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새글

브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4.08.31 23:38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2,140
추천수 :
828
글자수 :
118,179

작성
24.09.06 18:00
조회
1,052
추천
44
글자
12쪽

7화. 온 세상이 융커다 (3)

DUMMY

"저번에는 비스마르크 후작님이 오더니 이번에는 황제 폐하도 오신다고?"

"역시 프로이센 중앙 사관학교는 명문이라니까!"

"독일 제국의 최고 엘리트들만 모이는 곳이니까 당연한거지! 크으, 우리 학교 최고다!"


저 애새끼들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까 저러는거겠지.

내가 비스마르크 앞에서 대놓고 욕을 했다거나, 비스마르크가 화난 걸 본 빌헬름 2세가 미친듯이 좋아했다는 내막을 듣고 나면 아연실색 하지 않을까?

아니지, 오히려 애들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빌헬름 2세의 정신 연령이 사실상 유아 시기에 멈춰있다는 훌륭한 증거가 되겠구만.


"... 위르겐? 괜찮아?"

"아니."

"... 진짜 안 괜찮아 보이긴 해."


그래, 솔직히 말하면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계획은 완벽했다고. 비스마르크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비스마르크가 '프로이센 중앙 사관학교에는 천재가 산다'고 사설 한 번 내주는 거.

내가 계획에서 유일하게 생각 못 한 변수가 있다면, 비스마르크는 위인전이나 서류 더미 속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 스읍, 비스마르크에 대한 위인 필터가 아직 덜 빠졌나.

나도 모르게 합리적인 의견을 가져오면 언제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으로 판단했나보다. 그런 인간이었으면 수상 직에서 짤리지도 않았을텐데.

결국 비스마르크가 쫌생이 할배인 걸 감안하지 못 한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역시 후대에 남은 기록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어... 음... 힘내, 위르겐!"


당연하지만, 나는 오늘도 교장한테 불려가서 대판 깨졌다.

애초에 나는 빌헬름 2세가 올거라는 생각도 못 했다고! 대체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건데? 쫌생이 같은 비스마르크가 문제지.

그래도 나한테 회초리나 빠따 같은 건 안 들고 오는 걸 봐서는 19세기 기준으로 인격자 그 자체다. 교사의 자격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언제 온다고?"

"내일."

"미치겠네, 진짜."


아, 실수로 팔 병신이라고 부르면 어떡하지?

지금부터라도 언어 순화를 하자. 적법한 독일 제국의 황제이시며 융커들의 주군이신 빌헬름 2세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위르겐?"

"으윽, 빌헬름 2세는 절대 팔 병신이 아니- 어... 음...."

"... 뭐라고 했어?"

"...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렇지?"

"응."


... 둘 밖에 없는 기숙사라 다행이다, 진짜.



***



또다시 해는 떠오르고, 새들은 지저귀고.

참으로 평화로운 아침이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던 이 평화로운 분위기와 더럽게 텁텁한 공기까지.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는 법.


새로운 해가 떴다는 건, '그 사람'이 올 때가 됐다는 것.

왼 쪽 팔이 15cm 가량 짧으며 창녀에게 비단 스타킹으로 자신을 묶은 뒤 채찍질 해달라고 부탁하는 마조히스트를 만나야 한다는 얘기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빠나 할아버지가 180cm인데 혼자만 174cm인 루저에, 독일 제국에서는 법적으로 금지 되어있는 양성애 성향까지 가진, 신의 악의를 엿볼 수 있는 인간을 만나야 한다고!


... 설마 해서 말해두는데, 저거 전부 사실이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유머글을 보고 구라 같아서 찾아봤는데, 하나의 날조 없는 진실이더라고. 너무 무섭다 진짜.


물론 황제 일을 잘 한다면 저런 건 문제가 되지 못한다.

프리드리히 대왕도 사실상 동성애자로 확정난 인물이지만, 독일 제국이나 나치 찌끄레기들도 열심히 선전하지 않았던가. 이건 나치가 근본도 없는 병신 집합소라서 그런거지만.

다른 예시를 들자면... 스탈린이 있다. '대숙청을 했지만 공업화 했으니 그만 아니냐' 라는 논리가 21세기에도 통하잖아? 그치?


근데 빌헬름 2세가 국정 운영을 잘 하냐고 물어보면... 글쎄올씨다.

내가 독일인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절벽 위에서 탭 댄스 추고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지 않을까?

...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인간은 비스마르크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쫌생이 할배가 미래를 내다보는 유일한 사람이라니, 신이 미쳤다는 증거가 또 하나 발견되었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빌헬름 2세의 정치적 능력에 대해서는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거나 독일 제국은 저런 미친 짓을 원했고, 빌헬름 2세는 어디까지나 독일 제국민들(융커 함량 99%)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니까.

그렇다고 빌헬름 2세가 무책임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고. 뭔지 알잖나. 지겹디 지겨운 양비론적 얘기다. 독일 제국과 빌헬름 2세 모두 다 책임이 있다, 땅땅땅. 판결 종료-


"위르겐, 떨려?"

"깜짝이야."

"또 딴 생각 하고 있었구만."


어느새 내 옆에 페도어가 각을 잡고 섰다.

제복의 칼라장이 묘하게 내 목을 압박해오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애써 짓누르며 대답했다.


"미치겠는데. 말 실수 하면 어떡하지."

"... 그런 것도 걱정할 수 있는 인간이었어?"

"... 하아, 아니다."


스읍, 왜 이렇게 긴장했지?


"앞으로 15분!"


와, 15분이나 남았다니.

이럴거면 사람을 왜 미리 불러 놓은거야, 개 같은거. 내가 쉬는 꼬라지를 못 보겠다는 교장의 흉악한 마음씨가 또 나를 엿먹인 게 분명하다.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나는 다시금 생각을 정리했다.


빌헬름 2세라는 인간이 여러모로 이상한 사람인 건 맞지.

팔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건지, 어린 시절의 일들로 인해 소심해져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상할 정도로 꼴마초 기질이 있기도 하고.


근데 세밀한 인간사를 파고들면 여러모로 불쌍한 게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왼 팔 치료라는 명목으로 전기 고문도 받고, 어머니는 사실상 빌헬름 2세를 학대하기도 했으니까.

이런 걸 보면 아동 심리학이 참 중요한 학문인데... 19세기에 그딴 걸 기대할 수는 없겠지. 프로이트 선생이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만들기도 전이니까.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인간 빌헬름 2세는 충분히 동정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유년 시절 학대에, 장애까지 가지고 있었는데도 삶은 열심히 살았잖아.

근데 황제 빌헬름 2세는... 아니다. 그냥 말을 아끼겠다. 정말 대단하다, 빌헬름 2세!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반면교사 삼아 배울 가치가 있다!


"10분 남았다! 다들 사열 준비!"


다행히 시간을 맞춰서 생각을 정리했구만. 아주 좋아.


그리고 10분 뒤, 저 멀리서 마차가 다가왔다.


"... 말이 몇 마리야...?"

"8마리...?"


이야, 역시 보여주기 좋아하는 빌헬름 2세... 흠흠, 블랙 유머는 잠시 집어넣어두자.

아무튼 빌헬름 2세의 마차는 사열중인 우리들 앞에서 멈춰섰고, 그 곳에서 육군 정복을 입은 한 남자가 내렸다.


"황제 폐하께 경례!"


처억!


와, 타이밍 맞추는 거 봐. 진짜 미쳤다. 이게 프로이센인가.

고작 중학교 정도 나이인 애들이 타이밍까지 맞춰서 사열한다니, 나라면 눈이 돌아갔을 것 같은데.


"흐하하하! 훌륭하오, 훌륭해!"


역시, 빌헬름 2세는 눈이 돌아간 게 분명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황제 폐하!"

"이 어린 생도들이 이 정도의 군기를 보여준다니, 참으로 독일 제국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겠소! 지원을 더 늘려야겠군!"


오, 그게 정말입니까?

역시 빌헬름 2세께서는 독일 전역을 지배하는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 나신 게 분명하다! 암암,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고!

어느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들이 빌헬름 2세님을 모욕했는가? 앞으로 황제 폐하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자자, 다들 들어가시오! 나는 한 아이를 보고 싶소!"


... 황제의 권위라고는 죄다 내팽게친 소리를 자랑스럽게도 하십니다 그려.

하여간, 여기에서 '한 아이'는 당연히 내 얘기겠지. 비스마르크한테 대놓고 개긴 애를 찾고 있다고 했으니.


"이쪽입니다, 황제 폐하."

"자네인가?"


빌헬름 2세는 내 앞에 섰다.

의도적으로 왼 쪽을 가리는 자세와 약간 굽혀져 있는 어깨, 묘하게 자신감 없는 눈빛까지. 황제가 아니라 편돌이라고 해도 믿겠어, 아주.


"예, 폐하. 위르겐 폰 자이틀리츠라고 합니다."

"아주 의젓하구만! 프리드리히 대왕의 기병대장이었던 자네 선조처럼, 자네도 내 기병대장이 되어주게!"

"... 부모님이 안 계셔서 살기가 팍팍한지라, 기병으로 가기는 조금-"

"돈이 문제라면 걱정 말게!"


아뇨, 기병이라는 군종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인데요.

근데 이렇게 말 할 수는 없잖아! 하다못해 그 힌덴부르크 아저씨조차도 '기병은 꼭 필요해' 따위의 말이나 주워섬기고 있는데, 빌헬름 2세한테 그게 퍽이나 잘 먹히겠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네! 지원해주겠네!"

"... 황제 폐하, 아직은 제가 어려-"

"자네가 내 자이틀리츠가 되어주게나!"


...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여기서 내가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라고 외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빡친 빌헬름 2세가 내 머리를 분쇄(물리) 해버릴지도 모른다.

애초에 비스마르크랑 달리 이 쪽은 살아있는 권력이잖나. 2회차 인생까지 얻었는데 황제한테 밉보여서 대가리 날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7년 전쟁의 기수였던 선조처럼, 저 또한 황제 폐하의 기수가 되겠습니다!"

"흐하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그러니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진짜 기병 한 길만 걸을 건 아니다.

기병은 곧 사라지는 존재잖나. 어쨌거나 나도 나 살 길은 만들어둬야지.

하다못해 '붉은 남작'으로 유명한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도 기병 출신 아니던가. 방법이야 많았다. 전출 신청이라던가 하는 방법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빌헬름 2세가 살아있는 권력인 이상 기병을 버리지는 못 할 거고, 그렇다고 빌헬름 2세가 퇴진당할 때를 노리면 내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테니까.

보급만 맡아서 한다면 목숨은 멀쩡하겠지만, 빌헬름 2세가 이렇게까지 띄워준 인재를 전장으로 보내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잖아.


그러니 명분이 필요하다.

빌헬름 2세의 마음을 돌리고, 내 목숨도 안전해질 수 있는 아주 끝내주는 명분이.


"장차 독일 제국군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자네가 늘 창 끝에 있어주게!"

"독일 제국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폐하."

"고맙네! 고마워!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시원시원한 면이 있구만!"

"황제 폐하의 은덕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흐하하하! 아부는 그 쯤 하면 됐네!"

"아, 제가 황제 폐하를 처음 뵙느라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길."


대충 대답하며 나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을 생각했다.


역시 그건가? 그거 밖에 없겠지?

하, 씨. 어지간해서는 무난하게 살고 싶었는데, 이렇게 꼬여버릴줄이야. 공돌이 짓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다.


"자네, 기대하고 있겠네!"

"영광입니다, 폐하!"


그 날 이후로 나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연락을 돌렸다.


[자동차에 관해 관심이 있는 청년이 있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겠소. - 고프리히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


하, 진짜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하다니.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전차 개발 하려면 자동차부터 만들어야될 거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38 bo****
    작성일
    24.09.06 18:37
    No. 1

    저래뵈도 빌헬름2세는 내치는 잘했음 외치를 말아먹어서 그렇지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30 Rotrieve..
    작성일
    24.09.13 14:15
    No. 2

    그래도 빌재앙 비스마르크 체제 아래서 억눌린 정치적 요구들 능수능란하게 처리한 편임. 그걸 싸그리 말아먹을 정도로 외교능력이 똥이라서 그렇지 ㅋ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9.17 21:03
    No.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평일 18시 연재 + 주말 비정기 연재입니다. +1 24.08.31 565 0 -
22 21화. 동부 운송 주식 회사 (1) NEW +4 22시간 전 556 30 12쪽
21 20화. 중국 원정기 (4) +2 24.09.17 744 27 12쪽
20 19화. 중국 원정기 (4) +2 24.09.16 793 33 12쪽
19 18화. 중국 원정기 (3) +5 24.09.15 870 39 13쪽
18 17화. 중국 원정기 (2) +6 24.09.14 944 30 15쪽
17 16화. 중국 원정기 (1) +5 24.09.13 973 37 12쪽
16 15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4) +5 24.09.12 1,023 37 12쪽
15 14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3) +3 24.09.11 946 34 14쪽
14 13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2) +3 24.09.10 949 40 12쪽
13 12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1) +2 24.09.10 961 38 13쪽
12 11화. 미래는 과거에 집어 삼켜지고 +6 24.09.09 1,001 40 13쪽
11 10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3) +5 24.09.09 989 40 13쪽
10 9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2) +6 24.09.08 1,038 42 12쪽
9 8화. 혁신과 진보의 시대 (1) +5 24.09.07 1,045 42 12쪽
» 7화. 온 세상이 융커다 (3) +3 24.09.06 1,053 44 12쪽
7 6화. 온 세상이 융커다 (2) +3 24.09.05 1,045 46 13쪽
6 5화. 온 세상이 융커다 (1) +4 24.09.04 1,111 38 11쪽
5 4화. 슐리펜의 군사학 교실 +4 24.09.03 1,129 38 12쪽
4 3화. 사관학교 (2) +5 24.09.02 1,137 41 12쪽
3 2화. 사관학교 (1) +5 24.09.02 1,197 42 12쪽
2 1화. 힌덴부르크 라인 +3 24.09.02 1,307 40 12쪽
1 프롤로그. +2 24.09.02 1,316 3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