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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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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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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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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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

DUMMY

대화가 얼추 마무리 된 시점에서는 자정이 다 되었던 것 같다. 당장 돌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거나 이런 소득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요지만, 애초에 그걸 목적으로 여기에 방문한 것은 아니니깐 상관은 없다. 다만 대화를 통해서 이 곳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들은 획득할 수 있었다.

위나씨의 방 맞은 편의 방이 비어 있었는 관계로, 그 곳에 짐을 풀었다.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지금 이 곳에는 130v 60Hz 의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고, 내 배낭에 있던 멀티어댑터로 콘센트의 구멍에 정확하게 꽂을 수 있다는 것 이였다. 정 안되면 위나씨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 충전기로 쓰기는 뭣 하니깐...

멀티어댑터에 들고 다니는 c타입 3개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를 연결하였고, 보조배터리와 카메라, 이어폰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간만에 제대로 된 전기 밥을 먹일 수 있었다.

침대에 살짝 누워봤다가, 아직 잠 들기에는 억울한 느낌이 있어서, 밖으로 나갔다.

로빈슨씨의 집을 나서니 캄캄한 어두운 밤이 나를 맞이해준다. 건물의 창문을 통해 새어져 나오는 몇 안되는 불빛만이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고 있을 뿐이였다.

그 거리에는 한 미소녀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미소녀는 당연하게도 위나씨였다.

"위나씨! 산책하시는건가요?"

"네에. 방에 있으니깐 답답하네요. 케이씨도 마찬가지인가 보군요?"

계절 자체는 선풍기와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은 계절에, 날씨도 분명히 선선하고 시원한 날이다. 특히나 이 곳이 산에 둘러 쌓인 마을이라는 점과 더불어, 지금과 같이 기온이 떨어진 밤에는 종종, 쌀쌀함 마저 느껴지곤 하지만, 지금은 바람이 불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방은 답답했다.

"뭐, 그렇죠. 생각해보니 매번 숙소 인근을 산책했었는데, 오늘은 한번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군요. 같이 걸으실래요?"

"네."

저벅저벅-

인기척도 없는 작은 도로를 미소녀와 함께 걷고 있다. 미소녀라니. 와아.

"슬슬 어두워지는군요."

건물에서 흘러나온 빛이 어느새 약해져 있는 모습이다.

"마법을 할 줄 알아서 편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런거에요." 라고 말한 그녀가 마법으로 빛을 만들어 내었다. 엄청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자그마한 구는 도로를 밝히고 있었다.

"헤에. 마법이군요. 볼 때 마다 신기할 따름이에요."

이건 그녀가 나의 전자기기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거의 같지 않을까? 상상만 하던, 혹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 눈 앞에 실존하는 셈이니깐.

"아참. 마법은 아니지만, 마치 마법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큭큭."

진짜 마법을 시전 하는 마법사의 앞에서, 마법 주문을 외우고 그럴싸한 것을 만들어낸다면, 과연 어떤 반응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헤에? 뭔가요? 또 놀라면 되는 걸까요?"

위나씨도 내심 기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주머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명령어를 이야기 했다.

"루모스"

그러자 휴대폰에서 플래시 라이트가 작동하며, 어둠을 밝히고 있는 그녀의 빛 마법 위에, 새하얀 빛을 조금 더 보태기 시작했고, 도로는 한층 더 밟아졌다.

"에? 마... 마법인가요? 마법은 할 줄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어떤 SF작가가 남겼다는 유명한 한 문구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이건 제가 살던 곳에서 엄청 엄청 유명한 한 판타지 소설의 주문이에요.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소설과 관련 없는 회사들도 그것을 차용할 정도죠."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이야기 했다.


자그마한 길 사이로 잘 관리된 잔디 언덕들이 펼쳐진 가운데, 어느새 우리는 자그마한 잔디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녹스"

내가 불을 끄자, 그녀도 불을 껐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새까만 어둠이 찾아왔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암적응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사물의 구분을 할 수 있었다.

"와아! 케이씨 하늘을 봐요!"

위나씨의 이야기에 고개를 올려 쳐다본 하늘에는, 생전 처음 보는 수 많은 별들이 그 곳에 있었다.

"와..."

어찌 감탄을 아니 하겠는가.

"저기, 저기 별똥별이에요!"

위나씨가 하늘의 한쪽 방향을 향해 손가락으로 표시를 해주지만, 이미 지나가 버렸는지 찾을 수 없었다.

"봤어요?"

"아니요..."

"저도 시골 출신이긴 하지만, 이런 하늘은 매번 볼 때 마다 감탄하게 되요. 제가 살던 마을은 이 정도는 아니였거든요. 케이씨는요?"

"제가 살던 곳이라면... 글쎄요. 자동차를 타고 몇 시간을 찾고 찾아 헤맨다면, 그제서야 아마도 위나씨가 고향에서 보는 밤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정도인가요? 분명히 엄청난 대도시에서 살고 계셨을 것 같아요!"

24시간 꺼지지 않는 대도시는 천체 관측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성가신 환경이다. 그 어디를 가더라도 아주 밝게 빛나는 몇 개의 별들이나 간신히 찾아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수 많은 별들이 놓여진 모습은 이제는 정말, 정말 경험하기 힘든 것이다. 도시를 떠나서, 시골로, 산골로 어두운 곳을 찾아가더라도, 저 멀리서 밝게 빛나는 도시에서 찾아온 빛은 수 많은 별들이 모였다는 은하수 조차 흐릿하게 만드는 지경이니깐.

이런 맑은 하늘 아래서, 찬란하게 빛 나는 저 별들을 보고 있으니, 한 가지 아쉬움이 떠올랐다.

"카메라... 가지고 올걸 그랬네요."

삼각대도 있고, 카메라도 있으니 야간 촬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터벌 촬영이던, 장노출이던 일단 찍어보면 환상적인 컷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기기도 카메라 있지 않던가요?"

"안된다기 보다는 아쉬움이 많다고 해야 될까요. 일단 삼각대도 없기도 하구요."

있다 한들, 휴대폰과 연결하는 파츠 따위는 없으니 이용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마법사라면, 삼각대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을려나요?"

"음... 어떤 것을 상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들고 다녀요. 그게 훨씬 편하니까요."

헤에. 의외로 제한 사항이 많은 걸까 라고 생각했다.

"여기, 여기 누워봐요."

부시럭 소리가 난 것은, 위나씨가 잔디위에 눕는 소리였구나.

"누우면 하늘을 보기 편하니까요. 분명히 케이씨도 별똥별을 볼 수 있을꺼에요."

유성우라고 불리는, 별똥별이 잔뜩 쏟아진다는 그런 천문 행사도 있다고 들어는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번도 유성우를 본 적은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던 국가는 그런 천문 관측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지역이라 해야 될까. 설령 어떻게 위도 경도가 맞아떨어진다 하더라도, 엄청나게 밝지 않은 이상, 과연 그 두터운 빛 공해를 뚫고 보일지도 의문이기도 하고.

여튼, 나는 위나씨의 옆에 누웠다. 내 인생에서 언제 이런 미소녀 옆에 누워보겠는가.

"케이씨. 이 나라에는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 저희도 있어요. 한번도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요."

"그런가요?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 이쁜 여자친구 생기게 해달라는 소원이요."

"..."

"..."

물었으니 친절히 대답해 줬는 것 뿐인데, 왜. 뭐.


"위나씨, 별똥별이 제일 많이 듣는 소원이 뭔지 아시나요?"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 일까요? 사귀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같은 것들이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소원을 빌곤 하지요."

"정답은 뭔가요?"

"제일 많이 듣는 다는 가장 첫 번째가 바로 '어...' 그 다음이, '음...' , '저는...' 순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큭큭."

저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배꼽 빠지게 웃었는데 말이다. 분명히 나 역시도 그 소원들 중 하나였으니깐.

그러나 위나씨의 취향은 아니였나 보다.

"하아..."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살짝 토라진 모습이다.

그 토라진 모습을 옆에서 바라봤는데, 이쁘다. 그녀는 정말 이뻤다.


"별자리...라고 알고 계시나요?"

"음... 몇 가지 들어본 것은 있어요. 다만 제가 알고 있는 별자리가 이 곳에 있는지, 있다면 정말로 같은 모양인지는 모르겠군요."

여기가 다른 차원이라면, 같은 별자리를 보고 있더라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같은 차원이라면... 같은 별자리를 보고 있을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별자리 자체는 하늘 위의 별들 중 몇 가지를 이어 붙여서 부르는 이름일 뿐이지만, 동시에 우주에서의 위치를 나타내기도 하니깐.

어떤 SF드라마에서는 7가지 심볼을 이용해서 우주를 돌아다니는 드라마도 있었다. 각각의 심볼이 일종의 별자리 같은것으로, 6가지 심볼을 이용한 공간좌표와 출발지를 뜻하는 마지막 심볼을 이용했었다지. 영화가 먼저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간만에 그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자파 크리!'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라고 아시나요?"

"아아. 알죠. 여기도 W모양의 카시오페이아가 있을려나요. 북극성이라고 북쪽 하늘을 찾을 때 쓰는 별이 있는데 말이죠."

"맞아요! 거기에도 있군요!"

어라? 그게 있다고...?

밝기를 이용한 거리 측정이 필요하겠지만, 우주는 매우 넓고, 북극성과 지구를 잇는 선 어딘가에 이 곳이 있는걸까. 다만, 또 다른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우연히 같은 모양을 이용할 뿐, 해당 별자리를 실제 구성하고 있는 별은 아예 전혀 다른 별이라는 가정이다. 문제는 내가 천체관련으로 잘 알고 있었다면 모를까, 유감스럽게도 나의 천체 지식은 어린 시절에 별자리판 가지고 놀던 시절과, 고등학생때의 지구과학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도 계절에 따른 별자리라던가, 별자리 운세 같은 것이 있겠군요?"

"네엡. 저는 게자리인데, 케이씨는요?"

"저는 사자 자리에요."

"사자...자리요? 거긴 사자가 있군요?"

"에엥? 여기는 없나요?"

"혹시 호랑이 자리랑 같은 건가요?"

"호... 호랑이 자리는 또 뭐죠?"

으음. 아무래도 별자리 자체가 다른가 보다. 어쩌면 정말로 같은 모양 별자리를 서로 다르게 부를 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위나씨는 천체사진 찍어본 적 있으신가요?"

"별 일주운동 사진 같은거 말씀하시는거죠? 그거라면 찍어본 적 있어요. 삼각대 위에 카메라 셋팅하고 촛점은 무한대에 릴리즈를 이용하여 수십분간 장노출 해서 찍었었죠."

"저도 그 정도 수준이에요. 적도의식 천체망원경까지 동원해서 거의 천문대 수준으로 찍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말이에요."

"아아! 저희 회사에도 그런 분 몇 분 계시더라구요. 아예 사내 동호회까지 있다고 들었어요."

"해보고는 싶은데 항상 비용이 문제더라구요."

"그렇죠. 카메라만 해도 간신히 마련하는 판국인데, 천체 망원경이라뇨."

"사실 비용 자체는 어떻게 큰 맘 먹고 해결할 수 있다고 치는데, 더 큰 문제는..."

"이동수단이요!"

"그렇죠. 하아. 자동차가 있어야 그걸 싣고 어디를 가던지 말던지 하니까요."

"밤에는 버스 같은 것도 운행하지 않고요. 그렇다고 그런게 밤까지 운행하는 곳이라면..."

"이미 빛 공해로 의미가 없죠. 그렇다고 막 일찍부터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고..."

"어딘가 캠핑하듯이 숙박할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는 한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위나씨는 운전... 안되죠? 여기는 몇 살 부터 운전이 가능한가요?"

"음... 할려면 사실 가능은 하긴 해요. 다만 혼자는 안되요. 감독 아래에 가능은 하고, 혼자서 운전은 내년부터 가능해요."

"아하. 저희도 18세 이상부터 가능해요."

"헤에. 운전면허 있으셨나요?"

"따긴 했죠. 장롱면허지만요."

"장롱...이요?"

"아. 면허만 따고 실제로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면허증을 장롱속에 넣어놓은거랑 마찬가지다 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어요."

"키득. 재밌는 표현이네요."


잔디 언덕위에 나란히 누워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만 했었지만, 이날의 대화를 통해서, 뭐라고 해야 될까. 서로가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된 날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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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 24.09.12 10 1 12쪽
8 작은 마을에서 펼쳐진 21세기 기술 24.09.11 10 1 13쪽
7 작은 마을의 마법사 24.09.10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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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미지와 경험의 상관 관계 24.09.07 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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