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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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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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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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장난

DUMMY


각성자 관리국 격리구역 실험실.


연우는 하얀 실험복을 입고, 유소연과 함께 실험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실험실 안은 각종 장비와 모니터로 가득 차 있었고, 중앙의 테이블에는 주사위와 몇 가지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유소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연우를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연우 씨, 이번 실험은 요행 특성에 대한 반응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계획한 거예요. 지난번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요행을 발동시키려 했을 때, 부정 특성이 구현된 거 기억하시죠?”


연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소연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요행 특성을 도깨비와 같은 존재라고 가정해 보려고 해요. 요행은 기본적으로 선한 특성이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있어서, 요행을 바라고 의도적으로 조작하려 하면 짓궂은 장난을 쳐서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요. 오늘 실험에서는 그 가설을 검증해보려 합니다.”


연우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테이블 위의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오늘은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하는 거죠?”


유소연이 테이블 위의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오늘은 이 주사위를 이용해서 요행의 반응을 테스트할 거예요. 주사위를 굴려서 특정 숫자, 예를 들어 [3]이나 [6]이 연속으로 나오게 하는 거죠. [3]이 연속으로 나오면 가벼운 전기 충격을 가하고, [6]이 연속으로 나오면 맛있는 간식을 제공할 거예요. 숫자가 연속으로 나오는 횟수는 점점 늘려가면서 요행의 반응을 관찰할게요.”


연우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요행이 이 상황을 인위적인 조작으로 인식하면, 부정적인 특성을 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유소연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연우 씨. 만약 요행이 이 실험을 도깨비의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조작이라고 느낀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게 오늘 실험의 핵심이에요.”


연우는 깊은 숨을 내쉬며 결심한 듯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알겠어요. 시작해볼게요.”


연우는 주사위를 테이블 위로 굴렸다. 주사위는 여러 번 구르다가 멈췄다.

연우는 다시 한 번 주사위를 굴렸다.

유소연은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계속해보세요.”


연우는 몇 번 더 주사위를 굴렸다.


“[6]이 두 번 연속 나왔어요.”


유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간식을 연우에게 건넸다.


“좋아요, 이건 보상이에요.”


연우는 간식을 먹은 후, 다음 실험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3]이 두 번 연속 나오는 걸 목표로 했다.

그는 다시 주사위를 굴리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주사위는 [3]이 연속으로 나왔다.


유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감 전기 충격기를 들어 올렸다.


“이번엔 약간의 충격을 느껴보셔야 해요.”


연우는 가벼운 전기 충격에 몸을 움츠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괜찮네요.”


실험이 계속되면서, 주사위가 특정 숫자를 연속으로 내는 조건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3]이 네 번 연속으로 나와야 했고, [6]이 다섯 번 연속으로 나와야 했다.


연우는 계속해서 주사위를 굴렸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6]이 네 번 연속으로 나왔다.


유소연은 이번에도 간식을 준비하며 연우에게 건넸다.


“좋아요,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잘하고 있어요.”


그러나, 주사위를 굴리는 과정에서 연우는 점점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점점 그를 압박했다.


그리고 마침내, 주사위가 [3]이 다섯 번 연속으로 나오는 순간이 왔다.

연우는 갑작스러운 한기가 느껴졌다.


‘···요행.’


또르르.

연우의 머릿속에서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사위는 느리게 회전하며, 무언가 장난스러운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는 자신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꼈다.

주사위가 멈추는 순간, 익살맞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 실패! > 잠재된 부정 특성 [거짓]이 일시적으로 발현됩니다.


< 거짓 >


연우의 몸에서 어둠의 기운이 서서히 솟아올랐다.

그 기운은 짙은 안개처럼 그의 주변을 감싸며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우의 의식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 사물들이 일그러지며 변형되고, 익숙한 공간이 낯선 장소로 바뀌었다.

모든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기운이 그의 감각을 뒤흔들었다.


연우는 그 환상 속에서 깨어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라?”


유소연이 그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연우 씨, 괜찮으세요?”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요행 특성 구현 됐어요······.”


유소연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정말요? 외관상으론 아무런 변화가 없으셔서 몰랐어요.”


유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잠시 머릿속으로 분석한 뒤, 다시 물었다.


“어떤 특성이 발현됐어요?”

“거짓이요.”


유소연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거짓 특성 구현 가능하시겠어요? 발동하지는 마시고요.”


연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그의 뇌리에 명확히 각인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능할 것 같아요.”


유소연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일단 첫 단계는 넘었네요! 연우 씨,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부정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거예요!”


연우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네요? 부정 특성의 효과도 예측 가능하겠네요.”


유소연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강제 발동이 되지 않는 걸 확인했으니, 이번 실험은 여기서 종료하도록 할게요. 고생 많으셨어요.”


*


상식헌터인력사무소.


실험이 끝난 후, 연우는 상식헌터인력사무소로 향했다.

요즘은 실험실과 연구실에 불려 다니는 일이 많아 자주 못 와서 그런지, 오랜만에 사무소를 방문하는 것이 새삼 설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황상식이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가 연우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연우야! 마침 잘 왔다. 요즘 뭐 그렇게 바빠? 얼굴 보기가 힘드네.”


연우는 가볍게 웃으며 인사했다.


“각성 프로그램이 좀 많았어요. 덕분에 바쁘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황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를 쭉 펴서 보여주었다. 그의 무릎에는 붉은 상처가 나 있었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보였다.


“출근길에 그만 넘어져서 말이야. 무릎이 이렇게 됐다. 아무래도 오늘 운이 좀 안 좋았나 봐.”


연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제가 치유해 드릴게요. 괜찮으세요?”


황상식은 활짝 웃으며 연우에게 다가왔다.


“고맙다, 연우야. S급 치유사 있으니까 병원 안가도 되고 편하다 이거. 하하!”


연우는 손을 뻗어 황상식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기운이 손끝에서 퍼져나가며, 그의 몸에서 치유의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 이제 곧 나을 거예요.”


순간, 황상식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응? 이거 왜 이래··· 아, 아악!”


황상식은 갑자기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무릎을 움켜쥐었다. 연우는 당황하며 손을 떼었다.


“선배, 괜찮아요? 왜 그러세요?”


황상식은 무릎을 감싸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 통증은 단순한 상처의 아픔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무릎이··· 더 아파··· 어어어?”


황상식은 마치 누군가가 그의 무릎에 작은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연우를 바라봤다.


“연우야, 이거 치유 맞냐? 왜 아픈데?”


연우는 당황한 얼굴로 다시 손을 뻗어 보려다가,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이 머리를 스쳤다.


‘아! 설마··· 거짓 특성이?!’


연우는 황상식의 무릎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 지금 무릎 상태가··· 더 안 좋아졌어요?”


황상식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아픈 게 두 배로 늘었잖아! 야, 이거 왜 이래!”


연우는 어쩔 줄 몰라 손을 허우적거리며 변명을 했다.


“그게··· 아마도 부정 특성이··· 작용된 것 같아요.”


황상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연우를 바라봤다.


“부정 특성? 그게 뭔데?”


연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다른 특성과 함께 발동되는 특성 인데요··· 거짓 특성. 아니 특성이 거짓이라는 게 아니라 특성 이름이 거짓 이라는 특성인데, 그러니까··· 원래는 낫는 게 맞는데, 거짓 특성이 발동되면 치유가 거짓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상처가 낫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픈 거죠.”

“······.”


황상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내 무릎이 낫긴 커녕 더 아프다는 거야?”


연우는 머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도··· 그럴걸요?”


황상식은 연우를 가자미 눈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야, 그럼 나 좀 치유하지 말아봐라. 병원 가야겠다!”


연우는 민망한 얼굴로 쓴웃음을 터뜨렸다.


“네, 죄송해요······.”


연우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힘이 주변 사람들을 해칠까 봐 두려웠다.


‘나는 정말로 사고뭉치인가?’


그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


각성자 관리국, 회의실.


각성자 관리국의 회의실에는 주요 부서의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스크린에는 연우의 최근 실험과 관련된 데이터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유소연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차연우 씨의 요행 특성 실험 결과입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요행 특성의 발현이 특정 조건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백강우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실험은 요행 특성의 특이한 성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조건이 인위적이거나 억지로 설정되었을 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강민혁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렇다면, 요행 특성을 조작하여 발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인가요?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성도 상당히 높다는 거겠죠?”


유소연이 답변했다.


“네, 맞습니다. 요행 특성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요행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요행은 오히려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만듭니다.”


백강우가 추가로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이번 실험에서 중요한 점은 차연우 씨가 요행 특성의 구현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요행 특성은 마치 자율적인 존재처럼 반응합니다. 그래서 이런 불확실한 요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정보통제과장이 자료를 검토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요행의 발현이 유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확인된 부정 특성의 발현 조건을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소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부정 특성의 발현 조건을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그 조건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동시에, 요행 특성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백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그렇군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요행 특성에 대한 추가 연구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실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행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백강우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이번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차연우 씨를 더욱 신중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유의 비와 같은 사건이 부정 특성으로 발현된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요행 특성은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모든 요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해야 할 것입니다.”


유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적었다.


“알겠습니다. 차연우 씨와의 협력은 계속해서 이어가겠습니다. 필요한 모든 지원과 보안을 강화하겠습니다.”


백강우는 회의를 마무리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회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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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붕괴 (3) 24.09.13 25 0 13쪽
13 붕괴 (2) 24.09.12 26 0 11쪽
12 붕괴 (1) 24.09.11 28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4 1 12쪽
»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8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39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5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48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2 1 13쪽
5 요행 +1 24.09.05 69 1 22쪽
4 각성 +1 24.09.04 77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88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0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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