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리유.
작품등록일 :
2024.09.02 12:44
최근연재일 :
2024.09.19 21:5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30
추천수 :
11
글자수 :
122,939

작성
24.09.18 21:50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치유 물약 (1)

DUMMY


연우는 식탁 앞에 서서 정수기를 바라보았다.

컵에 물이 차오르자, 그는 컵을 손에 들고 천천히 응시했다.

평범한 물이었지만, 이제 치유의 힘이 각인되어 변화할 예정이었다.


“이런 액체에도 치유 각인이 가능할까?”


연우는 주사위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중얼거렸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했다. 그래도 테스트를 통해 확인이 필요했다.


연우는 물 위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집중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빛은 물 표면 위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물은 마치 반응하듯 잠시 흔들렸다가 곧 잠잠해졌다.


“된 것 같긴 한데······.”


그는 컵을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물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연우는 팔을 내밀고, 커터 칼을 꺼내 조심스럽게 긋기 시작했다.


‘으윽······.’


날카로운 칼날이 피부를 가르며, 얇은 선을 따라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제 한번 확인해볼까.”


차가운 물이 상처에 닿자 순간적으로 따끔함이 느껴졌지만, 곧 통증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피부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상처가 닫히고, 피가 멈추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피부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연우는 팔을 내려다보며 입을 벌렸다.


“진짜로··· 됐네.”


그는 신중히 팔을 살피며, 흉터조차 남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물에 각인된 치유 특성은 완벽하게 효과로 구현되었다.


“정말로 치유 물약이야······.”


연우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컵을 내려놓았다.


*


황상식은 테이블에 놓인 패트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연우 네가 만든 물약이라고?”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패트병을 응시했다.

물약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시중에는 조제 특성을 가진 각성자가 만든 회복제 밖에 없는 실정이었으니.

갑자기 이런 물약이 등장한다고 한들 선뜻 믿고 구매해줄리 만무했다.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물약이 시장에 나와도 사람들이 쉽게 믿을지··· 그리고 만약 효능이 알려지면 다른 문제도 생기지 않을까요?”


연우는 진지하게 고민하며 말했다.

치유 물약의 효능이 알려지면, 그만큼 위험도도 높아질 수 있었다.

치유사들 역시 이 물약을 자신의 영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황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럴 수 있지, 특히 치유사 같은 지원계 고급 인력은 전투 현장에는 거의 나가지 않으니까, 이런 물약이 있다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지.”


연우는 황상식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강화사나 치유사는 지원계 인력 중에서도 최상위로 평가받았다.

그들은 현장에서 직접 뛰는 게 아니라, 게이트 밖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판매하는 데만 집중했다.

자신의 안위를 더 중요시 했기에, 안전한 상황이 아니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런 점에서 연우의 물약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질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유사들이 물약의 존재를 반기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황상식은 미소를 지으며 연우를 바라보았다.


“현장의 헌터들은 네가 만들 물약이 코인 한 개의 가치와 맞먹겠지. 그들이라면 위험을 대비해서 이 물약을 구하려 할 거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치유사들의 반발도 심할 것 같고, 이 물약이 알려지면 위험이 따를 수도 있잖아요.”


치유 물약의 상업화가 헌터들 사이에선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동시에 치유사들의 반발과 예상치 못한 위험이 함께 올 수 있었다.

효능이 뛰어난 만큼, 탐내는 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


황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해볼게, 연우 네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안전한 판로를 찾을 테니까 걱정 말고.”


연우는 황상식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선배.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황상식은 미소를 지으며 패트병을 손에 들었다.


“좋아, 맡겨만 둬라. 헌터넷 은밀한 곳에 몬스터의 부산물이나 아이템을 거래하는 비밀 경로가 있는데 말이야. 내가 거래를 조율해 볼게.”

“비밀 경로요?”

“그래, 헌터들은 공식 채널 외에도 자신들만의 은밀한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거기서 신뢰를 얻으면, 치유사들이 뭐라 해도 물약을 찾는 사람은 많을 거야.”


황상식의 말에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했다.

그에게는 아직 위험한 일이겠지만, 황상식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믿어보기로 했다.


“선배,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


연우는 그날부터 치유 물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피로회복제 모양의 더치병을 주문 한 뒤, 광역 각인을 사용해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헌터넷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인기] 너네들 치유 물약이라고 알어?


게임에서 나오는 그 물약 말이야. 상처를 치료해주고 체력도 회복시켜주고 그런거.

아는 헌터가 그러는데 그게 실제로 있다고 하더라. 처음엔 나도 믿기지 않아서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더라고. 그래서 한 병 사봤지. 좀 비싸긴 했는데 그래도 효과는 죽이더라.


-그 물약 헌터넷에서 파는 거 봤는데, 혹시 차연우처럼 특성 여러 개 가진 치유사나 조제사가 나온 건 아닐까?

-나도 한 병 샀어. 체력회복제 만큼만 효과 나와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진짜 상처를 순식간에 치유하더라? 아는 헌터들 지금 이거 구하느라 난리임. 곧 재고가 없을지도 모름. 니들도 어서 사놔라.

-치유사놈들 출장 거부하고 게이트 입구에서 꿀 빠는거 꼴도보기 싫었는데 잘 됐다.

-벌써 치유사들 반발하고 있대. 헌터넷에서 그 물약 얘기 돌자마자 치유사 협회에서 공식 성명을 냈다더라.


*


며칠 후, 상식헌터인력사무소.


연우는 황상식의 사무실에서 헌터넷 소문을 확인하고 있었다.

물약에 대한 소문이 헌터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치유사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선배, 헌터들이 물약 얘기 하는 거 보셨어요? 그런데 치유사 협회에서 반발 성명까지 냈더라고요.”


연우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물약이 큰 관심을 받는 것은 기뻤지만, 그만큼 치유사들이 이를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황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나도 들었다. 치유사들이 자기들 입지가 위협받는다고 난리야. 그동안 치유사들이 헌터들 상대로 독점적 위치에 있었으니까,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지.”


치유 물약이 시장에 나오면 헌터들이 치유사 대신 물약을 선택할 것이고, 치유사들은 입지를 잃을 위기에 처할 것이다.


황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치유사 협회에서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커. 이미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있어. 치유 물약 판매를 막기 위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거지. 이 물약이 헌터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면 그들에게 치명적일 거야.”

“선배, 치유사 협회가 권력을 동원해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치유사 협회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반발이 본격화되면 황상식과 연우가 타겟이 될 수 있었다.


황상식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어. 치유사 협회에서 위협하려고 들면 상당히 골치 아플 수 있지. 하지만 우리가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어. 이 물약은 치유 특성으로 만들어졌고,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하지도 않았잖아?”


연우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약을 만든 자신이 오히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


[헌터 사무국, 검증되지 않은 물약 사용 자제 권고]


-헌터 사무국은 최근 헌터넷에서 확산 중인 ‘치유 물약’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사무국은 물약의 성분 분석과 안정성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은 헌터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치유사 협회, “검증되지 않은 물약, 생산자 공개하라!”]


-치유사 협회는 ‘치유 물약’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협회는 물약이 검증된 치유 특성을 대체할 수 없으며, 헌터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물약의 생산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각성자 관리국, “조제 특성 각성자의 개입, 확인된 바 없음”]


-각성자 관리국은 ‘치유 물약’에 조제 특성 각성자가 관여한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관리국은 물약의 효능과 제조 경로를 조사 중이며, 확인된 내용은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


게이트 입구, 힐링 포트 앞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헌터들이 하나둘씩 치유를 받기 위해 모여들었지만, 치유사들은 그들의 불만 섞인 시선에 무언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왜 이렇게 늦어요? 지금 빨리 치유해야 한다니까!”


한 헌터가 치유사에게 다가가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치유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치유사들이 보이콧해서 그래요. 물약을 쓰고 나면 치유가 필요 없어지니까요.”

“치유 물약? 그게 뭐가 문제야! 효과만 좋으면 그만 아니야!”


치유사는 헌터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검증되지 않은 물약 사용하다가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데요?”


옆에 있던 다른 헌터가 고개를 저으며 나섰다.


“검증? 우리가 지금 그딴 거 따질 시간이 있어? 게이트 안에서 당장 피투성이가 됐는데, 물약 하나로 바로 치유할 수 있다면 그게 중요한거지.”

“맞아! 치유사들이 게이트 밖에서 대기만 하는 거, 다들 알잖아. 얼마나 귀하신 몸들이라고 출장이나 파견을 거부하는 건지.”


헌터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갔다.

치유사들은 전투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게이트 입구에서 지원하는 것에 대해 헌터들은 오랫동안 불만을 쌓아왔기 때문이었다.


“물약 한 병이면 충분한데, 굳이 치유사들 도움을 받을 필요가 뭐가 있어?”


한 헌터가 비꼬듯 말했다. 그러자 치유사 중 한 명이 화가 난 듯 말을 이어갔다.


“치유 물약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한계가 있어요. 모든 상처나 후유증을 해결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가 더 격해지려는 순간, 관리요원이 나서서 양측을 진정시키려 했다.


“자, 진정하세요. 이 문제는 상부에서 다뤄질 겁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물약과 관련된 조사도 진행 중이니까 다들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해요.”


하지만 헌터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출했고, 치유사들 또한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은 말 그대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하루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


연우는 한숨을 내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치유 물약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빠르게 퍼지며, 자신이 너무 성급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연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문을 열자 백강우와 유소연이 보였다. 두 사람의 표정은 심각했다.


“차연우님께서 치유 물약을 유통한 사실을 알고 왔습니다.”


연우는 깜짝 놀라며 얼굴이 하얘졌다. 그가 몰래 헌터넷에 물약을 유통한 것이 이렇게 빨리 들통 날 줄은 몰랐다.


“그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21시 50분입니다. 24.09.07 14 0 -
20 치유 물약 (2) NEW 5시간 전 1 0 12쪽
» 치유 물약 (1) 24.09.18 6 0 12쪽
18 각인 24.09.17 8 0 13쪽
17 운수 좋은 날 (2) 24.09.16 18 0 12쪽
16 운수 좋은 날 (1) 24.09.15 18 0 13쪽
15 기자회견 24.09.14 22 0 14쪽
14 붕괴 (3) 24.09.13 27 0 13쪽
13 붕괴 (2) 24.09.12 28 0 11쪽
12 붕괴 (1) 24.09.11 31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7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9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42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9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51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5 1 13쪽
5 요행 +1 24.09.05 72 1 22쪽
4 각성 +1 24.09.04 80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92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10 1 15쪽
1 적성검사 +1 24.09.02 14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