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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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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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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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DUMMY


연우와 유소연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의 공기는 무거웠고, 두 사람의 숨소리는 조용히 울렸다.

악몽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그들은 잠시 침묵 속에 머물렀다.


연우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연 씨, 괜찮아요?”


유소연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꿈속에서 겪은 일들이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우리가··· 그 악몽에서 깨어난 거죠?”


그녀의 목소리는 떨림이 섞여 있었고, 의심과 불안이 감돌았다.


“대실패 선언이 나오면서 왜곡과 악몽 특성이 발현됐어요.”

“아, 그래서 그런 꿈이······.”

“그리고, 요행이 구현되면서 겨우 꿈에서 깨어났어요.”

“역시··· 정말 다행이네요.”

“소연 씨 덕분이에요. 혼자였다면 아마도 깨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연우는 주사위를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주사위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그건 분명 단순한 꿈이 아니었어······.’


유소연은 조심스럽게 연우의 기색을 살피며 말을 걸었다.


“저기··· 부모님 일은 정말 유감이에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었나 봐요.”


연우는 가슴 깊은 곳에서 먹먹함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무거운 분위기가 다시 그들을 감쌌고, 유소연은 대화를 돌리려는 듯 다른 주제를 꺼냈다.


“연우 씨, 그런데 꿈속에서 요행의 어떤 특성이 구현됐어요?”


연우는 잠시 고민했다.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초월 선언을 알려주는 건··· 아직은 무리야.’


연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연 씨, 사실··· 꿈속에서 각성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특성이 발현됐어요.”

“각성을 또 했다고요? 세상에··· 특성은요? 어떤 특성이죠?”

“각인이요.”


유소연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각인이라니! 그럼··· 연우 씨의 특성을 여러 번 각인시킬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유소연은 그 말을 듣고 크게 흥분했다.

그녀의 과학자로서의 탐구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혁신적이에요, 연우 씨! 주사위에 행운을 각인했을 때처럼 광역이나 치유를 각인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예요. 실험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겠어요!”


연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걸 바로 테스트해보려 하는데 어때요?”

“당장 실험해 보도록 해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유소연은 이미 실험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연우 씨! 여기 이 포스트잇! 여기다가 광역 특성을 각인해 볼래요?”


연우는 유소연이 건넨 포스트잇을 손에 들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끝에 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포스트잇에 미묘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마침내 그의 손에서 나온 힘이 포스트잇에 각인되었다.


“됐어요. 특성이 각인됐어요.”

“연우 씨, 이제 이 포스트잇에 광역 특성이 각인됐다는 거죠? 진짜로 됐어요. 이건··· 대단하네요······.”


유소연은 감탄하며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과 흥분이 서렸다. 과학자로서의 열정이 금세 다시 타올랐다.


“연우 씨, 각인된 능력을 사용하면 이후엔 각인된 효과가 사라질 거예요.”

“그래요? 저는 일시적으로 발현된다는 선언이 있었는데······.”

“연우 씨는 요행 덕분에 특성이 일시적으로 발현된 걸 거예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소연 씨는 역시 잘 아시네요.”

“그럼 이걸 테스트해봐야겠네요! 이 특성이 제대로 각인됐는지, 사용한 다음에 효과가 사라지는지 확인해야죠.”


연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소연의 표정이 순간 당황한 듯 변하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저기, 연우 씨··· 사실은요, 제가 각성자인데··· 분석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알고 있어요.”

“네?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러게요. 어떻게 알았을까요.”


연우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젠가 말해주겠지 하고 기다렸어요.”


유소연은 민망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다.


“아, 그러셨군요. 사실 말할 타이밍을 찾다가 그만··· 죄송해요,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요.”

“괜찮아요. 오히려 이제라도 이야기해줘서 다행이죠. 소연 씨 특성 덕분에 악몽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었잖아요.”


유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한결 편안해진 듯,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얘기가 편해졌네요. 이 포스트잇에 각인된 광역 특성을 바로 사용해 볼게요. 분석 특성은 대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유소연은 연우의 집 거실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광역과 분석 특성을 구현시켰다. 그러자 포스트잇에 깃들어 있던 힘이 사라지며 작은 소음이 만들어졌다.


파직―


분석이 시작되자, 눈앞의 모든 사물이 하나씩 그녀의 머릿속에서 정보로 전환되었다.

사물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들이 마치 책장을 넘기듯 펼쳐졌다.


연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소연은 이미 방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모든 정보를 분석했어요. 하지만 단순히 흔적만 본 게 아니에요. 제가 느끼고 있는 건··· 사물이 겪은 모든 사건과 그것들이 연우 씨와 어떻게 연결 됐는지에 관한 부분이에요.”


연우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소연은 손가락을 가볍게 들어 올려, 책상 위에 놓인 펜 하나를 가리켰다.


“저 펜은 그저 기록을 남긴 도구가 아니에요. 연우 씨가 최근 몇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그 고민의 깊이가 얼마나 컸는지··· 모든 게 여기에 담겨 있어요. 당신이 펜을 잡을 때마다 손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까지도 다 남아 있어요.”


연우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이 의자에도 연우 씨가 앉아 느꼈던 피로와 고독이 스며들어 있어요.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겠죠. 훈련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어요.”


연우는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근데 어떻게 그걸 다 알 수 있죠?”


유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분석 특성은 단순히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에 남겨진 감정적 흔적과 의식적 행동까지도 읽어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당신이 여기 있는 컵을 들었을 때의 감정이나 생각까지도 말이죠.”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컵을 가리켰다.


“이 컵은 단순히 커피를 담는 용도였던 게 아니에요. 당신은 이 컵을 들 때마다 일종의 의식처럼 사용했죠. 마치 커피를 마시는 순간, 잠깐이라도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것처럼요. 이 컵이 담고 있는 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당신이 휴식을 찾으려 했던 순간들이죠.”


연우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제 마음을 읽는 것 같아요.”


유소연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 집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연우 씨와 연결되어 있어요. 물건들은 단순히 사용된 것들만이 아니에요. 각각의 물건들이 감정과 상태를 반영하고 있죠. 예를 들어, 저 쓰레기통에 있는 라면 봉지들··· 연우 씨는 이걸 먹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채우는 게 아니라, 그저 공허함을 채우려고 한 거죠. 빠르게 먹고 나면, 무언가에 다시 몰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연우는 그녀의 분석에 숨을 죽인 채 듣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했다.


유소연은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각 물건에 스며든 감정, 사건의 흐름, 그리고 그 사물이 존재했던 이유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


“연우 씨. 이 방 안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 모든 사건을 저는 읽을 수 있어요. 당신이 경험한 고뇌, 외로움, 그리고 고민이 이 집에 남아 있어요. 하지만 그걸 극복하려고 애썼다는 것도 느껴지네요.”


연우는 깊은 감명을 받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연 씨··· 제가 예전에 특성마다 등급이 있는 것 같다고 했었죠? 분석은 아마도 일반적인 특성이 아닐 것 같아요.”


유소연은 연우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었다.

방 안에 퍼져 있는 모든 감정과 사건의 흐름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맞춰졌다.

하지만 무언가 빠진 조각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살짝 좁히며 연우에게 말을 걸었다.


“연우 씨, 광역 특성 덕분에 이 집 안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가 빠져 있어요.”


연우는 약간 긴장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소연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


“분명히 무언가가 더 있어요. 연우 씨가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뭔가가요. 제 분석으로는 요행에 관한 대부분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연우는 그녀의 날카로운 분석에 숨을 죽였다.

유소연은 요행과 관련된 부분에 무언가 감춰진 게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며 연우를 바라봤다.


“연우 씨, 요행에 대해서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 말에 연우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가슴이 순간 조여왔다.

당황한 마음을 숨기려 시선을 피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더 들킬 것 같았다.

차분히 숨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직은 말할 수 없어······.’


결국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냥··· 준비가 안 됐어요.”


연우의 대답 속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유소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언젠가는 꼭 이야기 해주셔야 해요.”


연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긴장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소연 씨는 정말 모든 걸 다 꿰뚫어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미안해요.”


유소연은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연우 씨. 절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요.”


*


유소연이 떠난 후, 연우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한층 더 무거워진 듯했다.

그녀와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연우는 천천히 주사위를 손안에서 굴리며, 꿈속에서 느꼈던 악몽을 떠올렸다.


연우는 무심코 주사위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되짚어 보았다.

유소연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꿈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했다.


꿈속에서의 무력감이 마치 현실처럼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주사위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겨진 불안감은 여전히 강렬했다.


‘초월··· 정체가 뭘까?’


그 힘은 그의 손안에 있었지만, 너무도 거대했다.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지, 아니면 그녀에게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힘을 드러내는 순간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망설이게 했다.


과거에 그가 소방대원으로 근무했을 때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몇 번이고 좌절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로 인해 잃었던 소중한 관계들.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주사위의 감촉을 느끼며 이번엔 각인이라는 새로운 능력에 집중해야 했다.

그의 손끝에서 주사위의 차가운 표면이 느껴졌다.

연우는 이 각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광역··· 소연 씨의 능력 활용을 봤을 때는 위험해. 치유··· 치유 특성을 각인해서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의 생각은 점점 구체화되었다.

전투에서 다친 이들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그 능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

어쩌면 이 능력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자신이 지닌 책임과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는 주사위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포션처럼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몰라.’


연우는 이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그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했다.

단순한 실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능력을 통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감과 책임감은 꿈속의 공포처럼 깊이 새겨져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내면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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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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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치유 물약 (1) NEW 17시간 전 4 0 12쪽
» 각인 24.09.17 7 0 13쪽
17 운수 좋은 날 (2) 24.09.16 15 0 12쪽
16 운수 좋은 날 (1) 24.09.15 16 0 13쪽
15 기자회견 24.09.14 20 0 14쪽
14 붕괴 (3) 24.09.13 25 0 13쪽
13 붕괴 (2) 24.09.12 26 0 11쪽
12 붕괴 (1) 24.09.11 28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5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8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39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6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48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2 1 13쪽
5 요행 +1 24.09.05 69 1 22쪽
4 각성 +1 24.09.04 78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88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05 1 15쪽
1 적성검사 +1 24.09.02 1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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