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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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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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사관학교 (1)

DUMMY

"지금 황제께서는 영국을... 자극하고 계시니까 말이야. 아, 전함을 건조한 걸 말하는게다."


원론적인 이야기다.

지금 본토로만 따지면 영국은 독일을 이길 수 없고, 심지어 그 드넓은 식민지가 없으면 본토는 지금 상황을 유지조차 할 수 없다.

이미 영국의 경제 구조 자체가 식민지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기형적인 구조였으니까.


그리고 그 드넓은 식민지를 유지시키고 있는 건 오로지 해군의 힘이다.

해군이 없으면 식민지에서 식량이나 설탕도 가져올 수 없고, 반란이 난 식민지를 관리할 수도 없으니까.

유럽 대륙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영국 본토에 적이 상륙 할거라는 편집증에 시달려야 하기도 하고.


즉, 주변국이 해군을 기르기 시작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게 당연하다.

이유가 식민지 유지 및 본토 방어라는 점에서 참으로 영국스럽기 그지 없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건 충분히 합리적이란 말이다.


근데 친애하는 우리 팔병신 2세께서는 그걸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 이러는 걸지도 모른다. 빌헬름 2세는 영국 황실 출신인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으니까.

언론에는 영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함대를 건조한다니, 혹시 우리 황제는 북쪽 에미나이들 황제였나? 화전 양면 전술이 수준급이야, 아주.


"...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나보구나."

"사실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어떤 생각 말이냐?"

"독일이 영국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요."

"전쟁을 말하는게냐?"

"아뇨, 해군력이요."


물론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 지식이 없더라도 조금만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독일 해군은 절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게 된다.


왜?


"독일은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죠."

"그리고?"

"그 둘은 세계 최강의 육군국 아닌가요?"


밭에서 사람을 캐는 바보 이반의 나라와 늘 유럽 최강국이던 프랑스.

물론 러시아는 교육 수준이 낮다는 점이 늘 발목을 잡았고, 프랑스는 지금 저출산에 허덕이고 있지만... 그런게 중요할리가 있나.


진짜 중요한 건, 저 둘은 늘상 유럽 최강의 육군국들이었고, 둘 다 독일을 싫어한다는 거다.


"외교적으로 양면전선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 그래. 전쟁이 벌어진다면, 독일은 꼼짝없이 양면 전선을 감당해야겠지."

"그러니 독일은 육군을 기를 수 밖에 없고, 영국의 해군을 이기는 함대를 건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건 황제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더구나."


... 그걸 알면서 함대를 찍는다고?

진짜 낙지 콧수염 휘둘러 상병씨처럼 정신병동에 감금되어야 하는 사람인건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힌덴부르크의 뒷말은 내 의심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함대를 찍어내서, 영국과 군비 경쟁을 하면 둘의 동맹이 이뤄질거라고 그러셨단다."

"... 사자 뺨을 때린 다음 친하게 지내자고 머리를 들이민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요."

"어쩌겠느냐. 황제 폐하께서 그리 생각하셨다면, 우리 같은 융커들은 따라야지."


... 그래, 뭐. 이게 유럽 평균이지.

왕이 맛탱이 간 헛짓거리를 하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건 아니지 이 미친 새끼야'라고 외치는 게 충신인 동양권하고는 정 반대의 인간들만 모여있단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역시 미국은 가장 동양스러운 서양 국가 아닐까? '싫은데 에베벱' 정신이랑 동양 문화가 어느정도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전쟁을 하겠느냐?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이것도 19세기 유럽 평균이다.

인간은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으니, 이성적인 신인류 - 백인 이야기다 - 는 외교와 양보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거라는 발상 말이다.


그리고 늘상 그렇듯, 인간을 믿으면 처참하게 실패한다.

검은 머리 짐승은 믿는 게 아니라는 옛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주기 위해 직접 자진해서 실험에 나서준 20세기의 유럽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역시 저 쯤 되는 실험정신이 있어야 왕 목도 자르고 세계도 지배해보는 걸까. 무섭다, 구라파!


"말이 좀 길어졌구나. 어쨌거나, 진학 축하한다."

"벌써 가시게요?"

"가야지. 하루라도 작전 계획을 다듬지 않으면 융커로서의 자격도 없는 놈일테니까."


세상에, 내 친아버지를 저격하는 발언이라니!


"네 아버지 얘기 하는 거 아니다. 그 표정 좀 어떻게 하거라."

"... 상급 대장의 최소 조건이 독심술인가요?"

"그런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단다, 위르겐."


거, 독일인 아니랄까봐 유머 감각이 쓰레기구만.


그래도 힌덴부르크의 유머 감각과는 다르게 현실 감각은 멀쩡하다는 게 밝혀진 건 다행이다.

만약에 이 양반도 루덴도르프마냥 '국가는 군대를 위해 존재한다' 라던가, '해군은 필수불가결하다' 같은 헛소리 했으면 정신이 아찔했을테니까.


결국 파시스트인 루덴도르프가 문제인가.

차라리 똥별이었으면 인맥을 활용해서 진급이라도 누락시킬 수 있지, 군재 하나 만큼은 진짜라서 융커들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고.


... 하긴, 이건 지금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루덴도르프가 전쟁에서 지고 배후 중상설을 들고 나오면 뭐 어쩔건가. 제정신 박힌 힌덴부르크를 설득해서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잖아.

융커 출신도 아닌 루덴도르프가 여론전까지 밀리면 뭘 할 수 있지? 뛰어오르기?


"또 이상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구나."

"... 예?"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고치거라."

"... 예."


내가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인 게 아니다. 힌덴부르크가 더럽게 잘 알아채는거지.

전생의 다른 사람들조차도 내 표정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대체 뭔 방식을 써서 알아채는건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아무튼, 차 잘 마셨다. 다음에는 기숙사에서 보자꾸나."

"조심히 들어가세요, 대부님."

"... 그래."


후우우... 이제 진짜 본편인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포석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잘 해야만 한다.

사실상 나라의 천재들은 죄다 군인이 되는 독일 제국군에서 최고의 자리를 노리기 위해서는, 결국 내 커리어를 비범하게 쌓아야 할테니까.


... 물론, 자신이 없지는 않았다.



***



빌헬름 2세는 생각보다 많이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21세기의 개혁 사상과는 동 떨어져 있는 인물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기의 수구 꼴통들처럼 보수주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는 사회주의자와 노동조합, 가톨릭 교도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비스마르크가 경기를 일으키며 진압하려 했던 루르에서의 광산 파업을 유화책으로 풀어내고, 가톨릭 중앙당과 협치를 이뤄냈다.

심지어는 황제가 사회주의 정당을 합법화 시키고, 어린이 노동도 금지시켰다! 그는 진정 개혁 군주였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빌헬름 2세를 찬양하는 이유가 뭘까?


"황제 폐하께서 교육 과정을 갈아 엎으셨다네, 제군들."

"라틴어 수업이 많이 빠졌던데요? 덕분에 들어야 하는 총 수업 시간도 줄었구요."

"허허, 단순 암기가 꽤 많이 빠졌으니 창의적인 장교들이 양성되겠군요."


저 교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수업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께서 보우하시는 호엔촐레른 왕가의 적통 빌헬름 2세 폐하에게 환호를 바치지 않으면 내 적으로 간주하겠다!


... 당연히 다 농담이다.

고작 수업 좀 줄여줬다고 팔병신 - 어쩌면 머리도 병신 - 을 빨아주기에는, 아직 내 정신머리가 멀쩡하거든.


애초에 저런 개혁적인 행보를 펼친 이유가 뭐겠는가.

내가 빌헬름 2세의 마음 속까지 뜯어보지는 못 했지만, 아마 중증의 비스마르크 혐오증이 저 '개혁적 행보'의 이유일걸?


저 행보들을 봐라.

사회주의자와 가톨릭, 해군과 프로이센식 외교(러시아식 외교나 중국식 외교라고도 부른다)를 극도로 혐오했던 비스마르크를 엿먹이고 싶다는 음습한 욕망을 보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황제 폐하는 야심한 밤 침대에 누워 본인 어머니와 비스마르크를 후려치는 상상이나 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장담할 수 있어.


뭐, 어쨌거나 라틴어 수업이 줄어든 건 여러모로 호재였다.

그 줄어든 수업을 보충하면서 양이 늘어난 게 독일 근현대사 파트인데, 거시적인 시야로 한정하면 내가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애초에 독일 사관학교로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독일 근현대사를 모르면 자살해야지. 암암.


근데 말이다.


"위르겐 폰 자이틀리츠? 쿠너스도르프 전투에서 제군이 자이틀리츠 중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쿠너스도르프 전투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할 게 없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의 인생을 통틀어 최악의 전투이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거든.

심지어 아버지의 학대를 견딜 때도 멀쩡히 살던 프리드리히 대왕이 자살까지 고려할 정도로 박살난 전투였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뭘 했을지, 굳이 왜 나한테 물어봤는가?


사실은 이유가 뻔했다.

이걸 설명하려면 내 가문의 조상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데, 내 조상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이름이 왜 이따위야?

하여튼 자이틀리츠 조상님이 저 전투에서 프리드리히 대왕의 선택을 이 악물고 말렸거든.

근데 결국 프리드리히 대왕은 명령을 내렸고, 돌격한 기병대는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으며, 내 조상님은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여기는 프로이센.

저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간언해야 한다는 유교적 사상을 원할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저 교사가 나에게 원하는 대답은 정해져 있다고 봐야지.


'프리드리히 대왕의 실수였지만 명령에 충성하는 게 융커의 본분이니 돌격하겠다!'


이런 걸 바라고 있을거다.

죽을 걸 알면서도 주군의 명령에 충성하는 기사라니, 이거 완전 기사도 문학에나 나오는 영웅의 모습이잖아!

빌헬름 2세가 교육 과정을 손보며 특별히 주문했던 '사관 생도들이 충성스러운 융커처럼 생각하기를 바란다'는 명령까지 완벽히 달성할 수 있기도 하고.


게다가 어지간해서는 다른 대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10살 짜리 애들이면 멋있게 죽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을테니까. 융커 자식들이니 더더욱 그렇고.

심지어 내 친부도 전사했으니, 그런 놈이 본인도 멋있게 죽겠다고 대답하게 하면 효과가 2배겠지.


그러니 교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럴 수'는' 있다고.


"저였다면 돌격을 거부했을겁니다."


저 교사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싫은데 에베벱'을 하다가 모가지가 짤린 사람이다.

2번째 인생을 살면서 목숨이 위험한 건 안 하기로 결심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목숨이 안 위험한 상황에서는 굳이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없다는 얘기잖아?


"그 상황에서 돌격하는 건, 패배의 원인을 주군에게 돌리는 비겁한 행위 아닙니까?"

"... 위, 위르겐, 그만하면 대답이 된 것 같은데."

"아뇨, 아직입니다."


교사는 누가봐도 당황한 것 같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대답을 이어나갔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패배가 확정된 전투라고 할지라도, 명령이라면 따라야만 합니까?"


이 말은, 교사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생도들에게 한 말이다.


히틀러의 전쟁 범죄를 묵인했던 놈들.

배후 중상설을 지지하면 본인들의 이권을 뺏기지 않으니까, 히틀러의 집권까지 묵인했던 융커들에게 말이다.


"그건 더럽고 추잡한 짓 아닙니까."


그 융커들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독일은 더 이상 유럽의 빌런이 아니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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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온 세상이 융커다 (1) +4 24.09.04 1,112 38 11쪽
5 4화. 슐리펜의 군사학 교실 +4 24.09.03 1,129 38 12쪽
4 3화. 사관학교 (2) +5 24.09.02 1,137 41 12쪽
» 2화. 사관학교 (1) +5 24.09.02 1,198 42 12쪽
2 1화. 힌덴부르크 라인 +3 24.09.02 1,307 40 12쪽
1 프롤로그. +2 24.09.02 1,317 3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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