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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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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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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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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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고의 카메라

DUMMY

그녀의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보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배낭에 있던 물건을 하나씩 꺼내서 테이블에 펼쳐보았다. 이걸 통해서 여기가 어느 정도 기술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카메라군요! 제꺼보다는 훨씬 작군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위나는 가장 먼저 카메라에 눈이 가는 모양이다. 그런 위나와 다르게 쓱 훑어본 엘프 장로는 관심이 사라졌는지, 다른 업무가 있다고 자리를 떠났다.

내가 구매한 카메라는 미러리스 중에서도 꽤나 작은 편이다. 일부러 조금이라도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서 구매한 컴팩트 버전이니깐. 물론 성능으로 치자면, 보급형 중급기라고 해야 될까. 중급기 중에서는 가장 하위 라인 느낌? 제조사 놈들이 바디 팔아먹을려고 일부러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 없을 정도의 제품이지만, 그래도 35mm의 풀프레임은 기존에 사용하던 APS-C 센서의 카메라보다는 월등한 만족감을 줬다.

"위나씨의 카메라도 살펴볼 수 있을까요?"

"네엡!"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끼리는 어떤 동질감이 생기는 법이다. 브랜드가 같다면 브랜드가 같으니깐, 호환이 되니깐, 유저 경험이 비슷하니깐 생기는 동질감이 있다. 브랜드가 다르다면, 서로의 카메라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깐 갖게 되는 신기함이라 해야 될까, 브랜드가 같을 때 생길 수 있는 급 차이나 격차 차이에서 생기는 그런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순수하게 카메라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수 있다.

위나씨의 카메라는 예상대로 필름 카메라였다. 필름을 돌려줄 때 쓰는 리와인딩 레버, 필름 카운터와 셔터 레버. 그리고 iso를 조절하는 다이얼. 그리고 펜타프리즘 공간 뒤에 나 있는 뷰파인더의 전형적인 SLR구조. 보자... 렌즈는... 50mm f1.8 단렌즈를 쓰고 있네. 조리개 최대 개방 수치는 부러울 따름이다. 내 렌즈는 f2.8이 한계니깐 말이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지만, 렌즈 교환하기도 귀찮고, 렌즈들고 다니는 것도 일이고 그런 관계로, 일명 슈퍼줌 렌즈라 불리는 제품 하나로 쓰는게 내 카메라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위나씨의 카메라를 살펴보던 나는 문득 이 곳의 필름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저 커버를 열면 필름이 들어있겠지. 직접 확인은 할 수 없다. 빛이 들어가면 필름이 못 쓰게 될테니깐. 내가 어린 시절에 쓰던 아빠의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 였으니깐, 이 정도는 예전부터 알고 있다.

"35mm 필름인가요?"

"네넵."

이세계가 맞다면, 이세계에도 35mm 필름을 사용하구나 싶었다. 중형카메라니 뭐니 더 큰 필름들도 있겠지만, 여튼 대세는 35mm 인가 보다.

컴퓨터가 뭔지 모르는 시대, 그리고 완전한 수동 필름 카메라. AF가 가능한 자동 필름 카메라는 언제쯤 나왔더라? 잘 모르겠다. 자동이던 수동이던 이 당시의 카메라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카메라와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 미러 여부겠지. 그러나 이건 뜯어봐야 아는 문제고, 실제로는 뷰파인더의 차이가 가장 클 것이다. EVF라 불리는 전자식 뷰파인더가 채용 된 것이 내가 쓰고 있는 카메라라면, 필름 카메라는 죄다 광학식 뷰파인더라고 하는 OVF였던걸로 기억한다. EVF와 OVF의 차이점은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EVF는 전원을 켜야 화면이 보인다는거고, OVF는 그런게 없다는거?

"아? 렌즈캡을 열어도 뷰파인더가 까매요."

바로 이 점이다. 광학식 뷰파인더도 여러 방식이 있다고 알고 있다. 외장형도 있을테지만, SLR로 부르는 카메라라면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펜타프리즘을 거쳐서 뷰파인더로 향하게 된다. 렌즈 캡을 열었는데도 뷰파인더가 보이지 않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제 카메라는 조금 달라서요!"

카메라의 전원을 켜준다. 디지털 카메라의 단점 중 하나는 부팅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 브랜드 로고가 뜨고, 잠시 뒤에서야 뷰파인더가 동작하게 된다. 아, 조금 더 놀라게 해줄려고 LCD도 뒤집어줬다. 기스나기 싫어서 사용 안할때는 LCD창을 접어놓으니깐. 스위블과 틸트 중 뭐가 더 편한가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뷰파인더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필름 카메라는 커다란 LCD 창이 주는 편의성은 따라 올 수 없을테다. 그리고 그 LCD 창을 움직여서 각도 조절도 가능하니깐.

"자유롭게 찍어보셔도 되요."

"네?! 찌.. 찍어도 괜찮나요?"

"물론이에요. 제꺼는 필름을 쓰지 않아서요."

필름 카메라라면 여분의 필름 생각을 하면서 필름 카운트도 해야 되고, 필름이라는 것 특성상 자유롭게 찍을 수 있을리가 없으니깐, 그 점에서 디지털 카메라 특성상 자유롭게 촬영을 해도 된다는 점과 어떻게 찍힐지 찍기전에 알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찍자마자 바로 찍힌 결과를 확인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매우 큰 혁신이다.

"필름이 필요없는 카메라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런게 가능한가요?"

"해보면 되죠."

그렇게 다시 카메라를 받아든 위나가 카메라를 받아들고서는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LCD 화면을 통해서 사진을 찍는 다는 개념 자체가 없겠구나, 뷰파인더가 있는 카메라니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대겠지. 이른바 정석적인 카메라 촬영 포즈. 그렇지만... 아앍... LCD창에 콧기름 묻었겠다!

"응? 촛점을 바꾸니깐 빨간색 영역이 줄었다가 늘었다가 하네요! 그리고 우와! 이런저런 정보가 뷰파인더 안에 표시되군요?"

자그마한 EVF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엄청난 혁신 기술이 다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MF에서 촛점 영역을 색깔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나 같은 경우 빨간색으로 해놓았다. 즉, 화면에서 빨간색 영역으로 표시되는 부분이 실제 촛점이 맞는 부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촛점은 물론이요, 실시간으로 변하는 수평계와 각종 정보들까지 말이다.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 정보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을 터. 당연히 위나 역시 그것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누르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군요."

셔터를 눌러 사진을 한 장 찍은 위나가 말했다. 셔터의 재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리라. 아마도 반셔터가 가능한 구조의 방식과 그런 것이 없는 카메라와의 셔터 구조 차이에서 오는 차이를 느꼈을 것 이다.

"그리고... 에? 찌... 찍은게 바로 확인이 되요? 어떻게요??"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큰 차이라면 바로 여기에 있을 터. 하지만 단순하게 디지털이라 그래요 라는 설명 밖에는 할 수 없는데, 문제는 상대는 디지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통역 마법이라 한들 애초에 없는 개념과 단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리라.

"어... 설명하기에는 제 능력으로는 부족하군요. 위나씨의 카메라와는 개념 자체는 거의 동일하지만, 또 많이 다르기도 할꺼에요. 그저 제 카메라는 필름을 쓰지 않는다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저쪽 버튼을 눌러서 AF라 적힌 것으로 바꾸고 다시 한번 찍어보시겠어요?"

"아, 이렇게 말이군요."

조작법에 대해서 금방 적응한 위나가 능숙하게 설정을 바꿨다.

"응? 촛점이 안 맞춰지는데요?"

렌즈의 촛점링을 돌리는 위나가 말하자, 내가 셔터를 반만 눌러보라고 이야기 했다.

"어??"

띠딕 하고 바로 촛점이 변했으리라. 그녀가 신기함을 느끼면서 사물 여기저기에 촛점을 바꾸기를 시도한다.

"와...! 중앙을 기준으로 촛점을 맞춰주는군요?"

어...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상 화면 영역 전체에서 AF가 가능은 하지만, 제 기본 설정이 정 가운데긴 하지요. 하지만 아직은 여기까지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지. 실제로는 열가지가 넘는 다양한 촛점 추적 방법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쯤 되면 나 역시 잘 모른다. 이것저것 되지만, 정작 써봤거나 쓰는것은 결국 2~3개 정도라고 해야 될까.

"잡지사 기자분이라서 그런지, 카메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군요."

"이제 막 시작했지만요. 그러는 케이씨는 프리랜서 기자이신가요?"

"아니요. 그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고 해야 될까요,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거 치고는 상당히 좋은 카메라인 걸로 보여요."

"좋은 카메라인 것은 분명하죠. 물론 더 좋은 카메라도 많지만요. 제가 있던 곳은 이제는 이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저 같은 아주 일부니까요."

"아...? 그러면 케이씨가 있던 곳은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 세상인가 보군요?"

"그건 아니에요. 사진 자체는 훨씬 더 많이 찍는 세상인데요, 카메라의 형태와 목적이 바뀌었다고 해야 되겠군요."

그리고는 다시 한번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줬다.

"여기 뒷면에 있는 것도 카메라 렌즈구요, 잘 안보일 수 있지만, 전면위의 조그마한 것도 카메라에요."

"이... 이렇게 작은게요? 필름 한롤 두께의 반의 반이나 될까 한 수준의 크기인데,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구요?"

역시나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 그래서 나는 먼저 카메라 앱을 연 뒤, 셀카 모드로 설정했다.

"와... 더 놀라는게 힘들 정도에요!"

그 틈을 타서, 나는 휴대폰을 쥔 손을 길게 앞으로 뻗어서 위나씨와 셀카를 찍을 수 있었다. 얏호.

"이렇게 찍을 수 있어요. 이게 전면의 작은 카메라로 찍은 것이에요."

"혼자서 스스로를 찍는 용도겠군요."

"기본적으로는 그렇죠."

얼굴 인식 뭐 이런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셀카랑, 화상통화 정도가 그 목적이지 않을까. 뭐, 결국은 카메라 주인을 찍는거니깐.

"그 다음이 일반적인 카메라 모드에요. 화면을 눌러서 촛점을 맞추고, 화면 구석에 있는 이 버튼을 눌러서 촬영을 할 수 있죠."

물리적인 센서의 크기와 광학의 차이에서 오는 그 한계를 제외한다면, 그 능력 자체는 전문적인 카메라라고 해도 따라 올 수 없는 수 많은 기능이 바로 스마트폰이 가진 진정한 힘이라 볼 수 있겠지. 압도적인 AP 성능에서 오는 편집이라던가 실시간 영상처리 능력 같은 것들이 말이다. 그 자리에서 SNS등을 통해서 사진을 공유하는 것도 있을테지만, 아쉽게도 WIFI는 커녕, 인터넷 자체도 없는 세상일테니 이런 것은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케이씨는 왜 이 계산도 가능한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저 커다란 카메라도 갖고 계신가요? 저희 업계에서는 투바디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케이씨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어보여요."

무전기는 있지만, 휴대폰은 없는 시절이겠지. 아니, 휴대폰이 있는 시절이라 하더라도, 피쳐폰 시절이라면 이 스마트폰을 보고 이게 휴대폰이라고 바로 알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깐 그녀는 스마트폰을 이것저것 가능한 카메라로 인식을 해버린 모양이다.

휴대폰을 제외하고, 전문적인 카메라 두 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내가 있던 세상에서도 있다. 정확하게는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 기준이지만 말이다. 대부분이 상업 사진을 하시는 분이지 않을까 싶은데, 듣기로는 렌즈 교환할 시간 자체가 아깝거나 이런 이유로 두 개의 카메라에 서로 다른 렌즈를 장착 한 뒤에, 필요에 따라서 카메라를 바꿔서 촬영하는 분들이다. 내가 렌즈 교환하기 싫어서 슈퍼 줌 렌즈를 선택했다면, 그 분들은 화질을 얻기 위해서 두 개의 단렌즈를 선택했다고 해야 될까.

"으음. 이 작은 카메라는 사실 카메라로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할 수 있어요. 사진을 찍는 행위라면 분명히 이거 하나로 다 가능은 한데요..."

"한데요...?"

"아무래도 화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어서 말이죠. 촬영 결과물의 선명함 같은 것들이 있겠군요. 음... 위나씨 기준이라면... 위나씨 카메라와 중형, 대형 카메라의 차이라고 해야 될까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들, 동시대의 기기 기준이라면, 판형에서 오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아하. 이해가 되는군요."

판형으로 놓고보자면, 내가 갖고 있는 미러리스는 결국 위나씨의 카메라와 동급이다. 휴대폰은 말할것도 없이 저어어기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니 이 곳 세계의 중형이나 대형 카메라의 그 커다란 판형에는 비빌 수가 없겠지만,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수 십년의 기술이 난다고 가정한다면, 그 기술 격차 만큼이 내가 가진 카메라의 장점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든다면, 필름에서 디지털로 오면서 생기는 모든 장점에 더해서,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눈까지 추적 가능한 EyeAF 것도 큰 장점일테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iso값도 있다. 필름 카메라라면 내 기억으로는 필름을 어떤 것을 쓰냐에 따라 달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즉, 이 사진은 iso800으로, 이 사진은 iso100으로 촬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HDR 같은 기능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능일테고, 고감도 노이즈 자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을 크게 높여주니깐 의미가 있다.

아마도 35mm 판형 기준으로는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바로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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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계 최고의 카메라 24.09.06 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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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녀와의 만남 24.09.03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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