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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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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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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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DUMMY


각성자 관리국 격리구역 실험실.


방 안은 기계음과 모니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연우의 몸은 온종일 이어진 실험으로 몹시 지쳐 있었다.

각성자로 각성한 이후, 그의 일상은 끊임없는 실험과 훈련의 연속이었다.


오늘도 그는 유소연과 함께 새로운 실험에 임하고 있었다. 그녀는 모니터에 뜬 데이터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연우에게 말했다.


“연우 씨, 이번에는 요행 특성을 다시 구현해볼 거예요. 평소와 다르게, 우리가 알지 못한 방식으로 요행이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게요.”


연우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은 피로에 짙게 물들어 있었다.


“후우··· 소연 씨, 요행이 강력한 특성인건 알겠는데 매번 훈련··· 실험. 솔직히 조금 지치네요. 고등급 각성자가 되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힘든 실험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유소연은 연우의 푸념을 들으며 잠시 눈을 돌렸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


“각성자 관리국의 실험은 연우 씨를 위한 거예요. 잘 아시잖아요.”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불만이 쌓여 있었다.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살고 싶어··· 나혜지처럼 돈도 펑펑 쓰고······.’


그의 마음속에서 점점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왜 행복할 수 없을까··· 나도 행복하고 싶다······.”


그 순간, 연우를 중심으로 맑고 밝은 기운이 퍼져나갔다. 마치 주위의 공기가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설마? 아닐거야··· 아니겠지······.’


또르르.

연우의 머릿속에서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사위는 빠르게 회전하며, 요구의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연우는 낭패한 심정으로 제발 영향력 없는 특성이 나오기를 기도했다.


주사위가 멈추는 순간, 친절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 대성공! > 잠재된 특성 [행복] [긍정]이 일시적으로 발현됩니다.


< 행복 >


연우의 주변에서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행복의 에너지가 공기 중에 스며들며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마저도 환희에 찬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온기가 차오르며,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의 기쁨만이 가득했다.


< 긍정 >


연우의 몸에서 밝은 빛의 파도가 일렁이며 퍼져나갔다.

그 파도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주변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긍정적인 기운으로 넘쳐흘렀다.

마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할 것만 같은 희망과 확신이 가득했다. 마음은 한결 밝아지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광역··· 행복··· 긍정··· 휴, 다행이다. 이름만 봐서는 별 일은 없겠네.’


순간, 격리구역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희미한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며, 실험실 안 사람들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지게 했다.


유소연 또한 그 기운에 사로잡힌 듯,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으며 연우에게 말했다.


“어머, 연우 씨! 아직 실험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성공한 것 같아요! 날로 먹은 거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


연우는 실험실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는 점점 더 강해졌고, 그들의 행동은 점점 더 이상해져 갔다.


한 직원이 복도에서 다른 직원에게 다가가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머, 과장님. 오늘 패션이 정말 올드하네요. 왠지 응답해야 할 것 같아요. 호호.”


박 과장은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화답했다.


“이 대리도 만만치 않아요, 스타일이 엄청 후져 보이는데, 어머니 옷 입고 왔어요? 하하하!”


다른 직원은 누군가의 옷을 가리키며 생글 거렸다.


“신나라 대리님! 어제 집에 안 들어가셨나 봐요? 어제랑 옷이 똑같아요! 살짝 땀 냄새도 나고요! 정말 유쾌하게 실수하셨네요!”

“어머, 눈썰미도 좋으셔라. 실수 아니에요! 남자친구랑 같이 있었거든요! 어제 밤도 행복했지만 오늘은 하루가 너무 행복하네요!”


연우는 그들의 과장된 반응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사람들의 눈은 이상하게 반짝였고, 그들의 행동은 과도하게 밝고 긍정적이었다.

유소연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연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연우 씨,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에요! 이렇게 모든 사람이 행복해하는 걸 보니 너무 좋아요! 연우 씨가 제 실험체라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요!”


연우는 그녀의 말에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밝고 긍정적인데······.’


그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사람들은 현실을 무시한 채 웃고 즐기기만 했다. 중요한 실험은 무산되고, 회의도 엉망이 되어갔다. 심지어 몇몇 직원은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한 직원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외쳤다.


“너무 행복해! 여자친구도 어서 오라고 할거야!”


다른 직원은 격리구역 문을 박차고 나가며 말했다.


“우리만 행복할 수 없어! 본부 직원들도 이 행복을 누려야해!”


직원들 중 일부는 현실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갑자기 일을 내팽개치고 아무 이유 없이 춤을 추며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어떤 직원은 정수기 물통을 들고 ‘이건 치유의 비야! 젖으면 기분이 더 좋아질 거야!’라며 뿌리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환호하며 그 모습을 응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내가 각성자가 될 상인가! 특성이 두 개 지요―!’라고 외치며 책상 위로 올라가 자신의 적성을 봐달라고 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그저 웃으며 그의 연극에 동참했다.


연우는 상황이 점점 더 위태로워짐을 느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격리구역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고, 직원들의 정신 상태도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 분명했다.


“이건··· 이건 정상적이지 않아.”


연우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빠르게 움직여 유소연에게 다가갔다.


“소연 씨,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이건 단순히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러다간 큰일 날 수 있어요!”


하지만 유소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모두가 이렇게 행복한데, 뭐가 문제겠어요? 연우 씨는 지금 행복하지 않으세요?”


‘···그러게? 나는 왜 영향이 없지?’


연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는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


각성자 관리국 본부.


관리국 본부는 곧바로 격리구역의 이상 상황을 감지했다.


중앙 통제실의 모니터에는 격리구역 내 직원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백강우는 화면을 보며 다급히 지시했다.


“즉시 격리구역을 봉쇄하고, 모든 출입을 금지합니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전까지 누구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게 하세요!”


요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격리구역의 문을 차단했다. 비상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명령을 수행했다.


강민혁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현재 격리구역 내의 모든 직원들이 과도한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연우 씨에게서 기인한 문제로 보입니다. 최근 몇 년 간 있었던 부정 특성 사건과 비교 분석해 봤을 때, 치유 능력을 통해 이 상태를 억제할 수 있을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정보통제과장이 강민혁의 말을 이었다.


“이 상태가 더 길어지면, 직원들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일종의 정신계 공격입니다.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


격리구역의 방송 스피커가 울렸다.


-차연우 씨, 여기는 본부입니다. 지금 사태가 격리구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치유로 해결할 수 있는지 시도해 봐 주세요.


‘내가 저지른 일이야··· 바로잡아야 해.’


연우는 치유 특성을 구현하여 왜곡된 행복과 긍정의 상태를 억제하려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치유의 빛은 점점 희미해졌고, 주변의 왜곡된 감정을 완전히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 돼··· 안 통해······.”


그때, 곁에 있던 유소연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흐릿한 눈으로 연우를 바라보았다.


“연우 씨··· 무슨 일이에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연우는 그녀가 깨어난걸 보고는 어쩌면 치유가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말했다.


“소연 씨,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중요한 건, 이 왜곡된 감정을 억제하는 거예요. 모두가 비정상적으로 행복하고 긍정적인 상태에 빠져 있어요. 이곳을 치유하기엔 힘이 부족한 거 같아요. 방법이 없을까요?”


유소연은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빛이 반짝였다.


“연우 씨, 잠깐만요. 세계수의 수액! 평창 게이트 때처럼 그걸 사용하면, 힘을 증폭시킬 수 있을 거예요!”


연우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릴게요. 지금 당장 가져와 주세요.”


유소연은 곧바로 통신기를 꺼내어 중앙 통제실에 연결했다.


-유소연 과장입니다. 비상 상황입니다. 세계수의 수액을 지금 즉시 격리구역 실험실로 가져와 주세요. 빨리요!


통신기 너머에서 급박한 응답이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유소연 과장님. 지금 바로 준비해서 보내겠습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정신계열 방어 특성을 보유한 관리국 요원이 실험실로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유리병이 있었고, 그 안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과장님. 세계수의 수액입니다.”


유소연은 세계수의 수액이 든 병을 받아 연우에게 건넸다.


“여기요, 연우 씨.”


연우는 병을 받아들고는 손에 쥔 채 정신을 집중하기

순간, 그의 몸속에 강렬한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신비로운 힘······.’


그는 다시 한 번 치유의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광역··· 치유······’


이번에는 푸른 빛이 더 강렬하게 빛났다.

빛은 격리구역 전체를 휘감으며 퍼져나갔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감싸며, 왜곡된 감정을 서서히 정화시켰다.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둘씩 다시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행복과 긍정의 기운이 점차 사라지며, 현실적인 감각이 돌아왔다.

유소연은 연우의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말했다.


“효과가 있어요, 연우 씨!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어요.”


연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힘을 모아 치유의 빛을 더욱 강하게 발산했다.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며 힘을 끌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격리구역 전체가 차분함을 되찾았다.


직원들은 현실로 돌아왔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유소연은 다가와 연우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연우 씨, 정말 잘했어요··· 그리고··· 제가 좀 이상했죠······.”

“괜찮아요, 다들 행복했으면 된 거죠.”


연우는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만 빼고··· 난 왜 행복··· 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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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운수 좋은 날 (2) 24.09.16 15 0 12쪽
16 운수 좋은 날 (1) 24.09.15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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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붕괴 (3) 24.09.13 25 0 13쪽
13 붕괴 (2) 24.09.12 26 0 11쪽
12 붕괴 (1) 24.09.11 28 0 13쪽
» 행복의 조건 +1 24.09.10 35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8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39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5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48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2 1 13쪽
5 요행 +1 24.09.05 69 1 22쪽
4 각성 +1 24.09.04 78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88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04 1 15쪽
1 적성검사 +1 24.09.02 1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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