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적는 소설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기기국
그림/삽화
기기국
작품등록일 :
2024.09.02 12:30
최근연재일 :
2024.09.18 22:4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98
추천수 :
2
글자수 :
67,805

작성
24.09.05 21:41
조회
23
추천
0
글자
12쪽

4

DUMMY

4


민혁, 아니 정확히는 민혁 의 몸 안에 깃든 찬우는 떨고 있는 오른쪽 손을 잡아 눌렀다. 방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원초적인 두려움에 패닉 상태에 빠진 찬우는 오른손 뿐 아니라 온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끼고는 양팔로 몸을 감쌓다.


“마셔.”


고개를 숙이고 떨려오는 몸을 진정 시키던 찬우의 눈앞에 군인들이 사용했을 법한 낡은 수통이 나타나자 고개를 들고 수통을 내민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셔, 진정이 될 거야.”


흑갈색의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은 여인이 수통을 내밀고 있었다.


찬우는 여인이 내민 수통을 받아 수통 안에 있는 내용물을 입안으로 넣었다.


“컥~!!”


수통의 내용물을 목 안으로 넘기자 화끈하게 목이 타는 듯한 느낌에 입안에 남아있는 내용물을 다시 뱄어 버렸다.


“야~이씨!! 이 귀한 걸 왜 버려.”


여인은 찬우의 손에 있는 수통을 뺏고는 입안으로 가져가 식도가 꿀렁거릴 정도로 힘차게 마셨다.


“크~역시, 보드카는 날 외면하지 않는군.”


누구나 한번 쯤 뒤돌아 볼 만한 여인의 모습과 달리 여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칠었다.


찬우는 선머슴 같은 여인의 모습에 ‘풋’ 하는 웃음 날렸다.


“야~차민혁,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거야?”


입술 밖으로 흘러내리는 보드카를 소매로 대충 닦아낸 여인이 실소를 흘리며 손에 들고 있던 자루를 던졌다.


“정신 차리고 빨리 작업 시작해야지.”


여인이 던진 자루를 한번 쳐다보고 여인을 쳐다본 찬우의 모습에 여인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팔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키자 여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한번 몸을 떨었다.


방금까지 공격했던 거대한 괴물이 목이 절단 된 채로 푸른피 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괴물의 사체 주위에는 찬우가 손에 들고 있는 자루와 같은 것을 든 사람들이 칼을 가지고 괴물의 사체를 분해해 자루에 담고 있었다.


“빨리 움직이자. 그레이프워드(Graboids)피 냄새 맡고 또 다른 놈들이 달려들면 그때는 정말 끝장 이니깐.”


여인의 말에 떨리는 몸을 진정 시키며 간신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풍경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앞에 서 있는 여인 역시 처음 보는 인물이지만 입고 있는 옷과 허리에 차고 있는 두 자루의 검 역시 낯설지 않았다.


“서울인가? 아니 서울이 분명한데 왜 이 풍경이 낯설지 않은 거지?”


부서져 버린 거대한 빌딩과 광화문, 그리고 도로들..


“늑대의 사냥..그래 확실히 늑대의 사냥 1편에 나왔던 장소.”

“그리고 우영미....!”


아직 움직이지 않는 찬우를 노려보는 여인을 바라본 찬우가 여인의 이름을 말하자 여인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왜 이래 애가? 그래 우영미 맞아. 그렇니깐 이 우영미가 시킨 일 빨리빨리 하자. 알았지 민혁아.”


차민혁. 늑대의 사냥 주인공. 찬우는 왜 이 풍경이 낯설지 않은 건지 알 수 있었다. 찬우가 쓰고 있는 소설 1편의 배경이 지금 보고 있는 풍경 이였기 때문 이였다.


“꿈인가?”


아무리 꿈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바람과 바닥에 죽어있는 괴물의 피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게 가능한지 생각에 잠긴 찬우는 어제 꿈속에서 마셨던 초록색 액체를 생각했다. 분명 관리자가 말하길 현실을 꾸는 꿈이라 말했었다.


“초록색 액체, 현실과 같은 꿈.”


찬우는 크게 숨을 들여 마셨다. 주변의 먼지 냄새와 괴물의 피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져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알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오감을 그대로 느낀다는 것이다.


찬우는 매섭게 자신을 바라보는 오영미의 눈을 피해 자루를 들고 괴물의 사체로 향했다. 비릿한 괴물의 피 냄새와 거대한 살덩이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퍽~퍽


자루를 바닥에 던져놓고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다 식칼을 내려쳤다. 식칼을 든 손안에 괴물의 살덩이가 쓸려 나가는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현실을 살아온 찬우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소설 속에 살고 있는 차민혁은 이러한 일이 몸에 익은 듯 능숙하게 괴물 의 사체를 분해하고, 작게 분해된 고기 덩어리를 자루에 담았다.


“여기서 분명 1편을 마무리 하는 일이 생기는데.. 어떤 일인지 기억이 안나네..”


몇 개월을 넘게 쓰고 있는 자신의 소설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한 것처럼 소설의 뒷 부분이 기억이 나지않아 답답한 마음을 그레이프워드의 사체에 풀고있을 때 우영미가 허리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검 중 하나를 꺼내 그레이프워드의 사체에 내리치자 깔끔하게 분리된 몸통이 나타났다.


“민혁아 그렇게 내리치면 고기 다 상한다. 그렇니깐 이렇게 깔끔하게 잘라내야지. 알겠어.”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풀어내려 감정을 담아 내리치던 찬우는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우영미에게 식칼을 던져주고는 자루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사내자식이 삐지기는.”


찬우의 뒤에서 우영미 의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느라 상대를 할 정신이 없었다.


“분명 꿈인 건 확실한데, 언제 이 꿈에서 벗어날 수 있는거지?”


꿈이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느낌,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분명 찬우가 쓰고 있는 ‘늑대의 사냥’ 내용이 분명하기에 현실과는 너무나 떨어졌다.


“내가 깨어나면 여기에서 나갈 수 있겠지.”


지금의 상황이 꿈이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머리를 흔들어 걱정을 지우고 자루에 담긴 그레이프워드의 고기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두었다. 처음 해보는 도축에 뻐근한 어깨와 목을 풀기 위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로크(Roc)다 모두 조심해~!!!”


고개를 들어 목을 풀던 찬우는 무너진 거대한 빌딩을 그림자로 덮을 정도로 큰 독수리가 그레이프워드의 사체를 향해 맹렬하게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로크..!. 그래 저거였어!”


거대한 독수리를 닮은 로크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그레프워드의 사체를 잡고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본 찬우는 ‘늑대의 사냥’ 1편 뒷 부분의 내용이 떠올랐다.


“이 미친 새 대가리가~!!”


우영미가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며 로크에게 달려 들었지만 로크는 한입 거리도 되지 않는 작은 우영미 보다는 그레이프워드의 사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거운 먹이를 들고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힘찬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영미 위험해, 비켜나라고!”


‘늑대의 사냥’ 1편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난 찬우는 로크의 거대한 날갯짓 때문에 생겨난 엄청난 바람을 맞으며 달려갔으나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영미야~!!”


결코 자신이 잡은 음식?을 포기하지 못한 영미는 두 자루의 검을 로크의 발에 박은 체 거대한 먹이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 영미를 본 찬우는 망연한 표정으로 하늘 높이 사라진 로크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영미야~...”


**


“헉~!!”


식은 땀으로 온몸을 적신 찬우가 좁은 고시원 방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역시 꿈이였구나.”


꿈에서 깨어났지만 방금 전까지 꿈에서 맡았던 먼지 냄새와 그레이프워드 에서 풍기는 피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았고, 그레이프워드의 사체를 잘라내는 생생한 느낌이 아직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찬우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셔츠를 갈아입고 방을 나와 고시원 공용으로 사용하는 식당으로 가 냉장고 안에 있던 생수를 들이켰다.


“너무 생생한데, 꿈이 맞기는 한 건가?”


생수를 한 병 모두 비우고는 의자에 앉아 꿈의 내용을 기억해보았다. 방금 꿈에서 보았던 작은 콘크리트 조각까지,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늑대의 사냥’ 주인공인 차민역의 감정과 마음까지 생생히 전달된 것처럼 느껴졌다.


찬우가 알고 있는 꿈이란 것은 램(REM)수면 단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인데 보통 잠에서 깨어나면 꾸었던 꿈의 단편적인 내용만 기억할 뿐, 지금처럼 꿈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찬우는 핸드폰을 들어 나우리 웹사이트에 들어가 ‘늑대의사냥’ 1편을 읽기 시작했다. 분명 꿈속에 보았던 내용과 같은 내용이지만 꿈을 꾸고 난 뒤 읽은 내용은 너무나 형편이 없었다.


꿈에서 느꼈던 생생함과 긴장감, 감정, 분위기 모든 것이 삭제되어 껍데기만 남은 소설을 보는 것 같았기에 찬우는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급히 방으로 가서 노트북전원을 꼈다.


찬우가 소설을 적을 때 이용하는 한글2023을 클릭하고 새 문서를 꺼집어 낸 찬우는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운 백색의 화면을 바라보다 노트북 키보드에 두 손을 올리고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타타닥..


30분째 의자에 앉아 오직 두 손만 움직이며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는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좁은 방안에 울렸다.


새롭게 쓴 ‘늑대의 사냥’ 1편을 읽어보았다. 기분 좋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분명 처음 적었던 내용보다 몇 단계나 높은 소설이 완성이 되었다. 꿈에서 느낀 긴장감, 감정, 그리고 세세한 환경까지 여실히 들어 난 소설은 아예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제 이걸 어떻게 한다.”


노트북에 잠재워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내용 이였다. 그렇다고 ‘늑대의 사냥’ 은 이미 나우리 와 계약을 한 상태라 다른 플랫폼에 올리기에도 어려웠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찬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네 작가님.”


차유라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유라 편집자님 의논할게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오늘 시간이 괜찮으시면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는 가요?”

“잠시 후면 퇴근하니 전에 만났던 커피숍에서 보면 될까요?”


한국대 앞 커피숍에서 만나자는 차유라의 말에 찬우는 차유라가 근무하는 나우리 근처로 장소를 변경하고는 노트북 가방을 들고 황급히 고시원을 나섰다.


“작가님 말씀은 나우리 플랫폼에 올려둔 ‘늑대의 사냥’ 을 미국 플랫폼에 올리지 말고 이 내용을 올리자는 말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린 차유라는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찬우의 말처럼 지금 나우리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내용보다는 훨씬 좋은 내용 이였지만 문제는 새롭게 시작되는 미국 나우리 플랫폼의 시작일이 10일 정도 남았다는 게 문제였다.


“작가님, 제가 보기에도 이 소설이 더 완성된 작품 같지만 제가 우려 하는 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겁니다. 이미 ‘늑대의사냥’ 10편까지 모두 영문 번역을 해둔 상태이고, 솔직히 영문으로 번역하는 거야 하루, 이틀이면 되지만 10편까지 작가님이 새롭게 글을 쓰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늑대의 사냥’을 담당하는 편집자로 차유라 가 걱정 하는 건 당연한 일 이였다. 하지만 찬우는 선택의 방에서 마신 현실을 꾸는 꿈을 믿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늦어도 5일 안에 ‘늑대의 사냥’ 10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찬우가 말하는 5일은 하루에 두 편을 적어야 나오는 분량 이였다. 그것도 완성에 가까운 1편의 완성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쓴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약속을 지켜주신다면 저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능하시겠어요?”


차유라 역시 찬우가 이야기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번역해 놓은 ‘늑대의 사냥“을 미국 플랫폼에 올리면 되니 손해 보는 것은 없었다.

단, 지금 눈앞에 있는 ’늑대의 사냥‘ 1편의 완성도가 너무나 뛰어나 찬우가 5일 안에 10편의 내용을 쓰기를 바랄 뿐 이였다.


”가능, 아니 꼭 5일 안에 새롭게 쓴 10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유라 편집자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을 적는 소설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2 NEW 1시간 전 2 0 12쪽
11 11 24.09.17 7 0 12쪽
10 10 24.09.13 10 0 13쪽
9 9 24.09.12 10 0 13쪽
8 8 24.09.11 13 0 13쪽
7 7 24.09.10 13 0 13쪽
6 6 24.09.09 15 0 13쪽
5 5 24.09.06 17 0 12쪽
» 4 24.09.05 24 0 12쪽
3 3 24.09.04 24 0 13쪽
2 2 24.09.03 26 1 13쪽
1 1 24.09.02 38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