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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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의 힘을 보여주마 (1)

DUMMY

제 1 화 현대 의학의 힘을 보여주마 (1)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윤찬은 어이없게도 자신과 이름이 같은 약초꾼, 목윤찬으로 빙의했다.

백제의 귀족가문인 대성팔족의 하나인 목씨 성을 가진 것으로 볼 때, 여타의 이유로 지금은 몰락한 가문의 후손인 듯했다.

아무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의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윤찬.

하지만, 발버둥 쳐봐도 소용없는 일.

그는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가만, 지금이 의자왕 15년이라면······. 서기 655년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5년 후, 백제는 신라에 멸망한다는 거 아냐? 왜 하필!’


최악의 상황.

하지만 자신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를 원망도 해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워낙 현실감각이 뛰어난 김윤찬이었기에, 곧바로 이 생활에 적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의자왕이 문란했건 안 했건, 계백장군이 황산벌에서 전사하든 말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2024년 서울이나, 이곳이나 사는 건 마찬가지! 사람들은 병들고 죽는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이 있을 거야. 내가 알고 있는 현대의학과 미래 지식을 이용해 이곳에서도 잘살아 보련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김윤찬은 이곳 백제에 적응하기로 마음먹었고, 다행히 김윤찬이 빙의한 목윤찬의 기억을 고스란히 동기화할 수 있어,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김윤찬이 655년, 의자왕이 지배하고 있는 백제 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무렵,

그에게 첫 번째 기회가 왔다.


***


백제의 최고 충신 한 사람인 성충의 아들, 현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린 것.

방방곡곡의 의원들과 약초꾼들이 그의 병을 고치려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에, 윤찬이 현웅의 병을 고치려, 성충의 집을 찾았다.


“이보시오. 당신이 정말 우리 애기씨 병을 고칠 수 있소?”


성충의 종복, 무달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제발 좀, 부탁하니, 꼭 좀 병을 낫게 해주구려. 지금 여기는 초상집이나 다름없소.”

“알겠습니다. 그러니, 얼른 상좌평 어르신께 내가 왔다고 고해 주시오.”

“알았소. 이미 고해 놓았으니, 따라오시오.”


그러게, 윤찬이 무달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뭐야? 상좌평이라면 조선시대로 치면, 영의정 아니야? 근데 무슨 집이······.’


백제의 최고위 관직인 상좌평임에도 불구하고, 성충의 집은 한 없이 초라했다.

그렇게 소박한 담을 지나, 걷다 보니 멀리,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백제의 상좌평, 성충이었다.


“상좌평 어르신! 싸리고을에 사는 약초꾼 목윤찬을 데리고 왔습니다!”


무달이 성충에게 윤찬이 왔음을 고했다.


“자네가 약초꾼 목윤찬인가.”


압도적이었다.

묵직하게 깔리는 목소리, 날카로운 눈빛과 빛나는 얼굴! 누구 봐도 범상한 인물은 아니었다.

성충!

백제 의자왕 재위 시절, 충신이자 상좌평.

백제가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은 것이 안타까워, 의자왕에서 나라를 지키기를 간언했지만, 오히려 그에 의해 죽임을 당한 충신.

'만일 다른 나라 침략하거든 육로로는 침현웅(沈峴)을 지키고, 수군은 기벌포(伎伐浦)를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


‘만약 성충이 살았다면, 백제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아니지.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지? 난, 내 길을 가면 될 뿐이야.’


잠시 생각에 잠긴 윤찬. 이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상념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네. 그렇습니다.”


윤찬이 고개를 조아린 채, 나지막이 읊조렸다.


“자네가 네 아들의 열병을 낫게 할 수 있는가?”

“그렇습니다.”

“용하다는 의원들도 포기했어도 말이냐.”

“소인만의 특별한 방책이 있사옵니다.”

“어떤 방책이 있는지 말해보거라.”

“송구하오나, 그보다 먼저 제가 아드님을 봤으면 합니다.”

“음······. 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겠느냐?”


수 많은 의원들이 포기한 상태니, 어쩔 수 없이 윤찬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그였다.


“믿어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아드님의 병을 낫게 하겠습니다.”

“좋다. 무달은 듣거라.”

“네. 나으리.”

“이자에게 현웅이를 보내주도록 하거라.”


마침내, 윤찬이 성충의 아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잠시 후, 어느 방.


“제발 우리 애기씨 좀 살려주시오.”


간절히 애원하는 무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탁하오. 혹시 내가 도와줄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찬물 두어 됫박하고, 부드러운 무명천이 있으면, 가져다주십시오.”

“알겠소. 곧 애기씨를 모셔 오리다.”

“네.”


‘이제부터 시작인 건가?’


남자가 환자를 데려오기 전, 치료 준비를 시작하는 윤찬.


‘반드시, 성충의 아들을 살린다!’


바로 그때였다.


“이보시오. 애기씨를 모셔 왔소.”


‘자, 그러면 이제 진료를 시작해볼까?’


“네. 들어오시오.”


드르륵


무달이 성충의 아들을 부축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애기씨, 어디가 가장 편찮으시오?”


방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눕는 현웅.


“머리가 어지러워 죽겠네.”


하악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그. 양 볼이 석류처럼 발갛게 물든 것을 보니, 제법 열이 오른 모양이었다.


“어디 좀 봅시다.”


윤찬이 현웅의 이마에 손을 얹어 보였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이마.


‘음, 이 정도면 40도 가까이 되겠는데?’


윤찬이 현웅의 체온을 어림잡았다.


“다른 증세는 없으시오?”

“마른 기침이 연신 나고, 끈적끈적한 고름 같은 가래가 매일 올라온다네.”


‘역시 예상대로 폐렴이야!.’


“혹시 숨을 쉴 때, 가슴이 뻐근하니 아프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는 증세가 있소?”

“아닐세. 그렇지는 않아.”

“구토, 설사도 없소?”

“그렇소.”


‘다행히 흉막에까지 염증이 침범하진 않은가 보군.’


“애기씨, 송구하오나, 옷 고름을 좀 풀어 보시오.”

“뭐라고? 그게 무슨 망측한 짓이냐? 왜 옷 고름을 풀라 하는 거지?”


화들짝 놀란 현웅이 몸을 움츠렸다.


“심려 마십시오. 치료의 한 과정입니다. 애기씨의 숨소리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알았네.”


내키지 않았지만, 죽을 만큼 아픈 상태인 그. 어쩔 수 없이 윤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자신의 봇짐을 뒤적거리는 윤찬.

봇짐 속에서 희귀한 물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보시오. 그 해괴망측한 저건 무엇이오?”


윤찬이 꺼낸 물건을 본, 무달이 눈을 깜박거렸다.


“이거요?”

“대나무를 줄줄이 엮어 놓은 것 같은데, 혹시 부적 같은 것이오?”


무달이 신기한 듯 물건을 쳐다봤다.


“이건 청진기라는 겁니다.”

“청진기?? 그게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

“가슴속 소리를 들어 병을 고치는 그릇이란 뜻의 청진기요. 들을 청, 진찰할 진, 그릇 기!”

“청진기?? 한 번 살펴봐도 되겠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었기에 생소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혹여나 자신이 모시는 현웅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는 무달이었다.


무달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청진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이마에도 대보고, 팔, 다리에도 대보았다.


대나무로 만든 청진기

윤찬이 빙의한 후, 제일 먼저 만든 의료기기였다


현대식 청진기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으나, 얼추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청진기를 만드는 건 비교적 간단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서 종이컵하고 플라스틱 관으로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사운드 리시버 기능을 하는 청진 판은 소리를 잘 모을 수 있도록 박달나무를 종형으로 깎아 형태를 갖추고 돼지 오줌보를 붙여 진동판을 만들면 됐다.


그 밖에 Y자형 튜브와 고무관, 분기관, 귀꽃이 등은 비교적 여린 대나무 줄기를 이용해 만들면 그럭저럭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탄력이 좋은 돼지 심줄을 이용해 이음새를 연결하면, 제법 쓸 만한 청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주파수가 낮은 심장 소리는 비교적 잡아내기 힘들었으나, 비교적 주파수가 높은 폐와 기관지 소리는 현대식 청진기에 비해, 그 성능이 나쁘지 않았다.


“이걸로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이오?”

“아뇨.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아니고,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단 말이오? 신기하군.”


무달이 꼼꼼히 한 번 더 청진기를 살펴보더니 윤찬에게 돌려주었다.


“애기씨, 내가 이걸 애기씨의 가슴에 대볼 테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어 보십시오.”


윤찬이 청진기를 들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내 몸에 무슨 탈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괴상한 물건을 몸에 대니 걱정이 될 수밖에.


“그런 일 없을 테니, 심려 놓으십시오. 곧, 좋아지실 겁니다.”

“아, 알았네.”


그렇게 그가 가슴을 풀어 헤쳤다.

청진기를 귀에 꽂고 주의를 집중해 청진 음을 들어보는 윤찬.


딱!딱!딱!딱!


예상대로 정상적인 렁사운드(폐소리)가 아니었다.

파인 크라클(fine Crackle, 가는 음)!

연속적이지 않고 중간에 끊어지면서 마치 모닥불을 피울 때, 장작이 타면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알비올라이(허파꽈리)에 플루이드(유동체)가 누적돼서 공기가 들어왔다 나가면서 닫혔던 것이 열릴 때 나는 전형적인 소리였다.


폐렴을 앓고 있는 환자의 폐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돌아 앉아 보시오.”


윤찬이 앞쪽 가슴의 폐음을 확인하고는 현웅을 돌려 앉혔다.


“이렇게 말이오?”


아직은 자세가 어색한지 현웅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네. 그렇게 하면 되옵니다. 그러면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 보십시오.”

“흐음, 이렇게 말이오?”

“네. 아주, 잘하고 계시옵니다.”


다시금 현웅의 폐 소리를 확인하는 윤찬.


딱!딱!딱!딱!


역시나 좀 전과 같은 소리가 났다.

이것으로 현웅이 폐렴을 앓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윤찬이었다.


‘페렴이 확실하군!’


현웅의 고열은 폐렴이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폐렴의 직접적인 치료도 중요하긴 하지만, 일단 열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야.’


“이보시오.”


손짓으로 무달을 부르는 윤찬.


“왜 그러시오?”

“밖에 나가서 천에 물을 묻혀 이 방에 좀 걸어주시오. 방이 말라서 안 되겠습니다.”


‘가습기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 알았소. 당장 가서 구해오리다.”


그렇게 무달이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 윤찬이 진료를 계속했다.


“애기씨. 일단 이걸 마셔 보십시오.”

“이것이 무엇인가?”


불안한 표정의 현웅.


“약초 달인 물 이옵니다.”

“약초 달인 물이라고? 진짜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건가?”

“그렇습니다. 드시면 머리가 맑아지실 겁니다.”

“정말 괜찮은 거지?”

“네. 소인이 목숨을 걸고 책임지겠사오니, 맘 놓고 드십시오.”

“아, 알았네. 그럼, 마시겠네. 약사발을 이리 주게나.”


윤찬이 사발에 약초 달인 물을 따라 건네자 현웅이 조심스럽게 삼켜 넘겼다.


“······!”


깜짝 놀란 표정의 현웅.


“애기씨, 왜 그러십니까?”

“와, 이거 맛이 나쁘지 않구나!”

“그렇습니다. 생강, 대추를 함께 넣어서 제법 맛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군. 이거, 한 사발 더 마시면 안 되겠나? 아까부터 소갈증이 생겨서 죽을 맛이었는데, 이걸 마시니 속이 갈증이 싹 가시는 것 같구나.”


약을 마신 현웅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윤찬이 건네준 약이 맛이 좋았던지 한 사발을 더 먹겠다고 나서는 그였다.


“약은 그렇게 함부로 먹는 것이 아니옵니다. 다 때가 있으니, 그때가 되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아, 알았네. 그거참! 감칠맛이 나는 게 제법 맛이 좋군!”


현웅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맛이 괜찮다니 다행이군요!”

“아, 그나저나 이 탕약 이름은 뭔가?”

“아수포린(雅首哺魿)이라 하옵니다!”

“아수포린?? 처음 듣는 탕약인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뜻이요?”


현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긴? 아스피린이지.’


그런 현웅의 모습을 보며 윤찬이 씩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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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런 바이러스는 지구 상에 없어 (1) 24.09.06 681 16 12쪽
5 계백 부인 (2) 24.09.05 708 16 11쪽
4 계백 부인 (1) +1 24.09.04 709 20 11쪽
3 현대 의학의 힘을 보여주마 (2) +6 24.09.03 724 21 10쪽
» 현대 의학의 힘을 보여주마 (1) +1 24.09.03 704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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