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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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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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네! 이러면 빼박인가? (2)

DUMMY

제 14 화 오지네! 이러면 빼박인가? (2)


“네. 방금 그 물복이란 자가 마을 사람들을 몰고 온 것 같습니다!”


잠깐 나가 있으라고 했더니, 물복이 어느새 마을 주민을 끌고 온 모양이었다.


“젠장!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쾅-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윤찬.


와글와글-

어느새 수많은 사람이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윤찬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게 뭐야······.”


망연자실한 표정의 윤찬.


“이보시오들! 목 의원님이 다 죽어가던 우리 엄니를 살리시었소! 그는 천지신명이 내려 보내주신 화타요, 화타!”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고 온 물복이 무리 맨 앞에 서서 목청을 돋웠다.


‘화타, 화타! 만약에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환타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윤찬이 자기 머리를 쥐어뜯었다.


“만세! 목 의원님이 물복 어미 병을 고쳤다!”

“아니야.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살린 거야!”

“천지신명님께서 가엾은 우리를 굽어살펴, 천하의 명의를 내려주셨어!”


윤찬의 모습이 보이자, 더욱더 그를 환호하는 백성들.


‘망했네······.’


야음을 틈타 줄행랑을 치려던 윤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일을 어쩌죠, 스승님?”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 윤찬 뿐만이 아니었다.


“뭘 어째? 정면돌파야! 오늘 아니면 영영 기회는 없다. 얼른 챙길 거 챙겨서 여길······.”


바로 그때였다.


드라마처럼 때마침 등장하는 백제의 병사들.


“전부 비키시오!”


병사들이 몰려있던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윤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클리셰도 이런 클리셰가 없군.’


스릉-

병사들이 가까워지자 윤찬을 호위하며 번개같이 칼집에서 칼을 뽑아드는 상도.

그가 윤찬을 뒤로한 채, 병사 무리를 막아섰다.


“멈추시오!”

“뭐냐?”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당신들의 목이 떨어져 나갈 것이오!”


상도의 눈빛이 살벌했다.


“칼을 치우거라.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구나. 우린 그저 목 의원님을 모시러 온 병졸들이니라!”

“한 번 더 경고하겠소. 주군의 몸에 티끌만큼이라도 해를 입힐 시엔 당신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임전의 태세를 갖춘 상도.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더욱더 칼날을 세웠다.


“이보시오. 목 의원! 날세.”


그 순간, 왕유능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모든 것은 끝났다. 디 엔드!’


왕유능타의 모습이 보이자, 더는 희망이 없음을 예감하는 윤찬이었다.


“상도야, 칼을 치우거라.”

“네. 주군.”


윤찬의 명이 떨어지고 나서야 상도가 칼을 거뒀다.


“오셨습니까. 수의박사 어르신!”

“오냐. 하루라도 빨리 자네를 보려고 이 야밤에 달려왔지 않느냐.”


내일 아침이면 어차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인데, 그새를 못 참고 달려왔다고?

기운이 빠지는 한편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대로 튀었으면 바로 걸렸겠는데?


“안으로 드십시오.”

“그러자꾸나. 들어갑시다, 수채약사!”


그 말에 윤찬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수채약사? 이젠 혹까지?’


왕유능타는 싱글벙글 채박사 시덕과 함께 윤찬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소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한 후, 왕유능타, 시덕과 함께 윤찬이 마주 앉았다.


채박사 시덕은 백제의 모든 약초를 제조, 관리, 감독하는 채약사(採藥師)의 수장으로, 왕유능타와 더불어 백제 최고의 의원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왕유능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역질을 치료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보아하니, 우리 목 의원이 오늘도 큰일을 하신 것 같소. 안 그렇습니까, 수채약사!”


왕유능타가 시덕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런 것 같소이다. 수의박사의 말씀대로 의술이 뛰어난 것 같소. 이토록 백성들이 추앙하는 것을 보면 말이오.”


시덕이 동의를 표하듯 긴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러니 내가 직접 이를 확인시키고자, 채약사를 모시고 온 것이 아니오. 어떻소! 내 안목이 아직 녹슬지 않았소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껄껄껄, 왕유능타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당장 목의원과 함께 채박사로 들어가 그 비법에 대해서 논하고 싶군요.”


‘이 양반들 죄다 야행성인가? 게다가 뭐? 채약사로 나를 데려간다고? 이제 아예 빠져나갈 구멍이 없겠구나.’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는 윤찬.


“왜 그렇게 낯빛이 어두운 것이오. 목 의원?”


그러자 왕유능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옵니다. 조금 피곤해 그렇사옵니다.”

“암, 고되기도 하겠지. 불철주야, 병자 치료에 전념하니 말이야. 일단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일찍 동이 트면 곧바로 입궁하시게.”

“네? 동이 트면요?”

“그렇다네. 목 의원 같은 뛰어난 의원을 이런 거친 곳에서 기거하게 할 수 없네. 자네가 온전해야 수많은 병자를 돌볼 것 아닌가.”

“·········”

“왜 말이 없는가?”


왕유능타의 눈썹이 치켜올려졌다.


“아, 알겠사옵니다.”

“그래. 오늘 밤은 병사들이 목의원을 지켜줄 것이니, 맘 편히 쉬도록 하게.”

“병사들이요? 괘, 괜찮습니다, 수의박사 어르신! 전시도 아니고 오히려 신경 쓰여 잠을 못 잘 겁니다.”

“지금 어명을 거역할 것인가? 어라하(의자왕)께서 직접 하명하신 일이네. 그건 불충이야. 불충!”

“아, 알겠습니다. 수의박사 어르신!”


도망이 힘들게 됐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왕유능타 무리가 가고 나면, 마지막 기회를 노려보려던 윤찬의 실낱같은 바람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나, 다시 돌아갈래!’


마을 사람들 그리고 왕유능타 무리가 돌아가자 윤찬이 절규했다.


다음 날, 아침.


“박달, 상도! 너희도 채비하거라.”“네? 저희도 왕궁으로 들어가는 것이옵니까, 스승님?”


참담한 표정의 윤찬과 달리, 해맑게 웃는 박달이었다.


“그래. 너희들은 내 피붙이나 다름없다고 했거늘, 내 어찌 너희들을 두고 나 혼자 가겠느냐.”

“주군! 주군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야호! 왕궁이다, 왕궁!”


윤찬의 기분은 아는지 모르는지, 뛸 듯이 기뻐하는 박달이었다.


‘그 애먼 곳에 나 혼자 어떻게 가냐? 너희들이라도 데리고 가야 좀 낫지! 나, 원래 엄청 낯 가리는 사람이야. MBTI ISTJ, 대문자 I거든?’


왕유능타에 부탁해 박달, 상도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게 된 윤찬.

드디어 백제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왕궁에 입성하게 되었다.

지금의 모든 상황이 심란했으나,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내 사전에 후회는 없어. 어차피 벌어진 일이야. 살 방법은 다시 찾아보자. 일단 이곳에 적응하면서 존버하다 보면, 살길이 열리겠지.’


계획이 모두 어그러진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여기서도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말에 올라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어느새 윤찬 일행은 왕궁에 들어섰다.


***


백제 왕궁.


“엄청나다!”


빙의 전엔 박물관에서 본 게 전부였다.

행정구역상 부여군 관북리에 위치한 백제 왕궁.

황량한 터와 CG가 아닌 눈으로 직접 본 백제 왕궁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왕궁이었다.


“이곳이 왕궁입니까요? 왕궁이 고래 등 같다는 말만 들었지, 이렇게 보니까 정말 대단합니다, 스승님!”


눈이 휘둥그레진 건 윤찬뿐만이 아니었다. 왕궁을 목도한 박달의 눈알이 이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도 처음이니라······. 게다가 고래 등도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는 못 봤어.”

“아, 네에. 스승님.”


윤찬의 말을 끌고 가던 박달이 멋쩍은 듯 뒷머리를 굵적거렸다.


‘후우, 이곳에 의자왕이 있겠구나. 실제 의자왕은 어떻게 생겼을까? 영화 황산벌에 나온 오지명 배우를 닮았으려나······.’


전반기 한성기에서 후반기 사비기로 수도를 옮긴 백제. 지금 저곳에 비운의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이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운 윤찬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아름답다!’


부여의 경우 늪지가 많아, 평지에는 건물을 짓기 어려워 평지보다 높은 구릉에 왕궁이 조성돼 있었다.

왕궁 앞을 지키고 있는 대형 건물.

2층으로 된 건물의 꼭대기는 마치 백제 병사들이 전투에 나갈 때 쓰는 투구와 같이 양쪽에 뿔이 나 있었다.

장방형에 너비는 대략 13미터 정도,

길이는 6~7미터는 되어 보였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건물.

하지만 확실한 건 ‘백제의 미소’라는 말처럼 백제 특유의 소박함을 살린,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


‘이제 여길 통과해 들어가면······. 난, 망국의 주역이 되는 건가. 아니지! 부정적인 생각은 금물! 포기는 이르다! 차근차근 살길을 찾아보자. 찾아라! 찾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의자왕을 볼 수 있다는 호기심과 앞으로 살아갈 일이 고단할 것이라는 막막함이 겹쳐 혼란스러운 윤찬이었다.


잠시 후, 백제 의박사 건물 인근.


‘멋지네!’


걱정도 잠시.

멋들어지게 조성된 정원수들을 보며 감탄에 젖은 윤찬.

입구를 지나 잘 정돈된 정원을 가로질러 한참을 더 걸어가니 의박사라고 쓰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가 의박사구나.’


단층으로 구성된 아담한 건물.

이곳이 바로 백제 최고의 의원들이 의술을 연마하는 의박사였다.

규모나 쓰임새에 있어 비유가 적절치 않지만, 굳이 현대로 따지자면, 국립서울대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목 의원, 이쪽으로 오시오.”

“네.”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관리들이 윤찬과 박달, 상도에게 길을 안내했다.

행색과 젊은 외모로 판단컨대, 의박사 초보 의원들인 모양이었다. 아마도 레지던트같은.


“너희들은 잠시 여기서 대기하고 있거라.”


의박사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다르자, 윤찬이 말했다.


“네. 스승님!”

“네. 주군!”


다시 의원들의 안내로 의박사 안으로 들어간 윤찬. 모든 것이 어색해 눈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시오. 곧, 수의박사님이 오실 것이오.”

“알았소.”


그런 윤찬을 의박사 의원 하나가 자그마한 방으로 안내하고는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이곳이 의박사!’


백제의 의료 체계는 12개의 내장에 약과가 있었다.


‘어젠 수채박사까지 나타나 긴장했는데, 아무래도 난 의박사에 채용될 것 같군.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온 걸 보니.’


채약사라면 약 끓이는 냄새가 진동했을 것.

하지만 이곳은 왕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토론하거나, 제약을 상의하는 컨퍼런스 룸 같은 곳이었다.


조심스럽게 정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는 윤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색함을 달래고 있었다.


백제의 의술!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중국의 의술을 수입한 건 고구려보다 늦었으나, 백제는 중국, 일본과 활발하게 교역하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의학은 삼국 중 가장 발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왕유능타나 시덕의 일본 원정이 잦았던 이유도 거기 있을 거야.


역질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질병을 치료했던 그들. 이론뿐만 아니라, 임상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체득한 경험 많은 의원들이 백제엔 여럿 있었다.


‘좀, 둘러볼까?’


왕유능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했고, 호기심이 동한 윤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의서가 꽂혀 있는 책장을 살피다, 책 한 권을 발견한 윤찬이 화들짝 놀랐다.


“이, 이것은 백제신집방(百濟新集方)!”


백제신집방은 중국의 약방을 완전히 배제하고 백제인의 체질을 고려해 작성한 약방문이었다.

백제가 중국의 의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의술을 연구, 적용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소중한 의서였다.


‘이 귀한 의서를 내가 직접 보다니?’


앞날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잠시, 보물 같은 의서를 발견한 윤찬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렇게 책장에 꽂힌 의서들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라하, 납시오!”


방 밖에서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하라면······. 어? 어? 의, 의자왕?’


툭-

소스라치게 놀란 윤찬이 들고 있던 의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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