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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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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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중국 원정기 (4)

DUMMY

다음 날, 나는 바로 영국군을 찾아갔다.


"독일 원정대 소속 위르겐 폰 자이틀리츠 소위입니다. 발더제 원수님의 명령에 따라, 영국군에게 여쭤 볼 것이 있습니다."

"하하, 뭐든지 여쭤보시죠. 영어를 쓸 줄 아시는 신사분께 예의도 안 갖추는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혹시, 러시아의 만주 쪽 병력이 언제 움직일 것이라 보고 계십니까?"

"...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모양이군요. 안으로 오시지요."


처음부터 발더제 이름을 팔아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고작 소위 따위가 뭐 하는 짓거리냐고 크게 혼났겠지?


"장군님, 독일군 측에서 사람을 보냈습니다."

"... 독일군에서? 들어오게."


나는 들어가자마자 관등성명을 댈 준비를 했고-


"됐네. 얼굴만 봐도 알겠구만. 자이틀리츠 소위 아닌가."

"... 어, 어떻게 아십니까?"

"자네가 퍼뜨린 드레퓌스 이야기로 얼마나 떠들썩했는지 알기나 하나?"

"켈룩!"


아, 젠장. 이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뭐, 됐네. 개구리 뒷다리나 먹는 바게트 자식들이 엿먹은 건 아주 좋은 일이잖나."


거, 진성 영국인이 따로 없구만. 지들은 장어 젤리나 먹으면서.


"하여튼, 그래서 뭐 때문에 왔는가?"

"영국군은 최대한 진군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중이십니까?"

"... 그걸 물어보러 왔었나?"

"예."

"후우우우...."


장군은 한숨을 깊게 쉬더니, 나에게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자네가 뭘 생각하고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직 빠르게 진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네."

"... 러시아가 만주 쪽 병력을 움직이면-"

"자네들이 싫어하겠지. 지휘권이 분산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총대를 매고 전직 참모총장까지 보냈는데, 명령을 안 들으면 어떻게 되겠나."


... 내가 틀린 게 맞았구나.

그래, 뭐. 원 역사랑 달라진 게 한 두개가 아닌데,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긴 했지.


그나마 좀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내가 정답을 찾아냈다는걸까.

그게 중요한 거지, 뭐. 원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에서 배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개똥철학 같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실수를 안 하려고 온 몸을 비틀어도 실수는 하더라고. 어차피 고통 받는다면 뭐라도 배웠다고 생각하는 게 낫잖아?


"독일군 입장은 어떤가? 진군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일단 하나 확실한 건, 복수는 베이징 함락 이후로 미룰 생각입니다."

"... 의외군. 내가 들은 독일 황제의 연설은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황제 폐하께서도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장군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이해는 간다. 영국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보다는 후방에 있는 지휘관의 판단을 더 중요시 여기니까 그럴 수 있지.

사실 따지고보면 현장 지휘관이 헛짓거리 할 확률이 더 높기도 하다. 보통 후방 지휘관은 상황을 넓게 보니까. 근데 몽고메리는 왜 '마켓가든' 했지? 아하! 상부가 '갈리폴리' 였구나!


"아무튼, 영국군도 저희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주면 좋겠네. 손해를 감수하면서 빠르게 진군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일세."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여쭤볼 게 있습니다."

"뭔가?"


나는 긴장을 숨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베이징에 처음 발을 들이는 군대가 독일군이어도 괜찮겠습니까?"


생각보다 많이 민감한 문제다. 여기에 있는 모든 군대는 전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참가했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시원한 대답이 나왔다.


"난 또 뭐라고. 아무도 그것 가지고 뭐라 하지는 않을걸세. 내가 보장하지. 애초에 자네들이 지휘권이라는 총대를 매어 줬으면, 우리도 주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

"... 예, 알겠습니다."


휴우, 다행이다.


"필요한 질문은 다 했나, 소위?"

"예, 그렇습니다."

"수고했네. 조심히 돌아가게."


영국군 지휘부의 문을 나오는 것과 동시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영국군이 이렇게 나와준다면, 딱히 다른 나라 군대를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러시아는 독일이나 영국 지휘부를 밀어낼 힘이 없고, 숫적 주력인 일본군은 사실상 영국군 하청업체인데다, 프랑스랑 미국은 원래 우리 명령을 안 들으니까. 이탈리아랑 오스트리아 - 헝가리는 독일군보다 수가 적어서 의미도 없고.


"... 이러면 어떻게 해결은 했나."


어떻게든 주워 담기는 했구만. 다행이다.


그리고 독일군 작계는 단 30분 만에 완성되어 발더제 원수에게 보고되었다.


"흠, 단독 작전이 아닌데, 영국군과 일본군에게 협조는 구했나?"

"예.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진군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베이징에 입성하는 건 독일군이 제일 먼저일겁니다. 확언을 받아왔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역시 자네들이야! 나는 자네들을 믿고 있었네!"


...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저런 말투를- 으윽, 머리가!


"당장 내일이라도 출진하자고 이야기를 꺼내야겠군! 아주 잘 했네!"


그리고 진짜로, 다음 날 공세한다는 소문이 돌더니 4일 뒤에 총공세에 나섰다.



***



"칼이나 창을 들고 있는 사람만 군인으로 취급한다! 나머지는 선제 사격 금지!"

"우리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 이곳에 왔지, 불명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신사들의 명예를 걸고 다들 자중하도록!"

"황군의 엘리트들이라는 놈들이 빠져가지고! 서양인들에게 우리와 저들은 똑같이 보인다는 걸 모르나! 안다고? 그걸 아는 새끼들이 민간인한테-"


으윽,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온 사방에서 7개 국어가 쏟아지는데, 전부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 일본어는 21세기의 애니메이션 덕분이다. 그래서 중국어는 모른다 - 내 언어학적 능력 덕분에 해석이 되서 들어오고 있단 말이다! 이게 진짜 악마의 재능이란 건가!


"우리 미군은 자유와 정의를 위해 이 곳에 왔지, 학살하러 온 게 아닙니다. 뜻을 함께하니 좋군요."

"... 프랑스군도 뜻을 함께하겠소만, 외인부대의 '전리품'을 수거하는 것은 용인해주시오. 그것도 없으면 통제가 안 되오."


저 따위로 말하는 걸 보면 알겠지만, 저 '전리품'은 굉장히... 야만적이다.

물론 산 사람의 가죽을 벗기고 심장을 꺼내먹은 만주족 수준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죽은 사람의 변발을 가지겠다고 두피를 자르는 건 21세기 감성에 안 맞잖아. 외인부대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뭐, 어쨌거나.


우리의 진격은 아주 순조로웠다.

중간에 청나라 관군을 만나거나 의화단원들을 만나는 일들이 있긴 했지만, 볼트액션 소총은 커녕 조총도 보기 힘든 청나라 평균 덕분에 날로 먹고 있었거든.


물론 여러가지 문제도 있었다.


"젠장, 최전방 보병들이 총알 좀 달랍니다!"

"고작 볼트액션 소총도 이 모양이면, 기관총의 보급 소요는 철도 없이는 절대 감당할 수 없겠는데."

"전투식량 맛이 개 같다는데, 어떻게 안 됩니까?"

"... 일단은 현지에서 돈 주고 사먹여! 제기랄, 개 같은 비리범 새끼들."


그리고 보통 그 문제들은 나한테 들어왔다.

갸아악, 나는 말 만 하면 해결해주는 마법의 소라고둥이 아니라고! 중간 관리직의 서러움을 내가 왜 느껴야 하냔 말이다아아!


"허허, 자이틀리츠 소위. 고생이 많네."

"... 레프 소위님, 본인은 일 없다고 그러깁니까?"

"흐하하하! 설마 내가 자네의 슬픔을 보고 비웃고 있는 거겠나? 우리의 신뢰가 그것 밖에 안 되나?"

"그러면 저도 소위님 두피 보고 웃어도 됩니까?"

"선을 지키게, 자이틀리츠 소위."


짬이 깡패지, 젠장.

아니, 내 주변에 왜 이렇게 맨들맨들한 대가리 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설마 나도 머리가 빠지는 건 아니겠지?

일단 유전적으로는 머리가 빠질 일이 없기는 한데, 이러다가 스트레스성 탈모로 대가리가 되어버리면 나 너무 슬플 것 같아-


"자이틀리츠 소위님! 애들이 돈 좀 벌고 싶댑니다! 약탈 좀 허용해달라는데요?"

"하아아... 망할 해병대 새끼들은 뭐 그렇게 돈 욕심이 많은지...."

"헤헤, 그러면 약탈 허용하신-"

"장교진한테 자꾸 이딴 식으로 나오면 해군 예산 삭감 전까지 참모부 전체가 파업한다고 전해. 전면 파업은 안된다고 말리느라 내가 얼마나 속을 썩였는데 망할 새끼들이 진짜."


내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저으니, 레프는 당황하며 나에게 물었다.


"그런 걸 자네가 막고 있었다고?"

"... 예."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이래뵈도 차근차근 계획은 진행중이었다고.

서류 업무를 핑계로 참모부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빌헬름 2세 욕도 좀 하고, 생각이 말랑말랑 해질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실태 같은 것도 좀 퍼뜨리고, 외교적 자살을 종용하는 - 그리고 육군 예산도 훔쳐가는 - 해군도 좀 욕하고....


어쨌거나, 천천히 저 양반들을 바꾼 게 효과가 있었다. 좀 과할 정도로.

육군은 하나도 지원 안 해주고, 심지어는 프랑스보다 실 병력이 적은 상황인데도 증편 요청도 안 받아줬으면서 해군 놈들은 채권까지 쓰면서 예산 털어간다고 투덜대길래, 좀 긁어줬더니... 파업한다고 날뛰더라고. 나랑 슐리펜 백작, 힌덴부르크가 막느라 애 좀 썼다.


뭐, 사실 아주아주 좋은 현상이긴 하다. 장교진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거잖아.

물론 이대로 계속 가다보면 '육군은 해군의 의견에 반대한다!' 따위의 일제군 마인드가 튀어나오겠지만, 어차피 적절한 시점에서 나랑 힌덴부르크가 끊어낼 수 있을거다.

애초에 일본군은 저 끔찍한 밥통 싸움에 지역 감정까지 섞여버려서 막을 수 없게 된거지만, 독일 참모부의 문제는 상명하복이 철저하다는 점이니 상황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


"아무튼, 똑바로 전해."

"예, 옙!"


나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아, 병사. 한 대 피우고 가도록."

"어, 어...? 이런 거 피우십니까?"

"장교는 궐련 피우면 안 되나?"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일 하기 힘들다, 진짜.


"... 저, 그...."

"말하게."

"... 왜 이런 싸구려를...?"

"스핑크스는 싸구려가 아닐세. 명품 중의 명품이지."

"그, 제 아버지께서 이딴 거 피우는 놈이 있으면 미친 놈이 분명하니 당장 잡아 가둬야 한다고-"

"스읍, 조용히 하게."


... 그래, 뭐. 스핑크스가 고급 담배는 아니긴 하지.

그렇다고 해서 싸구려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듣는 담배 속상하게.


"자네는 사회에서 뭐 하다 왔나?"

"... 예?"

"사회에서 뭐 하다 왔냐고."

"어... 그냥 잡일 하다 왔습니다."

"전역까지는 얼마나 남았고?"

"... 3개월이요."

"할 일 없으면 베를린에 와서 다임러 문이나 두들겨봐. 내가 불렀다고 하고. 다른 병사들한테도 그렇게 전하고."

"예?"

"그냥 약탈 금지하면 또 지랄날 거 아니야."


다임러는 아직 더 커져야 한다. 운송업까지 틀어쥐어야만 한다고.

트럭 시제품이 나왔다던데, 독일은 철도가 미친듯이 발달해서 트럭을 안 써먹을 게 분명하니까... 뭐, 어떻게든 규모의 경제를 돌려야 하지 않겠나. 다행히 벤츠가 잘 팔려서, 투자 기간동안 손해는 충분히 메꿀 수 있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말에 올라타 최대한 멋있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 찍겠습니다!"


전쟁 영웅 되기, 성공.


작가의말

늦었지만 모쪼록 즐거운 추석 주간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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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2) +3 24.09.10 950 40 12쪽
13 12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1) +2 24.09.10 962 38 13쪽
12 11화. 미래는 과거에 집어 삼켜지고 +6 24.09.09 1,003 40 13쪽
11 10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3) +5 24.09.09 990 40 13쪽
10 9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2) +6 24.09.08 1,039 42 12쪽
9 8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1) +5 24.09.07 1,045 42 12쪽
8 7화. 온 세상이 융커다 (3) +3 24.09.06 1,054 44 12쪽
7 6화. 온 세상이 융커다 (2) +3 24.09.05 1,046 46 13쪽
6 5화. 온 세상이 융커다 (1) +4 24.09.04 1,113 38 11쪽
5 4화. 슐리펜의 군사학 교실 +4 24.09.03 1,129 38 12쪽
4 3화. 사관학교 (2) +5 24.09.02 1,138 41 12쪽
3 2화. 사관학교 (1) +5 24.09.02 1,198 42 12쪽
2 1화. 힌덴부르크 라인 +3 24.09.02 1,307 40 12쪽
1 프롤로그. +2 24.09.02 1,317 3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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