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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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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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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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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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인간관계

DUMMY

"흠."

정 회장이 아무 말 없이 대탐사도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김가가 옆에서 회장의 표정을 보고 있었다. 슬쩍슬쩍 올라갔다 떨어지는 입꼬리는 그가 기분이 좋다는 뜻임이 분명했다.

"이놈이 80만 원 나갈 돈을 30만 원으로 줄인 놈이구먼, 주한. 외자군. 도깨비인가?"

"아닙니다. 도깨비의 가족입니다. 그의 할아버지가 최종 요괴 토벌에 참여한 도깨비입니다."

"아, 그 동귀어진해서 병사 수십명을 죽인 사건이군. 나도 직접 전해 듣고는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지. 그리고 또 그 도적단인가 뭔가에 습격에도 살아남은 놈 아닌가?"

"맞습니다."

"이놈 이거 난 놈이구먼."


똑똑.


둘이 대화 도중 회장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비서가 쟁반 위에 감귤 냄새가 나는 찻잔 두 개를 들고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 잔은 정 회장 앞에 내려놓고 한 잔은 김 실장에게 바로 전달하려 했으나, 김 실장이 앞에 놓인 응대용 탁자에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연 덕으로 탁자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바로 이푸름이었다.


"남철 부장이 이를 토대로 병사를 어느 정도 주무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한 사원이 잘 해준 거죠."

"그래, 신입사원 아닌가? 신입이 이렇게 하기도 힘든데 말이야."

정 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김가도 옆에서 미소를 지었다.


"참 자네도 신입사원 아닌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정 회장이 물러나는 이푸름을 보며 얘기했다. 이푸름은 긴장 한체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려는데 김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 신입사원인데 저번에 말씀드린 데로 비서실 인원을 늘렸습니다. 똑똑한 사람들로 최대한 간추렸죠. 이 보고서도 그녀가 도왔습니다."

"그래, 자네 같은 신입사원이면 주한 사원을 아나?"

정 회장이 이푸름에게 물었다.


"아니요. 모릅니다. 그는 신입 교육 때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정 회장이 김가를 보았다.


"예 맞습니다. 남 부장이 직접 뽑아서 신입 교육 없이 바로 탐험대로 데리고 가 따로 교육을 시켰습니다."

"아, 남 부장이 직접 뽑은 인원이야? 잘 뽑았네. 보는 눈이 있어 그놈이. 됐어, 자네는 가봐."

정 회장이 이푸름을 보며 말했다. 이푸름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 회장실을 나갔다.



-----



"주한이란 사람 능력이 좋나 보네."

이푸름이 한현호를 보며 말했다.

둘은 같이 식당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공터에서 소화할 겸 천천히 걷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연인과 나온 사람 가족과 나온 사람이 꽤 있었다.


"그래? 그놈은 여태 사고만 친 놈인데 이상하네."

한현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직 사고 친 것은 없고 열심히 잘하고 있나 본데?"

"이상하다. 그놈이 그럴 놈이 아닌데, 야만적인 놈이라 야생이 잘 맞는 건가. 그곳 상황은 어때? 잘 되가?"

"응 아직은 잘돼가 한 번 삐거덕거렸는데 그걸 주한 씨가 잘 넘겨 보였나 봐."

"그래, 그놈이 다른 건 몰라도 임기응변은 뛰어난 놈이었어."

"근데 주한씨 할아버지가 최종 요괴 토벌한 도깨비라면서?"

"어디서 들었어?"

"그냥 비서실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었어."

"그래. 맞아 도깨비의 손자지. 그러면 부모님이 없는 것도 알고 있겠네?"

한현호의 물음에 이푸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실에서 왜 그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하는거야. 참."

"아니야.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거야. 주한 씨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 그런거지."

"그래, 밥 먹을때는 얘기 안해주더니. 나와서 하는 얘기가 주한이 잘한다. 근데 애비, 애미 없는 사람이라는 걸 나한테 인지시키는 거야? 참고로 나는 그놈이랑 가족같이 자라서. 누가 그런 얘기 하는 거 싫어해."

"그랬구나. 가족 같은 사이인 줄은 몰랐어."

이푸름이 말했다. 한현호는 제자리에서 멈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긴, 내가 친구라고만 했고 자세한 얘기는 안 해줬으니 그럴 만하지."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맞아. 그래서 그랬어. 아무튼 그 사람 회장님한테도 이름이 들어갔어. 회장님이 이름을 직접 말했다니까."

"이야, 멋진데. 그래서 상을 준데?"

"그건 몰라."

"뭐야, 그러면 그 탐험대는 언제 들어온데?"

"그것도 몰라."

"... 그러면 주한이 이제 핵심 인물 중 하나야?"

"음, 아마도?"

"아는 게 뭐야."

"나도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져서. 그 사람 성격이 야만적이야?"

이푸름이 물었다.

한현호는 그녀의 물음에 다시 멈춰 섰다.


"아하, 너 계속 비서실에서 그 이름 들으니까 그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구나?"

"그것도 있는데, 저번에 현호 씨가 소개해 준다고 했을 때 그때부터야. 아직 다른 마음은 없어."

이푸림이 근처에 놓인 공원 의자에 앉았다. 한현호도 따라 앉았다.


"글쎄, 야만적이라는 건 장난이고. 대단하다면 대단한 놈이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존심 하나로 막무가내로 나가는 놈은 아니야."

"뚝심이 있구나?"

"그래, 그렇기에 강단이 있으면서 임기응변을 부릴 줄 알며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한 없이 차가운 놈이지. 그런 놈이야. 대탐사도 어디 한복판에 버리고 와도 꾸역꾸역 살아서 돌아올걸?"

"그렇구나. 생존력이 대단하네."

"왜 호기심이 더욱더 생겨?"

"아니 그냥 조금은 더 궁금하네."

이푸름이 작게나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한현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쭈. 벌써 미소 짓는 거야? 참 순수하다 너도."

"그러는 현호 씨는 여자친구는 어딨고 오늘 나랑 만나는 거야? 원래 만나는 날 아니었어? 아니면 내가 좋아졌나?"

"웃기는 소리. 이번에 해상무역을 갔어."

한현호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



며칠 전 강하나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배를 타기로 했다. 날씨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겨 다른 국가의 일정을 제때 맞추지 못하기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해상무역을 해본 적이 없기에 걱정했으나 마침 그 소식을 들은 류경모가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강하나는 그저 그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안평국에서 발열석에 대한 거래를 마치고 나온 강하나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한참 늦은 점심이었다. 거래를 한 난쟁이들이 밥을 먹고 가라고 했으나 산의 절벽을 깎아질러 만든 마을은 생각 이상으로 더웠기에 금방 나왔다. 그녀가 숙소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을 때 직원이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얘기했다.

강하나는 찾아올 손님이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이내 아버지인가 싶었다.


"손님이 누구시죠?"

"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숙소 맞은편 술집에서 기다린다고 하셨습니다."

강하나는 말하지 않아도 류경모 대표인 것을 알았다.


"이 손님이 몇 시쯤 왔나요?"

"12시 좀 넘어서 왔었습니다."

직원의 말에 응접실에 있는 시계를 본 강하나는 지금 시간이 그로부터 두 시간은 지난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기다릴 리 없을 거로 생각한 강하나는 방으로 올라가 씻고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잠시 후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온 강하나는 숙소를 나섰다. 배가 고파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숙소 앞 거리를 배회할 무렵 직원이 말한 술집에 혹시나 해서 지나치면서 보기로 했다. 그 잠깐에 류경모 대표가 술집 창가에 앉아 강하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류경모였다.

강하나는 그와 눈을 마주친 이상 술집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류 대표님이 어쩐 일이에요?"

강하나가 들어오며 물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그녀의 생머리와 미모가 어우러져 일순 술집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잠깐 뺏겼다.

류경모가 냉큼 일어나 그녀에게 맞은편 자리를 두 손을 뻗어 안내했다. 그는 예전에 회식 때처럼 취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들렸어요. 여기 앉아요. 여기가 제가 자주 오는 술집 중 하나에요. 여기 석청주가 기가 막히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죠."

류경모가 미소를 귀에 걸며 얘기했다. 그는 자리에는 비워진 잔이 네 잔이나 되었다. 강하나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몰랐어요. 대표님이 여기 오실 줄은, 저는 지금 거래가 끝나고 왔거든요. 언제 오셨어요?"

"도착하니 아침 조금 지난 시간이었어요. 지금 온 거면 점심은 어떻게 했어요?"

류경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못 먹었어요. 먹으려던 차에 혹시나 하고 들렸는데 대표님이 계셔서요."

"저야 뭐 직원들한테 일 맡겨놓고 여기저기 다녀도 되니까요. 사실 강 대표님이 부탁한 것도 있고, 내가 미리 오고 싶었던 것도요 있고요."

"..."

"나도 나흘 뒤부터 여기서 거래에 관한 회의가 있어요. 업무차 미리 온거죠, 미리 분위기도 읽고 하는 그런거 있잖아요."

류경모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강인한 인상에서 풍겨오는 호쾌한 미소였다.

강하나는 그가 다른 이들과 거래할 때도 저 미소로 많은 거래를 쉽게 성사 시켰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낯선 곳에서 아는 이를 만나 반가우면서도 그의 미소에 다시 볼이 상기되고 있음을 느꼈다.

음식을 나르는 직원을 붙잡은 류경모가 음식이랑 술을 주문했다. 그의 얼굴을 본 여자 직원도 배시시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내가 원래 일 외적으로는 상인들을 잘 안 만나는데 부담된다면 미안해요."

"아니에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생각보다 좋네요."

"그렇죠. 그게 의외로 힘이 되죠. 나도 처음에 일할 때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마침 직원이 술 두 잔을 들고 왔다. 류경모가 받아서 한 잔을 강하나 앞에 두었다. 직원이 더 필요한 게 있냐고 물었고 류경모는 음식만 나오면 된다고 했다.

강하나는 직원과 대화하는 그를 훑어보았다. 멀끔한 셔츠 깃에 아름수 상회를 나타내는 작은 브로치를 매달고 있었다. 소매는 팔뚝까지 걷어 올리고 있었는데 탄탄한 근육이 보였다. 그는 다른 상인들에게서 보이는 흔한 장신구 하나 하지 않았다. 큼지막한 손과 기다란 손가락은 그의 몸집을 대변하는 듯했다.


"나흘 동안 뭐해요? 할 일 없으면 내가 안평국 소개해 줄게요. 여기 난쟁이들 나라의 건축물은 모두 끝내주거든요."

류경모가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강하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은 흔들리거나 어긋남 없이 강하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대표님. 저 정략결혼 한 사이인 건 아시죠? 남자친구도 있고요."

강하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이 음식을 들고 식탁 앞에 섰다. 그리고 둘을 눈으로 한 번씩 훑으며 음식을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넓은 접시에 잘 섞여나온 샐러드와 구운 닭고기의 살코기만 있었다.


"강하나씨 솔직히 얘기할게요."

"네, 얘기해 보세요."

"솔직히 강대표님 따라다닐 때부터 지켜보았습니다. 그때는 마냥 꼬맹이로 보였는데 혼자서 일을 척척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좀 끌리기 시작했어요.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여성이라니.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류경모는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입가에 묻은 술을 손등으로 훔치고는 말을 이어갔다.


"이건 내 한순간의 감정에 일어난 일이 아니에요. 하나씨가 강 대표님 없이 혼자서 들어올 때부터 느낌이 왔습니다. 그래서 강 대표님한테 물어봤었죠."

"우리 아빠한테요?"

"예, 그런데 강 대표님이 하나씨는 정략결혼이 예정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좋아 하는 마음은 변치 않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정략결혼을 합니까? 보나 마나 하나씨가 어릴 때부터 상대방과 친숙해지도록 계속 의도적으로 만나다가 좋아지는 경우인 것 같은데, 다른 남자를 만나본 적은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대표님. 제가 비록 다른 남자를 못 만나보고 지금의 애인을 좋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너무 아깝지 않아요? 그 젊은 나이에?"

류경모가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강하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앞에 놓인 석청주를 마셨다. 적당히 달달한 밀맥주가 목을 끈적하게 타고 들어갔다.


"제가 대표님한테 조금의 관심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린 앞으로 일을 하며 계속 마주칠텐데 어쩌려고 그러세요?"

"어쩌긴요. 솔직히 얘기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우린 평소의 관계가 되는 거죠. 다만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이 나흘 동안 나 류경모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물인지. 그때 가서 생각해 봐도 늦지 않잖아요?"

류경모가 자기 가슴을 두어 번 치며 얘기했다. 강하나는 그 모습에 팔짱을 끼었다.


"그러면 저도 솔직히 말할게요. 대표님의 그 여성편력에 대한 소문이 난거 알고 있어요? 난 그런 사람이랑 만날 상상을 하기도 싫은데요."

그녀의 말에 류경모의 표정이 사라졌다. 여지껏 들은 적 없는 무미건조한 말로 류경모가 얘기했다.


"하나씨 그건 어른들의 사정입니다. 나는 미혼이며 애인도 없어요. 그러니 자연스레 이성이 꼬이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대부분 내 재산과 지위를 보고 달라붙는 거예요. 그리고 실패하면 그런 헛소문을 내는 거죠. 하나씨만 내게 기회를 준다면 다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

류경모의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남은 술을 한 번에 들이킨 류경모였다.


"나는 하나씨가 지금의 애인과 당장 헤어지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가 누군지 알려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생각 한 번 해주세요."

그의 특유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어요."

"예?"

"알겠다고요. 생각하고 알려줄게요."

강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류경모는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나가고 술을 하나 더 시키려 손을 드는데, 1인 석에 앉은 낯익은 근육질의 여자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강하나를 따라 나갔다.



-----


대탐사도에 환절기를 알려주는 눈보라는 잦아들었다. 이제는 바람만이 매섭게 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눈보다는 오히려 뿌옇게 안개가 끼기 시작했는데 이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었다.

중계본부의 병사들은 벽으로 세운 마차 위에서 감시탑을 만들고 경계근무를 섰는데 날이 추워 모두 화로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모두 잘 안 들린다고 방한모는 쓰지 않았는데, 반면 오성 그룹 사람들은 모두 방한모를 쓰고 있었다.

허주 상사는 술을 마시며 순찰을 돌았다. 그는 병사들을 격려했고 감시탑에서 가시거리를 확인했다. 눈보라 불 때만큼은 아니지만 근거리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때가 습격에 가장 취약한 걸 알았기에 병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병사들은 모두 의기양양했고 자신감도 넘쳤다. 기존에 있던 병사와 새로온 병사 할 것 없이 모두 돈을 배분해서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성 그룹에서 계속해서 질 좋은 식량과 화주(火酒)를 제공해 주었기에 뱃속도 든든했다.

순찰을 돈 허주 상사는 마지막으로 본부 밖으로 나가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은 6명은 충분히 들어가는 천막이 2개 쳐져 있었다. 성별을 구분해서 쓰게 되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여분의 천으로 벽을 만들었고 그 벽 안에는 바닥에 구멍을 깊숙이 뚫은 곳이 있었다. 중계본부를 지을 때 화장실용으로 땅을 깊게 팠기 때문에 아직 화장실을 비운 적이 없었다.

허주 상사가 술을 천막 밖에 세워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지를 내려 물줄기를 뽑아낼 때 밖에서 수풀과 나무가 여러 차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부나 싶었지만 화장실 천막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용무를 본 후 조심히 화장실 문을 열고 소리 나는 쪽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은은한 푸른 빛이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보였다.


"이 개자식들."

허주 상사는 작게 욕을 내뱉으며 품속에서 작은 수석총을 꺼냈다. 그 길이는 약 30센티미터 길이에 2발을 쏘면 장전을 해야 했다. 또한 허리춤에서는 칼을 꺼내 왼손에 쥐었다. 그는 화장실 입구 천막에 가만히 기대서서 누군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뜩 그들이 어느 정도 왔는지 확인을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아까보다 수석총 푸른 빛의 개수가 더 많아졌다. 허주 상사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가장 가까운 푸른 빛을 조준했다. 그리고 조준한 곳에서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여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윽!"

총성과 함께 반대편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허주 상사는 냅다 본부 정문으로 뛰어갔다.


쎄엑! 쒝! 파바바박!

뒤이어 그가 지나온 자리에 날카롭게 바람찢는 소리와 마차에 엽탄이 박히는 소리가 났다.

"비상! 적군이 쳐들어왔다 비상!"

허주 상사는 허공에 대고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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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속사정 24.09.14 2 0 21쪽
15 박미래 24.09.13 3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7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7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7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1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4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9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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