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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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441_nipa0711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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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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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녀와의 만남

DUMMY

이 곳이 판타지 세계라면, 마법을... 쓸 줄 알리가 없잖아?

마법도 써 본 사람이나 쓰는거지, 써 본적 없는, 마법이란 존재하지 않던 곳에 있던 사람이 세계가 바뀌었다고 마법을 쓸 수 있을리가.

이 상황이 FPS게임이라면, 내 선택은 12게이지 자동 산탄총인 USAS-12라던가 아니면 넉넉한 50발의 장탄수를 자랑하는 P-90을 선택하겠지만, 매우 아쉽게도 샷건도, 기관단총은 커녕 권총, 하다못해 리볼버조차 없다. 무기라고 한다면, 무기 용도는 아니지만, 배낭에 맥가이버칼로 불리는 멀티툴이 있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일단 무기의 리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깐. 무엇보다 그거 꺼내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상황이다.

비무장인 혼자가 무장한 집단에게 둘러쌓여 있는 상황에서의 할 수 있는 선택지란 뭐다? 결론은 그냥 순순히 따르는 것 밖에 없다.

만국 공통의 바디랭귀지인 항복하겠다듯이 두 손을 머리 근처로 올린 채 손바닥을 보여주면서, 통하기만을 바랄 뿐 이였다.

아니, 설령 내가 어린이에게 오줌을 갈겼다고 한들, 물론 난 그걸 알고 하지는 않았지만, 화살을 날리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 아닌가?

이건 폭행을 떠나 살인 미수죄라고 생각한다. 진짜 죽을 수 있었을꺼라 생각하고 있다.

경찰만 있었다면, 신고했을텐데, 아쉽게도 지금 이 곳에서는 그 어디에도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화살을 날린 이는 그 어린애의 삼촌쯤 되는 사람이였던가 보다.

화살을 둘러멘 뾰족 귀들에게 에워쌓인채 울창한 숲 속을 헤치고 도착한 작은 마을에서, 그 아이가 반갑게 달려나가서 품속에 파고든 저 남자가 분명히 그 아이의 아빠인 것이 틀림이 없을테니깐. 그리고 어딘가로 안내 받은 건물 안에서, 지금 내 눈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저 노인이 마을 장로나 아이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Police? I need lawyer!"

간단하고도 알아먹을 수 있는 생활 영어이자 여행 필수 영어쯤 되는 것이지만, 발음 문제를 떠나서 아예 들어본 적도 없는 반응이다. 폴리차이라던지, 국가마다 경찰을 부르는 단어가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보통은 저 정도 영어는 내가 다니는 곳들이 관광지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어떻게든 통하기 마련이고, 설령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떠한 반응은 나오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 콧대 높다는 프랑스나, 영어 안 통한다는 중국과 일본을 가더라도 이런 반응은 아니지 않을까.

무엇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대화자체도 이해 못하는거야 외국어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아예 생전 들어본 적이 없는 높낮이와 발음이였다. 중국어와 일본어 같은 경우는 말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듣고 어느나라 사람인지 정도는 충분히 맞출 수 있기 마련이고, 영어는 물론이고 독일어나 프랑스어, 스페인어 조차 말은 몰라도 듣고 이 사람이 대충 어느 나라 말을 하고 있겠구나 이런 수준의 파악 정도는 나 정도 되는 여행자라면 할 수 있기 마련인데, 진짜로 생전 들어본 적 조차 없는 말이였다.

정말로 이세계인건가?

하늘을 쳐다보니 달이 막 2개가 떠 올라 있고 그렇다면 바지에 지려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쳐다봤지만, 그 곳에는 새파란 하늘 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이 마을까지 사실상 끌려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구속된 상황은 아닌지라, 도망칠려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머릿속으로는 저 사람에게 달려들어가서 무기를 뺏고 제압 한 뒤에, 동시에 저 사람을 제압하고, 저 곳을 향해서 달려나가는 시뮬레이션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그건 내가 존 윅이라던가 잭 바우어라던가, 제이슨 본 같은 그런 수준은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였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두뇌 속으로 펼쳐지는 그 정교한 교전 시뮬레이션을 실제로 시행하기에는 내 몸은 그런 걸 할 수 없는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도망을 친다고 가정하자. 어디로 갈 것인가? 여기가 어딘 줄은 알고 도망을 칠까? 아까 얼핏 본 스마트폰 화면에는 분명하게 신호없음이 떠 있는 상황이였으니, 이 곳 역시 마찬가지라 가정할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기지국이 있을 것 같은 위치는 아니였으니깐 말이다. 위성 전화면 또 모를까. 그런데 여기가 이세계가 맞다면 위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기도 하고.

나를 노려보는 상대에 맞춰, 나 역시 그를 한참을 노려봤다가는 포기했다. 눈싸움으로는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분명하게 아니다. 무기가 없이 상대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없을 정도로 정정한 노인이다. 마을 전체가 뾰족한 귀를 하는 코스프레를 집단으로 하는 문화가 있지 않는다면야, 여기는 분명히 판타지 세계의 엘프 마을쯤 되는 곳이라 봐도 무방하겠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아리따운 이쁜 엘프 미소녀가 아닌, 우락부락한 남자 엘프들이라고 해야 될까. 남자 엘프 따윈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죄다 숨었다는 느낌이였다. 낯선 방문객이 와서 일까?


마을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를 데려왔다.

뾰족한 귀는 아니였으니 분명히 엘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엘프의 외모에도 전혀 꿇리지 않는 모습인 여성분은 내 또래로 생각되었다. 동갑이나 어쩌면 한, 두 살 정도 연상의 나이로 느껴지던, 그냥 이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외모의 소유자 였다.

누구일까? 딱 봐도 창이 넓은 마법사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마법사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정말로 마법사가 맞다면, 마법이 실존하는 세계라면 여기가 이세계라는 것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 중 하나겠지.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외국 어딘가의 외딴 숲 속 마을에 있다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깐. 그 마을 사람들이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다 한들, 유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깐.

특이하게도 그녀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다. 마법사와 카메라. 뭔가 처음 보는 조합이라고 해야 될까. 나중에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녀는 입고 있는 로브의 안쪽에서 작은 나무 지팡이를 꺼냈다. 그녀가 지팡이를 꺼내기 위해 벌린 로브의 그 좁은 틈으로 그녀의 봉긋한 두 가슴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외관으로도 그 크기는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지팡이를 나에게 겨눈 채, 뭐라고 말하면서 마법을 시전했다.

"들리시나요? 제 말 이해할 수 있나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카락의 여인이 눈 앞에서 한국어를 하고 있을리가 없을테니, 이게 듣던 통역 마법쯤 될려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아. 넵. 이게 그 통역 마법인가 보군요."

"네. 그렇답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면서 활짝 웃음을 지어주었다. 참으로 예쁜 모습이라 생각했다.


위나(Wynna) 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예상대로 마법사 였다.

"마법사가 흔하지는 않은가 보네요? 저기 엘프분들도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말이죠."

"엘프는 엘프라는 종족을 의미할 뿐이니까요. 엘프 중에서 마법사는 제가 알기로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긴. 게임에서나 직업 고를 때 탱커, 딜러, 어시스트 이런식으로 분류되서 그 중 하나가 마법사라는 선택지를 주곤 하지만, 실제라고 한다면 수 많은 직업들이 있을 테고 자연스럽게 마법사 같은 직업의 비중은 낮을 수 밖에 없긴 하다.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세쯤이라면 실제로는 농부나 이런쪽이 더 흔할려나.

"그쪽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김... 아."

보통 외국인들은 나처럼 받침이 있는 한국 이름 발음을 잘 못할 것일텐데, 통역 마법을 쓴 상태면 어떻게 들리는 것일까?

"기마..? 그게 당신의 이름인가요?"

"아뇨 아뇨. 케이. 케이라고 불러주면 되요."

영어 알파벳이라면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겠지. 그리고 내 성의 앞 글자가 K로 시작하는 것도 맞고.

"케이씨인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엘프들과 한참을 이야기 하고는 다시 내게 돌아와서 이야기 했다.

"케이씨는 지금 본인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이해하고 계신가요?"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실수라... 저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는 한동안 취조라고 부를 수 있는 질문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케이씨는 낮잠자고 있는 아리나를 본 적도 없고 느끼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계시는데, 저 분들은 그걸 이해할 수 없는거죠. 어떻게 뻔히 자고 있는 여자 아이의 얼굴에다가 냅다 오줌을 갈길 수 있는가 이게 관건 입니다. 그리고 그 처벌 역시 의도했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되겠지요."

"아, 아니... 정말로 못봤다니까요."

"그러면 많고 많은 나무들을 냅두고 하필이면 오줌을 쌌는데, 거기에 아리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셈인데, 상식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매우 낮지 않을까요?"

억울하다. 정말 억울하다. 덤불 아래에서 엘프 꼬맹이가 자고 있을 줄을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내가 의도적으로 가서 쌌다는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아이는 의도적으로 오줌을 맞았다는 이야기라면...?"

"말도 안되는 주장이죠. 무엇보다 아리나는 자고 있었어요. 당신이 온 줄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자고 있었겠지요."

"내가 들어본 엘프들은 엄청 민감하다던데..."

귀가 밝고 사전에 적습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는 설정들이 보통의 엘프들이던데, 실제로는 다를려나?

"여기는 엘프들의 마을이니까요. 습격자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곳이죠. 그러고 보니 당신이 어떻게 이 곳에 왔는지는 안 물어봤군요. 딱 봐도 외부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어요. 생김새나 언어도 상당히 이질적이라 느껴지니까요. 제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 수준이 전부지만 말이에요."

"아... 제가 온 곳은..."

말을 할까? 말을 한다고 한들 과연 믿어줄까...?

"지금은 관심 없어요. 그건 이 곳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면, 그 때 물어보겠습니다."

"아, 옙. 어... 그러면, 일단 아리나 라는 엘프와 이야기 해 볼 수 있을까요? 왜, 보통은 당사자간의 합의가 가장 우선된다고 하니까요. 무엇보다 이전에는 말이 안통해서 제대로 사과도 못했던것 같아요."

"그 건은 기각입니다. 케이씨가 있던 곳의 문화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 곳에서는 다 큰 성인 남성이 어린 여자 아이의 얼굴에 오줌을 갈겼는데, 이후에 만나게 해주나 봐요?"

어... 음... 그런 경우는 들어본 적은 없긴 합니다만... 아마도 아니겠지요. 보통은 보호자와 이야기 하면서 피해보상을 한다던가 이런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말이죠.

"하... 그러면 그거는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미안하다고 한번 더 전해주시겠어요?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이야기 정도는 전달해 주실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좋아요. 그 정도는 이야기 해 볼 수는 있겠지만, 된다 안된다는 제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거절 당할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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