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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맛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30 17:49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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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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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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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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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소스 없는 튀김은 김치 없는 라면.

DUMMY

 지금까지 내가 엘루네아에서 튀긴 튀김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부족한 재료와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튀겨 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만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줘도 될 만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역시 소스다.

 소스가 없는 튀김은 마치 김치 없는 라면 같은 거다. 맛있게 먹을 수는 있지만, 그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거지. 마무리 한 방의 킥이 없는 느낌,


“튀김은 기본적으로 소스를 찍어 먹는 요리니까.”

“그렇습니까. 그래서 저번의 튀김에 그렇게 박한 평가를 하셨던 거군요.”


 로냐가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의 반응이다. 뭐, 이해는 간다.

 튀김에 맞는 소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직접 미각으로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을 테니까.


“내 고향 지구에서는 말이야, 튀김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소스가 있거든.”


 대개 가게에서는 품질의 균일함과 편리함 때문에 공장제 기성품을 쓰지만, 진정한 튀김 장인이라면 소스도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거다. 그래야 그 튀김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매운 소스, 새콤한 소스, 달콤한 소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나라의 소스들까지. 재료만 있으면 내가 아는 한에서는 전부 다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소스를 만들 재료가 필요해.”


 어떤 재료가 가능할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 엘루네아의 튀김 재료들이 황당할 정도로 낯설었던 것처럼 소스 재료도 분명히 지구에서 쓰던 것과는 다를 거라는 거다.


“흠.”


 나는 판데모니아를 향해 뻗은 넓은 대로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도시의 시가지가 대로 좌우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어느새 시가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곳에서 뭐가 되었든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찾기만 하면, 손에 쥐기만 하면 내 상태창 능력이 정보를 알려줄 테니까. 하나하나씩 검증하면 되는 거다.


 결국 재료가 낯선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거겠지. 다만 시간이 걸릴 뿐.


 요리 재료의 특성부터 맞아가며 배웠던, 처음으로 요리를 배웠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매일같이 엄하게 혼났던 나날이었다. 너무 심하게 혼나서 눈물이 핑 돌 때마다 괜히 양파를 꺼내 썰었던 적도 있었고.


“···김튀김 님? 혹시, 막막해서 우시는 겁니까?”


 어느새 뒤따라온 로냐가 물었다. 지난 추억에 코끝이 찡한 게 들킨 모양이다. 굳이 말하는 게 순진한 건지 잔인한 건지 모르겠구만.


“울긴 누가 울어? 그런데, 계속 나만 따라다녀도 되는 건가? 마왕성의 일은?”

“이베트 님께서 오늘 지시하신 일은 김튀김 님을 보필하라는 것, 하나뿐입니다. 다른 일은 괜찮습니다.”


 그럼 뭐, 나도 다행이고.

 둘이서 그렇게 계속 걸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마족들이 왔다 갔다 하는 상점가에 도착했다.


“어?”

“저분이······.”


 아무래도 나는 이방인이고 로냐는 마왕의 집사니까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흠. 다들 뿔 달린 것만 빼면 그냥 사람 사는 동네 같은데?”


 일상적인 상점가의 풍경이다. 물건을 고르고,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건 지구의 평범한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단 말이지.

 확실히 이베트와 나이트메어를 타고 스쳐 지나갔을 때보다 직접 걸으니 사는 모습이 더 생생하게 보이는군.


 다만 차이가 있다면 시장인데도 사람이 먹을 만한 게 안 보인다는 거 정도? 군것질거리 하나 보이질 않는다.


 상점에서 파는 것은 대개 뭔가 무기처럼 보이는 물건들이다. 아니면 특이하게 생긴 생활용품이라던가.


“먹을거리 말씀입니까? 물론 여기도 시장이니까 있긴 있습니다만······.”


 로냐가 가리킨 곳은 마석 상점이었다. 입구 쪽엔 작은 자갈 같은 마석들이 널려 있었고, 안쪽에는 더 크고 빛나는 마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먹지도 못할 돌덩어리. 보기만 해도 어쩐지 입이 텁텁해지는 것 같다.


“그래, 뭐···마석이 너희들 주식이니까.”

“원석이 아니라면 저런 것도 있습니다.”


 길가에 행상인처럼 자리를 깔고 앉은 마족들. 그들 앞에는 반짝이는 가루가 담긴 나무통들이 놓여 있었고, 작은 그릇도 함께 있었다.


“저건 하급 마석을 갈아놓은 것입니다. 마족들에게는 훌륭한 간식거리입니다.”


 로냐는 마왕성에 들어가기 전엔 자기도 자주 먹었던 거라고, 아련한 추억 떠올리듯 말했다.


“그래 그래, 뭐, 돌가루 이야기는 이제 됐고, 뭔가 향이 특이하거나 강렬한 그런 거 없어? 향신료 같은 거 말이야.”

“향···말입니까. 으음······.”


 로냐는 내 질문에 잠시 멈추더니 생각에 빠졌다. 입술을 꾹 다물고는, 자신의 긴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꼬기 시작했다.


 산양 뿔처럼 꼬여있는 로냐의 뿔. 그리고 그 뿔처럼 꼬인 머리카락. 그걸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도 배배 꼬이는 거 같다.


“아.”


 뭔가 떠올랐다는 듯, 로냐가 한 마디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표정이 싹 변했다.

 원래도 무뚝뚝하긴 했는데 지금은 마치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혐오가 가득한 얼굴이다.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로냐는 차갑게 말하고는 빠르게 앞장섰다. 어쩐지 평범한 곳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상점가를 한참이나 지나서 접어든 외진 골목. 딱 봐도 평범한 손님이 드나들 길은 아니다.

 내다 버린 쓰레기나 부서진 물건 따위가 길을 막고 있어서 발길에 부딪히지 않도록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야만 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낡아빠진 문. 무슨 가게인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안에서는 무언가를 갈고 빻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


 드물게 오가는 마족들은 수상한 후드를 뒤집어쓰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몇몇은 우리를 보자 멈칫하더니, 흘끗거린 후 재빨리 다른 골목으로 사라졌다.


“여긴···좀 음산한데?”

“이름조차 없는 뒷골목입니다. 다들 편의상 ‘시궁창’이라고 부르는 곳이죠.”


 시궁창. 이름만 들어도 어떤 곳인지 알 거 같다. 누가 사는 곳인지도.


 미로처럼 복잡한 지저분한 골목길. 로냐는 그 길을 익숙하다는 듯 잘도 움직였다. 무슨 내비게이션이 머릿속에 내장된 것처럼. 바삐 따라가느라 살짝 몸에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후우···후. 마왕의 집사라서 그런 건가? 이런 복잡한 길은 어떻게 알고 가는 거야?”


 보이는 거라고는 너저분한 벽과 좁은 길. 그리고 머리 위에 한 줄기 선처럼 그어진 하늘뿐인데.


“집사라서 잘 아는 게 아니라······.”


 갈림길에서 잠깐 멈춰 선 로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양쪽을 찬찬히 살폈다. 신중한 모습이다.


“여기 출신이라서 잘 아는 것일 뿐입니다. 오랜만이라서 좀 헷갈리지만요.”

“어···그래?”


 저 표정은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보는 거였나.

 딱 봐도 빈민가 슬럼 같은 공간인데, 로냐가 여기 출신이라는 건 놀랍구만. 자수성가로 마왕성에 들어간 입지전적인 인물인 건가.


“저희가 갈 곳은 평범한 마족과는 달리, 이상하고 독특한 기벽을 가진 자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독특한 기벽?”


 내 물음에 로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변태를 말하는 겁니다. 마족의 정상적인 주류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자들 말입니다.”


 우리는 한참 만에 작은 문 앞에 도착했다. 간판도 없고, 외관은 허름해 보였지만 뭔가가 심상치 않았다.


 문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적힌 종이 하나가 꽂혀 있었다. 마족의 문자인 모양이다.


“뭐라고 쓴 거지?”

“오늘 휴무라고 써놨네요.”


 하필 쉬는 날인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 싶을 때,


“···휴무는 무슨······.”


 로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리더니 날카롭게 손톱을 촤악 세웠다. 그리고 닫혀 있는 문을, 말 그대로 긁어 버렸다.


“워우.”


 제법 단단해 보였는데, 무슨 두부 자르듯 문짝이 숭덩숭덩 썰려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강렬한 냄새가 흘러나와 코를 찔렀다.


“김튀김 님. 들어가시죠.”


 이거 무단 침입 아닌가 싶었는데, 로냐가 먼저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괜찮겠지.


 안쪽은 마치 약재상 같았다. 벽에는 온갖 말린 식물들이 걸려 있었고, 선반에는 유리병 속 액체에 담가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득했다.


“누, 누구······.”


 한쪽의 낡은 테이블에 달라붙어 무언가 수상한 가루를 옮겨 담고 있던 주인이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리고는 로냐의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경기하듯 깜짝 놀랐다.


“로, 로냐?”


 비틀린 듯 왜소한 체구의 마족이다. 그는 곧바로 허겁지겁 테이블 위에 있던 가루들을 자루에 마구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가루들이 흩날리며 공중에 먼지처럼 퍼졌다.


“···역겹군요.”


 로냐는 구역질이라도 할 듯한 얼굴을 하더니, 안주머니에서 하얀 장갑을 꺼내 손에 꼈다. 그리고 코와 입을 손으로 가렸다.


“음?”


 나는 가게 안에 퍼진 가루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냄새···어디선가 맡아본 듯한데. 복잡하면서도 익숙한 향이었다.


 약간 달달하면서도 뒷맛이 쓸 것 같고, 미묘하게 흙냄새도 섞여 있었다. 마치 칡뿌리 냄새 같은.


“어···로냐가 아니라, 폐하의 집사 나으리 아니십니까. 하, 하하···이런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로······.”


 주인은 급히 자루를 숨기고는 굽신거렸다.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어어, 당신은 낯선 분이시군요. 아! 혹시 그 소문의 전이자 님-”

“시끄럿!”


 내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로냐가 날카롭게 외쳤다.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입 열지 마라!”


 로냐의 엄한 명령에 주인은 그대로 움츠러들었다. 로냐는 가게 입구에 세워둔 바짝 마른 막대기를 집어 들더니, 마치 회초리처럼 휘둘렀다.


“저기, 뒤쪽 벽에 붙어!”


 주인은 마치 가죽이 바싹 마른 듯한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군말 없이 벽 쪽으로 움직였다.


“됐습니다. 김튀김 님. 이제 한 번 둘러보시죠. 역겨운 것들뿐이겠지만요.”

“아니, 왜 그렇게까지 사납게 구는 거야? 뭐 큰 잘못이라도 한 거야?”


 로냐는 나를 잠시 싸늘하게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돌리며 대답했다.


“여기에는 불온한 물건뿐이고, 또 그런 것을 찾는 자만 오는 곳이니까요. 이베트 님의 통치에, 판데모니아의 존속에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자들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나에게는 그저 말린 풀이나 식물, 힘줄 같은 거로만 보이는데 말이지.


 약재, 향신료, 아니면 뭐 민간요법용 재료 같아 보인다고 말하자 로냐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응시했다. 


“김튀김 님도 아시다시피, 마족은 마석만 있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영양은 음식으로 보충하죠.”

“그랬었지.”


 로냐가 막대기를 휘둘러 바닥에 세워져 있던 짚단 같은 것을 옆으로 밀어냈다.


“이런 건 마석도 음식도 아닌 겁니다. 환각이나 환청, 그리고···음란한 짓을 목적으로 일부 변태들이 사용하는 사악한 물건일 뿐입니다.”


 음. 쪼그려 앉아서 냄새를 맡아 봤지만, 그저 레몬그라스 비슷한 향이 날 뿐인데. 그렇게나 위험한 거라고?

향긋하구만. 내장처럼 잡내가 강한 재료에 더해서 동남아풍의 튀김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거 같다. 맛있겠군.


 아, 혹시 향신료나 향채 같은 것들은 여기 마족에게는 일종의 정신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건가? 우리나라로 치면 당장 잡혀 들어갈?


 식재료를 갈아서 쓰레기 죽으로 만들어 약이랍시고 먹는 놈들이니···그렇지 않을 것도 없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럼 여기 있는 건 전부 다 불법인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로냐는 이베트가 자비를 베풀어 눈감아주고 있는 거라고, 다만 사회적으로 배척받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소스 재료로 써볼 수 있을까 했는데, 불법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단 말이지.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


 그때, 가게 주인이 용기를 얻은 듯 한마디 말을 보탰다.


“그, 폐하께서도 묵인하고 계시고, 또 개인의 기호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먼 걸음 하신 김에 집사님도 오랜만에 옛 추억을-”

"닥쳐!"


 로냐는 더 들을 수 없다는 듯 화를 내더니 들고 있던 막대기로 주인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따악!


“아구구!”


 주인은 머리를 움켜쥐고는 뒤로 나동그라졌다. 로냐는 한 번 만 더 입을 열었다간 대가리를 쪼개버리겠다고 살벌하게 경고했다. 


“거···내가 끼어들 사정은 아닌 거 같지만, 손해가 생기면 이베트가 뭐 어떻게든 해주겠지. 그러니 기다려 봐.”


 내 말에 머리를 감싸 쥔 주인은 조금 안심한 눈치였다.


 그나저나 저 주인이 ‘오랜만에 옛 추억을’이라고 말한 것을 보니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는 모양이구만. 로냐가 여기 시궁창에 살던 과거에 말이다.


 나는 내 일에나 집중하자. 우선 저 레몬그라스 비슷한 냄새가 나는 풀이다.



[재료 : 습지 태양풀]

[분류 : 향신료]

[등급 : C]

[분석 결과 : 엘루네아의 습하고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라는 식물. 잘게 잘라서 소스에 넣으면 강렬한 레몬 향과 상쾌한 맛을 더해줌. 마를수록 향이 강해지나 마족에게는 가벼운 두통과 떨림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음.]



 역시. 이 풀은 설명을 보니 레몬그라스와 비슷한 놈이군. 이건 유용하겠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찾아봐야겠다. 우선은 만지기 쉽게 밖에 꺼내놓은 것들부터다.

 어디, 녹색 탱자 같은 이건 뭘까.



[재료 : 페리아 열매]

[분류 : 향신료]

[등급 : B]

[분석 결과 : 활엽수 페리아의 열매. 잘 익은 열매는 뱃속에서 게워낸 듯한 시큼한 구린내를 풍기지만 덜 익은 과육은 천연 산미를 냄. 잘 익은 열매를 즐기는 이상한 마족이 있음.]



 상태창의 설명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신중하게 냄새를 맡아 봤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이건 덜 익은 놈인가 보다. 찌릿한 식초 냄새만 난다.


 ···그런데 덜 익은 것도 아니고 잘 익어서 구린내 나는 걸 즐기는 마족이 있다고?

 어, 뭐. 그렇지. 자기 몸에서 나는 구린내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으니까.


 자, 다음은 여기 송진 굳은 것처럼 생긴 거다.



[재료 : 나무 마석]

[분류 : 감미료]

[등급 : A]

[분석 결과: 엘프의 숲에 자생하는 달콤한 나무의 수액. 돌처럼 굳혀서 수확함. 마족들은 나무 마석이라고 부르며 단맛을 즐김.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니 주의.]



 단맛에 설사라. 대체당하고 비슷한 건가. 그것도 많이 먹으면 화장실 뛰어가게 만든단 말이지. 


“어우.”


 손톱으로 살짝 뜯어서 맛을 봤는데, 사카린 뉴슈가 뺨치는 단맛이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달다. 이건 극소량만 써야겠군.


 일단은 대충 레몬, 설탕, 식초를 대신할 만한 걸 찾았다고 할 수 있겠군.


 그때 눈에 확 들어온 것이 있었다. 커다란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과일. 검붉은 색이다. 내 주먹 반 만 한 크기에.


 뚜껑을 열고 하나 꺼내보니, 손끝에 뽀드득거리는 껍질의 묘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재료 : 핏빛 뿌리심장]

[분류 : 열매]

[등급 : S]

[분석 결과 : 숲속 깊은 곳에서만 자라는 붉은 열매. 감자처럼 뿌리를 수확해서 얻음. 과육은 붉은빛이 흐르며, 잘 익으면 핏빛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진해짐. 약한 단맛과 감칠맛, 미묘한 산미가 공존함. 마족의 자양강장에 큰 효과가 있음.]



 자양강장이라. 건강한 열매인 모양이구만. 아니면 음란한 열매거나.

게다가 처음 보는 S급이다.


“아, 아이고···그건······.”


 가게 주인이 애태우는 걸 보니, 확실히 귀한 물건인 모양이다. 개수는 한 여남은 개 정도 되려나.


 뿌리에 열리는 거라면···감자가 떠오르는데. 하지만 이건 울퉁불퉁한 모양에 색까지 빨개서 진짜 생물 심장처럼 생겼다.


“······.”


 약간의 단맛에 감칠맛과 신맛이 나는 빨간색 과일이라. 건강에도 좋고. 게다가 감자···감자······. 감자와 가까운 과일.


 뭔가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나는 옷에 핏빛 뿌리심장의 물기를 슥슥 닦아내고 한 입 베어 물어 보았다.


“기, 김튀김 님? 그런 걸 어떻게 날 것으로! 큰일 납니다!”


 로냐가 경악하며 제지했지만, 이미 내 입 한가득 집어넣은 걸 어찌할 수는 없었다. 


 음. 음.


 예상대로다. 이거, 토마토 맛이다.


작가의말

명절 튀김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쥐포 튀김이라고 아십니까? 경상도 쪽에서 주로 먹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꾸이맨 같은 얇고 바삭하게 부서지는 어포 튀김이 아니라 두툼하고 쫄깃한 쥐포를 직사각형으로 잘라 튀김옷 입혀 묵직하게 튀기는 음식이랍니다.


저는 환장하는 튀김입니다. 명절 때 다른 건 몰라도 이게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단, 재료인 쥐포의 퀄리티를 타협하면, 맛도 그만큼 덜하게 되는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당연히 우리 집에서는 명절마다 제가 직접 튀깁니다. 그런데 이게 전국구 튀김이 아니라는 걸 어른 되고 나서 알았었는데, 꽤나 충격을 받았었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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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6 뜨끈한국밥
    작성일
    24.09.10 02:34
    No. 1

    어릴적 어머니께서 부산에서 튀김장사를 하셧죠
    명절만 되면 어휴 쥐포에 노바시새우에 고구마에 밑준비만 3박 4일씩 하고 그게 또 하루만에 다팔리고
    쥐포튀김은 바삭하면서 고열로 익은 쥐포의 달달한 맛이 일품이죠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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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판데모니아의 국빈, 김튀김. +1 24.09.06 277 12 12쪽
4 김튀김, 널 놓칠 순 없다. +2 24.09.05 320 15 14쪽
3 이세계 첫 튀김의 효능. +3 24.09.04 330 13 12쪽
2 귀빈맞이 마족의 진미죽. +2 24.09.03 364 13 15쪽
1 김튀김의 튀김. +2 24.09.02 49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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