는데, 일정한 시간마다 짐마차에 올라타면 다른 인원이 내려와 걷는 식의 근무교대를 했다.


"아니, 병사들이 아파서 돌려보내야 한다고요?"

남철의 물음에 라탐국 파견대 대대장 탁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는데, 탁이스는 행렬 중간에서 전방에 있는 남철의 마차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마차의 옆에 매달린 탁이스는 땀을 닦았다.


"병사들 20명이 뎅기열에 걸렸소, 그들을 치료해야 하오."


꾸불꾸불한 검은 머리에 유달리 피부가 더 검은 머리를 한 탁이스의 목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는 병사들과 달리 뱃살이 톡 튀어나왔는데, 젖은 옷 위로 더 도드라져 보였다.


"약 20km만 더 가면 우리가 중계본부를 마련할 장소가 나와요. 그곳까지만 같이 가서, 거기서 얘기하자고 했잖아요."

"5일이면 중계본부에 도착한다고 했잖소? 근데 일주일이오. 일주일. 게다가 당신이 우리 병사들을 보내주지 않아서 병사들 사이에서 뎅기열이 전염되고 있소. 어제는 9명이었는데 지금은 20명이오."

"알겠어요. 오늘 내로 도착하긴 할 테니, 그 병사들은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이 상황은 처음 우리가 계약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남철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대장이 라탐국 주제도시에서 벗어난지 하루만에 돈을 요구했기 때문인데, 아직 돈을 주지 않았기에 병사들을 빼낸다는 건 그 속내가 뻔했다.

오성 그룹은 아직 중계본부를 세우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대대장은 병사들의 4분의 1이 아프다고 빼낸다고 얘기한 것이다.

탁이스는 흡족한 표정을 하고 뒤로 돌아가서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으나 남철은 듣지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을 선두 마차에서 지켜본 주한은 말없이 전방을 보았다.


험지 개척용 도구들을 실은 주한의 마차는 본대 중에서 제일 앞에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오거나 늪지에 빠지면 몸소 희생양이 될 마차였다. 사실 희생양이 된다고 해도 지나간 자리에 따라오는 마차가 나자빠진다거나 그로 인해 노새가 늪에 빠져 죽는다거나 한 일이 꽤 되었다. 하루가 멀다고 작든 크든 일이 계속 발생해 예정된 일수를 훌쩍 넘긴 것이었다.

그의 옆에는 라탐국 병사가 고삐를 잡고 있었다. 주한보다 한참 어린 병사는 그와 전방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앞이나 봐, 호과조."

주한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과조라고 불린 병사는 고작 20살의 앳된 청년이었다. 그는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시험에 떨어져 군대에 입대했다고 했다. 주한이 이유를 물어보니 맨날 관광지에서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게 부러워 보였다고 했다. 순박한 청년이었다.


"주한, 오성 그룹한테 탁이스가 많은 돈을 받았다는데 정말이야? 병사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자자해."

호과조가 앞을 보며 물었다.

주한은 호과조와 출발하기 전부터 짧게나마 손발을 맞췄으며, 출발하고부터는 같은 마차에서 계속 시간을 보냈기에 친분이 쌓였다. 특히 주한이 궐련이나 오성 그룹용 음식을 나눠주면 이를 보이게 웃으며 좋아하는 그였다.


"몰라. 나도 너와 같은 생 신입이나 다름없어. 그런 내가 어떻게 알겠어."

"우리 병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퍼졌어. 오성 그룹이 탁이스에게 우리들 생명 수당을 주었다고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것보다 너희 대장이 왜 병사들을 돌려보내는 거야? 또 라탐인들이 밀림에서 뎅기열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네가 말한 생명 수당까지 있으면 책임지고 같이 가면 되잖아?"

"우리 라탐인들도 뎅기열은 걸리기도 해. 그런데 저건 가짜야. 그리고 대장이 우리를 돌려보낼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 아까 말한 생명수당 그게 대장의 목표지."

호과조의 진지하게 말했다.

주한은 그를 보며 더 말해보라는 듯 쳐다보았다. 호과조는 마차에서 고개를 내빼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속삭였다.


"병사들을 돌려보내면 그만큼 생명 수당이 탁이스한테 들어가거든. 탁이스는 그걸 챙기려는 거야."

"생명 수당이 얼만데?"

"우리한테 한 명당 많으면 2천 원을 주기로 했어."

"2천 원?"

"응, 근데 탁이스가 돌려보낸 병사 수만큼 그가 먹는 거지. 지금 차출된 인원은 탁이스에게 그동안 반항하거나 말을 듣지 않은 인원일 거야."


호과조의 말에 주한이 코웃음을 쳤다.

그는 남철 부장이 탁이스에게 생명 수당으로 준 뇌물 비용을 알고 있었다. 그 비용에 의해 호과조가 말한 비용은 턱없이 적었다. 탁이스가 욕심 가득하게 자기가 돈을 다 먹으려는 속셈이었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탁이스는 중간 간부들과 짜고, 자기한테 뇌물 준 병사들을 차출했어."

"너도 그에게 뇌물을 줬어?"

"나는 신병이라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 뽑은 걸 꺼야. 나 말고도 내 신입 동기 몇 명 더 있어. 그런데 나는 남기 위에 당신이 준 궐련과 음식을 그에게 바쳤지."

"남으면 뭐가 좋은데?"

"그가 중계본부에 도착하면 생명 수당을 준다고 했거든. 2천 원이면 내 두 달 월급이야."


호과조의 목소리가 들뜬 게 보였다.

그때 길옆에서 덩굴이 움직이며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한이 긴장하며 허리춤에 차고 있는 정글도를 움켜잡았다. 호과조도 소리가 난 쪽으로 예의 주시하며 보았다.


"원숭이야. 오랜만에 보는군, 확실히 우리가 밀림 깊숙하게 들어왔다는 뜻이지."

호과조가 나무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원숭이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마차를 내려 보고 있었다.


"원숭이 고기는 먹을 수 있나?"

"물론, 먹을 수 있긴 하지. 그런데 잡기도 힘들뿐더러 잡아도 고기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안 잡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잘못 건드리다간 떼로 덤벼들거든."


마차가 원숭이가 오른 나무를 지났다. 원숭이는 몸을 긁으며 행렬을 보고만 있었다.


"흠. 탁이스가 병사들을 더 빼낼까?"

"물론이지. 중계본부를 세우고 나면 더 돌려보낼걸? 욕심이 가득하거든 대장은."


주한이 그의 말을 눈치채고 주머니에서 새 궐련갑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새 궐련갑을 받은 호과조는 이가 보이게 웃어 보였다.


"다음에 보낼 20명도 다 선정했다고 들었어."

"대탐사도에 숨어있는 범죄자들은?"

"대장은 다 조무래기로 보거든. 걱정 없다고 했어."



----



탐험대 행렬은 짐마차가 중간에 바퀴가 빠졌기에 지체됐다. 결국 중계본부를 세울 장소에 도착은 했으나 이미 밤이 늦었기에 다음날 본부 건설을 착수하기로 결정이 났다. 대탐사도 밀림의 밤은 후덥지근한 열기로 가득했던 낮과는 다르게 추위가 옅게 깔리기 시작했다. 주한은 마차 지붕에서 자기 외투를 챙겼다. 탐험대가 출발하기 전에 밤 날씨에 대비해 보급한 것이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외투는 추위를 막아주기엔 충분했다.

마차 밖의 경비를 서는 라탐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긴바지에 반 팔 그대로였다.


"이 낮과 밤의 온도 차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단 말이야. 추우면 춥고 더우면 더워야지. 날씨가 변덕 지니 원."

"그러게요."

남철이 자신의 마차에서 투덜거리자 오인용이 받아쳤다.


똑똑

그들의 마차의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주한입니다."

"들어와."

남철이 대답했다. 곧이어 마차의 한쪽 면에 난 문이 열리고 주한이 들어왔다.

사령부가 될 그들의 마차는 다른 마차들보다 더욱 길고 넓었다. 문 정면에는 마차 중앙에 놓인 책상과 의자가 보였다. 그 너머에는 벽면에 붙은 탁자들이 일렬로 있었다. 마차의 각 끝에는 벽에 매달아 침대로 쓸 수 있는 간이침대와 수납장이 놓여있었다. 마차 내부는 모든 게 붙박이였다.

그는 들어와서 둘을 보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남철은 주한을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했다. 김가가 그를 써보라고 한 것도 있지만, 시키는 일은 군말하지 않고 우직하게 해내는 성격을 보고 믿음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차의 내부는 온기가 돌았다. 짐마차를 제외한 오성그룹에 가져온 마차는 모두 온도조절을 통해 냉방과 난방을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마차 중앙 하단에 온도조절장치를 안보이게 숨겨놓았는데 열기를 흡수하거나 발산하는 인강철을 그곳에 넣어둬서 작동한다, 하지만 냉방은 그 효과가 미비해 대부분 사용하지 않았다.

밖과 다르게 건조한 마차에 주한이 마른기침하자, 의자에 앉아있던 오인용이 잔 하나를 가지고 와 그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


"감사합니다."


잔을 건네받은 주한이 한 모금 마신 걸 본 오인용이 물었다.


"무슨 일로 왔어?"

"예, 탁이스에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주한의 대답에 남철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탁이스는 점심쯤에 병사들에게 밥을 주고 20명을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짐마차 2개를 그대로 가지고 돌아갔기에 그 복귀 속도가 더욱 빠를 것이었다.


"탁이스는 왜?"

"중계본부가 세워지면 그가 20명을 더 돌려보낼 것이라고 합니다."

"시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해가 안 되는군."

오인용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왔다.


"40명 보내고 40명이 남는다라..."

남철이 자신의 간이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긴 듯했다.


"20명을 더 보낸다고 누가 그러는데?"

"제가 데리고 있는 병사가 그랬습니다. 그는 돌아가지 않기 위해 탁이스한테 뇌물을 바쳐왔거든요. 이번에도 뇌물을 바치면서 그 정보를 들었나 봅니다."

오인용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남철을 보았다.


"부장님 40명이면 충분할까요? 저 밀림 속에는 범죄자가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남철은 그의 말을 들었지만, 생각에 잠긴 듯 대답하지 않았다.


"병사의 말로는 범죄자들은 조무래기랍니다."

주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조무래기는 개뿔. 우리도 여기 오기 전에 조사를 다 해놓았다. 너도 교육받았을 때 봤을 거 아니야? 강도, 살인, 강간 각종 흉악범이 최후로 도망쳐 오는 곳이 바로 대탐사도라고. 그것도 우리 내륙이면 몰라도 근처의 팬재와 트벳남, 화중민국 등 각 나라의 범죄자들도 오는 곳이라고 여기가."

오인용은 흥분하여 말을 쏟아냈다. 그의 말을 듣던 남철이 입을 열었다.


"맞아. 병사들한테는 조무래기지 우리한테는 조무래기는 아닐 거다. 범죄자들은 선발대에게 폭탄도 던졌어. 분명 총도 가지고 있겠지. 또 병사들은 총이 있지만 우린 없어."

"부장님, 라탐국 중계기지에 연락할까요?"

오인용이 물었다.


"됐어, 통신석은 아직 쓸 때도 아니고 통신도 힘들 거야. 자리를 잡고 장치를 세워야지. 제 역할을 할 거다."

남철이 조용히 말했다.

마차 내부에 적막이 찾아왔다. 남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에 난 창문을 보았다. 병사들이 마차 주변에 뜨문뜨문 서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경비 인원은 20명에서 15명으로 줄어있었다.


"다친 직원들한테 미안하지만, 그들을 돌려보내야겠다."

"그 3명은 돌아가기 싫다고 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집결지 마을에서 비상대기하라고 하고, 나중에라도 합류시키지 뭐. 그것보다 중계본부를 짓고 나서 탁이스가 병사들을 진짜 돌려보낸다면 거기에 우리 직원을 합류시킨다. 그리고 탁이스의 상부에 연락해서 계약대로 이행하라고 전달해야겠어. 우린 값을 제대로 지불했다고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 일에 관해서는 제가 말해놓겠습니다."

"그래 오대리가 얘기 잘 좀하고."

남철은 창문에서 눈을 떼고 주한을 보았다.


"그 병사 잘 데리고 있어. 그의 말이 맞다면, 그는 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알겠어?"

"예."

"뇌물이 부족하다면 우리 것을 쥐여주고 탁이스한테 붙어있으라고 해. 그리고 넌 지금처럼 정보를 빼낸다."

"알겠습니다. 부장님."


남철이 대답하는 주한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의 다부진 체격이 듬직해 보였다.


"잘했다. 주한."



----



왁자지껄한 식당용 마차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마차 2개를 이어 만든 식당용 마차는 넓었고 그 위로 대형 천막을 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배식 시간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모임의 장으로 이용했다. 천막의 입구에 도착한 주한은 활짝 열리는 천막에 나오는 사람과 머리를 찧을 뻔했다.


"어머 주한씨. 미안해요."

문을 연 사람은 박미래였다.

그녀가 놀란 듯 입을 막았지만, 입에서 감귤 막걸리 냄새가 났다.


"들어오세요. 괜찮죠?"

"예, 괜찮습니다. 먼저 나오시죠."

주한의 말에 박미래가 생긋 웃었다.

웃음에도 감귤 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미소였다. 그녀는 넘어지지 않으려 천천히 천막 입구를 잡고 나왔다. 천막에서 손을 떼고 마지막 걸음에서 살짝 뛴 그녀는 다리를 삐끗했는지 휘청이며 주한에게 기댔다.

주한은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냈다.


"본인 마차로 돌아가시나 봐요?"

"아니요. 화장실 갔다가 다시 돌아올 거에요."

"화장실이요? 화장실은 없는데요."

"저기 있짢아요."

숲을 가리킨 그녀가 혀가 짧아졌다.

주한은 그녀에게 더 이상 반응하지 않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그녀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무시했다.

마차 안은 직원 몇 명과 교수들이 앉아있었다. 교수들은 오성 그룹이 초청한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의 앞에는 막걸리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꽤 나 마신 듯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오인용은 이 상황을 싫어했지만, 남철이 매일 밤 막걸리 일정 개수만 먹는 대신 자유롭게 마시라고 한 결과였다.


"여기요. 주한씨."

잔을 높이 치켜든 안현성 교수가 그를 알아보았다. 안 교수 자리에는 삼림, 목재, 지질 전문가들이 앉아있었다. 주한은 손을 들어 보이고는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그는 막걸리가 보관된 진열장에 다가갔다. 호과조에게 줄 술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이봐요 주한씨. 온 김에 한잔하고 가요. 마차에 혼자 가서 마시면 쓸쓸하지 않겠어요?"

안현성 교수가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에이, 괜찮기는 무슨, 신입으로 오자마자 바로 파견 나와서 직원들과도 친하지 않을 텐데 이렇게라도 친해지는 거지요."

"안 교수님도 참 젊은 친구 귀찮게 하지 말아요. 우리끼리 얘기합시다. 아까 정 회장에 대해서 마저 얘기나 해봐요."

"정 회장? 무슨 얘기를 했더라?"

진열장에서 막걸리 2개를 꺼내든 주한은 안현성 교수의 자리에 왔다. 자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란 얼굴을 지었다. 그는 마침 한자리가 비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안 교수님 무슨 얘기 중이셨는데 그래요?"

주한의 물음에 안현성이 손을 내저었다. 마침 그의 잔이 비었기에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안현성이 잔을 받았다.


"아니, 당신 회사 회장, 정 회장의 대한 얘기를 했어요. 여기에 과연 뭐가 있길래 우리를 보냈을까 하고 말이에요. 그 우리 목재 전문가 양반은 조사는 더 할 것 없다고 하더군요. 여기의 목재는 썩 좋으나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더군."

"그래, 여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곳이지! 항구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거요."

안현성이 말하면서 본 교수가 호탕하게 말했다.

그가 말한 목재 전문가였다. 마침 밖에 나갔던 박미래가 들어왔다. 주한이 자신의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입으로 미소 지으며 옆에 비집고 앉았다.


"나무는 그렇다고 치고, 우리가 개척 지점에 가서 확인해봐야죠. 인강철이 그득한 땅이 될 것인지 똥이 될 것인지. 그래서 정 회장이 난쟁이들 없이 땅속을 뚫고 들어갈 장비를 보내줬어요. 처음 봤는데 아주 신기하더군요."

"맞아요. 정말정말 신기했어요."

안현성의 말에 박미래가 신난 듯 맞장구를 쳤다.


"나사못처럼 생겨서 크기와 두께가 장난 아닌 게 그런 건 살면서 처음 봤어요."

"안 교수 그걸 어떻게 쓰는 거요?"

다른 교수가 주한에게 잔을 받으며 물었다. 안 현성은 옆에 박미래를 쳐다보았다.


"길쭉하게 생긴 나사 기둥을 그걸 땅 위에 세워 고정시키고, 인강철로 개발한 동력장치를 이용해 나사 기둥을 돌리는거에요. 그러면 나사 기둥이 땅에 파고들기 시작하죠."

박미래가 안현성 대신 대답했다. 안현성은 그녀가 말할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큰 것을 말이에요? 나사도 아니고 못도 아닌 그 큰게 그렇게 휙휙 돌아간다고? 인강철 동력장치는 또 뭐 고?"

맞은편에 앉은 다른 교수가 물었다.


"있어요. 오성 그룹에서 개발한 건데 인강철에서 폭발하여 나오는 요기가 동력장치 안에 수많은 회전 날개를 돌리는 거래요. 듣기만 해서 실제로는 아직도 못 봤어요. 저기 짐마차 중에 실려 있겠죠."

박미래가 천막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한까지 잔을 채운 그들은 모두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셨다. 뒤늦게 마신 안현성이 잔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 그래서 얼마나 기대되는지 아세요? 처음 보는 장비를 처음 보는 이곳에 박아 넣다니. 마치 첫 연애할 때의 감정이 샘솟아요. 지질 전문가의 박는 실력을 보여주겠어요."

안현성이 박미래를 보며 말했는데 모두 웃음을 지었다. 주한은 그녀의 눈치를 보았는데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들과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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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속사정 24.09.14 2 0 21쪽
15 박미래 24.09.13 3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6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6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0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3 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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