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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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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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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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배낭 여행객

DUMMY

언덕 위의 성에 올라서서 아래를 바라본 그 모습, 그 장면을 보면서 든 생각은, 마치 이것이야 말로 인간 사회의 발전, 문명 그 자체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습이였다.

굽이굽이 흐르는 자그마한 강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의 모습에서 인류는 식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강을 주위로 마을을 이루고 살게 되었다는 당연한 역사적 사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만큼 도시가 크기 이전에는, 구도심이라는 부르는 그 곳들에만 사람이 살고 있었으리라. 구도심 밖으로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곳에 밀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농사도 짓고, 목축업도 있고 그러지 않았을까.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강 인근에는 물레방아가 돌고 있지 않았을까.

마을들이 커져서 하나의 도시가 되었고, 필히 수 없이 많은 전쟁과 전투를 경험하면서, 높은 언덕이자 자그마한 산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인 바로 이 곳에 요새이자 성을 만들었으리라.

창과 화살 그리고 검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가 저물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폭탄을 떨어트리고, 버튼 한 방에 수백 수천 킬로미터 너머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지금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미래였을 것이다. 그 결과 더 이상 이러한 견고한 성의 군사적 가치는 사라져버리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이렇게 있듯이 옛날의 그 광경을 느껴 볼 수 있는 하나의 관광지로 그 이용 목적이 변하게 되지 않았을까.

성에 올라서서 내려다 본 마을의 건물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뾰족한 첨탑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과 구조물들을 통해서 이 곳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비단 도시뿐만이 아니였다. 이 곳 성에서도 그 역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행에 있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흐린 것을 떠나, 비가 왔다가 잠깐 그쳤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날씨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흐린 날씨는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의 모습을 더욱 흐리게 만들고 있었고, 하늘을 뒤덮은 회색의 비구름은 흰색과 회색의 칙칙하기 그지 없는 이 도시의 색깔을 더욱 더 칙칙한 모습으로 강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기대했던 새파란 하늘이 아니였기에 더더욱 아쉬웠지만, 여행에 있어서 날씨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법.

둘러멘 배낭에 결합된 삼각대를 꺼내 펼쳐내고는,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삼각대와 연결한 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휴대폰에도 카메라는 있지만, 아무래도 휴대폰이 가진 광학의 한계는 명확하니깐, 아니 그 이전에 취미라고는 사진찍는게 전부나 마찬가지니깐, 당연하게도 갖고 있는 카메라를 챙겨 떠난 여행이였다.

누군가는 넓은 풍경에는 광각렌즈를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 찍어보니깐 렌즈교환식 카메라지만 렌즈 교환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슈퍼줌 렌즈를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광각이 아쉽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쉽다. 특히나 광각에서는 1mm 가 주는 그 체감 차이가 더욱 더 크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남. 갖고 있는 렌즈는 모든 환경에서 모든 것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깐. 결국 갖고 있는 것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고, 광각렌즈가 가져다주는 폭넓은 화각은 파노라마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여러장의 사진들을 겹쳐서 찍은 뒤에, 나중에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하나의 커다란 사진으로 합칠 수 있으니깐, 화각이 부족한 면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세운 뒤에, 돌려서 찍어낸다. 카메라의 가로가 세로 높이가 되고, 돌리는 각도와 찍는 만큼이 넓이가 되는 파노라마의 기적. 그리고 그 파노라마 촬영에도 훌륭한 도움을 제공하는 삼각대의 조화가 되겠다.

충분히 찍을만큼 찍었다면, 이제는 셀카 타이밍 되겠다.

도시가 잘 보이는 난간에 기댄 채, 카메라를 쳐다보고 원격으로 찰칵찍었다. 바로 찍으면 타이밍 문제가 있으니깐, 3초 타이머를 설정하여, 원격으로 촬영버튼을 누르면 3초뒤에 찰칵 하면서 찍히게 된다. 이걸 원하는 장면을 얻을 때 까지 반복하는 것이 이 여행의 일상 되겠다.

남들에게 찍어달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관람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결코 외국어가 안되니깐 이라던가, 내성적이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힘들다던가 이런 것이 아니다. 그것 보다는 카메라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매우 매우 높은 확률로 카메라가 가지는 제 성능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내는 퀄리티의 결과물을 받아온 지금까지의 경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남에게 찍어달라고 한다면, 차라리 휴대폰을 건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로 찍을꺼라면, 애초의 이 압도적인 광학이 주는 수준 높은 품질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깐, 결국은 내 모습이 들어가는 사진도 내가 직접 찍을 수 밖에.

사실 남들처럼 휴대폰만 가지고 다니면 편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내 의지이자 선택이였지만, 그 댓가는 작지 않았다. 바로 배낭이 무거워서 오는 체력 고갈의 문제가 그 중 하나였다. 무슨 말이냐고 하냐면, 간단하다. 목 말랐다. 그래서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여행갔는데 물통도 들고 다니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묻는 사람은 분명하게 여행의 하수임이 틀림 없다고. 특히나 물가 비싼 나라에다가 중장기 여행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텀블러라고 부르지만, 보온병과 무슨 차이인지 도통 구별할 수 없는 이 물통으로 말하자면, 보온병과의 구별이 힘든 특징 답게 보온 보냉 능력이 탁월한데, 오늘 같이 흐린 날에는 따뜻한 물을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도 있고, 무엇보다 끓여낸 뜨거운 물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냐면, 뜨거운 물을 식당등에서 받아온 다음에 숙소에서 컵라면이니 뽀글이니 먹을 수 있다는 것에서 큰 몫을 한다. 종종 방에 전기포트가 없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도 있기 때문이다. 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텀블러를 들고 온 것은 무척 이나 잘한 선택 중 하나다. 무엇보다 텀블러를 들고다닌다면 불필요하게 물을 사먹는다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말이다.

물을 마시고 조금 지나니깐 이제는 오줌이 마렵다. 화장실은 성 안에서 본 적이 있었다. 성 밖에도 있을 법 하긴 한데,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헤매야 될 것이 분명하니, 아까 봐둔 화장실에 가기로 하자.

성 안에서는 삼각대를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 카메라를 셋팅한 바로 그 순서의 역순으로 삼각대에서 카메라를 분리해낸 뒤,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삼각대를 접어 배낭 옆에 부착시킨 뒤 성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가, 저긴가. 아까 보긴 했었는데, 어디였더라.

어두운 구석에 나 있는 문 위에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뭐라 적혀 있는데, 느낌상 이쯤에 화장실이 있을법 했다. 아니면 말고.

박물관도 내부에 있는 성이니 만큼, 관계자외 출입금지 이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거라면 한글까지는 안 바래도 최소한 영어로는 적어놓는 센스는 필요하지 않겠나. 아니면 픽토그램이라도 표시해야지. 물론 화장실이라는 표시도 없었지만, 들어가보고 아니면 말고, 잘못 들어왔으면 아엠쏘리. 스미마셍.

문은 살짝 뻑뻑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당기시오가 아닌 미시오의 문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동네 문들이 종종 뻑뻑하던가 이런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깐 이상한 것은 느끼지 못했다. 이 동네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아직도 그 크고 무거운 이중 열쇠를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다던지, 세명이나 간신히 탈 수 있을까 고민되는 그 작고 작은 엘레베이터라던지 이런 것들에 비하면 잘 안 열리는 문이야 양반이지.

문을 열고 한 발자국 내 딛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빼곡한 나무들이 펼쳐진 울창한 숲 속 한 가운데에 나는 서 있었다.

간혹 어떤 고급 호텔 같은 곳들에 천장부터 벽까지 스크린으로 도배해놓는 그러한 곳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건 OLED가 아니라 OLED 손자가 오더라도 해낼 수 없는, 스크린으로는 줄 수 없는 그러한 것이니깐.

아 잘못 들어왔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나갈려는 그 순간 등 뒤에 있어야 될 문 마저 사라졌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뭐지? 뭐지?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꿈인가?

라는 생각도 잠시, 일단 오줌부터 갈겨야 되겠다는 신호가 왔다.

저 옆에 자그마한 덤불이 보이기에 그 곳을 향해 시원하게 오줌을 갈겼다.

이게 꿈이라면 분명히 십 수 년만에 처음으로 실례를 하는 순간이겠지.

다행히도 실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덤불속에서 어푸푸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덤불속에서 나온 것은 작은 여자아이였다.

응?

여자.. 아이...?

얼굴 전체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저 액체가 내 오줌...?

여자던 아이던, 아니 누군가의 얼굴에서 오줌이 흘러내려서는 안되는 법이지만, 여튼 정황상 내 오줌이 맞을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냈다. 그냥 통째로 줘야 되나? 아이니깐 닦아줘야 되나?

아니 뭐지? 사람 인기척은 못 느꼈는데?

일단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깐, 지금 당장은 이 순간을 모면해야 된다.

어린아이 얼굴에다가 오줌을 갈긴 남자 성인이라니. 그것도 외국에서.

나라 망신을 떠나서 외신에 뉴스가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다.

특히나 한국과는 다르게 외국은 또 모자이크나 이런것들도 없으니깐, 자칫 잘못하면 이제 막 즐기기 시작한 인생을 즐기지도 못한 채 인생이 망해버릴 것이다.

배낭에 있는 텀블러에 아직 물이 조금 남아 있긴 할텐데, 그걸 차라리 부어버리는게 나을려나, 어떨려나 고민을 하던 찰나, 그 아이가 휴지를 가져다 들고는 얼굴에 묻은 오줌을 닦아냈다.

그제서야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니, 나의 두뇌가 아이의 얼굴을 그제서야 제대로 처리했다는 것에 가깝겠지. 얼굴 자체는 계속 보고 있었지만, 미쳐 알아보지 못한 부분을 그제서야 인지했으니깐.

그 아이의 귀는 길고 뾰족했다. 마치 판타지의 엘프처럼.

코스프레? 오늘 무슨 날인가? 학교 행사? 알게 뭐람.

이것이야 말로 뾰족한 귀를 처음 본 사람의 당연한 반응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 생각은 그 아이가 울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유효했다는 것은 과거형으로는, 여기에는 그 아이가 울고 있다라는 현재와 더불어, 그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꼬마 여자 아이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울기 시작해서 달래주러 발을 떼는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휘익-

뭐야? 뭐지? 뭔가 날라갔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 있는 나뭇가지에 무언가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가 봐도 그건 화살이였다. 위협사격인지, 빗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위험하게 화살을 날린 것이 틀림 없었다.

화살이 날라간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무도 없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가 있었다.

누군가 라고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였던 모양이다. 거기에는 한 명이 아닌 그룹이 있었다.

무리에게, 집단에게 어느새 나는 포위 당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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