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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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사관학교 (2)

DUMMY

"그 망할 자식을 내보내야 합니다! 그 자식은 교사들에 대한 존중도,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심도 없는 놈이에요!"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다른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칙령과 정 반대의 논리를 펼치는 학생 아닙니까. 사관학교에 그란 학생을 위한 자리가 있어야겠습니까?"


교사들의 수많은 성토에도 불구하고, 사관학교의 교장은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교장이 착한 사람이거나 합리적인 사람이라 위르겐을 지켜주고 싶어서 심란한 게 아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장도 융커였고, 교사들이 한 말은 융커 입장에서 보면 일절 틀린 게 없는 말이니까.


그렇지만, 교장은 위르겐을 퇴학시키기 싫었다.

실은 퇴학시킬 수 없기도 했고.


'힌덴부르크가 대부인데다, 슐리펜 백작이 기대한다고 편지까지 써서 보낸 천재를 그따위로 퇴학시키면 인맥이 남아나질 않을텐데....'


사실 힌덴부르크는 별 것 아니다.

그가 권력을 휘둘러봤자 뭘 할 수 있겠는가. 고작 소령에 불과한 애송이일진대.


하지만 힌덴부르크의 상관이 슐리펜 백작이었다면?

이미 참모차장 자리에 들어갔고, 사실상 다음 참모총장 자리는 확정인 슐리펜 백작이 힌덴부르크와 위르겐을 고평가 하고 있다면?


아무리 교장이 슬슬 은퇴를 준비하는 고령의 군인이라지만, 굳이 적을 만들 이유는 없었다.

다른 것보다, 자신의 아들내미도 군인을 하고 있지 않던가. 괜히 본인 가문이 장성들에게 찍히면 좋을 게 없단 말이다.


근데... 그렇다고 퇴학을 안 시키기도 부담스러웠다.


"교장님, 퇴학시키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저 교사들의 불타는 열의를 봐라.

어차피 책임 질 사람은 본인들이 아니라 교장이니,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잘난 놈의 기라도 죽여보겠다는 저 뒤틀린 악의.

고작 10살 짜리 애의 철 없는 말에 과민 반응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저 끔찍한 괴물들을.


교장은 저 융커들을 막기 싫었다. 애초에 여기서 일하고 있는 '교사'들은 전부 현역 군인들이란 말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교장 아들도 군인이다. 아들의 진급 길을 막는 것 만큼 무책임한 짓이 어디 있겠는가?


한참을 고민한 교장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



"위르겐 폰 자이틀리츠는 1년 동안 화장실 청소 당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칙적으로는 처벌은 커녕 칭찬 받았어야 하는 행동이었다.

프로이센식 사관학교를 잘못 베껴간 어느 2류 열강의 3류 사관학교 - 웨스트 포인트에 있는 그거다 - 와는 다르게, 진짜 독일 사관학교는 자유로운 토론이 전통이란 말이다.


... 물론 찔리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황제에게 절대 충성하는 게 군인의 본분이라 떠드는 프로이센 융커들에게 저딴 소리를 했으니 처벌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기도 했고.

그래서 처벌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화장실 청소 정도면 적당한 처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뭐, 그 뒤로는 마땅히 힘든 일이 없었다.

사실 이 사관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죄다 융커 자제들 아닌가. 화장실 정도는 깔끔하게 쓴다.

물론 애들 치고는 너무 깔끔하게 쓰는 거 같기는 한데... 음, 절대 내 뒷배가 슐리펜 백작이라 그런 건 아닐거다. 암암.


아무튼, 일상 얘기를 하자면... 사실 할 얘기가 없다.

별 일 없는 무난무난한 일상이라는 게 학생의 특권 아니던가. 공부하고, 먹고, 자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자유가 없다는 점에서 좀 답답하긴 하지만,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면 나는 군인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를 했겠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던 때.


"새로 전학 온 페도어 폰 보크다."


모든 부분에서 나와 대척점에 있는 '진짜 융커'가 전학와버렸다.


"자기소개라도 하도록."

"다들 반가워! 페도어 폰 보크라고 해!"


저 미친듯이 외향적인 성격을 봐라.

혼자 책 읽는 게 친구들이랑 떠드는 것보다 재밌는 - 당연하다. 내 정신 연령은 30대니까 - 나랑 정 반대란 말이다.


"그리고... 위르겐, 내가 말했지? 어떻게든 따라 간다고!"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애들은 그렇다쳐도 교사는 왜 나를 쳐다보는거야? 막, 내 성격이 개판이라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을 줄 알았나?


"크흠, 보크? 자리에 가서 앉도록."

"비어있는 자리 말인가요?"

"그래. 저... 자이틀리츠 옆자리."


... 제발 다른 자리 가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21세기 사람한테 저 근왕파 보수주의자를 옆에 붙인다는 끔찍한 짓을 하지 말라고! 이거 아동 학대라고오오!


내 간절한 눈빛이 닿지 않은건지, 교사는 다시금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망할 융커가 자리 잡았고-


"위르겐, 잘 지냈어? 여전히 친구는 없고?"


첫 마디부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없구나? 그러니까 내가 말 했잖아. 네 성격이 문제라고."

"나는 정상인데."

"정상은 무슨. 군인 되겠다는 융커가 국가를 위해 죽고 싶지 않다느니, 충성은 황제 폐하가 아니라 국가에 하는 거라느니 하는 게 말이 돼?"

"... 너도 군대에서 아버지를 잃어보던가."

"그건 자랑스러운 일이지! 대체 왜 그걸 싫어하는건지 모르겠다니까? 그리고, 그것만 문제인 것도 아니잖아. 좀 성실하게 살라니까?"

"그게 말한다고 되냐."


혹시나 해서 말해두자면, 원래 이런 놈이다.

오죽하면 이 놈 별명이 순국열사겠나. 맨날 국가를 위해 죽어야한다고 하니까 그렇지.

이게 전부 유전이다. 이 친구의 아버지도 FM으로 유명하거든. 프로이센 융커는 혈관 속에 야전교범이라도 흐르나 싶을 정도로.


저런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얘도 엄청난 FM이다.

가라의 화신이자 유도리가 필수 덕목인 21세기 한국군 출신으로서 영 불편하단 말이지.

한국군 기준 FM은 독일군 기준 AM인데다, 나는 그 한국군 중에서도 나름대로 AM에 속하는 사람이거든.


"위르겐, 아무튼 다시 만나서 반가워."

"나는 별로 안 반가운데."

"왜 자꾸 거짓말해?"

"거짓말 아닌데."

"둘 다 조용히 해!"


... 정말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영 쉽지 않았다.


역시 나도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애새끼인가보다.



***



그렇게 3년이 지난 1893년.

두개의 소문이 프로이센 중앙 사관학교를 배회하고 있다.


"프랑스어 구문을 잘못 쓰신 것 같은데요, 선생님? 요새는 그렇게 안 쓰고, 좀 더 축약해서 쓰더라고요."


언어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한 순국열사가 있다는 소문과,


"비스마르크의 복지가 나쁘다고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그거 없었으면 여기 있는 모두가 낫과 망치에 죽었어요. 교사가 되서 그딴 소리나 하실겁니까?"


독설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한 천재가 있다는 소문이 말이다.


"위르겐, 진짜 싸움닭이구나?"

"페도어, 너도 똑같잖아."

"그런가?"


페도어의 말투가 나를 따라가는 것 같다는 기시감과 함께, 나는 순식간에 식판을 다 비워냈다.

물론 내가 성장기 애들이라 빨리 먹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늘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 오시는 분이 슐리펜(Alfred von Schlieffen) 참모총장님 맞지?"

"응. 힌덴부르크 대령님이랑 같이 오신다던데."

"... 너 때문 아니야?"

"그, 내 탓을 하기에는 네 외가도 좀...."


사실 우리 둘 다 융커 인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현직 참모총장에게 가르침을 받던 나나, 외삼촌이 빌헬름 2세 아들내미를 가르치고 있는 페도어나 똑같지, 뭐.

사실은 내가 대놓고 AM으로 사는데도 퇴학 안 당한 건 저 인맥이 절반 쯤 되고. 당연히 나머지 절반은 내 재능이지만.


"맞다, 너희 아버지는 어떠셔?"

"... 뭐, 아직은 정정하시지. 너 좀 어떻게 해보라고도 하셨고."

"하여간 빡빡하신 분이라니까."


6살 즈음에 페도어의 집에 놀러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진짜 기절할 뻔 했다.

솔직히 지금도 의문이다. 어떻게 포크랑 나이프 각도까지 신경쓰면서 스테이크를 썰지? 인간 프로이센이 되려면 저 쯤은 해야 하나?

물론 나는 그때도 규칙이고 뭐고 다 무시했지만, 부모님 없다는 얘기가 군부 내에 워낙 파다한지라 불쌍하게 쳐다보시더라고. 교육 받으면 고쳐질거라나 뭐라나.


근데 뭐... 고쳐질리가 있나.

원래 사람은 30대 넘어가면 쉽게 안 바뀌지 않던가. 내 정신 연령도 30대 후반이니까 안 바뀔 수 밖에.


그렇게 생각을 갈무리하자마자, 앞에서 교장이 다가왔다.


"제군들, 준비는 되었나?"

"넵!"


당연히 대답은 페도어가 대신 했다.

내가 하기는 귀찮잖아. FM에 미친 페도어가 알아서 하겠지.


"위르겐, 왜 대답을 안 하지?"

"... 준비 끝났습니다."


아, 귀찮아.

이럴 시간에 비행기의 전술적 유용성에 관한 메모라도 조금 더 남겨두는 게 이득 아닐까? 아니면 전차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종심 방어도 있고, 장차 전쟁은 소모전이 핵심이니 기동을 통한 우위는 사실상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꽤나 재밌겠구만.


"제군들, 이번 일에 대한 중요성은 잘 알고 있겠지만-"


다그닥, 다그닥.

저 멀리에서 마차가 다가오고, 이내 그 마차에서는 두 명의 군인이 내렸다.


"음, 경례는 생략하도록 하지. 슐리펜 참모총장일세."

"힌덴부르크 대령입니다."


세상 꼬장꼬장하게 생긴 슐리펜 백작과 힌덴부르크.

그 두명은 바로 나와 페도어를 쳐다봤고-


"둘 다 따라오도록."

"예...?"

"넵!"


우리 둘은 슐리펜 백작에게 끌려가 마차에 탑승했다.


"그으... 오늘 사관학교 방문하러 오신 게 아니었습니까...?"

"그럴거면 힌덴부르크 대령만 왔지, 왜 내가 여기 왔겠나."


하긴, 그건 그렇긴 하네.

애초에 슐리펜은 사관학교 출신도 아닌데다, 정밀하게 맞춰둔 시계처럼 생활하시는 양반이 굳이 그 루틴을 깨고 올 이유가 없었으니까.


근데... 그러면 우리 둘을 데리러 왔다고?

대체 왜? 뭐 때문에?


나는 머릿속을 열심히 뒤졌지만, 도저히 답안을 찾을 수 없었다.

딱히 문제될 건 없었을텐데. 내가 메모를 좀 적어놓기는 했지만, 절대 걸릴리가 없으니까.

당장에 오늘도 메모는 잘 숨겼단 말이다. 기숙사 베개 안에 넣어뒀는데 그걸 들킬리가 있나.


"위르겐, 무슨 일인지 파악했어?"

"아니, 나도 못했어."

"스읍, 둘 다 백작님 앞에서 뭐 하는 짓이더냐?"

"아니, 왜 나에게 불려왔는지 궁금할 수 있지."


그러더니 슐리펜 백작은 천천히 지도를 꺼냈다.


"둘의 평가가 아주 좋더군. 차기 독일군을 이끌 인재들이라고."

"... 교사들이 저희를 그렇게 평가했을리가 없는데요."

"아, 물론 문제아라는 평도 존재했지. 하지만 말일세. 나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네."


슐리펜 백작은 나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부드럽게 웃었다.

옛날부터 느끼는거지만, 더럽게 안 어울렸다. 자기 아들내미한테도 안 웃어줄 것 같은 꼬장꼬장한 군인상이기도 하고.


"군인에게 가장 힘든 일이 반론을 제기하는 일이거든. 위르겐군에게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페도어군도 잘 해내고 있는걸세."


나는 지도를 슬쩍 확인했다.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가 담긴 전술 지도였다.


... 잠깐만.

프랑스 북부, 벨기에, 그리고... 슐리펜.


...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닐거다.

아마 아닐거야. 슐리펜 계획이 제대로 완성된 건 슐리펜 백작이 은퇴할때 즈음일테니까.


근데... 초안이라면?

아직 구상만 해둔, 세세한 작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전략적 목표는 지정해 둔 상태라면?

그리고, 아직은 어리지만 어쨌거나 촉망받는 유망주인 우리 둘을 시험하기 위해서라면?


"눈치 챘나보군."


슐리펜은 간단히 화살표를 그렸다.


"장차 프랑스와의 전쟁을 시작하면,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슐리펜 계획의 초안.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를 통과하여 파리를 노리는 화살표를.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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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1) +5 24.09.07 1,045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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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온 세상이 융커다 (2) +3 24.09.05 1,046 46 13쪽
6 5화. 온 세상이 융커다 (1) +4 24.09.04 1,112 38 11쪽
5 4화. 슐리펜의 군사학 교실 +4 24.09.03 1,129 38 12쪽
» 3화. 사관학교 (2) +5 24.09.02 1,138 41 12쪽
3 2화. 사관학교 (1) +5 24.09.02 1,198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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