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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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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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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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마루의 한현호

DUMMY

한현호가 배치받은 부서는 오성 본사의 영업3부였다. 강대쏠 국가를 담당하기에 사무실은 태평마루 서문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가 그곳을 지망한 것도 있지만, 그의 집안과 출신이 강대쏠에서 명망이 높았던 것도 이유가 컸다.

강대쏠국가는 태평마루의 서쪽에 맞닿아 있었는데 중간에 놓인 산맥이 둘의 경계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산맥을 넘어가면 강대쏠의 넓은 초원이 한눈에 보였다. 초원들도 모두 기름진 토양이였기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농산물과 축산물이 생산량이 많았다. 그리고 요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자 그 생산량은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렇기에 주로 농, 축산물을 수출하던 국가였다.

한현호의 부서는 주로 농산물의 수출입을 맡았다. 그리고 최근 농산물의 수입을 증대를 위해 부서 인원을 더욱 추가시키고 있었다. 이는 최근에 상부에서 세운 새로운 계획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 계획에 따른 수입량을 산출해보면 평소 수입량의 1.4배가 평균치이지만 그 수치는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최종 목표는 새로운 계획에 맞춘 농산물의 비축량을 점차 늘리는 것이었고, 현재 연구 중인 온도조절기가 완벽하게 작동되면 축산물도 비축하기 위한 다음 계획도 있었다.

밖에 회의차 나가 있던 부서장 한동근이 종이들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신입인 한현호와 이푸름의 책상에 다가왔다.


"한현호 씨와 이푸름 씨, 원래 한, 두 달 동안 일을 천천히 배워야 하는데 요즘 회사 일이 많아서 말이야. 읽어보게."

한동근이 들고 있던 종이들을 두 사람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신입 교육 책자와 함께 농산물의 수출입 집계가 필요한 자료들이었다.


"천천히 잘해보라고."

한동근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할 게 생겨서 다행이네요.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었는데."

이푸름이 한현호를 보며 속삭였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단발이 부드럽게 찰랑였다.

둘의 책상은 붙어있었는데 같이 영업3부에 배치된 그의 입사 동기였다. 영업부에서는 여사원을 잘 뽑지 않았는데 그녀는 계보가 몇 되지 않는 새로운 여직원이었다. 근래에 들어 요괴라는 위험도 사라진 것도 컸지만, 그녀의 체력 검증은 남자 사원들보다 평균을 웃돌았기 때문이었다.


"자, 오늘은 꼭! 퇴근 후에 다들 회식하자고 새로 온 사원들을 환영해야지."

한동근이 사무실에 울려 퍼지게 말했다. 그래봤자 사무실 인원은 6명뿐이었다. 총 10명이었는데 나머지는 외근을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 좋지요. 내일은 쉬는 날인데 밤늦게까지 달립니까?"

말술로 유명한 이창근 대리가 자리에서 물었다. 한동근 부서장 다음으로 이 부서에서 가장 오랫동안 있던 사람이었다.


"종교라는 게 참 좋아. 쉬는 날도 마련해주고 말이야. 이 대리, 술 생각할 시간에 내가 말한 자료나 가지고 와."

"예, 현호 씨 푸름 씨 내가 말한 거 준비가 다 되었나?"

이창근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현호씨는 타 사업체에서 매입해가는 곡물 가격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작성하라고 했고, 푸름씨는 강대쏠에서 오는 우편들 정리해서 표제만으로 화두들을 간략히 나열하라고 했었는데 말이야."

이창근 대리가 두 사람의 자리 뒤에 섰다.


"여기 있습니다."

한현호가 작성한 표가 적힌 서류를 이창근 대리에게 건넸다.


"제 것도 여기 있어요. 총 13가지의 화두거리가 있습니다."

이푸름도 이창근 대리에게 서류를 건넸다.

"뭔 13가지나 돼? 다음부터는 10개 미만으로 더 줄여봐."

"예."

이푸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술로 유명한 그는 옅 붉은 얼굴로 두 사람의 서류를 받았다. 둥근 얼굴과 몸으로 푸근한 인상을 주는 그였지만 일할 때만큼은 철저한 사람이었다. 자리로 돌아간 받은 서류를 자신의 서류와 잠깐 비교해 본 후 자신이 만든 보고서 목차에 맞게 끼웠다.


"여깄습니다. 부장님."

이창근 대리가 한동근 부장에게 서류를 건넸다. 한동근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겠다고 한마디 하였다. 그 모습에 이창근 대리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푸름이 또 속삭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네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니. 난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



한현호와 이푸름은 '술'이라는 풍등이 걸린 식당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아직 해가 채 저물지 않은 4시 40분이었다. 길거리는 저녁거리를 사는 사람들과 각자 목적지를 향하는 사람들로 분주했고, 식당가 길목은 하나, 둘 사람들로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벌써 회식이 미루어진 지 3번째네요. 앞으로 계속 이런 날이 계속되겠죠?"

이푸름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아마도요?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군. 남의 밑에서 일한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한현호가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들의 일은 매일 4시 30분에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게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사는 항상 그 시간 이후에는 항상 다른 부서에 불려갔다. 다른 이들에게 건너건너 듣기에는 원래는 시간에 맞추어 다들 일을 종료했지만, 최근 새로운 계획으로 인해 바빠졌다고 한다. 둘이 사무실을 나올 때 이창근 대리가 이번에는 꼭 같이 마시자고 두 신입 사원을 붙잡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한동근 부서장이 이창근 대리를 붙잡고 두 사람을 보내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술과 안주를 시켰다. 둘만 있는 자리가 처음이라 적막이 감돌았다. 그 적막을 깬 건 이푸름이었다.


"그런데 여자친구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은 만나는 날 아니에요?"

"내 여자친구는 내가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나기 어려워. 그녀는 상인이야.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지. 지금쯤이면 아름수 국가로 들어갔으려나."

"와, 여자의 몸으로 상인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혼자서요?"

이푸름이 물었지만 마침 음식이 나와 둘 사이에 적막이 잠깐 흘렀다. 각자 앞에는 맥주 한 잔과 젓가락이 놓였고 둘의 사이에는 해물파전이 놓였다. 직원이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과 함께 한현호에게 눈을 맞추자 한현호는 싱긋 웃어 보이며 고맙다고 했다. 직원이 물러가고 한현호가 잔을 들었다.


"혼자가 아니야. 아름수 상회 소속이지. 그녀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족보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도 상인 집안이거든."

"아, 상회에서 다니는 거면 괜찮겠네요."

한현호가 건배하자는 손짓에 이푸름이 잔을 부딪히며 얘기했다.


"그렇지,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다니니 훨씬 안전하지. 그리고 벌써 그 경력이 10년이나 됐어."

"10년이나요? 와, 그거 대단한데요?"

이푸름이 놀란 듯 묻고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한현호도 그녀를 보고 따라마셨다.


"그래, 그녀는 10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녔거든."

"어디 보자, 10살 때부터 10년이나 아버지를 따라 일을 배웠으면 스무 살이고 나랑은 한 살 차이고, 나는 이제 일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대단하네요."

"나도 마찬가지야."

"어?! 현호씨는 나보다 오빠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 내가 푸름씨보다 8살 더 많지, 29살이야."

한현호가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해물파전은 식탁에 나올 때 미리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있었다. 한현호는 해물파전을 한 조각 입에 집어넣었다. 맛 좋아 보이게 만드는 기름 냄새와 해물 냄새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코로 올라왔다.


"어, 그러면, 여태 뭐 했냐고 물어봐도 돼요?"

이푸름이 조심스레 해물파전을 집으며 물었다.


"그래, 물론이지. 별거 없어 집안일을 도왔지."

"아, 나랑 처지가 비슷하네요. 나도 집안일을 도우다가 부모님이 출가해서 다른 일을 구하라던가 결혼을 어서 하라고 해서 운이 좋게 여기 온 건데."

이푸름이 해물파전을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그녀가 한 번씩 씹을 때마다 단발머리가 미약하게 찰랑찰랑 거렸다.


"난 출가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어."

"엥, 그건 왜요?"

이푸름이 잔을 들다 말고 의외라는 듯 물었다.


"푸름 씨 집안은 논이나 밭이 있나? 있으면 얼마나 있지?"

"네, 밭이 있는데 한 듣기로는 200평? 조금 안 되었나? 아무튼 그 정도로 부모님이 작물 이것저것 키우면서, 한 편으로는 소작을 받아 생활했었죠."

한현호가 잔을 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런 말 하면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 우리 집은 소작을 주는 집안이었어."

"에이 줘봤자 얼마나 준다고요. 제 주변에도 그런 집 좀 있었어요. 뭐 많으면 열 집안에 소작을 주는 집안도 있었는데요."

그녀의 말에 한현호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이푸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것보다 더 된다고요?"

그녀의 물음에 한현호가 잔을 내려놓고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다.


"평수는 모르겠네, 보통 우리는 석지기나 마지기를 따지는데 우리 집은 논 만 따졌을 때 약 천 마지기에다가 밭은 또 삼백 마지기 정도 되었지."

"허, 참 대지주 집안이었네요. 우리 같은 집안 50개가 있어야 소작을 다 나눠줄 수 있었네. 현호씨 어디서 오셨다고 했죠?"

"강대쏠 국가."

"설마, 강대쏠의 한씨면 한 양반댁?"

이푸름의 물음에 한현호가 대답 없이 의자 등받이로 몸을 젖혔다. 그 모습에 이푸름이 입이 떡 벌어졌다가 이내 다시 다물었다.


"그러면 그 논밭만 관리하려고 해도 한참일 텐데 여긴 뭐 하러 왔데요. 재수 없어. 생각해보니 그 아름수 상회 여자친구도 그런 으리으리한 집안인 거 아니에요?"

한현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 처음에 출가 자체를 생각 못했다고 해서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재수 없어. 됐어요. 지금은 나랑 같은 신세인데 뭐 다른 얘기나 하죠."

이푸름이 잔을 비우고 다시 맥주를 주문했다.


"뭐, 좋을 데로."

한현호도 잔을 비우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잔을 추가했다.


"우리 일은 금방 익힐 수 있겠죠? 한 달 하고 일주일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한 달 중 절반은 배치받고 이사하고 물건 받고 이것저것 옮기고 빼느라 정신없었고, 나머지 절반은 무슨 입문 교육받느라 혼났는데. 이제는 부서에 배치 받은 첫날부터 계속 훈련이나 교육도 없이 일만 시키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도 없을거에요. 아니면 우리가 입문 교육 때 너무 똑 부러지게 잘해서 그런가?"

이푸름이 술이 볼이 살짝 상기되어 배시시 웃었다. 한현호도 그녀를 따라 배시시 웃었다. 술을 가져온 직원이 그의 날카롭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에 못지 않은 미소를 보고는 얼굴을 부끄럽게 숙였다.


"아니야. 내가 아는 놈은 입사하자마자 생명 수당 지급 서류를 적으라고 했었어."

"에이, 무슨 그런 신입이 어딨어요? 요괴도 없어진 지 꽤 돼서, 용병들도 없어진 마당에 말이야. 요새는 군인들도 안 쓰는 생명 수당 지급서류를 쓰라고 해요."

"정말이야. 내 친구 중, 한 명이 있어. 지금은 라탐국에서 그 소문만 들리던 그걸 하고 있지."

한현호가 다시 몸을 앞으로 속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푸름도 자연스레 몸을 앞으로 숙였다.

"거기서 우리 회장님이 실행하고 있는 계획을 하고 있지. 그래서 난 우리 영업부가 식량문제로 바쁜 것도 이해가 가."

"그 대탐사도에서 신입사원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요? 아, 잠깐만, 됬어요. 또 들으면 재수 없을 것 같아요."

"글쎄 뭐 하는지는 나도 몰라. 뭔가를 하겠지. 나중에 기회 되면 소개해줄게."

"그래요. 거기서 눌러산다고 하지 않는다면요."

이푸름이 대답하며 맥주를 마셨다.

한현호는 창밖을 보았다. 아직도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았다. 길거리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아졌다. 본가에 머물며 한 달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했던 강하나를 이제는 못해도 보름마다 한 번씩은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강하나는 보름마다 무역을 위해 태평마루를 고정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우선 태평마루가 도시 국가이며 바다를 끼고 있었다. 또한 다양한 선박들이 타 국가에 뻗어나가기 쉬웠기 때문에 항구는 밤이고 낮이고 쉴 틈이 없었다.

한현호는 강하나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며 잔을 들었다.



-----



강하나는 같은 상회 사람들끼리 식당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상인회는 거래를 끝마치면 의례적으로 마지막 날에 회식을 하였는데 바로 그날이었다. 또한 그녀가 아버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거래를 성공시킨 것에 대한 의미도 담긴 회식이었다.


"자, 다시 건배합시다. 모두 잔을 드세요!"

아름수 상인회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류경모 대표가 자리에 일어나 잔을 들었다.

멀끔하게 떡 부러진 어깨와 탄탄한 근육들은 그의 용모가 그리 훌륭하지 않아도 단단하고 굳건한 생김새를 풍겼기에 많은 여성들이 그를 흠모하였다. 그도 여성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에 그것들을 이용한 거래와 여성편력을 가진 그였다.


"이번에는 우리 강하나씨의 앞으로의 순탄한 여정을 위하여!"

류경모 대표의 말에 다들 '위하여'를 제창하였다.

그와 강하나를 포함한 몇몇을 빼고는 이미 다른 이들은 모두 혀와 눈이 풀어져 있었다. 일부는 몸에 힘을 푸고 의자에 기대거나 식탁에 엎어져 있었다. 류경모 대표가 잔을 비우고 강하나의 옆에 앉았다.


"하나 씨, 회식자리가 파하면 나랑 같이 술 더 마실래요? 상태를 보니 아직 몇 잔 더 마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류경모 대표가 강하나의 귀에 속삭이며 물었다.

강하나는 눈을 위로 돌리며 생각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상회를 많이 오고 갔기에 이런 회식자리는 익숙했다. 다만 아버지가 없어지자마자 류경모가 자신에게 이러는 게 조금은 불편했다. 그는 다른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강하나는 그에게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아버지는 술을 첫 식당에서만 마시고 집에 왔기에 그 뒤의 문화도 몰랐던 것도 있었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이 자리가 끝나며 나는 집에 갈래요."

강하나가 생각을 마친 듯 그를 보고 얘기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류경모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맞은 편의 한 여성 상인이 그들의 잔을 채워주었다. 류경모 대표를 흠모한다는 여성 상인 봉 씨였다. 술잔에는 막걸리의 단내가 풀풀 피어올랐다.


"대표님, 뭐가 어쩔 수 없어요? 둘이 무슨 얘기에요?"

"잔 따라줘서 고마워요. 다른 게 아니고 여기서 더 마실 사람은 남아서 더 마시자고 했는데 하나씨는 싫다고 해서요."

"어머, 그럼 나랑 마셔요~ 대표님."

그녀의 말에 류경모가 술을 마셨다.


"아니에요. 나도 오늘은 하나씨가 더 안 마시면 그만 마실래요. 나도 일찍 들어가서 좀 쉬어야죠. 비록 우리가 만선으로 출발해서 공선으로 돌아온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순회였지만요."

류경모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를 흠모하는 봉 씨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강하나를 쳐다보았다. 강하나는 그녀의 얼굴은 익숙했지만 말도 몇 마디 나눠본 적 없는 그녀였다. 하지만 자신과 같이 상회에서 손가락에 꼽는 여성이었다.



-----



밤이 무르 익을 무렵 아름 수 상회는 식당에서 파했다. 류경모 대표가 식당 앞에서 단골 마차를 찾았다. 그는 마부에게 돈을 배로 주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회 사람들을 모두 거기 태웠고, 일일이 목적지를 마부에게 얘기했다. 잠시 후 마차가 출발하고 류경모 대표가 식당 앞으로 돌아왔다.

식당에 남은 직원은 류경모 대표, 봉 씨, 강하나와 반쯤 취한 동료 한 명이 전부였다. 그들은 근처의 술을 전문적으로 파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캬, 대표님 좋지 않습니까! 확실히 상회에 칙칙한 남자들 뿐이었다가, 아리따운 여성이 오시니 장사도 그렇고 술도 더 달달하네요."

류경모 대표 뒤를 따라 들어간 상인이 얘기했다.


"어머, 아.저.씨. 나도 여자에요. 그게 무슨 실례에요."

봉 씨가 그의 등을 밀치며 따라 들어갔다.


"에이 내가 우리 봉 아가씨를 본 지가 몇 년인데 말이야. 이제는 여자로 보이지 않아. 내 친구이자 동료이자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이지."

그가 웃으며 얘기하자 봉 씨도 따라 웃었다. 류경모 대표도 작게나마 웃었다.


술집은 벽 한쪽 면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요주점이었다. 모든 자리는 가요주점을 보기 쉽게 방향이 틀어져 있었으나, 남은 자리는 5명은 충분히 앉을만한 붙어있는 긴 의자뿐이었다.

강하나가 먼저 앉자 그 옆에 류경모 대표가 앉았다. 그리고 그의 동료와 봉 씨가 앉으려는 순간 강하나가 봉 씨에게 손을 들어 손짓했다.


"언니, 언니 나랑 같이 앉아요. 나 이런 곳은 처음이라서요."

강하나는 봉 씨를 자신과 류경모 대표 사이에 앉혔다. 봉 씨가 앉으며 부끄러운 미소를 보였다.


"어머, 여기도 술집이랑 똑같아. 근데 그냥 음악이 좀 깔려서 분위기 있는 거지."

봉 씨를 필두로 술집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류경모 대표가 막걸리보다 더 독하는 북방주를 시켰다. 그리고 다들 독주를 마시며 떠들 때 노래를 부르는 악사들이 나와 음악으로 분위기를 더했다.

북방주를 마신 강하나는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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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속사정 24.09.14 2 0 21쪽
15 박미래 24.09.13 3 0 17쪽
14 첫 습격 24.09.12 6 0 17쪽
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6 0 17쪽
11 그녀들 24.09.09 8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7 0 13쪽
»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7 0 18쪽
8 탐험대-3 24.09.05 9 0 15쪽
7 탐험대-2 24.09.04 8 0 18쪽
6 탐험대-1 24.09.03 7 0 18쪽
5 소집 24.09.02 8 0 17쪽
4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0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3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7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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