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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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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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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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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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으로

DUMMY

"좋은 아침이네요"

후아암. 위나씨의 아침 인사에 대충 인사를 건네고서는, 조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은 엄청 약한데, 기차를 놓치지 않을려면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단다. 하루에 두 번 정차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그 결과, 평소라면 침대에서 한참 꿈나라를 헤맬 이 시간에 일어나게 되었다. 잠든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하암. 제가 아침에 많이 약해서요."

"올빼미형인가 보군요?"

"네에..."

이게 중, 고등학생때도 힘들었지만, 대학생이 되니깐 더 힘들어졌다고 해야 될까. 대학생의 특권이라면 본인의 의지로 아침 일찍 시작하는 과목들은 의도적으로 최대한 배제하고 시간표를 짤 수 있으니깐 말이다.

"몇 시 기차인가요?"

"시간표 상으로는 10시 13분에 잠깐 정차하는 기차에요. 다만, 우리가 탈 기차역이 무인 간이역인데요, 종종 지연이 크게 발생하기도 하고 그러나 봐요."

하긴, 21세기 기준으로도 기차의 정시성이 보장되는 국가는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하니깐 말이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자, 일찍이 기차를 타던 유럽조차, 기차의 정시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아마도, 우리의 세계라면 유럽에 해당할 이 곳도 마찬가지인가 싶었다.

"지연이 오래 되지는 않으면 좋겠군요. 아니면 지연이 되더라도 정확한 시간이 안내되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몇 분, 혹은 몇 시간 뒤에 도착 예정 식으로 아예 시간이 나오는 지연이면 상당히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지연 중 최악을 예로 든다면, 최소한 30분 동안은 올 일이 없는데요, 그 이후는 모르겠어요. 30분 뒤에 도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하염 없이 승강장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지연이라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힘들꺼 같아요. 무엇보다 무인이라 항의 할 사람도 없구요. 관리자가 없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상대해주지는 않을 것 같아요."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죠. 그나저나 무인이면 기차표는 어디서 구매해야 하나요?"

스마트폰도 없는 세상이니 모바일 발권 같은 대답이 올리는 없을테고, 인터넷이 있기 전의 세상이니 전산으로 뭔가 발권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실물 기차표 자체가 나오는 것은 확실하긴 한데, 무인이니... 전산화 없이 티켓 판매가 가능하긴 한가?

"뭐... 일단 타고 나서 역무원을 통해서 구입할 수 밖에 없겠죠."

아하. 그 방법이 있었구나. 한국에서는 모바일로 발권하고, 유럽 와서는 유레일 티켓을 이용하다보니, 그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커피와 오렌지 쥬스가 있네만...?"

"전 오렌지 쥬스로 주세요."

아침이니깐...

"저는 커피로 부탁드립니다."

모닝 커피는 필수지. 암요.

로빈슨씨가 정성스럽게 만든 아침 식사를 테이블 위에 올리기 시작한다.

달걀과 팬케이크, 구운 소세지와 빵과 버터. 그리고 약간의 야채인데, 한 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우면서 벌써 배불러 오는 느낌이 들었다.

"왠만한 호텔 수준인데요?"

"동감해요."

정말로 농담하지 않고, 숙박업을 해도 문제 없는 수준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그 퀄리티는 조식에 진심이지 않은 이름만 호텔들의 싸다구를 왕복으로 칠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먹기 전에, 그러면 스마트폰을 꺼내 한 컷 찰칵.

"응? 식사 사진도 찍는건가요?"

"뭐랄까요. 제 입장에서는 여전히 여행중이다는 느낌이랄까요. 무엇보다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기억하기도 쉬우니까요."

기록의 민족의 후예인 만큼, 기록은 철저하게 해야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어두는 버릇 덕분에 어떠한 문제를 쉽게 벗어났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더 크게 작용했다.

"헤에... 필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깐, 아무거나 찍어도 되겠군요."

분명한 사실이겠지. 필름 카메라 시절이라면 누가 이런 걸 찍었을까. 심사 숙고해서 한 컷을 간신히 남기지 않았을까.

"잘 먹겠습니다."

으음~ 맛있다. 정말 맛있다.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다.

음식을 즐기면서, 위나씨와의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간다.

"제가 알고 있는 경험에 비추면, 언젠가는 여기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럴까요? 아직 카메라 보급률만 생각하더라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으음... 하긴. 한동안은 그렇긴 하겠네요..."

빨라도 30년, 어쩌면 50년, 혹은 그 이상은 더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간이 기차역으로 향하는 마을 버스 안이다.

"으음... 조금 전에 막 밥을 먹긴 했지만 말이에요."

위나의 손에 들린 것은 로빈슨씨가 점심이라고 챙겨준 일종의 도시락이다. 김밥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조식의 경험을 생각해봤을 때, 무조건 맛있을 것이다. 그렇다. 맛있을 것이다. 그것이 문제다. 점심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나 남아있고, 모름지기 맛있는 것은 식기 전에 먹어야 더 맛있는 법.

"하아. 점심 전에는 줄 생각이 없어요. 포기하세요."

"배가 고픈 건 아닌데요... 맛만 보는건 어떨까요? 분명히 따뜻할 때, 온기가 남아있을 때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로빈슨씨가 열심히 준비해주신 건데, 최상의 컨디션일 때 그 맛을 즐겨야..."

"로빈슨씨는 점.심. 이라고 챙겨주신거에요. 그리고 그게 따뜻한 내용물이라는 보장도 없구요."

"에이. 차가운 것을 주지는 않았겠죠."

차가운 음식을 생각해보자. 뭐가 있을까?

팥빙수? 물론 나는 팥빙수 배달시켜서 종종 식사 대신 먹긴 하지만, 여기 이 동네에 그게 있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

냉면? 서양에서 냉면이 있을까. 물론, 여기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서양은 아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서양이라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못 찾은 상황이다.

차가운 스프...?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차안에서 먹을꺼에요. 그러니깐 분명히 거기에 맞는 것으로 준비해주셨을꺼에요."

"쳇. 그나저나 그 기차에는 식당칸이 있나요?"

외국 기차에는 식당칸이 있다. 비싸긴 하지만 여기서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있었지 싶은데, 최근에는 고속열차만 타기도 했고, 지금은 없지 않을까.

"으음...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맥주가 땡겨서요. 와인은 아무래도 비쌀테고요."

어떤 의미로는 긴장이 풀렸다고 해야 될까. 아무래도 어젯밤의 위나씨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덕분이리라. 여기가 이세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여행 왔다가 이렇게 된 거, 목적지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생각하다보니, 결국 알딸딸하게 한 잔 마시고 싶어졌다.

"헤에. 케이씨는 술 좋아하시나 봐요?"

"이제 막 시작했다고 해야 될까요. 이전에는 안 마셨거든요."

진짜다. 대학생이 되고도 술은 안 마셨다. 유럽 여행을 가기전까지는 말이다.

가장 먼저 도착했던 곳이 독일 뮌헨이였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밤이였다. 그 시간까지 문을 연 가게는 아무것도 없었고, 특히 한국이라면 주변에 있어야 될 편의점조차 없었고, 걷고 걷다가 도착한 것이, 다른 일정을 위해서 가깝게 잡아둔 중앙역이였는데, 거기서 마치 장사를 하고 있던 곳에서 맥주를 구매했었다. 물은 비쌌거든. 그 돈 주고 물을 사 먹을 바에는, 차라리 맥주를 마시고 만다. 이것이 나의 첫 알코올 도전이라고 해야 될까. 여튼 독일 맥주는 맛있었고, 그래서 맥주에 빠지게 되었다.

"이 곳 맥주도 마셔보고 싶고, 사실 이것저것 경험해볼 것은 많고 많다고 생각되는군요. 여기가 어디인지,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지 않나 싶어요."

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국, 술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 잖아요?"

"...뭐...그렇죠... 넵."

"그런데, 케이씨. 가장 중요한 게 있는데요..."

"네?"

"지불은 어떻게 하실려구요?"

어?

그러고 보니 돈... 카드도 안될테고...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위나씨가 내시는걸로..."

"...거절하겠습니다."

체엣. 체에에에엣.

"하지만 말이에요."

"?"

"케이씨의 카메라를 빌려주신다면, 빌려주는 시간 만큼 렌트 비용을 드릴 수는 있어요."

으음... 배터리는 충전했는데다가, 보조 배터리도 있는 만큼, 오늘 하루 정도는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빈슨씨의 집에서 현지의 전기를 이용하여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아주 훌륭하고 중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지 않았던가. 배터리야 충전하면 그만이고... 사진도 저장 용량은 여전히 충분하다. 안되면 지우면 되고...

"좋아요. 다만!"

"다만...?"

"여기 물가가 어떻게 되죠?"

가격 흥정은 필수!

사실 얼마가 필요한지, 얼마가 적정 가격인지는 잘 모른다. 카메라를 빌려본 적도 없으니깐 더더욱 말이다. 물론 기술로만 놓고 본다면, 오버테크놀로지 일테니, 값을 매긴다는 생각 자체가 우습겠지만, 그건 판매일 때 이야기 일테고, 단순히 사진을 찍게 해준다 라는 수준이라면, 비싸게 받을 수는 없지 않을까?

"으음... 어디부터 설명해야 될까요. 화폐 단위부터 시작해야 될텐데요? 그런데, 케이씨는 결국 맥주가 목표일테니까요... 좋아요. 그러면 맥주 4병 어때요?"

"맥주 4병의 가치 만큼 지불하겠다는 건가요?"

"네. 기차에서 파는 맥주 4병이에요. 한번에 4병을 주문하셔도 좋고, 일부만 마시고 일부는 현금으로 달라고 하셔도 무방해요. 대신, 기차를 탑승해서, 내릴때까지 케이씨의 카메라는 제가 쓰고 있을꺼에요. 어떤가요?"

"혹시 기차에 맥주를 팔지 않는다면..."

"내려서라도 사드리죠 뭐."

오오. 여기 펍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니, 펍에 이런 미소녀와 같이 갈 수 있다고...?

잠깐, 잠깐. 그 전에 중요한 걸 먼저...

"위나씨, 혹시 위나씨가 맥주 구매를 못하는 나이라던가?"

"...칫."

...

이년 보게? 어디서 사기를 칠려고! 사준다고 해서 따라 갔더니, 데헷. 안 판데요. 이런 시나리오를 노렸던 것인가?!

물론 돈만 받으면 내가 가서 사면 된다. 물건 구매하는데 딱히 말할 필요는 없을테니깐, 설령 통역 마법이 없더라도 문제는 없다.

어디까지나, 성인이 맥주도 못 사는 애한테 맥주 사달라고 돈을 삥 뜯는다는 그런 느낌이 있다고 해야 될까. 하지만 그건 나중에 다시 고민하자. 기차에서 팔겠지. 팔아야 된다. 맥주 한 병을 따서, 캬아.

"아무 맥주나 되는거죠?"

용량 많은 거, 도수 높은 거, 비싼걸로!

"330ml 사이즈로, 가격은... 중간까지로 하죠."

"좋아요. 그러면 딜."

"그러면 계약 성립인거에요."


버스는 생각과 달리 기차역 앞에 내려주지 않았다.

"기차역...이 목적지 아니였던가요? 여긴 숲 속인데요?"

"기차역까지 가는 가장 가까운 노선이에요. 기차역은 저쪽으로 10분 가량 걸어가면 나와요."

"그런가요. 그런데 그렇다면 이 아무것도 없는 숲 속에 버스가 서는 것도 신기하네요. 보통이라면 기차역에 버스가 서던가 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건 여기서 저쪽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관광지 때문이에요. 이 지역 전체가 다 국립공원이긴 한데, 저기 입구를 통해서 들어간 공원은 일부러 해외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예쁘다고 알려진 곳이라서 말이에요."

"오오? 우리도 거기 갈 수 있나요?"

"아쉽게도 기차 시간 때문에 안된답니다. 그 공원을 제대로 볼려면 반나절은 필요하거든요. 중간에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되는 코스도 있고 그래서요. 가장 짧게 도는 것도 3시간인가 그렇게 걸려요. 그러니깐 저기는 가고 싶다면 나중에 따로 와야 되요."

"그거 아쉽군요.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다면..."

"헤에. 가는 곳곳에 관광지는 많으니까요. 그거 하나씩 다 볼 생각하면, 도착까지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이제, 기차만 제 때 오면 되요."

"기차 타고는 어느 정도 가나요?"

"예상 도착 시간은 저녁 5시 27분이에요. 그런데 지연될 각오는 해두시는 것이 좋아요."

지금이 10시쯤 되었을테니깐... 7시간. 7시간은 넘게 기차를 타는 셈이다.

기차로 4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라면, 비행기로 이동을 알아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시간 기차를 타 본 기억은 없다. 야간 열차 또한, 그냥 미리 가서 제대로 된 숙박 시설에서 제대로 자는 것을 선호하기에 타 본 적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야간 열차 가격이 숙박 가격 이랑 거의 같거나, 더 비싸서 말이다.

"그나저나 좌석이 있을까요?"

"이쪽으로 오는 기차편은 상당히 둘러가는데다가 속도도 낮고 그래서 사람들 이용은 많지 않을꺼에요. 왠만해서는 자리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건 다행이군. 입석이라 한들 정말로 서서 가면 골치 아프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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