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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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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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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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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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DUMMY


오늘은 평범한 일상 중 하나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깬 연우는 모닝커피를 타서 마시며 소파로 이동하려다, 바닥에 떨어진 레고 조각을 보고 알 수 없는 섬뜩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앗, 밟을 뻔했네.’


그는 재빠르게 발을 들어 그것을 피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허리를 숙여 레고 조각을 집으려던 찰나,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연우는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텀블러를 낚아채며 참사를 막았다.


‘뭐지?’


연우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소파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연우의 아침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기다가 종이에 손가락을 베일 뻔했지만, 다행히 굳은살 쪽이었다.


방문을 닫는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문이 쾅 하고 닫혀 손이 끼일 뻔 했지만 가까스로 피했다.


컵라면을 먹으려고 정수기에서 물을 받았는데, 무심코 찬물을 받아버렸다.


급히 뜨거운 물로 다시 준비한 컵라면을 먹으려니 이번에는 나무젓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다.


결국, 라면을 먹다가 흰 옷에 국물이 튀어 버렸다.

계속되는 불행에 그는 점점 더 지쳐갔다.


‘정말 뭐가 문제지?’


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알 수 없는 운명의 장난에 짜증이 밀려왔다.

어쩔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잠시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 과정에서 모서리에 정강이를 찧을 뻔했다.


연우는 그제야 오늘 하루가 단순히 운이 나쁜 날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연우는 문지방에 발가락을 세게 찧었다.


“아악!”


발가락을 잡고 고통을 호소하던 그 때.


‘요행······!’


또르르.

연우의 머릿속에서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사위는 빠르게 회전하며, 현명한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연우는 당혹감이 밀려왔다.


주사위가 멈추는 순간, 친절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 대성공! > 잠재된 특성 [폭우] [증폭]이 일시적으로 발현됩니다.


< 폭우 >


어둠 속에서 점점 강해지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물방울이 천천히 모여들더니, 거대한 구름 속으로 흡수되어 비구름으로 변해갔다.

갑자기 빛의 파편들이 구름 속에서 강렬하게 터져 나왔다.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마치 하늘에서 물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빗속에서 연우는 세상을 씻어내는 듯한 강렬한 정화를 느꼈다. 폭우는 고요함을 깨뜨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게 만드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 증폭 >


연우의 주변에서 빛의 파편들이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편들은 서로 충돌하며,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 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고, 마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기세로 번져 나갔다. 주변의 공간이 왜곡되고, 에너지가 중첩되며 폭발적인 힘이 증대되었다.

증폭된 에너지는 단순히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그 경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힘이었다.


환상을 겪고 난 연우는 아직도 발가락을 감싸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고통은 점점 사라지기는커녕, 새로운 형태로 그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감각은 확장되어 집 밖을 넘어섰고, 그의 시야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


콰르르릉―!


연우의 집 위로 빠르게 검은 구름이 형성되었다.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거대한 비구름이 그의 집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우는 문지방에 걸린 발가락을 부여잡은 채, 화들짝 놀라며 거실로 기어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촤아아!

처음에는 가랑비처럼 가볍게 내리더니, 이내 거센 폭우로 변했다.


비는 단순한 빗방울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치유의 힘을 가진 듯, 땅에 닿는 순간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빛을 발산했다.

주변의 식물들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잔디는 새록새록 돋아났다.


연우는 눈을 크게 뜨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의 혼란은 곧 새로운 감각으로 대체되었다.

빗속에서 느껴지는 이 신비로운 에너지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능력, 네 개의 다중 특성이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폭우는 단순히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새로운 힘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연우의 몸을 둘러싼 에너지가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의 감각은 더 예리해졌고, 그의 주변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비구름 속에서 빛의 파편들이 춤을 추듯 회전하며 서로 부딪혔고, 그때마다 에너지가 증폭되어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커헉···!”


그 순간, 연우는 급격한 체력 소모와 에너지 방출로 인해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심장은 마구 뛰었고, 숨이 차오르며 폐가 터질 듯했다.

마치 그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를 쥐어짜내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강해··· 이대로는 못 버티겠어······.”


연우는 능력을 제어하려고 애썼지만,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 상태였다.

점점 더 짙어지는 빛과 폭우에 대한 부담으로,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무릎을 꿇고,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


집 밖에서는 이 기이한 현상을 목격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를 맞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떠들었다.

웅성웅성.


“웜마, 저게 다 뭐시여?”

“어? 나 왜 손목이 안 아프지?”

“어어! 나 여기 뾰루지 있었는데 없어졌어!”

“할머니! 허리가 펴지셨어요!”


연우의 집 근처에서 일어난 기이한 폭우 사건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뉴스는 물론이고,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치유의 비가 내렸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인기] 지금 상도동 쪽에 치유의 비 내린다!


와, 이거 진짜 실화냐? 상도동 쪽에 치유의 비가 내린다고 함! 내가 직접 가본 건 아닌데, 우리 동네 사람들 다 난리 났음. 이게 뭐냐면, 비를 맞으면 몸에 아픈 곳이 다 나아진다는 거야.

우리 이모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 다니고 있었는데, 저 비 맞고 나서 허리가 완전 펴졌대. 이모 지금 막 춤추고 난리 났음. 그리고 우리 옆집 할아버지도 관절염 때문에 고생했는데 비 맞고 다 나았다고 함. 믿기지 않아서 직접 와서 확인해 보라고!

근데 더 웃긴 건, 어떤 아저씨는 두드러기 싹 없어졌다고 하고, 한 아주머니는 여기 여드름도 없어졌다고 자랑하는 거.


-와, 이거 진짜냐? 당장 상도동 가야겠다. 나도 허리 아픈데······.

-그 비 맞으면 피부도 좋아진다고 함. 근데 남친이랑 같이 가면 좋아하겠지? (이모티콘)

-나도 갔는데 진짜임 내 무릎 아픈 거 나은 듯. 근데 비 맞고 나니까 기분도 좋아짐.

-진짜인가 보네··· 다들 비 맞으러 가는 건가? 그럼 상도동 교통난 엄청날 듯.

-근데 이게 대체 뭐임? 정부에서 뭔 실험이라도 했나?

-나도 가봤는데 진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 받음. 뭔가 되게 상쾌해짐. 근데 너무 많이 몰려서 약간 복잡했음.

-상도동 지금 대박이네 나도 가서 체험하고 올게!

-상도동 사람들 지금 치유의 비 축제 분위기네.



-뉴스 속보입니다. 여러분, 지금 보시는 장면은 서울 중심가에서 벌어진 놀라운 현상입니다. 이 비가 내린 지역에서 이상하게도 식물들이 급격히 자라고, 심지어 사람들의 상처나 통증이 사라졌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명 ‘치유의 비’라 불리는 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잠시 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실신 상태에서 깨어난 연우는 텔레비전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아, 이건 좀... 너무 과한데.”


그의 한숨 소리가 깊어질 때마다, 화면에서는 치유의 비를 체험하기 위해 멀리서 몰려든 사람들의 행렬이 비춰졌다.

연우의 동네는 마치 성지순례라도 하듯,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이잉.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진동음에 화면을 바라보니 백강우 실장의 이름이 떠 있었다.


-······.

-차연우님?

-···말씀하세요.

-지금 이 상황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


연우는 마른세수를 하며 눈알을 뱅글뱅글 돌렸다.


-그··· 말씀드리자면 긴데······.

-꼭 듣고 싶습니다.


연우는 아침부터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한 후 곧 집으로 오겠다는 백강우의 대답을 들었다.


*


연우는 집 밖을 나가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창문 너머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누군가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했다.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띵동. 띵동.

연우는 불안한 마음에 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누구세요?”

“백강우 실장입니다.”


연우는 문을 열자마자, 백강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옆에는 유소연도 함께였다.


“실장님, 소연 과장님······.”


연우는 잠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백강우는 이리저리 몰려든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연우님,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지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침부터 있었던 작은 불운의 연속과, 마지막으로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은 일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던 유소연의 눈이 번뜩였다.


“차연우님, 혹시 발가락이 아직도 아프신가요?”


연우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아직도 좀 욱신거려요. 근데··· 그게 중요한가요?”


유소연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 중요해요. 지금 이 기이한 상황을 해소할 방법이 바로 그 발가락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요인을 제거하면······.”


연우는 놀란 표정으로 유소연을 바라보았다.


“저를 치유하면 비가 멈출 거라는 뜻인가요?”


유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발가락을 찧은 것이 이번 요행의 직접적인 구현 조건인거 같아요. 그러니까 발가락의 상처와 고통이 사라지면, 그에 따라 요행 특성의 발현도 해소될 수 있을 거예요.”


백강우가 유소연의 말을 받으며 재빨리 결론을 내렸다.


“맞아요. 지금 중요한 건 빠르게 상황을 통제하는 겁니다. 차연우님, 일단 밖으로 나와서 비를 맞으셔야 합니다. 비가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다면, 발가락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연우는 그 말에 약간 망설였지만,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그는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나섰다. 그 순간, 몰려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모두가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연우가 집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빗방울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차가운 빗방울이 피부를 적시며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비를 맞았다.


“어때요, 차연우님?”


유소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연우는 천천히 발가락을 바라보았다.

점점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진작 치유 할 걸 그랬네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다행히 상황이 진정되는 것 같군요.”


유소연도 미소를 지으며 연우를 바라보았다.


“역시 예상대로였어요. 요행은 차연우님의 부상을 치유하기 위해 특성을 발현한 거였어요!”


연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다 발가락 때문이었다니··· 정말 믿기지 않네요.”


백강우는 연우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차연우님, 오늘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우리 모두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오지 않게 대비해야겠군요.”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흥분한 채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억울하다는 듯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아··· 정말,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모두가 자신을 다르게 보는 것 같았다. ‘이제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하며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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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치유 물약 (1) NEW 17시간 전 4 0 12쪽
18 각인 24.09.17 7 0 13쪽
17 운수 좋은 날 (2) 24.09.16 15 0 12쪽
16 운수 좋은 날 (1) 24.09.15 16 0 13쪽
15 기자회견 24.09.14 20 0 14쪽
14 붕괴 (3) 24.09.13 25 0 13쪽
13 붕괴 (2) 24.09.12 27 0 11쪽
12 붕괴 (1) 24.09.11 28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5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8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39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6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48 1 13쪽
» 평범한 일상 +1 24.09.06 53 1 13쪽
5 요행 +1 24.09.05 69 1 22쪽
4 각성 +1 24.09.04 78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88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05 1 15쪽
1 적성검사 +1 24.09.02 1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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