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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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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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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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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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대-5

DUMMY

"좀 전에 굴착 1팀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었어. 응, 알겠어. 그래, 작업도 그 일정만큼 정지시켜야지. 다 우리가 예상했던 일 아닌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보급이나 잘 부탁하네."

남철이 통신석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통신석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푸른 빛이 사라졌다.

남철이 창으로 다가가 닫힌 커튼을 살짝 열었다. 바깥은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탐라국과 붙어있는 대탐사도는 확실히 날씨가 묘한 장소였다. 며칠전에는 그 어느 곳보다 더운 날씨를 자랑하더니 이제는 반대로 눈보라가 치고 있다.

남철은 통신석에 연결했던 통신줄을 올려다 보았다. 통신줄은 바람에 이리저리 휘고 있었다. 고작 섬 주제에 참 알 수 없는 지랄 맞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중앙에는 내륙지방 못지않은 멋들어진 호수가 있다. 근데 그 호수는 탐라국 주제도시 쪽으로만 흐른다. 같은 섬인데 이 불모지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은 날씨까지 급격하게 변했다.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 전해지는 건 없었다. 단지 과거에 누군가 이곳에 살던 요괴들이 정기를 흩트려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게 정설처럼 내려왔다.


벌컥-.쾅!

마차 문이 살짝 열리자마자 바람으로 인해 끝까지 열려 큰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입구에는 하얗게 눈이 쌓인 사람이 몸을 털고 있었다. 그는 오인용이었다. 팔뚝에 당직이라는 완장을 차지 않았다면 누군지 몰랐을 것이다. 방한모와 방한복에 달라붙은 눈을 턴 오인용은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오인용이 방풍 안경을 벗자, 얼굴에 안경 자국만 빼고 모두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마차 중앙으로 다가왔다.


"아 뜨뜻하다. 부장님 확실히 발열석이 연기도 나지 않고 재도 흩날리지 않아 좋네요."

오인용이 장갑을 벗으며 발열석으로 손을 뻗었다. 불은 없었지만, 불이 있는 것처럼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오 대리. 조금 전 주제도시 중계기지에서 연락이 왔어. 보통 환절기인 이때 눈보라가 일주일 안에는 그친다고 하는군. 이제 6일 됐으니, 하루만 버티면 돼. 그 뒤에는 안개가 자욱하다고 하는데 궁금하군."

남철이 따뜻하게 끓인 차를 잔에 따르며 말했다. 차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이 퍼져나갔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경계근무도 이상 없고 확실히 방비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저희 마차들도 문제없습니다."

오인용이 잔을 받으며 말했다.


"그래. 수고했어."

남철이 오인용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데 이 눈보라가 끝나고도 문제야. 허주상사는 자신의 부하만 데리고 왔지, 추가 병력은 데리고 오지 못했어. 지독한 놈들. 우리가 알아서 하라는 거지."

"큰일이네요. 부장님. 모든 게 문제네요. 모든 게 문제야. 군대에, 침략자에, 박미래에, 굴착기지는 요술석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도 않고요."

오인용은 자신이 말하면서 남철의 눈치를 봤다. 남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박미래를 제외하고 모두 예상했던 것이었다. 단지 직접 겪어보니 날씨의 혹독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일 뿐이었다.


"이건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초장기 계획이야. 벌써 김빠지는 소리는 하지 말고. 그리고 문제는 하나 더 있어. 굴착팀들이 이번 자리에서 완료하면 대탐사도 안으로 더욱 들어간다. 들어가게 되면 굴착팀들의 단거리 통신석 사거리 밖이야. 그러면 우리도 본부를 옮기고 연락망을 한 번 정리도 해야 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굴착 1팀이 현장에 도착했는데 굴착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원인 파악 및 작업은 눈보라가 그치고 하기로 했어. 박미래가..."

남철이 생각해 보려는 듯 말을 흐렸다.


"부장님, 박미래가 그 일을 계속할까요? 계속 자신을 집에 데려다 달라고 졸랐다 하는데요."

오인용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본부에서 몰래 일탈한 박미래를 주한이 그다음 날인 오늘, 점심쯤에 다시 데리고 왔었다. 그것도 정보 유출이 명백해 보이는 증거물과 함께 말이다. 오인용은 흥분해 길길이 날뛰었지만, 남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주한과 함께 그녀가 원래 소속된 굴착 1팀으로 보냈다.


"들어보니 박미래가 굴착 1팀 굴착기의 원인인 것 같다. 박미래는 똑똑하니까 할 거야. 그게 계약인데 이행하지 못하면 그녀는 얻는 것도 없이 돌아가게 된다. 돌아가도 이 계획이 자리 잡을 때까지 오성 그룹에 묶어 둘 거야. 그리고 우리는 그녀에게 이행하지 못한 이유를 캐묻고 그녀에게 책임을 묻겠지."



-----



"저기 보인다. 주한 저기 보여."

호과조가 옆에 앉은 주한을 흔들며 말했다.

주한은 방풍 안경에 달라붙은 눈을 닦으며 호과조가 말한 곳을 보았다. 그곳은 우거진 침엽수림이 보였는데 그 앞에는 먼저 출발한 굴착 1팀의 마차들이 있었다. 마차들은 나란히 한줄로 서 있었고 나귀들은 가장 큰 식당 마차와 통신 마차 사이에 메어 놓은 게 보였다. 식당 마차 위로는 모락모락하고 찐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귀들 사이에는 누군가 피워 놓은 모닥불이 바람에 휘청이고 있었다.


"드디어 따라잡았군, 빨리 가서 쉬자."

주한은 말했다. 다만 원래라면 평원에 있어야할 굴착기지가 여기 있는게 의아했다. 원래라면 굴착 1팀은 현재 침엽수림을 벗어나 평원지대에 있어야 한다. 미리 탐색한 침엽수림 지점에서 연구, 조사할 것은 다 했기 때문에 이제는 평원지대에서 굴착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과조는 마차를 맨 끝에 세웠다. 그리고 나귀를 풀어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묶어 놓았다. 주한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눈보라는 침엽수림을 뚫지 못하는 듯 기운이 한풀 꺾인 게 느껴졌다.



쿵쿵.

벌컥-.


주한이 식당차 문에 주먹으로 두 번 두드리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를 호과조가 따라들어갔다. 식당차 안에는 중앙에 난로통에 불이 지펴져 있었고 직원들 4명이 그 옆에 있는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 이제 왔어? 오느라 고생했어. 주한씨."

굴착 1팀장 교 팀장이 자리에 앉아 말했다. 그는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할 때 홧김에 머리를 전부 밀은 40대의 중년이었다. 그가 머리를 밀자 오히려 액면가가 어려졌다고 주변에서 모두 놀랐다. 그런 반응이 내심 좋았는지 그는 그때부터 머리를 밀고 다녔다. 또한 난쟁이들의 나라 안평국의 해상무역 전문가였는데 그도 김가가 믿을 만한 직원이라고 남철 부장에게 얘기했던 터라 오게 된 것이다.


"예, 눈보라가 좀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힘드네요."

주한이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눈을 털었다.


"그렇지. 그래도 곧 그친다고 하니까 괜찮아지겠지. 여기 와서 차 좀 들게. 먹을 것도 좀 줄까?"

교 팀장은 묻기만 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직원이 조리 장소에 가서 차와 누룽지 그리고 곶감 몇 개를 가지고 왔다. 주한과 호과조는 그들의 옆에 앉았다.


"근데 왜 마차들이 여기 있습니까? 평원에 기지가 세워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말이야..."

교 팀장이 곶감을 2개 쥐어 그들에게 주며 말했다. 그는 탐험대에서도 말이 많기로 소문이 났는데 그 입에 시동을 거는 듯 입술을 꿈틀거렸다.


"굴착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어. 오늘 오후부터 작업을 하나도 하지 못했지, 뭐야."

"고장이라도 난 건가요?"

"그럴 리가, 고장 났으면 내가 알아보았지. 그냥 작동을 안 해. 아니 못해."

"그게 무슨..."

주한이 곶감을 씹다 말고 말했다.


"아니, 아니."

교 팀장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전문가라고 모셔 온 사람들 모두 굴착기 작동을 못 해.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이놈들이건 데리고 온 놈들이건 시동 자체를 못 한다니까. 그래서 내가 굴착기 사용법 가지고 있으면 달라고 하면서 전문가들한테 얘기했는데 다들 없데."

"잃어버린 겁니까?"

주한이 묻자 교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안현성이 조수 있잖아. 그가 데리고 온 정부. 박미래! 우리 기지에서 몰래 도망치다가 잡혔다며? 아무튼."

"박미래가 가지고 있다고 합니까?"

주한이 물었다.


"아니 안현성 교수 몰래 태워버렸데. 미친 거 아니야? 지금 자네 마차에 타고 있지?"

"예."

"그것도 웃겨 여태 굴착 장소 세 군데 밖에 안 갔지만 다 박 조수한테 짬 시켰다는 거 아니야? 그래놓고 전문가들이 고작 3번 안 했다고 그새 사용법을 까먹어? 죄다 술만 처먹었다는 거 아니야!"

교 팀장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모습을 모두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교 팀장은 몯의 집중을 받은 게 뻘쭘했는지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그래서 어차피 눈보라도 피할 겸 이곳으로 왔지. 우리가 기지 세울 곳은 바람을 막아줄 게 아무것도 없거든."

"그렇군요."

마차 창고 칸에 잡아둔 박미래는 첫날에 심히 난동을 피웠지만 이튿날인 오늘부터 얌전히 있었다.


"그리고 안현성 교수에게 전말을 들었어. 우선 둘이 뭐 그런 관계인 줄 알았는데 안현성이 말하길 그런 거 아니래. 뭐 개소리인 건 누구나 알지만 아무튼, 연구자료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자신이 연구한 거여서 그 돈을 온전히 자기만 가지기로 했었데. 그런데 박 조수는 그게 아니었던 거지. 자기도 같이했으니 그 돈을 반씩 나누자고 했데. 반씩 나누지 않겠다면 자기가 굴착기를 작동하지 않겠다고 한 거야. 그래서 안현성 교수가 알겠다고 했다는데. 박 조수가 돈을 혼자 다 먹으려고 그 연구자료를 빼돌리고 혼자 빠져나간 거지."

"제가 듣던 거랑은 다르네요."

"우리는 전문가 4명이랑 나랑 포함해서 들었어. 자네가 들은 건 뭔데?"

"박미래가 말하길 안 교수가 사실 대현 그룹 내통자랍니다."

"뭐?! 말도 안 돼."

"그래서 그가 정보를 대현 그룹에 팔려고 했는데, 자신은 제외시켜서 홧김에 그랬다고 합니다."

주한의 말에 다른 직원들이 알겠다는 듯이 작게 아-. 하는 탄식을 내었다.


"안 교수나 박 조수나 둘 다 문제네요."

한 직원이 입을 열었다. 마차에 적막이 찾아왔다.


"박미래가 굴착기만 작동시키면 되는 거죠?"

주한이 차를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사실 부품이 하나 빠진 것 같아.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그래도 짬이 있지. 어떻게든 이것저것 연결했단 말이야. 근데 뭔가 있어야 할 장치가 하나 없데. 그 동력을 나사에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톱니바퀴 하나가 없어서 자꾸 헛돈다고 해."

교 팀장이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 시늉을 했다.

"알겠습니다. 가자 호과조."

호과조는 남은 곶감을 입에 쑤셔 넣고는 차도 마셨다. 둘은 모자에 걸은 방풍안경을 쓰고 식당마차를 나갔다.


"묵직한 남자구만."

교 팀장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팀장님이 말이 너무 많은 거라니까요."

옆에 앉은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됐고. 술이나 마시자. 술 가져와!"



-----



주한이 마차를 열고 들어갔다. 박미래는 방한복을 이불 삼아 창고 칸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나와."

창고 칸 자물쇠를 열고 주한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는 저항하는 듯 손을 빼려고 했지만, 금세 포기하고 주한에게 딸려 나왔다.

"잠깐만, 무슨 일인데."

"그건 알 거 없고 나와."

주한은 그녀가 방한복을 챙겨 입든 말든 마차 밖으로 잡아끌었다.

손목을 잡힌 박미래는 옆에 놓은 방한모와 방풍 안경은 챙기지 못했다. 마차 밖은 여전히 눈보라가 치고 있었지만 낮보다는 약했다. 하지만 밤이라 그런지 추위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잠깐! 나갈 거면 방한모랑 안경 좀 챙기게 해줘!"

"넌 이제 그거 필요 없어. 호과조!"

주한이 호과조를 찾았다.

마침 호과조는 쉬고 있던 노새 한 마리를 끌고 왔다. 방한복을 입고 있는 노새였다. 호과조는 고삐를 주한에게 넘겼다. 그리고 마차 안으로 들어가 한쪽에 비상 파발용으로 놓은 안장을 꺼냈다. 방한복을 입고 있는 노새에 안장을 얹고 쉽게 떨어지지 않게 밑에 양쪽으로 늘어진 줄을 묶었다. 박미래는 그 모습에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노새 위에 주한이 먼저 올랐다. 뒤이어 호과조가 박미래를 냉큼 들어 올렸다.


"뭐야! 무슨 일인데!"

박미래가 소리쳤다.

주한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이어받아 자신의 앞에 앉혔다. 그리고 도망 못 치게 팔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갔다 올게. 바로 따라 올 수 있지?."

"그럼! 탐라인을 뭘로 보고."

호과조가 대답하며 노새의 궁둥이를 손바닥으로 힘껏 쳤다. 노새는 평원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눈보라에 박미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일이냐고! 어디 가는 건데! 날 태평마루로 다시 데려가기로 한 거야?"

박미래가 물었지만, 주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새는 앞서 굴착 1팀이 세운 이정표를 10여 분 정도 따라 잘 가다가 옆으로 빠졌다. 노새가 가끔 보이지 않는 바닥에 발을 헛디뎌 기우뚱했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10분을 더 간 주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숲에서 들리던 부엉이나 늑대의 울음소리도 여기선 들리지 않았다. 그저 눈 위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주한이 냅다 박미래를 내쳤다. 박미래는 앗-. 소리를 내며 예상하지 못한 듯 옆으로 떨어져 어깨부터 떨어졌지만 바닥과 부딪혀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쌓인 눈들이 완충 역할을 해줘 그대로 눈 속으로 절반가량 푹 들어갔다. 주한은 노새를 몰아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나 이것도 다 고발할 거야! 천하의 오성 그룹이 파견된 전문가를 막 다룬다고!"

박미래가 주저앉은 채 주한을 향해 고래고래 외쳤다. 그녀의 얼굴은 추위에 벌겋게 상기되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고발할 건데?"

"어떻게 고발하긴 왕실에 직접 찾아가서 다 얘기 할거야! 거기에 장문의 글을 써서 여기서 있던 일 샅샅이 말이야."

"그니까 여기서 어떻게 거기까지 가서 고발할 건데?"

주한이 그녀의 주변을 빙빙 돌며 물었다.

박미래는 그의 행동에 표정이 일순 굳어진 게 보였다. 추위에 덜덜 떨던 얼굴이 멈춘 것이다.


"나를, 날, 날, 여기 두고 가려고?"

"......"

박미래가 물었지만, 주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길 잠시 다른 노새 한 마리가 더 왔다. 그 위에는 사람이 한 명 타고 있었는데 호과조였다. 주한이 호과조를 돌아보았다.

"돌아가는 길 알겠어?"

"탐라인 인생의 절반이 겨울이고, 난 군인이야. 이 정도는 쉽지."

"가자."

주한이 말했다.

떠나가는 둘의 뒷모습에 박미래는 냉큼 뛰었다. 주한의 옆에 선 그녀는 그의 발에 매달렸다.


"제발! 나 이렇게 죽기는 싫어! 제발!"

박미래가 울면서 소리쳤다.

주한은 대답하지 않고 노새의 고삐를 재촉해 속력을 올렸다. 그녀는 매달려 질질 끌려가는 형세가 되었다가 그의 다리를 놓치고 다시 주저앉았다.


"왜 이러는데! 정보를 팔아먹으려고 한 게 죽을 일이야! 이렇게 죽을 일이냐고!"

박미래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녀는 다시 일어나 이번에는 호과조에게 매달리려고 했다. 호과조는 그녀를 인식하고 달라붙지 못하게 속도를 올렸다. 박미래는 멀어지는 둘의 모습에 주저앉으며 눈물을 흘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단발머리가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어 그대로 얼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그들의 뒤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 쫓아갔다.

박미래가 눈물 콧물을 쏟으며 눈을 헤치며 나아가기를 체감상 약 20분은 지났다. 몸은 무겁고 발은 점점 땅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얼굴에는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주한의 노새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주한은 그녀를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단발머리의 새침한 그녀는 지금 완전히 헝클어져 있었다.


"제발,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박미래가 눈물과 콧물을 팔로 훔치며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면 굴착기에 무슨 장난을 쳤는지 다 말해."

주한이 말했다.

박미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콧물을 훌쩍였다.

"내 마차 속옷 가방에 동력 전달 톱니바퀴가 있어, 그리고 내 개인 금고 상자에는 작은 압축기가 있어요."

"끝이야? 더 없어?"

박미래가 고개를 크고 빠르게 끄덕였다. 주한이 보았을 때 거짓말로 보이지 않았다. 주한이 호과조를 보며 말했다.

"호과조 네가 태워라."

"알겠어."

박미래 옆으로 호과조가 노새를 몰았다. 호과조가 손을 뻗자, 박미래가 천천히 마주 잡았다. 하지만 몸이 얼어 쉽게 올라타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주한은 노새에서 내려 그녀를 들어 올렸다. 얼어서 딴딴해진 팔과 다리가 느껴졌다. 그녀가 호과조 앞에 앉자, 주한은 자신의 방한모를 벗어 그녀의 머리에 덮어주었다. 박미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훌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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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속사정 24.09.14 2 0 21쪽
15 박미래 24.09.13 3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 탐험대-5 24.09.10 7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7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0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4 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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