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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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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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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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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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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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할라

DUMMY

잿빛 늑대 무리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토드와 얀켈의 주위를 돌았다. 얼핏 20여 마리는 돼 보였다. 토드의 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손바닥에서 땀이 났다. 토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 보는 늑대 무리였다. 벨포드에서 역청탄을 캐러 피론 산으로 갈 때 여우는 많이 봤었다. 그러나 여우는 토드보다 훨씬 작았고 토드가 소리만 치면 도망가기 바쁜 하찮은 존재였다.


어쩌다 늑대를 본 경우도 있었지만 그 늑대는 동네의 개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였다. 그러나 이들 늑대는 사이즈가 달랐다. 벨포드 근처에서 본 늑대들의 거의 두 크기에 길게 자란 잿빛 털을 휘날리며 매서운 눈으로 토드와 얀켈을 보며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얀켈이 큰 칼을 들고 토드에게 말했다.


“내 뒤로 오거라!”


토드는 무슨 말인지 짐작이 되었지만 그러기 싫었다. 발을 저는 저 대장장이보다 그래도 자기가 늑대를 상대하기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늑대 중 가장 큰 덩치를 가진 거의 은빛에 가까운 털을 가진 늑대가 무리 중에서 빠져 나와 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얀켈이 나직이 속삭였다.


“덴 설파게드 울펜.(은빛 늑대)”


토드는 저놈은 유명한 늑대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이름이 있는 늑대였다. 그럴만했다. 황소만한 덩치에 은빛에 가까운 회색 털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놈이 천천히 다가왔다. 얀켈이 큰 칼을 들고 늑대에게 소리쳤다.


"Gå vekk! Din drittsekk."


토드가 순간 결심을 하고 삽을 든 팔에 힘을 주고 얀켈의 앞을 막아서며 늑대에게 맞섰다. 얀켈이 놀라 토드에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냐? 토드, 위험하니 내 뒤로 오거라!”


토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삽으로 늑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며 은빛 늑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토드는 자기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삽을 두 손으로 힘주어 들고 늑대 앞으로 나섰다. 생전 처음으로 자기한테 살갑게 대해준 얀켈을 보호하려 함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 야만의 땅 바이킹의 땅에 와서 그도 어설프게 바이킹을 흉내 내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토드는 눈에 힘을 주고 자기 앞에서 금방이라도 자기를 덮칠 것 같은 거대한 체구의 은빛 늑대의 눈을 노려봤다. 은빛 늑대도 토드의 눈을 노려보았다. 그들 둘이 한 삼십여 초를 서로 노려보았다. 얀켈이 한쪽 다리를 절며 빠르게 토드 옆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은빛 늑대가 고개를 돌리더니 자기 무리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얀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빛 늑대의 뒷모습을 보았다. 은빛 늑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리에게 다가 가더니 산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잿빛 늑대 무리들이 그 은빛 늑대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늑대들이 얀켈과 토드 시야에서 사라졌다. 얀켈이 그 모습을 보다가 늑대들이 사라지자 토드를 보며 말했다.


“너 보기보다 대단한 애구나. 셀파게드 울펜을 겁을 내지 않고 오히려 그놈이 물러나게 만들었어.”


토드는 무슨 말인진 몰라도 자기를 책망하는 소리가 아님은 알 수 있었다.


“저 은빛 늑대는 곰도 잡아먹는다는 놈인데 사람도 많이 해쳤지. 그래도 저놈은 용맹한 전사들은 알아보고 피한다는데 너도 용맹한 전사(modig kriger)인가 보지? 아니면 그렇게 될 녀석이거나 말이야. 하하하.”


토드가 다시 짐을 챙기며 오면서 배운 말을 더듬거리는 말투로 짐을 챙기는 얀켈에게 물었다.


“바..베츠..르···모딕 크리거?”


얀켈이 밧줄과 자루를 어깨에 걸치고 한 손에 큰 칼을 들고 토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Modig kriger가 무슨 뜻이냐고? 글쎄 어떻게 설명해야 네가 쉽게 알아 들을 수 있을까?”


둘이 숲속에 사람 발자국에 의하여 희미하게 오솔길을 따라가면서 서로 말을 하였다. 숲이 끝나고 절벽에 난 조그만 길을 가게 되었다. 좌측으론 높은 산등성이가 있었고 우측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난 위태위태한 길이었다. 절벽 밑은 희뿌연 산안개가 덮고 있어서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길을 조금 걷다가 얀켈이 멈추고 절벽 밑을 보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오른팔을 들어 심장에 주먹을 갔다 대었다.


토드가 그 모습을 보다가 자기도 똑같이 행동했다. 뭔지 몰라도 저 절벽 밑이 신성하거나 두려운 장소인 것 같아서였다. 토드가 다시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얀켈이 그런 토드를 빙그레 미소를 띠며 쳐다보고 있었다. 얀켈이 토드의 머리칼을 흩뜨리더니 다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얀켈이 혼잣말을 하였다.


“그래, 언젠가는 너에게 저 절벽 아래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알아들을 날이 오겠지.”


절벽 길이 끝나고 산등성이 두 개가 서로 협곡처럼 마주 보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 커다란 적갈색의 바위산이 있고 바위산 아래에 커다란 구멍이 패어있고 그 구멍 주위에 시커먼 돌들이 부서져 있었다.. 토드가 가까이 가서 그 돌가루들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 가루들을 한 손에 들고 얀켈에게 물었다.


“철광석?”


얀켈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 앞에 멈추고 자루를 내려 놓으며 토드에게 말했다.


"jernmalm"


토드가 자기 손에 쥔 시커먼 가루를 쳐다보며 따라 했다.


"jernmalm"


얀켈이 토드에게 말했다.


“여기서 철광석을 캔다. 자, 저걸 캐서 자루에 담자꾸나.”


토드가 무슨 말인지 짐작하고 곡괭이를 들고 커다란 구멍에 다가갔다. 곡괭이로 바위산을 찍어내자 시커먼 철광석들이 부서지며 떨어졌다. 온몸이 땀에 젖도록 한참을 곡괭이질을 하자 가지고 온 자루 두 개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철광석이 부서져 쌓였다. 얀켈이 어깨를 가로질러 맨 에일이 든 양가죽을 들어 토드에게 줬다.


“수고했다. 에일이라도 마셔라.”


토드가 양가죽 주머니를 받아서 뚜껑을 열고 에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잠시 쉬다가 얀켈이 잡아주는 자루 속으로 철광석을 옮겨 담았다. 토드가 능숙하게 철광석이 든 자루를 묶더니 그걸 어깨에 둘러메었다. 얀켈이 토드에게 말했다.


“그래, 아주 능숙하고 힘도 좋구나. 그걸 수레에 싣고 오너라.”


토드가 얀켈이 말하는 바를 대충 알아듣고 철광석이 든 자루를 둘러메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 동안 얀켈이 뒤에서 다른 자루를 밧줄로 묶고 있었다.

토드가 절벽 길을 지나서 아까 역청탄을 캔 곳을 지나 큰 길로 나왔다. 말이 수레에 묶여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수레에 자루를 옮겨 싣고 다시 아까 간 곳으로 돌아갔다.


역청탄이 있던 곳을 지나 다시 깎아지른 절벽 길에 들어섰다. 절벽 아래는 여전히 안개가 덮여 있었다. 왜 얀켈은 여기서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손을 댔을까? 뭔가 신성한 곳인가? 아니면 두려운 곳인가? 한참을 절벽 밑을 내려다보며 걷다가 다시 철광석을 캐던 곳에 도착했다. 철광석이 든 자루는 얀켈이 이미 묶어 놓았다. 묶는 방식은 전 주인 잭 스미스에게서 배운 것과 달랐지만 더 튼튼하게 매어져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곡괭이와 삽을 끼우고 자루를 어깨에 둘러메었다. 얀켈이 앞장서고 토드가 뒤따라갔다. 말이 끄는 수레에 가서 자루를 실었다. 이젠 역청탄 자루를 가지고 올 차례였다. 얀켈이 앞장서려 하자 토드가 제지했다.


“얀켈, 드라.”


그리고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그”


그 손으로 숲 속을 가리켰다.


“히트 알레인.”


얀켈이 호탕하게 웃었다.


“난 여기 있고 너 혼자 갔다 온다고? 하하하. 말을 아주 빨리 배우는구나.”


얀켈의 웃음을 뒤로 하고 토드가 숲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두 번에 걸쳐 역청탄이 든 자루를 가지고 와서 다 싣고 말을 돌려 대장간으로 향했다. 가면서 토드는 에일을 마시고 얀켈에게서 바이킹 언어를 배웠다. 대장간에 돌아온 둘은 자루를 내려 대장간으로 옮기고 고로에 불을 붙였다.


한참을 풀무질을 하여 고로가 완전히 불타오르자 그 안에 철광석을 담는 점토로 만든 커다란 용기의 걸쇠를 위에 걸고 용기는 고로 안에 집어넣고 그 안에 철광석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풀무질을 더하여 화력을 더 세게 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철광석이 녹아 뻘겋게 녹은 쇳물 위로 잡석이 떠올랐다. 얀켈과 토드가 그 잡석을 걷어내 한 곳으로 버렸다. 얀켈과 토드가 녹은 쇳물의 상태를 살폈다. 얀켈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고로 앞에는 모래로 만든 기다란 물길 같은 게 있었다. 토드가 커다란 쇠꼬챙이로 쇳물이 든 용기를 기울여 모래로 만든 물길에 쇳물을 부었다. 시뻘건 쇳물이 물길을 따라 흘렀다. 물길의 길이는 용기의 쇳물을 다 부으면 딱 맞을 만큼의 공간을 가졌다. 이제 쇳물이 식으면 물길 모양대로 기다란 선철이 될 것이다. 이 선철을 용도에 맞게 잘라서 다시 불에 달구고 담금질을 하여 원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 후로 이틀 동안 쇳물로 선철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기다랗게 식은 20피트 길이 정도의 선철을 모루 위에 올려놓고 얀켈이 집게로 선철을 고정하고 그 위에 정을 대고 있으면 토드가 해머로 정을 내려쳐 선철을 잘랐다. 선철을 4개의 조각으로 잘라서 한 쪽에 쌓아 놨다. 그렇게 두께 5인치에 길이 5피트 정도의 선철조각을 만들어 한 쪽에 쌓았다.


그동안 밤에 시간이 나서 토드가 멀리 마을을 보면 회당에선 불이 환하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에선 다음날도 술판이 벌어진 것이었다. 선철 60 조각을 다 만든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회당에 불이 꺼졌다. 술판이 끝난 것이다. 토드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빛의 폭포수가 하늘을 커튼으로 가리듯 일렁이며 수를 놓고 있었다. 토드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와아아”


"nordlys"


얀켈의 소리였다. 토드가 돌아보니 얀켈도 하늘의 그 신비한 빛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용맹한 전사들이 발할라로 가는 중이야. 저 빛은 그들의 영혼이지. 축복받을지어다.”


토드가 얀켈을 보자 얀켈은 눈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토드는 알아듣지 못할 바이킹언어로 혼잣말을 하였다.


“나도 저렇게 발할라로 가는 영혼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다리 병신이 된 나는 노섬브리아 약탈에 끼워 주지도 않고 이웃 부족과의 전쟁에도 끼워 주지 않는다. 나는 다리 병신 대장장이로 늙어 죽어서 지옥이나 가겠지?”


토드는 얀켈의 혼잣말 중에서 ‘발할라’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발할라···.”


자기도 모르게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얀켈이 토드를 보고 말했다.


“발할라는 용맹한 전사들이 전투 중에 죽어서 가는 곳이란다. 전투 중에 용맹하게 싸우다 죽은 전사들의 영혼을 발키리들이 거두어 발할라로 데려가지 그 곳은 신중의 신 오딘이 있는 곳이지.”


토드가 다시 중얼거렸다.


“오딘···”


얀켈이 다시 하늘의 빛을 보며 꿈꾸듯 말했다.


”발할라에 간 전사들은 그곳에서 오드라드를 마시며 밤에는 잔치를 벌이고 낮에는 무술을 연마하며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를 대비한단다. 저 빛은 선택되어 발할라로 가는 영혼들의 빛이야.”


얀켈과 토드가 밤이 늦도록 오로라를 쳐다보았다. 오로라가 사라지자 그들은 자러 들어갔다.


* * *


'오랜만에 오는군.'


지그문트가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나는 어디 있었던 거지? 왜 이제야 여기 온 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그문트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랜만에 본 아름다운 이곳 풍경이 새롭게 보여 눈에 담기 바빴다. 푸른 들판과 끝없이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 군데군데 서있는 커다란 떡갈나무들. 푸른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지그문트를 감싸고 지나갔다. 지그문트가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음미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로움이다.'


갑자기 뭔가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지그문트가 몸을 재빨리 틀었다.


"쐐에엑!“


강철도끼 하나가 은빛으로 날이 빛나며 빠르게 회전하며 지그문트의 머리 옆을 스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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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얀켈 24.09.14 45 1 14쪽
23 탈환 24.09.14 50 0 14쪽
22 미친 쌍도끼 24.09.13 44 0 14쪽
21 습격 24.09.13 51 0 14쪽
20 선상회의 24.09.12 48 0 14쪽
19 해상 약탈 24.09.12 50 0 16쪽
18 훈련 항해 24.09.11 48 0 16쪽
17 바다로 24.09.11 51 0 13쪽
16 왕국 24.09.10 50 0 15쪽
15 아스가르드로 가는 길 24.09.10 54 0 13쪽
14 희망 24.09.09 46 0 13쪽
13 핀나르 Finnar 24.09.09 52 2 14쪽
12 겨울 24.09.07 60 0 14쪽
11 오르딜 신의 심판 24.09.07 59 0 13쪽
10 싸움 24.09.06 61 0 13쪽
9 유리팔찌 24.09.06 62 0 14쪽
8 브리타니안 24.09.05 70 0 14쪽
7 아스가르드 24.09.05 79 1 15쪽
» 발할라 24.09.04 72 0 12쪽
5 대장간 24.09.04 75 0 14쪽
4 노예 24.09.03 67 0 15쪽
3 납치 24.09.03 74 0 14쪽
2 해적 24.09.02 80 0 16쪽
1 버려진 금발 대가리 24.09.02 14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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