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새글

브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4.08.31 23:38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2,129
추천수 :
828
글자수 :
118,179

작성
24.09.07 18:00
조회
1,043
추천
42
글자
12쪽

8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1)

DUMMY

"... 위르겐, 돈은 있는지 모르겠구나."

"예?"

"네 토지가 얼마 남지 않았던데, 괜찮은가 해서 말이다."


힌덴부르크는 정말로 걱정되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물론 네가 똑똑한 건 안단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더구나."

"일부러 판 거에요."

"... 일부러?"

"예."


내가 가지고 있던 땅은 알짜배기 그 자체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애초에 프리드리히 대왕이랑 짝짜꿍하던 게 내 조상이잖나. 합법적인 호의 - 내 조상 때는 받는 게 정상이었다 - 가 마구마구 들어왔다고.


근데 말이다.

이 발전의 시기, 성장의 시기에 부동산만 매달고 있을 필요가 있나?

독일은 부동산은 불패라고 말해도 '당연한 거 아니냐'는 대답만 돌아오는 한국이 아니다. 게다가 어차피 전쟁 지면 폴란드 땅 된다고.


그렇기에, 나는 3년 전부터 동쪽 영지를 천천히 팔았다.

남은 땅은 진짜 알짜배기들, 그러니까 현대 독일의 국경선 안 쪽에 있는 땅 중에서 고르고 고른 땅들이고.


그러면 땅을 판 돈은 어디다 썼느냐?


"제 이름으로 도이체 방크에 가시면 회장처럼 대우해줄걸요?"


당연히 투자에 썼지.


군인이 왜 돈 벌 생각을 하냐고?

지금 동부의 땅이란 땅은 죄다 가지고도 아직도 만족 못해서 러시아계 폴란드인을 거의 무임금으로 부려먹는 융커들을 모욕한거냐? 응?


꼭 그런게 아니더라도, 비리 군인이 되기 싫은 이상 투자를 열심히 해야 한다.

돈도 없는 놈이 '성의'를 받지 않으면... 흠, 성의 받는 게 일상인 장성들이 퍽이나 좋아하겠구만. 내 진급길 막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여간, 나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투자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막 시작한 태동기 산업에 투자할 돈 정도는 있었다는 얘기다.


"아, 맞다. 엔진 회사 사장이랑 만난다던데."

"예. 맞아요."

"흠, 내가 아는 너라면 새로운 혁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구나."


그, 이 시기의 혁신이라고 해봤자 아이용 수면제(아편 포함) 같은 거니까 그렇죠.

그에 비하면 자동차는 완벽한 혁신이지. 교통사고 정도가 부작용이겠지만, 솔직히 낙마 사고로 죽은 사람보다 적을걸?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하다못해 말 타는 걸 참 좋아하는 나조차 낙마한 적이 몇 번 있는데다, 괴물 그 자체인 이성계조차 낙마해서 죽을 뻔 하기도 했었잖나.


아무튼, 얘기가 좀 새긴 했는데... 마이바흐씨랑은 오늘 만나기로 했다.

원래는 마이바흐랑 다임러 둘 다 보려고 했는데, 다임러씨가 갑자기 못 오겠다고 하더라고. 몸도 아프고, 회사의 방향과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반목하고 있다나 뭐라나.

근데 내 기억으로는 다임러는 벤츠 설립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모르겠다. 아무리 독일의 근현대사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회사의 역사를 배우지는 않으니까.


"... 아쉽구나. 대화 내용이라도 좀 들어보면 좋으련만."

"일 하시느라 바쁘신거잖아요. 어쩔 수 없죠."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그럼, 먼저 일어나보마."


음, 시간이 좀 비는데 커피나 마시고 있을까.

앞으로 1시간 정도는 집에 나와 사용인 정도만 있을테니 책을 좀 읽는 것도 괜찮아보이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다 말았는데, 그거 좀 읽고 있으면-


"도련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 마이바흐씨인가요?"

"예."


뭔 1시간이나 빨리 오고 그러십니까.

됐다. 아직 책을 꺼내지도 않았으니 차라리 괜찮겠구만.


"들여보내주시죠."


커피를 홀짝이며 향을 즐기는 사이, 마이바흐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새파랗게 어린 애였군. 나는 청년을 생각하고 왔는데."

"그런 소리 종종 듣습니다. 어른스럽다는 칭찬으로 듣죠."

"... 화 낼 줄 알았는데, 의외군."

"참을성은 자신 있어서요."


그딴 말에 타격이 오겠냐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저런 건 욕도 아니잖아. 저 정도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할 법 한 가벼운 농담이잖아.

한 순간에 부모님이 관측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양자역학의 나라에서는 저런 가벼운 말에도 화내면 오래 못 산다는 얘기다. 대단하다, 대한민국!


"... 참을성은 자신 있다고?"


... 이건 좀 긁히네.

내가 아무리 내 맘대로 살아온 것 같아 보여도, 전부 생각하고 개기는... 스읍, 개기는 것부터 참는 게 아니구나. 할 말이 없네. 이게 프로이센의 기동전...?


"아무튼, 빌헬름 마이바흐(Wilhelm Maybach)라고 하네."

"위르겐 폰 자이틀리츠입니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나자, 마이바흐는 순식간에 나를 향한 눈빛을 뒤바꿨다.

사업가의 눈빛이 아닌, 엔진에 미친 발명가의 눈빛으로.


"거두절미하고 하나만 묻지. 자네는 왜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있나?"


전차를 만들어야 제가 말 타고 돌격 안 해도 되서요.


하지만 이런 진심을 말해봤자 미친 놈 취급 받을거다.

사실 미친놈이 맞기도 하고. 트랙터에 장갑 두르자는 또라이 같은 발상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영국은 홍차에 아편이라도 타먹나?


"대답하기 어렵나?"

"아뇨, 한 문장으로 줄이기 어려워서요."

"그래서, 지금은 줄였나?"

"예."


자동차라는 물건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고 생각한다.


"더 빠르고 안전하며 덜 숙련되도 끌 수 있는 마차니까요."


자동차 관리 비용이 비싸봤자 말 만 할까.

기계보다 사람이 쌀 수는 있어도, 말이 기계보다 쌀 수는 없다. 당장에 나만 해도 말 기르느라 나가는 돈만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거기에 말은 생물이라 컨디션도 챙겨줘야 하고, 병나면 또 며칠동안은 마차 운용도 못하고... 애로사항이 한 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기름만 넣으면 어지간해서는 굴러간다.

심지어 엔진이 고장나면 갈아 끼우면 그만인데다, 완전히 박살나도 어떻게 어떻게 되살릴수도 있다! 고철도 자동차로 만드는 평화로운 땅, 파키스탄이 그 증거다.


그리고 이 말을 다시 요약하자면 이런거다.


"앞으로 저는 각 가정마다 자동차 한 대 씩을 끌고 다닐거라고 믿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잘 팔릴거라는 얘기지.

헨리 포드씨가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부자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는 돈이 되니까 부자가 되지 않았겠어?


"... 지금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얼마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가? 자동차는 커녕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게 노동자일세."


역시 마이바흐다. 고아원에서 태어난 동류라서 그런가, 현실을 기가 막히게 직시하는구만.

별로 놀랍지 않은 사실이지만, 보통 융커들은 '노동자들이 월급이 부족해서 물건을 못 사는구나!' 라는 생각 안 하거든. 역시 융커야.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


"지금 평균 월급으로는 무리겠죠. 그러니까 우리 회사라도 월급을 많이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이 시기 기준 마르크스가 놀라고 엥겔스가 벌벌 떠는 빨갱이거든.

다시 말한다. 지금 독일제국은 융커가 1인 200표인 선거를 '민주적'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반동 보수주의 국가다. 나 정도면 진짜 빨갱이로 몰려도 할 말이 없다고.


"아무튼, 제가 보는 미래는 그렇습니다."

"... 음, 나도 본말이 전도됐군. 미안하네. 자동차 얘기로 돌아가지."


마이바흐는 능숙하게 말머리를 돌렸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은 다른 곳에도 충분히 많은데, 왜 굳이 나를 찾았는가?"

"그야, 엔진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으신 분은 마이바흐씨와 다임러사 뿐이니까요."

"너무 띄워주는군."


사실 자동차만 보고 움직였으면 벤츠씨랑 얘기하는 게 맞지.

근데 나는 전차가 필요하고, 전차의 핵심은 주포도 장갑도 아닌 엔진이다. 엔진 기술이 없으면 말을 따라잡기는 커녕 행군 속도도 못 맞춘다고.

물론 벤츠가 나중에 전차를 생산하는거로 알고 있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장담을 못 하겠다. 이런 미시사는 배우지 않았단 말이다!


"뭐... 자네의 진심은 어느정도 알겠네."

"그래서 말인데, 투자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 투자?"

"예. 한 100만 마르크 정도?"


100만 마르크면 되게 큰 돈이다.

물론 융커들이나 루르 산업지대의 자본가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돈이겠지만, 나 같이 가난한 고아한테는 엄청 큰 돈이라고. 내가 쓸 수 있는 최대 한도의 돈이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이 정도 돈이면 다임러 사의 지분은 넉넉하게 챙겨갈 수 있을거다.

애초에 큰 회사도 아니고, 되게 위험한 사업이잖아. 돈을 어떻게 벌 지부터 막막한 사업에 모든 걸 쏟아붇는 투자자가 어디 있겠어? 지금이 21세기도 아니고 말이야.


"다임러의 시작 자금이 40만 마르크였는데...."


마이바흐씨는 눈 앞이 캄캄해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돈의 개념이 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나도 고아원 출신이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한 끼에 3천원 넘으면 무리하는거였던 나랑 다르게, 한 끼에 보통 만원씩은 기본으로 깔고 갔으니까.


하지만 이미 부르주아가 된 양반이 저러면 어쩌자는건가.

진짜 부르주아는 저 돈에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게 아니라,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지. 역시 마이바흐는 사업가보다는 기술자가 어울리는 사람인가.


"마이바흐씨."

"어, 음. 투자 하겠다고?"

"예."

"잘 됐군. 지분은 사측과 얘기해봐야겠지만-"


에헤이, 이 사람이 진짜. 왜 돈 얘기만 해?

물론 내가 돈 벌려고 투자하는 건 맞지만,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개발에 관여할 수 있는 권력이란 말이다.


"아, 하나 미리 말씀드리지자면, 저는 단순 투자만 할 게 아닙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밥먹듯이 무시당하는 규칙이라 잘 모르겠지만, 사실 투자자가 경영권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다못해 기업 국가의 시초 쯤 되는 동인도 회사들조차 주주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게 한 두번이 아니라고. 다른 기업들이야 당연히 더 하지.


근데도 내가 굳이 이렇게 얘기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경영에도 간섭할 생각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내가 어리니까.

어린 놈이 뭣도 모르고 경영에 간섭했다가 다 말아먹으면 누가 책임지겠나. 괜히 귀찮은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는 의미지.


"회사 경영은 몰라도, 개발쪽은 좀 관여를 하고 싶은데요."


그래서 나도 타협안을 제시했다. 경영에는 전혀 관심 없지만, 기술 개발은 관여하겠다고.


그리고 타협이라는 게 늘상 그렇듯, 자연스레 협상으로 넘어갔다.


"자동차 개발에 관심을 가져주는 건 좋지만, 그런 조건이라면 사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을걸세. 나 또한 반대-"

"대가로 슐리펜 참모총장이 마이바흐사의 신차를 타게 해드리죠.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을겁니다."

"... 돈으로 나를 사려고 하는겐가? 그런 얄팍한 수는-"

"확실히 모자라긴 하죠. 제가 원하는 걸 개발해주시면 군납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지만, 나는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음, 이건 상호간의 신뢰를 위해 제 생각을 공유해드리는 겁니다만, 짐마차에 엔진을 달면 운송업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마이바흐의 얼굴을 슬쩍 확인했다.


이건 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평일 18시 연재 + 주말 비정기 연재입니다. +1 24.08.31 565 0 -
22 21화. 동부 운송 주식 회사 (1) NEW +4 22시간 전 554 30 12쪽
21 20화. 중국 원정기 (4) +2 24.09.17 742 27 12쪽
20 19화. 중국 원정기 (4) +2 24.09.16 793 33 12쪽
19 18화. 중국 원정기 (3) +5 24.09.15 870 39 13쪽
18 17화. 중국 원정기 (2) +6 24.09.14 944 30 15쪽
17 16화. 중국 원정기 (1) +5 24.09.13 973 37 12쪽
16 15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4) +5 24.09.12 1,023 37 12쪽
15 14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3) +3 24.09.11 946 34 14쪽
14 13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2) +3 24.09.10 949 40 12쪽
13 12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1) +2 24.09.10 960 38 13쪽
12 11화. 미래는 과거에 집어 삼켜지고 +6 24.09.09 1,001 40 13쪽
11 10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3) +5 24.09.09 988 40 13쪽
10 9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2) +6 24.09.08 1,038 42 12쪽
» 8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1) +5 24.09.07 1,044 42 12쪽
8 7화. 온 세상이 융커다 (3) +3 24.09.06 1,052 44 12쪽
7 6화. 온 세상이 융커다 (2) +3 24.09.05 1,045 46 13쪽
6 5화. 온 세상이 융커다 (1) +4 24.09.04 1,111 38 11쪽
5 4화. 슐리펜의 군사학 교실 +4 24.09.03 1,129 38 12쪽
4 3화. 사관학교 (2) +5 24.09.02 1,137 41 12쪽
3 2화. 사관학교 (1) +5 24.09.02 1,197 42 12쪽
2 1화. 힌덴부르크 라인 +3 24.09.02 1,305 40 12쪽
1 프롤로그. +2 24.09.02 1,315 3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