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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맛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30 17:49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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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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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김튀김의 튀김.

DUMMY

 세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튀김이 있다.

 탕수육이나 오징어 튀김같이 익숙한 것도 있고, 플뢰르 드 쿠르제트 프리트 같은 낯선 것까지.


 공통점은, 모두 옳다는 거다.

 튀김은 옳다. 항상.


 태생이 담백하기만 한 식재료도 튀겨서 농후한 기름맛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천상의 진미가 되니까.


 간혹 이런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튀김이 싫은 게 아니라 ‘잘못’ 튀긴 튀김을 싫어하는 거다.


 급식에 나왔던 생선탕수라던가.

 군대에서 먹은 조기튀김이라던가.


 그건 생선탕수나 조기튀김이 맛없는 게 아니다. 개판으로 튀겨서 그런 거지. 


 튀김에 대한 나의 이런 애정, 집착, 고집, 집념, 정성. 당연히 내 직업은 요리사가 되었다. 튀김 전문 요리사.


 국적 불문, 튀김 요리를 파는 곳에 가서 일했고, 그렇게 버는 돈은 전부 튀김 수련에 쏟아부었다. 세계 각지의 튀김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맛을 보고, 더 나은 튀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아예 김튀김이라는 닉네임까지 만들 정도였다.

 튀김 전문가니까, 이 정도 이름은 있어야지.


“야, 뭔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도 아니고······. 김튀김이 뭐야 김튀김이. 어디 나이트 삐끼 나가냐?”

“시끄럿! 그만큼 내 각오가 바삭하다는 거다! 눅눅한 니가 뭘 알겠냐!”


 내 소식을 들은 친구 놈이 놀렸었지만, 난 오히려 당당하게 일갈했었다.

 이름이 아깝지 않을 튀김을 만들 거니까. 그럴 자신이 있으니까.


 그 고생 끝에 오픈한 튀김 전문점.

 김튀김의 튀김 공방.


 정해진 메뉴는 없다. 그날그날 시장에서 최상의 재료를 준비해서 튀겼다. 오히려 그게 어필이 된 건지, 장사는 그런대로 잘 되었다. SNS 맛집 정도의 타이틀도 얻었고.


“이야, 푸짐하네요.”


 아침부터 최선을 다해 준비한 오늘의 메뉴, 새우튀김을 중심으로 한 모둠 튀김이다.


 손님은 감탄하며 젓가락을 들고 새우튀김을 집어 들었다. 아직 뜨끈한 새우튀김이 그의 입으로 들어가자마자, 그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으음!”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눈이 반짝거린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새우의 감칠맛이 입 안에 쫙 퍼지네요.”


저거다. 바로 저 미소. 손님의 극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내 손끝에서 탄생한 이 튀김이 누군가를 이렇게나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내가 튀김을 만드는 이유다.


 돈통 열리는 소리보다, 손님 입에서 나오는 저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거다.

마진이 적으면 많이 팔면 되지만, 손님의 찬사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거니까.


“잘 먹었습니다, 또 올게요!”


 순식간에 그릇을 비운 손님은 환한 미소를 남기고 가게 문을 나섰다.

 모든 손님이 매번 저렇게 반응해주신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나 싶다. 


 뭐, 매번 그렇지는 않았다.


“어휴, 이거 진짜 맛있어 보이는데···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밥반찬으로는 좀 그렇지?”

“그래, 몸에도 좋지 않을 거 같고.”


 한 무리의 손님들. 나에게 들리지 않게 소곤거렸지만, 슬프게도 다 들렸다. 뭐 익숙한 반응이기는 하다.


 결국 손님들은 단촐한 메뉴 하나씩만 주문했다. 물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맛있게 드시기는 했다. 내 튀김이 맛이 없을 리가 있나.


 하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

 여러가지 이류로, 이 튀김을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


 튀김은 미식의 영역이다. 최상의 재료로, 최상의 방법으로 튀겨낸 것. 바삭하게, 황금빛으로 튀겨진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다.


 과식해서 살이 찌는 게 문제지, 튀김 자체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좀 웃겨서 웃음을 흘리고 있을 때,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응?”


 콰앙!


 큰 충격이 느껴졌고, 그렇게 정신을 잃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다시 눈을 떠 보니 보이는 것은 가게 천장. 그리고 엉망이 집기들. 그리고 트럭 전면부였다.


 트럭이 가게로 돌진한 모양이다.

 급발진인지 운전미숙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상태를 보니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몸은 바퀴에 깔려 엉망이 되어 버렸고, 집기가 다 망가지면서 끓는 기름이고 반죽이고 할 것 없이 몽땅 뒤집어썼으니까. 마치 내가 튀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죽을 만큼 아파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냥, 조금씩 눈앞이 어두워질 뿐. 점점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이렇게 죽는가 보다.

 감각이 얼얼한 게 그냥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직 튀겨볼 게 많은데······.


  


* * *




“······.” 


 음?

 다시 눈이 떠졌다? 분명 죽었을 텐데?


 등 뒤로 느껴지는 차가운 바닥의 감각. 그리고 선선한 공기.


몸의 감각도 제대로 느껴진다. 팔을 들어 손을 살펴보니, 두툼하고 흉터가 가득한 게 내 손이 맞다.


 이건 죽기 직전의 주마등 비슷한 건가?

 그렇다면 온통 튀김만 나와야 정상이다. 내 평생 튀김말곤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내 눈에 보인 것은 넓고 높은 어두운 공간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천장. 벽은 어둠 속에 녹아들어 어디까지가 벽인지 알 수 없었다.


“으윽······.”


 앓는 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넓은 공간의 중앙에 피라미드처럼 솟은 층계가 보인다. 그 위에는 거대한 옥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리고 뭔가 해골, 악마 형상으로 장식된 모습.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마왕성 같은 느낌이다.


“뭐야? 오늘은 날이 아니잖아!”


 갑자기 들리는 날카로운 목소리. 마치 확성기를 쓴 것처럼 허공에 울려 퍼졌다.


 머리 위에서 기이한 바람 소리가 나더니 검은 형상이 어둠 속을 가로질렀다. 새처럼 허공을 한 바퀴 선회하더니 그대로 옥좌 위에 내려앉았다.


 그 형상은 검은 날개가 떨치며 몇 번 푸드덕하더니, 검고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 모습으로 변했다.


음. 머리에 뿔이 두 개 난 걸 보니 사람은 아니다. 저렇게 이질적인 백발의 머리칼도 그렇고. 무슨 코스프레 하는 사람처럼.


 여자는 우아하게 옥좌에 앉은 채 다리를 꼬았다. 드레스 자락이 살아있는 것처럼 길어지더니 바닥을 스치며 퍼져 나갔다. 자락은 이내 층계를 뒤덮었다.


“혹시 날짜를 착각한 거야?”


 여자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투는 외모에 맞지 않게 조금 경박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눈길 한번 안 주고 자기 옷자락만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용사, 어떻게 잠입한 거지? 이 마왕성의 보안이 그리 허술하진 않을 텐데?”


 용사? 마왕성?

 음. 확실하다. 나는 죽었네. 트럭에 깔려 죽은 게 맞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비현실적인 걸 보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저 마왕으로 보이는 뿔 난 여자는 이제 자기 손톱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입술을 조금 뾰족하게 내밀고.


“잠입술이라도 익힌 거야? 인간을 대표하는 용사가 그런 치졸한 방법을 써도 되는 건가 싶어.”


 여자가 한 손으로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 넘길 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루비처럼 빨간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한쪽 눈 위로 세로로 긴 흉터가 보였다. 실명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베인 적이 있는 건가.


 나와 마주친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엥? 넌···누구야? 용사는?”


 당황한 목소리를 보니 나를 용사로 착각한 게 확실한 모양이다.


“몰라. 눈 뜨니까 여기 나 혼자 있었다.”


 내 말에 여자는 하나의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이해 보려는 듯이.


“어흠, 흠. 용사라고 착각한 모양이네. 미안하진 않지만, 사과는 할게. 착오였어.”


 멋쩍은 듯 몇 번 헛기침하고는 여자는 다시 내 이름을 물었다. 조금 더 정중하게.


 이거, 낯익은 상황이다.

 물론 실제로 겪어본 적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튀김이라도, 그게 학교 앞 분식집 좌판에 깔려있으면, 식감과 맛이 어떨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잖아?


 트럭에 깔려 죽을 때, 어디 이세계로 전이라도 된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질릴 정도로 많이 봤던 전개. 뻔한 튀김 같은 거.




* * *




“흐음. 그러니까 너는 이세계 지구에서 온 전이자라는 거지? 김튀김이라니 확실히 이상한 이름이야. 생긴 것도 그렇고.”


 자신을 마왕 이베트라고 소개한 여자는 한참이나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신기한 동물 쳐다보듯이.


 동양인 그 자체의 얼굴이니 이상하게 보일 법도 하겠지. 이베트는 인종을 알기 힘든 하얀 얼굴이고.


게다가 내가 인상이 좋은 편도 아니고. 힘든 요리 일로 단련된 몸에다가 팔에는 기름 흉터투성이니까.


 이베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지금 무슨 상황인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좋아. 엘루네아를 대표해서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할게.”


 엘루네아. 이곳의 이름이다.

이베트는 진심이라는 듯 가볍게 박수까지 쳐 보였다.


 그나저나 이세계 전이라니.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이베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보니 지금은 ‘아아 그렇구나’ 정도의 반응 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냥 지금 평소처럼 멀쩡하게 살아 숨 쉬고 있어서 그런 건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내 상태가 오히려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낯설겠지만, 너에게 적대적인 사람은 없을 거야. 아마도.”


 이곳 엘루네아의 사람이나 마족은 나 같은 ‘이세계 지구 출신’이라고 부르는 자들에게 꽤나 호의적인 모양이다.


 나 말고 이곳으로 전이된 지구 사람이 더 있어서 이들에겐 그리 낯선 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다들 인간 왕국 쪽으로 떨어져서 지금 뭐 하고 사는지는 모르겠네. 아니, 살아있는지도 사실 몰라. 인간은 수명이 짧으니까.”

“그런가.”


이베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세계 지구의 전이자가 오면, 항상 낯선 지식이나 능력을 보여줬다고 하거든?”


 그리고는 옥좌에서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훌쩍 날아왔다.


 가까이 다가오니 눈의 흉터가 더욱 잘 보였다. 칼에 베인 듯한 흉터다. 내 손에도 작지만 비슷한 게 있지.

 이베트가 손을 내밀었다.


“김튀김 너도 그렇겠지? 우리 마족을 위해서 말이야. 자, 일어나 봐.”


흠. 내가 할 줄 아는 건 튀김 튀기는 것뿐인데.


“후후, 표정을 보니 너도 그럴 의욕이 넘치는 모양이네?”


 이베트가 날 보고 활짝 웃었다.


솔직히, 약간 들뜬 마음이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다.


 마족을 위해서고 나발이고 그런 건 모르겠다. 나는 그저 튀김에 진심인 요리사일 뿐이니까.


 다만 지금 내 기분이 조금 들뜬 것은, 가게를 열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추구했던 튀김에 대한 내 열정. 그걸 다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겠지.


 최상의 튀김, 그걸 모두가 맛보게 하는 것. 좀 더 넓어진 튀김 문화. 교통사고로 죽어서 허무하게 끝날 뻔했던 거 말이다.


 어쨌든 살아서 뭐라도 다시 튀겨볼 수 있다는 거잖아.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


 여기가 이세계면 어떠냐. 장소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디든 상관없다. 튀길 재료가 있고, 그걸 즐겨 줄 사람이 있고, 널리 퍼지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 조건이 만족된다면, 지구나 이세계나 마찬가지인 거다.


 나는 이베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재료 : 마왕 이베트의 손]

[분류 : 육류]

[등급 : SSS]

[분석 결과 : 재료로 다듬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튀길 수는 있음. 다만, 섭취 시 넘치는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몸이 붕괴할 가능성이 큼.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든 튀길 수는 있음.]



“뭐야 이게?”


 눈앞에 상태창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런데 얘 손도 튀길 수 있다고?


 어, 아니, 뭐. 고기는 고기니까 식재료로 삼으려고 한다면 불가능한 거는 아니겠지만, 왜 이런 게 보이는 거지?


“왜 그래?”


이베트가 고개를 기울였다. 반응을 보니 나에게만 보이는 상태창인 모양이다.


 무슨 전이 특전 같은 건가? 튀김용 식재료 감정 스킬?

 나 참. 이것마저 전형적이구만.


“자, 내 집사도 소개해줄 겸, 먼저 식사부터 할까? 전이자 귀빈께 어울리는 이 마왕성의 특급 진미를 맛보게 해줄게. 가자.”


 이베트는 내 손을 잡은 채로 다시 드레스를 검은 날개로 바꿔 날아올랐다. 나를 대롱대롱 매단 채.


작가의말

튀김은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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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음을 바삭하게. +1 24.09.11 139 12 12쪽
10 세상에 나쁜 식재료는 없다. 24.09.10 156 11 13쪽
9 소스 없는 튀김은 김치 없는 라면. +1 24.09.10 170 11 17쪽
8 김튀김의 튀김 공방 2호점. 24.09.09 205 14 14쪽
7 감히 아마추어가 우습게 볼 세계가 아니다. 24.09.08 238 13 13쪽
6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 24.09.07 248 12 14쪽
5 판데모니아의 국빈, 김튀김. +1 24.09.06 277 12 12쪽
4 김튀김, 널 놓칠 순 없다. +2 24.09.05 319 15 14쪽
3 이세계 첫 튀김의 효능. +3 24.09.04 329 13 12쪽
2 귀빈맞이 마족의 진미죽. +2 24.09.03 364 13 15쪽
» 김튀김의 튀김. +2 24.09.02 49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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