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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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441_nipa0711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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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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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된 세계

DUMMY

"후아아아암."

잘 잤다.

기지개를 크게 펼치면서 눈을 떠보니, 직원 휴게실로 보이는 곳의 의자에 있었다.

어라? 여기 왜 왔었더라?

뭔가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일어날라는 찰나에 하반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축축한 이 느낌은...

서... 설마 이 나이에 오줌을 지리지는 않았을테고?!

그러나 그건 오줌은 아니였다.

작은 양의 끈적끈적한 그 것.

이 곳에 와서는 한번도 빼내지 않았던 탓일까?

여튼 급하게 휴지를 넣어서 후다닥 닦아내고는... 다른 새 휴지로 닦아낸 휴지를 둘둘 말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으흠... 이런 적은 거의 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 같은데 말이다.

휴게실을 나가자마자 위나와 마주쳤다.

그녀는 뾰루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케이씨! 아이리스씨와 무슨 이야기를 했었나요?"

화를 내는 건지, 걱정을 하는 건지 헷갈리는 듯한 말투.

"아이리스씨요...?"

어라? 뭔가 만났던 것 같기도 하고...?

"으음..? 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닌거 같기도 하고... 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아. 어쩔 수 없죠. 케이씨 입장에서는 그건 그저 꿈 속에서 있었던 일이라 생각할테니까요."

"...?"

"아, 됐어요."

뭔가 살짝 삐진듯한 느낌인데,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요?"

잡지사를 나와서, 처음 보는 거리를 하염 없이 그녀와 걷고 있다.

"밥이요, 밥. 배고프니까요."

"헤에... 평소에도 이렇게 멀리 나오나요?"

"평소라면... 음... 도시락을 포장해 와서 먹기도 하고, 근처에서 대충 먹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바쁠때는 엄청 바빠서 말이에요."

"그렇군요."

나이는 분명히 나보다 어리지만, 사회경험 자체는 그녀가 더 많다고 해야 될까. 물론 위나 역시 사회 초년생이지만, 난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시작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깐 말이다.

"여긴 버스 정류장인가요?"

"트램이에요."

"호오."

한국에는 트램을 보기 힘드니깐 말이다. 유럽에서 몇 번 타보긴 했지만, 여전히 신기한 느낌이다. 물론 일단 탑승해서 자리에 앉는 순간에는 그저 하나의 교통수단일 뿐이지만, 그 외관이 주는 느낌은 매번 생소하다.


트램을 타고 다섯 정거장을 간 뒤 내리자바자 허겁지겁 뛴 끝에 간신히 버스를 탔다.

"환승이 되나요?"

"환승이라는 개념 보다는, 구간권이라는 개념이 더 맞겠네요. 특정 구간 한정으로 오늘 자정까지는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구매했거든요."

아하. Zone A, Zone B, Zone C 뭐 이런식으로 구간 별로 금액대가 나눠지고 이런식인가 보다. 아마도 그녀가 구매한 티켓은 해당하는 구간 내부에서는 하루 종일 무제한 탑승 가능한 그런 종류가 아닌가 싶다.

이 역시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 차이라고 해야 될까.

뭐, 여기 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올 수 있다면 같은 의미에서 색다른 문화 차이를 경험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운이 조금 좋았어요. 저 버스가 식당 앞까지 바로 가기는 한데 배차 간격이 긴 편이라, 원래는 그냥 걸어갈려 했거든요. 어차피 버스로 세 코스 정도라 말이에요."

아하. 버스 세 정거장 거리에 배차 간격이 길다면, 걸어갈지 기다릴지 고민 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

"어떤 음식인가요?"

"외국 요리 전문점이에요. 정확히는 서양 요리 전문점이죠."

"아하."

이탈리아 사람이 프랑스나 스페인 요리를 먹는 느낌일까? 아니면 이탈리아 사람이 미국 요리를 먹는 느낌?

"그런데, 저는 아직 여기 음식도 제대로 먹어본 적 없어서 말이에요."

빵 같은거는 계속 먹어오긴 했는데, 뭐랄까, 그건 그냥 그 동네 전체의 공통된 주식 느낌이랄까, 현지식이라는 느낌은 없지 않나.

"아하. 케이씨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네요. 으음... 이 곳 음식들은 앞으로도 자주 먹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본 순간 머리를 한 방 맞은 충격에 휩싸였다.

메뉴판에는 어떻게 봐도 쌀국수로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깐.

"어...? 이게 서... 서양 음식인가요?"

"이 레스토랑이, 여기 도시에서 가장 현지식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어요. 저희도 예약 안 했으면 밖에서 꽤나 오래 기다렸거나 어쩌면 먹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 그러니깐 현지화 된 음식이 아니라, 그러니깐 저 쌀국수가 여기서는 서양 음식...?

"그러면, 어... 여기는 동양인건가요?"

"네. 물론 무슨 기준으로 동양과 서양을 나누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구분 해협이라 부르는 곳을 기준으로 왼쪽을 서양, 오른쪽을 동양이라 분류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해협 이름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수 많은 해협들이 존재할테니깐.

"위나씨, 나중에 이 곳의 세계지도를 구해주실 수 있나요?"

"세계지도요? 네. 돌아가는 길에 파는 곳이 있으면, 하나 사드릴게요."

도대체 이 동네는 어떻게 생겨먹은 동네인지, 내가 살던 지구와 비슷하면서 개념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우리가 주문해 먹었던 음식을, 내가 있던 세계로 치자면 아래와 같았다.

태국식 쌀국수와 일본 라멘, 그리고 중국 딤썸.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하게 동일하냐면, 그건 아니겠지. 뭔가 맛이나 생김새나 조금은 다르긴 했다.

그러나 이 음식들을 포장해가서, 길거리에서 출신 국가를 설문조사 해보면, 높은 확률로 나와 비슷한 의견들이 많으리라.

여튼 맛있었다.

간만에 따뜻한 국물이 속에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다.

스프 따위로는 해결 할 수 없는, 그 따스함이란.

한식이 그립냐면, 아직까지는 별 생각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막 해외에서도 무조건 하루에 한끼를 한식으로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해외에서 외국 음식을 못 먹겠다면서, 쌀에 밥솥까지 들고 다니면서 해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나와 우리 가족들은 그것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니깐.

솔직히 해외에서 그렇게 쌀밥에 김치를 매일 먹으면, 해외 여행 재미의 절반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물론 언젠가는 한식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어쩌면 이 동네에서도 한식이라 불리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서양식 분류 어딘가에서 찾아 볼 수 있지 않으려나.


"케이씨, 이거면 될까요?"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어느 대형 문구점 처럼 생긴 곳 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자그마한 수첩을 건네주며 물었는데, 갑자기 이걸 왜?

"수첩인가요? 수첩은 따로 쓰지는 않는데요."

필요한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 이후로 수첩을 쓴 적은 거의 없다. 사실 학창시절 때도 수첩은 딱히 쓴 적은 없었다. 학생때는 어차피 공책이나 교과서에 메모를 했었으니깐.

"아뇨, 아뇨. 세계지도요. 이 정도 크기면 될까요? 아니면 커다란 지도?"

그녀가 준 수첩을 받아들어서 펼쳐보자, 수첩의 가장 뒷 편에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무슨 문제 있나요?"

지도가 같다.

일단 대충 훑어보기로는 같다.

세세하게는 다르겠지만, 큰 덩어리로는 아무리 봐도 내가 알던 바로 그 세계 지도다.

"어... 이 지도에서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녀가 지도상에서 가리킨 곳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지리로는 분명히 중국이다. 중국 어딘가쯤인데, 어딘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래에는 내가 대만이라 알고 있는 섬이 있다.

"맙소사..."

"응? 왜요?"

"지도가 같네요. 아니, 생긴 모습은요."

"...네? 그런게 가능한가요?"

"저도 모르겠네요. 확실한 것은 저는 여기, 여기 작은 반도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헤에? 우연이네요. 저도 고향이 그 쪽인데 말이에요."

응? 중국과 한국인데요?

"여기가 외국인가요?"

"네엡. 말하자면 외노자 입니다아."

언어 문제는... 음, 그냥 통역마법이 다 해결해주는 세상인걸까. 편하다면 편할꺼 같긴 한데, 통역마법이라 한들 문제가 없는 만능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들어봤었고 말이다.

확실한 것은 언어는 분명하게 달랐다.

프랑스어나 독일어, 스페인어 같은 것들을 할 줄은 몰라도 듣다보면 어느 나라 언어겠구나 이런 것은 분명히 있는데, 이 곳에서 들었던 언어는 내가 들어본 그 어떠한 언어와도 달랐으니깐 말이다.

"그나저나, 어디쯤 되나요?"

"여기쯤 일려나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강원도 아래쪽이나 경상북도 위쪽이나 여튼 그 어딘가쯤 되는 곳 이였다.

"헤에... 엄청 산골이네요."

"산이라뇨? 우리나라에서는 산 구경하는 것은 힘들어요. 제가 있던 곳은 가도가도 끝 없는 밀밭이 펼쳐진 곳이에요. 물론 나라 자체가 작기 때문에 끝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뭣 하긴 하지만요."

으응? 아무리 봐도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반도에 아무리 봐도 태백산맥이 있어야 되는 지역인데, 산이 없다고요?

"아하하하하핫."

같은데, 또 달랐다. 그러니깐 이 곳은 지리적으로 동양이고, 쌀이 아닌 밀을 통하여 파스타를 먹는 세계구나.

결국, 여기는 어떻게 보면 존재하지 않은 지구쯤 될려나. 일종의 평행 세계라 해야될까.

"지리에 맞는 등고선 같은 것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아니, 그런건 서점에 가야 될까요."

"으음... 서점에 있긴 하겠지만, 서점에서는 정작 책이 너무 많으니깐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찾기 힘든 문제가 있어서 말이에요."

"잡지사에는 그런 내용이 있을까요?"

"아! 있어요. 자료실에 과월호는 물론이고 취재 기록 같은 것들도 많으니까요."

좋아. 나중에 잡지사에 들리게 된다면 자료실에 방문하도록 하자.


"수첩을 따로 들고 다니시는게 없다면, 하나 쓰시는게 좋아요. 케이씨의 그 물건은 거리에서 대놓고 쓰면 안된다는거 잊지 마시구요."

잡지사에서 신신 당부 받은 내용 중 하나가, 스마트폰 이용이였다. 카메라까지는 외관이 독특한 카메라 정도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지만, 스마트폰은 그 차원이 다르다나.

"으음... 아쉽군요. 잘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펜도 달려있고 필기 가능한 모델인데요."

잘 쓰는 사람은 휴대폰에 끼어진 펜으로 그림도 그리고 필기도 엄청 잘 하고 그렇던데, 정작 난 휴대폰 사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는 펜을 꺼내본 기억도 없다.

"그러면 하나 사야 되겠군요. 펜도 같이 사야 될테고... 그리고 그거... 뭐였더라, 그거..."

"어떤거 말인가요?"

"갑자기 이름 생각이 안나는데요... 볼펜 쓴 거 지우는거 있잖아요. 지우개는 볼펜으로 쓴거를 못 지우니까요. 여기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아! 수정액 말씀이군요. 으음... 어디 있으려나."

"아, 넵넵. 그거요. 테이프 형태도 있으려나요?"

액상 타입은 마를 때까지 시간이 걸린단 말이지. 그래서 손에 묻고 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테이프요? 으음... 그런 건 본 적은 없는데요. 한번 물어보고 올게요."

아쉽게도 테이프 형태는 없다고 한다. 한번 만들어 팔면 떼돈 버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봤지만, 정작 사용법 정도만 알고 있지, 그 원리나 제작방법은 전혀 모르니깐 이건 아쉽다고 생각한다.

하긴, 안다고 다 만들 수 있다면, 제2의 빌게이츠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죄다 독점해버리는 세상. 캬아.

그러나, 실제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니깐, 그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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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차역으로 24.09.13 1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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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작은 마을에서 펼쳐진 21세기 기술 24.09.11 10 1 13쪽
7 작은 마을의 마법사 24.09.10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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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미지와 경험의 상관 관계 24.09.07 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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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몰랐다니까요 24.09.04 1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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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흔한 배낭 여행객 24.09.02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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