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이 사라져서 개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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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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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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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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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대

DUMMY

두 남자가 밤공기를 맞으며 강가에 서 있었다. 강가는 오성 그룹 김 실장인 김가의 집 근처였는데, 늦은 저녁임에도 김가가 호출하자 찾아온 남철이었다.


"회장님께서 정확히 자네를 지목하셨어. 나도 자네를 믿고 있고, 어때? 도전해보겠나?"

김가가 옆에 선 남철에게 물었다.

남철은 김가가 오성 그룹에 직접 들인 사람이다. 그는 국가의 재고를 관리하는 관리자였는데 그의 업무 능력을 지켜보던 김가가 직접 오성 그룹 본사의 재고 관리자로 영입한 것이다. 그는 뱃심 좋게 김가의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실장님, 그러면 저는 한동안 라탐국에서 계속 생활하게 되는 겁니까?"

남철이 표정 변화 없이 물었다.

오성 그룹에서 극비리에 숨기고 있던 임무를 직접 들은 건 처음이지만, 암암리에 직원들 사이에서 이미 퍼진 소문이라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한동안일 수도 있고 더 될 수도 있고, 짧다고는 얘기하지 않겠다."

김가가 남철을 바라보았다.

그의 굳은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오성 그룹에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가장 높은 평가는 어떠한 일이라도 자신이 맡은 일은 악착같이 해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정 회장의 말처럼 가장 필요한 사람처럼 보였다.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본 김가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주머니에서 궐련을 하나 꺼내 물었다.


"라탐국은 우리가 흔히 아는 곳이야. 자원도 많고 관광도 할 수 있고. 하지만 대탐사도는 미지의 세계다. 밀림을 조금만 벗어나면 늪이 펼쳐지고 덩굴이 길을 막고 있지. 또 반대로 겨울이 오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지. 하지만 그곳에 숨겨진 자원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우리 오성 그룹을 5백 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는 거지."


남철이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김가의 궐련에 불을 붙였다. 김가는 그가 아직도 생각하는 듯하여 말을 덧붙였다.


"지금은 가을이니, 아마 우리가 출발할 때쯤이면 점심에는 후덥지근하고 밤에는 추운 날씨가 이어질 거다. 점심에 내리던 비가 저녁에는 눈으로 바뀌는 거지."

"그렇군요."


남철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김가는 그를 재촉하지 않고 궐련을 끝까지 다 태웠다.


"가겠습니다. 실장님."

"그래. 고맙다. 역시 나는 네가 제안을 받아들일 줄 알았어. 이번 개척에 성공만 하면 너의 앞길은 막힘이 없을 것이다."

"예, 감사합니다."


남철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의 모습에 김가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철아, 누누이 말하지만, 이제는 변혁의 시대다. 굉장한 변화들이 찾아올 거야. 너도 알다시피 요괴와의 전쟁은 진작에 끝났고, 그 기술들은 우리 시민들의 삶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발명한 인강철 동력기관을 모든 국가에서 따라 하기 시작했어. 그 변화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올 것이다. 어디는 우리와 같은 기술이 없다 하여 인강철 없이 동력기관을 구동한다는데 해보라지. 결국 한계가 찾아올 것이고, 우리는 계속 변혁의 시대 속 주인공이 될 테니까."

"그러면 제가 가서 하게 될 일은 무엇입니까? 이곳에서처럼 자재관리를 하면 됩니까?"

"아니, 모든 것을 관리해야지. 자네는 내일부터 탐험대 본부 부대장이야. 그리고 사람, 자재, 기술 등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을 맡아야 할 거야."


김가는 외투 안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서류 묶음을 남철에게 건넸다. 남철은 건네받고는 이게 무엇이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봐도 된다."


서류를 펼치자 빨갛게 극비라고 적힌 도장과 함께 대탐사도 개척대라는 제목이 첫 장에 적혀있었다. 다음 장을 펼치자 개척대의 계획과 참여 인원의 인적 사항이 모두 적혀있었다.

오성 그룹의 인원은 남철을 포함해 25명으로 구성되었고 외부에서 섭외한 광물 및 채굴 전문가 10명이 추가로 같이 움직일 예정이었다.


"모든 게 다 비밀이야. 하지만 여기 적힌 인원은 모두 믿을 만한 직원들이다. 우리가 암암리에 대탐사도를 개척한다고 소문은 이미 났지만, 정말 하는지 안 하는지 실제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언제 누가 어떻게 어디서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야."

"그래도 이 인원이 단체로 차출된다면 직원들이 알지 않을까요?"

"중요 인원별로 외부 지사로 파견 나간다고 하고 차등을 둬서 차출할 것이다. 그렇게 차출된 인원은 훈련받고 라탐국에 모이게 되지. 뭐 공식 명칭은 라탐국지사 파견 정도 되겠지."

"외부 인원들은 믿을 만한가요?"

"글쎄 돈으로 매수를 해뒀으니, 괜찮겠지. 돈을 안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

"알겠습니다. 이건 직원들의 연대가 중요하겠네요. 재밌겠어요."


남철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그 모습에 김가는 피식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의 듬직한 등이 느껴졌다.


"난 내일부터 비서실장 겸 라탐국지사 감사역이다.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어도 이해해줘."




-----




다음 날 아침, 오성 그룹 운동장에는 대형 천막 여러 개가 쳐져 있었다. 텐트 밑으로는 20여 명의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모두 오성 그룹의 면접을 보러 온 것이었다.

천막 앞에는 명단을 들고 있는 오성 그룹 직원이 대면 시험을 보러 온 면접자들을 10명씩 호명했는데, 한현호는 제일 처음으로 들어갔고, 주한은 마지막으로 호명되어 들어갔다. 호명된 10명은 본관 1층의 복도를 중심으로 한 명씩 마련된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한 명의 면접관이 앉아있었다.


"흠, 한 양반 집에서 추천서가 있는 분이군요. 잠시만요. 앉아서 기다리시죠."


면접관은 주한이 들어온 문을 통해 나갔다. 잠시 후 중년의 남성과 함께 들어왔는데 그는 비서실장인 김 실장이었다.

면접관은 제자리에 앉아 주한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김가는 면접관 뒤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주한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들어올 때와 달리 몸에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성 그룹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 집 어르신인 한 양반님께서 이제는 다른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하시는 논과 밭의 일은 한계가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이 시대의 흐름을 만드는 곳을 경험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드는 곳이 오성 사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흠, 어르신이라고 하면 한 양반님이신 건 알겠는데, 본인이 제출한 인적 사항에는 부친이 도깨비라고 나와 있는데, 어디 국가 소속이셨습니까?"

"국가 소속이 아니셨습니다."

"용병이셨군요?"

"맞습니다."

"이제 요괴가 없어서 도깨비들은 전부 퇴직하거나 국가에 잡혀간 것으로 아는데, 맞나요?"

"아버님께서는 요괴를 잡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흠, 혹시... 갑산괴를 잡으시다가 그랬나요?"

"아니요. 그건 저희 할아버님이십니다."


면접관은 알겠다는 무언의 눈빛으로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처음보다 차갑게 식어 있었다.


"됐습니다. 저는 더 물어볼 것은 없군요."


면접관은 자기 뒤편에 앉은 김가를 쳐다보았다. 김가는 팔짱을 낀 상태로 주한을 바라보았다.


"자네, 여기 적힌 경력들이 다 사실인가?"

"예? 예. 맞습니다."

"한 영감님 댁에 찾아오는 보부상 경호부터 시작해서, 직접 보부상으로 돈을 벌고, 그 와중에 산적들까지 혼자 잡아서 보상까지 받았다고?"

"어릴 적부터 한 양반님 집에서 무술과 검술을 배웠습니다. 제가 당시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어서 깊게 배웠었습니다."

"왜 그것뿐이었지? 아버지처럼 도깨비가 되고 싶었나?"

"아닙니다. 절 거두어 준 한 양반님 집을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한 양반님도 흔쾌히 승낙해 주셨고요."

"하지만 지금은 수석총의 발명으로 무술과 검술은 쓸모가 없어졌지."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보부상을 하면서 느낀 건 제 몸 하나 건사할 호신술 하나는 있으면 좋다는 겁니다. 특히 산같이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요술마석도 나온 마당에 말인가? 밀림과 늪지는 어떤가?"

"글쎄요. 밀림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수석총은 한 발 쏘고 장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검술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익히는 사람이 더욱 줄어들기에 그 희소성도 올라가고요."

"알겠네. 나도 여기까지 하지. 고생했네."


주한은 면접자 중 최단기로 면접이 끝났다. 아직 다른 방에서는 면접관과 면접자가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들렸다.

면접관이 김가를 보았다.

"김 실장님 어쩐지 성이 없다, 했습니다. 그 유명한 도깨비의 자식입니다. 뇌물 먹고 무당들을 살해한 도깨비의 자식이요."

"그래서 더 묻지도 않고 빨리 끝낸 겁니까?"

김가가 되물었다.

면접관은 주한의 인적 사항이 적힌 서류를 보았다.


"저 친구는 한 양반댁의 추천서 말고는 볼 게 없습니다. 일찍이 면접 본 한 양반댁 아드님이랑은 그 이력이 달라요. 괜히 우리 오성 그룹에 도깨비 살인마의 자식이 입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우리를 안 좋게 볼 게 뻔합니다."


김가가 면접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 친구는 탈락시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면접관은 주한의 서류를 탈락으로 구분해 놓았다. 그 모습을 본 김가는 그 서류를 집어 들었다.


"아니, 합격시켜서 오지로 보내야겠습니다. 오히려 악착같이 일하지 않을까요? 제풀에 나가떨어지든가 버티든가 둘 중 하나로 만들어야겠어요. 저 친구 서류는 제가 가져갈 테니 저에게 주시지요."

"이번에 라탐국 감사까지 맡으시더니 저런 것들까지 쓰시려고요? 독해지셨네요."

"이 정도로 가지고 뭘."


면접관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인 그는 주한의 인적 사항이 적힌 서류를 들고 방을 나갔다. 면접관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면접이 진행되고 일주일 뒤, 오성 그룹의 본관 한 편에 세워진 체육관에 직원들이 오와 열을 맞춰 놓은 의자들이 가득했다. 곧 있을 신입 사원 환영식 때문이다.

면접에 합격한 신입 사원들이 체육관에서 열리는 환영식에 참여하기 위해 하나둘 들어왔다. 그곳에서 서로를 처음 본 신입 사원들은 서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중앙 단장 위에는 의자 몇 개와 강연대가 있었는데 아직 직원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체육관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주한도 합격 소식을 듣고 방문했는데, 입구에서 그에게 오성 그룹 직원용 호패를 나눠준 직원이 그에게 따로 귀띔했다.


"주한씨, 들어가지 마시고 입구에 계시면 따로 안내가 있을 겁니다."


직원의 말에 입구에 주한이 서 있자, 이윽고 멀끔한 정장 차림의 사내가 다가왔다. 굳건한 인상의 사내였다.


"이런 성대한 환영식을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군. 주한씨 맞죠? 날 따라와요."

"저는 환영식에 참여 안 해도 괜찮나요?"

"뭐, 한 명 참여 안 해도 큰 지장 없을 거에요."


주한은 사내의 넓직한 등을 보며 뒤따라갔다. 자신도 운동해서 덩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내는 그보다 더 어깨가 벌어져 있었다.

사내가 도착한 곳은 본관 1층의 작은 접견실이었다. 그곳에는 지난 번 면접실에서 보았던 사내가 앉아서 있었다. 바로 김 실장, 김가였다. 그는 주한이 들어오자 반갑다는 듯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반갑네. 우리 구면이지?"

"안녕하세요. 주한입니다."


주한이 김가와 악수를 나눴다.

김가는 주한에게 앉으라고 손짓한 뒤 자신도 앉았다.


"나는 김가, 김 실장님이라고 부르게, 여기 이 친구는 남철, 남 부장이라고 불러."

"반갑네, 남철 부장이네."


듬직함을 풍기던 사내가 거친 손으로 주한과 악수를 청하곤 김가의 옆에 앉았다.


"우리 모두 이름이 두 글자밖에 안 되는 게 신기하네. 하하. 그렇지 않나?"

"그러게요. 이런 일도 흔치 않은데 말이죠."

김가가 웃자 남철이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한, 우리가 왜 자네를 불렀는지 아나?"

김가가 물었다.


"아니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주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지금 악바리, 깡다구, 소위 말해 잃을 게 없는, 잃을 게 크지 않는 친구가 필요하네. 그래서 면접자 중에 내가 몇 명을 좀 관심 있게 봤지. 그중의 하나가 자네야."


김가는 옆에 앉은 남철에게 손짓했다. 남철의 입에서 진중하고 굵은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는 한 달 이후 라탐국으로 파견 간다. 거기서 대탐사도의 일대를 정찰할 거야. 거기 있는 모든 걸 다 알아내야 해. 그리고 동시에 극비 임무로 개척까지 진행한다."

"모든 것이라고 하면 어떤? 그리고 극비라고 하시면서 이걸 왜 저 같은 신입에게 말씀하시는 거죠?"

"내가 자네를 뽑았기 때문이야."

김가가 대답을 가로챘다.


"아까 말한 악바리, 잃을 게 크지 않는 친구가 필요해. 왜냐 그곳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거든, 그것도 매우 심하게 말이야. 즉 곱게 자란 인간들은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지. 그런데 난 너의 이력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경호부터 건설 막노동. 남들이 안 쓰는 이력을 넌 보란 듯 써 보인거지."

"예."

"난 그게 마음에 들었어."

"만약 거절하면 어떻게 되나요?"

"음, 그동안 우리는 20명의 탐험대를 뽑기 위해 선별하고 선별 한 직원들에게 물어봤다. 거절한 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비밀을 들었으니 모두 내보냈다."

"내보냈다는 말씀은?"

주한의 물음에 김가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오지로 파견을 내보냈다는 거지. 왜 배 시간이 몇 시간에 한 번씩 있는 섬이나, 개발이 필요한 오지인데 몇 년을 걸리는 곳 말이야. 그런 곳에도 인재는 필요하거든."

"그렇군요."


남철이 주한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저와 체격이 비슷합니다. 요즘 운동한 다부진 몸을 보기 힘든데 말이죠."

"그러게, 그래서 내가 남 부장이 생각나서 뽑은 걸 수도 있지. 어때 가겠나? 가겠다고 하면 남 부장이 자세히 설명해 줄 거야."


주한이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면접은 분명 다른 이들에 비해 빨리 끝났기에 탈락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합격 소식이 들려왔고, 합격의 이유는 지금 이 이야기 말고는 분명 없어 보였다.


"뽑아 주신 거 해보겠습니다."

"위험할 텐데도 괜찮겠나?"

남철이 물었다.


"예, 해보죠. 위험해봤자 요괴라도 나오겠습니까?"

주한의 대답에 남철이 웃어 보였다. 주한의 짙은 눈썹과 강인한 눈매가 사뭇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았어. 자세한 건 남 부장 자네가 설명해주게. 난 이만 다른 일 보러 가겠네."

"예 수고하십쇼 실장님."

접견실을 나서며 김가는 주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한. 혹시 내가 오지랖 좀 부려도 되겠나?"

"예, 상관없습니다."

주한의 대답에 김가는 목을 가다듬었다.


"자네 할아버지의 일이 사실이든 아니든 난 관심 없네. 다만 자네도 그런 구설에 오르지 않게 언제나 조심하게. 내가 지켜보지."


김가는 접견실을 나갔다. 남철은 주한의 표정을 봤지만 익숙한 듯 그의 표정은 미동이 없었다.


"김 실장님이 지켜봐 주신다는 건 좋은 거야. 실수만 없다면 말이지. 그리고 요괴는 언제든 있을 수 있어."

남철은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




---



당일 저녁, 태평마루의 한 고깃집에서 한현호가 앉아있었다. 그는 입구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 주한이 들어오자 크게 손을 들었다. 주한은 그를 발견하고 그와 마주 앉았다.


"야, 우리 영감님께서 좋아하시겠는걸. 둘 다 합격했으니 말이야."


주한이 앉자마자 한현호가 그의 잔에 밤주를 따라주었다. 면접 대기 중에 잠깐 보고는 결과 발표까지 서로 보지를 못했던 것이었다.


"근데 환영식이랑 다 끝나고 들어오던데. 무슨 문제가 있었어?"

"아니 문제는 없었어. 다만 난 다른 이유로 합격 된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주한이 소주잔을 들자 한현호도 따라 들었다. 주한이 술을 입에 털어놓고는 입술을 훔쳤다. 한현호는 그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따라서 한숨에 들이켰다.


"내가 잃을 게 없는 놈이라 뽑은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잃을 게 없어 보여서 뽑았다니."

"그들이 하는 일에 체력이 좋고 겁 없는 놈이 필요로 하나 봐. 그게 마침 나였고. 난 면접관이 질문을 몇 개 묻지도 않고 끝났어. 할아버지에 관해 묻더군."

"그래서 사실대로 말했어?"

"당연하지. 그리고는 더 질문할 것이 없다고 하더군."

한현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주한이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근데 난 면접관이 두 명이었어. 한 사람이 내 유일한 전적에 관해 묻더군."

"전적? 무슨 전적?"

"산적들 때려잡은 것 말이야."

"아... 우리 영감님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 자랑스러워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으니 말이야."


주한이 웃었다. 실제로 한 양반은 주한이 한 일에 대해서 기특해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를 빼먹지 않으셨다.


"산적이라고 해봤자 조무래기들 뿐이었는데 말이야."

"인마 그게 어디야. 평범한 사람들은 잡을 생각도 못 한단 말이야."

"그래도 나처럼 전 재산을 강탈당했으면 덤벼보지 않았을까?"


마침 부엌에서 직원이 나와 둘의 앞에 수육과 반찬 등을 내었다. 수육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맛있는 냄새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또 했던 말 또 한다. 고기나 먹어. 때깔 봐라 내일은 쉬는 날이니 마시고 죽자고."


한현호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주한도 잔을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바빠. 당분간 마시고 못 죽을 것 같다."


잔을 비운 한현호가 그를 쳐다보았다.

주한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에게 문서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내가 죽으면 한 영감님 앞으로 내 몫이 들어갈 거야. 그 보증 서류. 줄 사람이 영감님과 너밖에 없다."

"아니, 입사 첫날부터 이런 걸 쓰게 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게 된 거야?"

"비밀이야 말해 줄 수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는 할 수 있어. 죽지 않을 거니까."


주한이 덤덤하게 수육을 집어 먹었다. 한현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고개를 으쓱였다.


"나는 가족이 없잖아. 어쩔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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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변화하는 인간관계 24.09.11 6 0 17쪽
12 탐험대-5 24.09.10 6 0 17쪽
11 그녀들 24.09.09 7 0 21쪽
10 탐험대-4 24.09.07 6 0 13쪽
9 태평마루의 한현호 24.09.06 6 0 18쪽
8 탐험대-3 24.09.05 8 0 15쪽
7 탐험대-2 24.09.04 7 0 18쪽
6 탐험대-1 24.09.03 6 0 18쪽
5 소집 24.09.02 7 0 17쪽
» 변혁의 시대 24.08.31 9 0 19쪽
3 움직이는 외부세력 24.08.30 10 0 20쪽
2 오성그룹의 계획 24.08.29 13 0 24쪽
1 도깨비의 자식 24.08.28 27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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