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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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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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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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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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외부세력

DUMMY

"이사관님 정 회장이 일을 왜 이리 크게 벌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성 그룹을 향하는 마차 안에서 태평마루 국가 방위 부대장 박희석이 말했다. 그의 맞은편에는 태평마루 국가 비서실장 정일호가 궐련을 피우며 앉아있었다.

정일호가 임관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태평마루 국가의 속속 사정을 알고 오성 그룹과 정 회장의 면면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침부터 들려온 소식은 충격이었다. 오백 년의 임차권이라니. 라탐국도 미쳤고 정 회장도 미친 게 분명했다.


"진짜 섬에서 나라라도 만들려는 걸까요?"

박희석이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그 속마음은 그 노인네만 알겠지요. 십 년 전부터 노인네가 계속 소원했던 겁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자원도 미비한 태평마루 국가에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면서요."

"그렇겠지요. 그 사실은 널리 자명한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던 양반이 백 년이면 그 소원 풀기에 적절한 것을, 그 다섯 배를 불려서 가지고 오다니요. 이거 자칫하면 국가 위기입니다. 왕께서는 불편함을 드러내셨어요. 이 작은 도시 국가에서 용이 난 기업인데, 용이 고향을 떠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 ..."

"그런데 재경부는 세금 더 걷으려고 나하고 쯧!"

박희석의 목소리가 고양된 게 느껴졌다.

궐련을 깊게 들이켰다 내신 정일호는 나긋하게 말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진정하시죠. 곧 도착합니다."


마차가 멈추고는 밖에서 경비원과 마부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 오성 그룹 마당 한가운데 우뚝 솟은 3M 높이의 진자시계 건물이 보였다. 4면으로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시침이 오후 3시를 막 다가가고 있었다. 이윽고 마차는 움직이기 시작해 오성 그룹의 정문을 넘어갔다.

진자시계 건물을 기준으로 회차로가 나 있었는데 마차가 본관 앞에 진입해 멈춰 섰다. 마차에서 정일호와 박희석이 내렸다. 두 사람은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는데 정일호의 한 손에는 가방이 들려 있었다. 박희석은 군인 출신이라 정장이 몸에 안 맞는 듯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마차는 회차로를 통해 그대로 옆에 마련된 주차 구역으로 진입했다.

본관에서는 오성 그룹 직원이 미리 마중 나와 둘을 맞이했다.


"따라오시죠. 접견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접견실은 계단을 오르며 본 소박한 내부와는 달랐다. 방은 넓고 컸으며 다른 세계에 온 듯이 유달리 화려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 정 회장이 다른 국가에서 선물 받은 것들로 장식했기 때문인데, 장식들은 각기 다른 모양과 분위기를 풍겼지만, 모난 곳 없이 잘 어우러졌다.

직원은 앉아서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접견실을 나갔다.

잠시 후 접견실 밖에서 지팡이 짚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하하. 오랜만이오. 정 실장."

정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면 접견실로 들어왔다. 그 뒤에는 비서실장 김가가 따라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일호와 박희석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회장에게 목례를 했다.

정 회장도 그에 반응하듯 작게나마 연신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정 회장은 상석에 도착해 앉기 전에 목을 가다듬고 두 사람에게 번갈아 악수를 건넸다.


"다시 한번 반갑소. 정 실장."

"예.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처음 뵙겠습니다. 국방방위 부대장 박희석이라고 합니다."

박희석은 투박한 손으로 정 회장의 손을 잡았다. 그도 자신과 같이 투박한 손을 가진 것을 느꼈다.


"알고 있소, 익히 들었지. 처음 뵙게 되어 반갑소."

"예, 흔쾌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접견실이 아름답네요. 회장님."

정 회장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김 실장이 두 사람에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앉으라는 손짓을 취했다. 그 손짓에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맞은편에는 김실장이 앉았다.


"다 선물 받은 것들로만 꾸몄지. 특히 저기 벽에는 우리 선대 왕께서 국가발전 공로를 인정하여 준 상장과 사인검도 매달아뒀지."


접견실의 상석 맞은편 벽에는 작은 상장과 함께 요기가 없어도 푸른 빛을 발하는 사인검이 멋들어지게 장식되어 있었다.


"들었습니다. 유통가게에서 빵집 신화를 이루고 그것도 모자라 광석 세공, 제조 등의 신화를 이루셨다고요. 그게 마치 도깨비의 요술과 같아 국가에서 만든 최고급 사인검을 받은 유일한 인간이시라고요."

박희석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줄줄이 입에서 뱉어냈다. 이는 정 회장이 접견실에 새로운 손님을 받을 때마다 하는 행동 중 하나로 암암리에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회장님 최근 대탐사도..."

"잠깐. 차가 들어오는군요. 일단 입 좀 축이시죠."

박희석이 화두를 빠르게 돌리려고 하자 김 실장이 이를 막았다.

마침 방안으로 다과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박희석이 헛기침을 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예, 알겠습니다."

정 회장은 무표정하게 자신 앞에 놓인 차를 들었다. 찻잔을 들어 차의 향을 음미하는 그는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방안의 다른 이들도 정 회장의 속도에 맞춰 차를 한 모금씩 마셨다.


"하려던 말씀이?"

정 회장이 박희석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한 건 정일호였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최근 대탐사도에서 큰 성과를 내셨다고요."

"고마워요. 정 실장. 아직 성과도 없지만요."

"시작이 반이라고 얘기들 하지 않습니까."

"예, 그런 말도 있지요."

"그런데 한 편으론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정 회장의 반응이 없었다. 정 회장은 김 실장한테 고개를 돌려 턱짓했다. 대신 대답하라는 뜻이었다. 김 실장은 그의 신호를 알고 있었다.


"우려라고 하시면은 무슨 우려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김 실장이 물었다.


"왕실에서는 이게 국부 유출이 아니냐고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 영감님들의 발발이 심해요. 오성 그룹이 대탐사도 개척에 성공하면 그곳으로 이주할 게 뻔한데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하지 않냐. 이럽니다."

"국부 유출이라는 말은 좋지만, 쓰읍..."


정 회장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김실장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국부 유출이라니요. 저희 오성 그룹이 축적한 자산의 일부는 언제나 태평마루 국가에 충분히 환원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극비리에 준비하는 사업인데 영감님들도 다 아시다니요."

"예, 국가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압니다. 또 이곳 접견실에 한 번이라도 오신 영감님들은 이제 다 아실 겁니다. 십 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니까요."

"십 년."


정 회장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제가 얘기해보겠습니다."

"아니다 김 실장."


그의 걸걸한 목소리는 방안에 잠시 침묵을 가져다주었다. 정 회장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김 실장은 십 년이란 단어가 정 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십 년 동안 태평마루 국가는 오성 그룹을 위해 뭘 해줬어요?"

"회장님..."

정일호가 대답을 하려 했으나 정 회장은 듣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오성 유통을 시작할 때 국가가 세금을 내라 해서 냈고, 학교, 집 같은 시설이 부족하니 힘을 보태라고 해서 보탰고, 국가 소속 도깨비들이 오성 그룹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손을 빌려줬어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정 회장이 다시 한번 정일호의 말을 잘라 말했다.


"아직, 말 안 끝났어요. 우리 오성 그룹은 폐 두 짝 중 하나를 국가에 내어주며 컸습니다, 자원이라고는 코빼기도 없는 나라에서 말입니다. 그저 논이랑 사과밭밖에 없는 농촌, 촌뜨기들의 국가에서 말이에요."

"예, 우리 국가가 천연자원이 부족한 것도 압니다."

"그러면 이것도 알고 있지 않나요? 내가 10년 전에 왕 앞에서 얘기했어요. 라탐국과 자원수교를 맺자고요, 그랬더니 당신의 왕님께서 뭐라고 하신 줄 알아요?"


정 회장은 격해진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전쟁이라도 일으켜서 땅을 뺏을까요? 그랬어요. 그게 말이 된다고 봐요? 농담도 농담같은 소리를 해야지!"

"회장님 진정하시죠. 차가 향이 참 좋습니다."

김 실장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정 회장을 보며 얘기했다. 정 회장은 심통 난 표정을 지으며 김 실장을 보고는 코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뱉었다. 그리고 김 실장의 말대로 찻잔을 들었다. 정 회장은 진정이 된 듯 말을 다시 이어갔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며칠 뒤 다시 찾아가서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우리 정일호 비서실장이나 주변 보좌관들이 조언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랬더니 그때는 마음대로 하래요. 그게 무슨 뜻이요? 우리 오성 그룹이 뭘 하든 관심 개미똥구멍 만큼도 없다는 거 아니요?"


정일호와 박희석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리 현재 왕이 어리다고, 오성 그룹의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왕이면 생각이 그렇게 없어도 된다고 봐요? 정 실장이라면 50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자식을 그런 멍청한 왕 밑에 둘 거에요? 정일호 실장님은 아실거요. 우리 오성 그룹이 왕가에 십 년 동안 누누이 말했던 것을요. 라탐국에서 개발권을 얻어 우린 자원을 개발하겠다고 했고, 그동안 왕가는 알아서 하라는 태도로 일관했소. 그게 전부요."

"그때는 현재 왕께서 즉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속 사정을 모르실 때였습니다. 지금은 나라의 속사정을 아시니 태도가 다를 겁니다."

"이젠 정말 오성 그룹이 알아서 할 차례요. 정말 간섭하고 싶으면 지랄하지 말라고 대답하겠소."


정 회장이 더 할 말 없다는 듯 눈을 감았다. 방안에 다시 한번 침묵이 찾아오는 듯했지만, 박희석이 침묵을 깨버렸다.


"회장님. 그래도 우리 태평마루의 왕입니다. 멍청하다니요? 지랄하지 말라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박희석이 단호하고 격양된 목소리에 정 회장은 실눈을 뜨고는 다시 감아버렸다.

정 회장의 눈에 그는 전 국왕이 죽고 현재 왕이 즉위할 때 같이 임관된 애송이일 뿐이었다. 김 실장은 정 회장의 모습을 보고는 대신 입을 열었다.


"이봐요. 박 부장님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요?"

"어느 안전이긴, 태평마루에 소속된 오성 그룹 접견실이지. 오성 그룹이 회장이면 국왕님보다 뭐라도 돼?"

박희석의 뻔뻔한 태도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격양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김 실장의 눈빛이 도끼눈으로 변하며 그를 따라 일어났다. 그 눈빛은 곧 박희석을 찢어놓을 기세였다.


"어리석은 놈아.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우리 오성 그룹을 어느 나라든 모셔가고 싶어 하는데, 네 놈은 왕을 닮아 오히려 내 쳐버리려 하는구나. 왕님을 모신다고 해서 네가 왕이라도 된 줄 착각한 모양인데,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네 놈 한량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둘이 으르렁거리는 태도에 정일호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잠깐, 잠깐만요 둘 다."


정 실장이 양손을 들며 손바닥을 펴 보이고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취했다.


"김 실장님 미안합니다. 우리 박 부장님이 이런 자리에 익숙 하지가 않아요. 외부 활동만 하시다가 이번에 안으로 들어 오신지 얼마 안 됐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잘 몰라요. 박 부장님도 그러면 안 돼요.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김 실장님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정 실장의 사과에 김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각오해라. 네놈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왕이 네놈의 안락한 치마폭이 되어줄지 안될지는 금방 알게 될 거니까."

김 실장은 진정된 목소리로 박희석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박희석은 입을 다물고는 뭐라고 하지 못한 체 자리에 앉았다. 정 실장은 두 사람을 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것 참, 얼굴도장을 좋게 찍어야 하는데."


정 실장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정 회장이 어느새 눈을 뜨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앞의 상황은 모르쇠로 일관한 태도였다.


"정 실장. 가지고 온 게 뭐요? 고작 이런 얘기 하자고 여기 온 건 아닐 테고."

"예 회장님.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저희는 오성 그룹에서 임차권을 포기하거나 다시 백 년으로 축소 시키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하, 국가가 기업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라. 전 국왕님이 주고받는 게 확실하셨지. 급사로 변고를 당하지만 않으셨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군. 지금 왕은 받는 것만 할 줄 아니 쯧쯧."

정 회장이 혀를 차며 박희석을 보았다. 그의 붉어진 얼굴이 확연히 보였는데 박희석은 애써 정 회장의 눈길을 피해 앞만 보고 있었다.


"예,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내가 그래도 함께 해온 정이 있는 정일호 실장님이 있으니까, 빈손으로 내보내지는 않겠어요. 우리가 협상에 실패했을 때 최소한으로 뭘 손에 들고 가면 좋겠어요?"

"글쎄요. 최소 백 년은 오성 그룹이 라탐국으로 이전 및 국유 유출하지 않는다는 증서 정도면 될듯싶습니다."

정 회장이 그의 말에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옆의 김 실장을 쳐다보았다. 김 실장은 목을 가다듬었다.


"오성 유통 본점과 오성심당 식당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전통성은 챙기시죠. 회장님."


김 실장의 말을 끝으로 정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김 실장은 물론 정 실장과 박 부장이 일어났다.


"들었지요? 정일호 실장님과의 정이 있어서 이 정도 손에 쥐어드리는 거에요. 그 외에는 아까랑 할 말이 똑같소. 정 실장이 안오고 다른 사람이 왔다면 국물도 없었을거요."


정 회장이 접견실을 나가다 박 부장의 옆에 섰다.


"오성 그룹이 하는 일에 나부랭이가 지랄하지 말라."

정 회장이 걸걸한 목소리로 낮게 얘기했다.

박희석은 그 말에 이번에는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쳤다. 다만 붉어진 얼굴과 꽉 다문 입술을 보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정 회장은 다시 문을 나가며 말했다.


"조심히 들어가시오. 정 실장."



-----



"곽 부장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명진 차장이 보고서를 내려놓고 물었다. 맞은편에는 곽도현 부장이 입에 궐련을 물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몰라 시발."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되죠. 곽 부장님"


곽도현은 궐련이 다 타들어 갈 때까지 말없이 앉아있었다. 전명진은 그가 생각할 때 하는 태도란 걸 알기에 그가 대답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재떨이에 담배를 내려놓은 그가 입을 열었다.


"누가 아냐, 오성 사업 아니, 그룹의 미친 짓을 말이야. 특히 정 회장의 움직임을 알 수가 없어. 아주 세공되지 않은 인강철이랑 똑같아. 안에 요기는 품고 있는데 잘못 건드리면 터져.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은 그게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결과를 봐야 안다는 거야."

"그러면 정 회장은 이게 좋은 쪽인지 알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움직였겠지. 라탐국은 개발이 안 된 만큼 광물과 자원이 풍부하다고 소문은 났지만, 그 소문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아냐는 거야. 또 그 대탐사도는 범죄자들이 숨어있는 소굴이잖아. 미치지 않고서야."


전명진이 자리에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창밖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대현 그룹 마당에는 자전 시계가 오후 8시를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오성 그룹의 후발 주자였는데 이번 건도 따라갈까요?"

"뻔하지 않냐 그러니까 회장님이 나랑 너를 불렀겠지."


대현 그룹은 태평마루 국가 옆에 붙어있는 강대쏠 국가의 기업이었다. 곽도현이 잠자코 있다가 몸짓으로 성질을 냈다.


"아, 염병. 그놈들은 인강철을 이용한 장거리 통신에 성공했으니 여유가 있다는 거지. 우리는 단거리만 성공해서 아직 갈 길이 먼데 말이야."


곽도현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대현그룹도 인강철을 이용한 통신을 연구하고 있는데 담당자가 그였기 때문이다.

대현 그룹은 오성 그룹 다음으로 인강철을 잘 다루는 기업 중 하나였다. 다만 사업의 폭은 좁아 오로지 인강철 연구 및 세공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은 꾸준히 따라가고 있었는데 비결은 오성 그룹의 복제품 생산이었다.


대현 그룹의 초대 회장이자 현 회장 박대현은 오성 그룹에서 일하던 연구원이었다. 오성 그룹에서 통신 기술을 연구하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금방 그 기술을 가지고 나와 따로 사업을 차린 것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박 회장이 기술은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었다.

잠시 후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회장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회장실에서 박대현 회장이 불렀다는 것이다.

둘은 회장실로 들어갔다. 박 회장은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 책상 끝에는 회장 박대현 이라는 명찰이 옥과 자개로 멋들어지게 있었다. 회장이 무언가를 다 적고는 고개를 들었다. 늙수그레한 얼굴에 살이 붙어 움직일 때마다 볼살이 떨리는 게 보였다.


"뭐해, 앉아."

"예."


둘은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의자 앞 탁자에는 앞서 손님들이 마시던 물이 있었다. 곧 박 회장도 그들과 마주 앉았다.


"장거리 통신은 어때 성공했나?"


박 회장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곽도현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됐어. 원래 연구가 그런 거야. 성공하면 대박, 못하면 그냥 뭐, 평범한 거야. 언젠가 이른 시일 내에는 성공하겠지."

"예. 감사합니다."


박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말함직 한데 박 회장은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머릿속에서 자신의 결정을 되짚어 보고 있던 것이다. 회장실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러기를 몇 분, 둘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곽도현은 긴 침묵에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전명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었다. 박 회장이 말했다.


"곽 부장 자네가 말한 거 진행해보게."

"제가 말한 거라고 하시면?"

"왜, 오성 그룹이 개척단을 꾸리면 우리 사람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거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거리 통신밖에 안 되지만, 우리 사람이랑 여기랑 어떻게든 연락이 되게 해봐."

"회장님. 라탐국은 내륙과는 거리가 상당해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곽도현이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전명진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예 회장님, 라탐국과 내륙의 거리는 꽤 됩니다. 오성 그룹이면 몰라도 저희는 통신기를 약 네다섯 개를 두고 거리마다 중계해야 합니다."


박 회장이 옆에 책상에서 손을 뻗어 아까 적던 종이를 집었다. 종이에는 사람 이름이 몇 적혀있었다. 곽도현이 종이를 건네받았다.


"회장님 이건?

"오성 그룹 통신 중계기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야. 매수한 지 꽤 되었으니 믿을 만할 거야. 우리의 정보는 기록되지 않게 오성 그룹의 장거리 통신을 이용해서 주고받도록 짜보게. 정 힘들면 편지를 이용해 주고받든가 하고, 그것도 여의찮으면 자네들이 잠입해도 괜찮아."

"저랑 전 실장은 얼굴이 알려져서 안 될 건데요."

"흐흐흐, 농담이네. 오성 그룹에 들키지 말고 알아서 잘해봐. 지원은 필요하다면 뭐든 해주겠네."


박 회장이 음침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대현 그룹은 어떻게든 오성 그룹 기업의 기술력을 빼먹으면서 커왔다. 그는 이번 일은 크게 빼먹을 기술력은 없어 보였지만, 만약 있다면 최소한의 투자로 콩고물이라도 얻자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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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속사정 24.09.14 2 0 21쪽
15 박미래 24.09.13 3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7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7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1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4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9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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