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새글

g5441_nipa0711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39
추천수 :
14
글자수 :
88,699

작성
24.09.10 06:00
조회
8
추천
1
글자
12쪽

작은 마을의 마법사

DUMMY

"이길 수 있어요! 이기고 말꺼에요!"

"뭐... 사진은 장비빨이 전부는 아니니깐, 가능성은 있긴 하겠군요. 저 자신부터가 프로도 아니니까요."

그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다만, 21세기의 정말로 평범한 대다수는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 라는 기기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기에, 일단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면 아마추어 사진가라고 포장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지만 인화하기 전에는 확인해볼 수 없다는 것이 필름의 단점이죠."

"단점인가요. 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해야 될까요, 뭐 최근에는 폴라로이드를 쓰는 분들도 들어봤지만요."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이 곳에도 있구나.

폴라로이드는 필름을 쓰지 않고 바로 사진이 인화되어 나오는 특이한 장점이 있는 카메라다. 필름카메라는 필름을 이용해서 같은 사진을 몇 장이고 인쇄할 수 있는 반면, 폴라로이드는 필름이 없으니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깐. 덕분에 그렇게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 유일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사진 자체도 일반적인 필름 카메라의 경우는, 일단 필름을 다 써야 된다. 그 후 필름을 카메라에서 빼내서 암실에서 인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사용자는 필름만 빼내서 사진관에 맡기면 나머지는 사진관에서 알아서 해주지만, 여튼 사진이 되는 과정상 그제서야 사진이 완성되는 반면, 폴라로이드는 찍는 것과 동시에 찍은 사진이 바로 나오니깐, 여기서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실제로 폴라로이드로 촬영한 그 결과물을 볼려면 색이 제대로 나올때까지 2~3분 정도 기다렸던 걸로 기억하고 있지만.

내가 폴라로이드를 접했던 적이라면, 어린 시절에 생일날 이였다. 생일날 어떤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면, 그 곳 직원과 알바생들이 막 몰려와서 노래 불러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 때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주더라. 사실 그 이후에도 이 때를 제외하면 딱히 경험해본 적은 없다.

"사용은 딱히 하지 않나 보군요?"

"네에. 아무래도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화질 문제도 있고, 필름이 없어서 복제가 안되니깐, 잡지사에서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구조죠. 뭐 못할 것은 없지만, 필름을 들고 다니는게 오히려 더 편하죠. 필름의 통이 늘면 늘수록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경우 인화지의 부피가 급격하게 늘어날테니까요."

"아하. 그런 문제가 있겠군요. 중간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의 훼손 문제들도 있겠구요."

"그렇죠. 그래서 무슨 전쟁터의 아주 급격한 상황 아니고서야 필름을 이용하는게 일반적일꺼에요."

위나씨가 해봤던 고민들은 나는 한번도 해본적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일이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로 넘어간지 오래니깐. 예전만 하더라도 메모리 카드를 빼내서 컴퓨터로 옮겼어야 되었다면, 이제는 블루투스로 카메라에서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바로 전송이 되는 세상이니.


마을에 도착한 시점에서는 이미 어두워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완벽한 어둠은 아니였다.

"가로등은 아직 없나 보군요."

"아무래도 산골이니까요. 도시랑 그 인근은 가야 있을꺼에요."

"이런 작은 마을에도 숙박 시설도 있나 보군요?"

"호텔 같은 정규 숙박 시설은 없는데, 마법사 협회를 통해서 마을에 살고 계시는 은퇴한 마법사 한 분을 소개 받을 수 있었어요. 그 분이 방 하나를 빌려주시기로 했었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남는 방이 더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일단 부탁은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당히 친절하신 분이거든요."

"다행이군요."

작은 마을에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본 것만 같은 낯설지 않은 목조 건물을 들어서자, 누가봐도 마법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전형적인 마법사 이미지의 한 노인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위나씨를 따라 나 역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가 주춤했다.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들어가는 것은 매번 힘들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회색의 로브를 입은 마법사를 바라보자, 마법사가 흥미로운 것을 봤다는 느낌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간만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자네는 멀리서 왔나 보군."

마법사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위나는 엘프 마을에 갔었지. 그리고 오늘은 돌아오는 날이야. 엘프 마을을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은 바로 이 마을을 거쳐가는 것인데, 자네처럼 외지인이라면 마을에 금방 소문이 돌기 마련이지. 여기는 외딴 곳이라서 그런 소문 하나 하나에 활력을 얻거든. 하지만 나는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이제 막 외부인이 마을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위나와 만났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 초면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으니깐 말이야. 그렇다면 엘프 마을에서 같이 내려왔다는 이야기인데... 저 험한 산을 넘어 왔나?"

"이야기 하자면 매우 긴데요..."

"로빈슨씨, 이 곳에 서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위나씨가 마법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을 통해, 나는 그 마법사의 이름이 로빈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참. 내 정신을 보게. 최근에는 도통 생판 모르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서 말이지. 들어오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의 응접실로 안내 받은 우리들은 자그마한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있었다.

"차, 마시겠나? 아니면 커피?"

잠자러 왔으니깐, 커피는 피하도록 하자.

"차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맥주와 탄산 음료도 있으니깐 말만 하게."

그러자 위나씨가 나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케이씨, 유료에요 유료."

아하. 유료였구나. 상술이 좋구먼, 영감탱이.

약간의 시덥잖은 대화들이 오간 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검정색 머리카락이라... 없지는 않지만, 결코 흔하지는 않지. 최소한 이 마을은 물론이고, 이 인근 일대에서는 단 한 명도 없어. 그건 내가 장담하지."

로빈슨의 이야기는 결국, 너 어디서 왔니를 알고 싶다는 것이겠지.

"제가 살고 있던 곳을 여행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문을 열자마자 저는 엘프 마을 인근에 서 있었습니다. 혹시 마법사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순간이동인가? 사물이 아닌 생명체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마법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최소한 나는 그러한 존재를 들어본적도 본 적도 없네."

"마법사는 아닐꺼에요. 제가 있던 곳에는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존재하지 않는다라... 그런데 존재하는 곳으로 왔다는 것인가? 으음... 모르겠군. 모르니깐 흥미로워."

문득, 마시고 있는 차에 약이라도 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가의 지하 감옥에 감금되서 생체 실험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차는 보통 잘 안 마시니깐, 못 마실 정도가 아니면 솔직히 맛은 잘 모르니깐 말이다.

"먼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통역 마법의 시전을 끊어야 되겠네."

"네? 왜죠?"

그러자 로빈슨은 위나를 쳐다보고, 위나가 대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통역 마법이 가진 한계 때문이에요."

"한계요?"

"통역 마법은 단 하나의 유일한 마법이지만, 동시에 시전자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지는 마법이기도 해요."

"이해가 잘 안가는군요. 높은 마력을 가진 사람이 시전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요? 그거라면 당연한게 아닐까 싶은데요."

마력의 품질이 있다면, 품질이 좋거나, 혹은 시전하는 마력양이 높다거나, 여튼 뭐 그런 차이가 결과를 다르게 만들지 않을까? 그런데 이건 당연하지 않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마법들과 다르게, 마력은 통역 마법의 결과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아요."

"그건 신기하네요. 그러면 어떻게 시전자에 따라 다르다는 건가요?"

"그건... 일단 100% 확실하다고 이야기는 못하겠어요. 여전히 연구중인 학문이니까요. 다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통역마법은 시전자의 뇌와 보이지 않는 연결이 된다고 해요."

보이지 않는 연결이라. 개념 자체는 익숙하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것들이 그 예시가 아닌가. 다만 순수하게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케이씨는 여기에 들어있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위나씨가 들어올린 유리잔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물 아닌가요?"

"물 맞아요. 그러면 이거는요?"

어떤 마법을 부렸을까? 유리잔에 담긴 물의 일부가 얼음으로 변했다. 얼음은 물 위에 떠서는 찰랑찰랑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시원해진 물은 유리잔의 겉면에 또 다른 물이 송송 맺히게 만들고 있었다.

"얼음이죠."

"그러면 얼음이 든 이 물은 뭐라고 부르죠?"

"얼음물요."

"네 맞아요. 통역마법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요. 먼저 물은 생명체의 근원이자, 국가와 문화를 떠나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이자 사물이에요. 하지만 분명하게 이 물을 부르는 언어, 즉 발음은 달라요. 케이씨가 물이라고 발음할 때는 분명히 물이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되요. 이제 막 언어를 배우는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그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게 되죠. 통역마법은 바로 머리속으로 생각한 그 단어를 포착해요."

"하지만 제 머리속은, 분명하게 제가 있던 곳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을텐데요."

물론 그 누구도 머리속의 소프트웨어를 시각화 해서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하드웨어, 즉 머리 구조 자체야 MRI니 CT니 이런 것들로 밝혀져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해부학을 통해서 구조가 파악되어 있지만 말이다.

"분명히 그럴꺼에요. 그래서 통역마법은 사람의 언어에는 단어가 있고, 그 단어는 세상의 근본에 등록된 사물의 고유 값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추정을 하고 있어요. 아, 입증 된 것은 없어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자 추론이에요. 현재로서는 이 방식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어서 말이죠."

"세상의 근본요? 일단, 뭐 있다 치죠."

"통역마법은 그 사물의 고유 값을 이용해서, 시전자의 두뇌를 탐색하는 것이죠. 일치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해당 단어로 변환을 하는거죠."

흐음... 자료구조 수업이 생각나는구먼.

"몇 가지 문제가 생각나는걸요. 제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분명히 이 곳에는 없을꺼에요. 그렇다면 이 곳 세상의 근본에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테죠. 아니면 그 세상의 근본이라는 것은 유일하며, 정말로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것인가요? 어쩌면 아직 그 어떠한 세상에도 존재하지 않은 것도 다 있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어떤 곳에서 만듦과 동시에 갱신이 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일까요?"

"세상의 근본과 관련된 것은 아무도 몰라요. 사실 설명을 위한 창조에 가깝죠. 하지만 케이씨는 지금 제 의도에 거의 도달했어요."

"음?"

"아주 간단하게 축소해보죠. 한 마법사가 있어요. 이 마법사는 어떠한 계기로 많은 것을 알지 못해요. 가난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그저 게을렀을 수도 있죠. 어쩌면 치매에 걸렸거나 사고로 기억을 잃었을 수도 있겠죠. 그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 마법사는 얼음이라는 단어를 몰라요. 그러면 얼음이라는 단어가 통역마법에서 처리가 될 수 있을까요?"

"아하. 사물을 표현하는 고유의 값을 가져오더라도, 통역 할 수는 없겠군요."

"그거에요. 그러니깐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시전하는 통역 마법이 더 뛰어난 결과를 가져오게 되죠. 시전자의 두뇌에서 찾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요."

"어... 그러면 로빈슨씨가 요청한 것은..."

"위나가 모르는 것을 어쩌면 내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네. 그저 늙은이의 객기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허헛."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사진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보시는 분이 있다면... 24.09.02 8 0 -
16 역전된 세계 NEW 5시간 전 3 1 12쪽
15 서큐버스의 면접 NEW 17시간 전 4 0 12쪽
14 대륙의 세로그립 24.09.17 6 1 12쪽
13 사진을 줄 수가 없다니. 24.09.17 6 1 13쪽
12 위나가 일하는 잡지사 24.09.16 7 1 12쪽
11 딱딱한 의자는 싫어 24.09.16 8 0 11쪽
10 기차역으로 24.09.13 9 1 13쪽
9 한 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 24.09.12 9 1 12쪽
8 작은 마을에서 펼쳐진 21세기 기술 24.09.11 10 1 13쪽
» 작은 마을의 마법사 24.09.10 9 1 12쪽
6 나의 세계, 그녀의 세계 24.09.09 8 1 13쪽
5 이미지와 경험의 상관 관계 24.09.07 8 1 13쪽
4 이세계 최고의 카메라 24.09.06 8 1 14쪽
3 몰랐다니까요 24.09.04 10 1 11쪽
2 그녀와의 만남 24.09.03 11 1 12쪽
1 흔한 배낭 여행객 24.09.02 2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