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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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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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바이러스는 지구 상에 없어 (1)

DUMMY

제 6 화 그런 바이러스는 지구 상에 없어 (1)


몇 달 후,


상황이 윤찬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왈패들이 들이 닥치고, 계백 부인의 한바탕 대활약이 있은 후, 마을 사람들은 윤찬을 하늘이 내려준 화타라고 일컬었으니까.

게다가 계백 부인이 가끔씩 윤찬을 찾아와 간호사 역할을 해주니, 이제는 빼박 화타역할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계백 부인의 활약(?)은 대단했다.


“저런 안쓰러워라. 고생이 많았겠구려. 우리집 이녁이 원래 그런 사람이니 이해해주오. 그래도 속정이 깊은 사람이라오. 목 의원은 명의니 곧 호전될 것이오.”


전쟁터에서 부상당하고 돌아온 이를 상대 할 때도.


“저는 약을 지을 돈이 없습니다. 계백 부인!”

“호호, 걱정마시오. 목 의원은 사람의 목숨을 재물보다 귀하게 여기는 분이라오. 치료비도 약값도 받지 않는단 말이오.”

“정말 화타가 환생한 것 같습니다!”

“아무렴요. 그러니 걱정말고 치료나 잘 받으시오.”


몸이 아파 찾아온 사람에게도.


‘젠장, 잘 돌아간다!“


어찌 화타가 돈을 받고 약을 팔 수 있단 말인가.

고객 확보 차원에서 실행한 윤찬의 공짜 마케팅이 불러온 화근(?)이었다.

물론, 꼭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의원 어르신 약소하지만 약값 대신 이거라도 좀 받아 주시오.”


사람들은 자신의 병을 고쳐준 대가로 각종, 물건들을 들고 왔으니까.

커다란 독부터 시작해 작은 단지, 그릇등을 들고와 광이 넘쳐날 지경이었다.


“이런거 진품명품에 내다 놓으면 수억, 수십억은 하겠네!”


백제 특유의 소박하고 부드러운 곡선미가 뛰어난 예술품이었으나, 빙의 전 21세기에나 의미가 있지 지금은 그저 현대의 양은 그릇 정도의 가치였으리라.

하아-

윤찬이 산더미처럼 쌓여 올려진 백제 도자기들을 보면 쓴 웃음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 밖에 병자들이 놓고간 곡식과 음식 그리고 지금 마당에서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닭들, 거기에 돼지까지.

비록 약을 팔아 돈을 벌진 못했으나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음, 어차피 이곳에서는 얼굴이 팔려 힘들어. 적당한 시기가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 그 동안 난 신약제조에 집중하자!’

어차피 아수포린을 제외하더라도 천연 항상제, 후라보노이드, 페니실린까지. 돈이 될만한 약제는 무궁무진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각종 약을 제조해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함으로써 약효를 테스트하겠다는 것이 윤찬의 복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상좌평 성충과 백제의 저명한 의박사 왕유능타가 윤찬을 찾아왔다.


백제는 중국의 의술을 받아 독자적인 의학체계를 구축했는데 이에 교육과 치료를 담당하는 약부를 설치하였고, 이 약부를 의박사(의사)와 채약사(약사)로 구분해 운영했다. 일찍이 백제는 의약분업이 이뤄진 셈.


아무튼, 의박사의 수장이자 백제 최고의 의사인 왕유능타가 상좌평 성충과 함께 윤찬을 찾아온 것이다.

왕유능타는 조선으로 치면 어의에 해당하는 직위를 가진 백제의 명의였다.


“아이고, 소인이 직접 찾아 뵈어도 되는데, 어찌 직접 행차하셨습니까?”


윤찬이 성충과 왕유능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중요한 일이 있어 자네를 찾아온 것이니 괘념치 말게.”


성충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네. 상좌평 어르신! 그나저나 이 누추한 곳은 무슨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이보시오. 수의박사(의박사중 최고)! 당신이 목 의원에게 작금의 상황을 설명해 보시오.”

“자네가 목 의원인가.”


흰수염을 길게 늘어 뜨린 채, 앉아 있는 왕유능타. 얼핏보기에도 백전노장 전문가 포스가 남달랐다.


“그러하옵니다.”

“내, 목 의원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느니라.”

“아니옵니다. 소인은 그저, 미천한 재주를 몇 가지 익혔을 뿐이옵니다.”

“그렇게 겸손할 것 없네. 이미 저잣거리엔 자네의 의술로 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아. 여기 옆에 계신 상좌평 어르신의 자제분의 열병도 고쳤다지?”

“부끄럽사옵니다.”

“부끄럽긴! 상좌평께서 의박사에 천거한다는 것을 거절했더군. 이유가 뭔가?”

“의술이 일천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사옵니다.”

“의술이 일천하다······. 그건 자네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가 판단할 일인 것 같군.”


왕유능타가 흰 수염을 쓸어 내렸다.


“······”

“내가 목 의원한테 뭐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하문하십시오.”

“음, 몇 해 전에 내가 어라하(의자왕)의 명을 받들어, 역질을 치료한 적이 있었다네. 그런데, 참으로 희귀한 역질이었어.”


“어떤 병이옵니까.”

“병자의 증세를 보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떠는게 아닌가. 장작불에 손을 대는 것 같이 극심한 열이나고 손끝 마디마디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호소했다네. 게다가 먹은 것은 죄다 토해내고 말일세. 대체 이 역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겠는가?”


‘지금 나를 테스트 해보려는 구나.’


“혹시 그 역질이 발생한 곳이 왜국입니까.”

“······!”


짐짓 놀란 표정의 왕유능타.


‘표정을 보아하니 맞나 보군.’


‘뭐긴 뭐겠어? 그렇다면 말라리아지. 조선시대로 따지면 학질 정도 되겠네.’


왕유능타의 설명만으로도 말라리아를 유추해낸 윤찬이었다.


“그걸 어찌 알았는가?”

“처음 그 병에 걸리면 온 몸에 솜털이 일어나며, 하품을 계속하지 않습니까?”

“맞네! 병자들이 그리 말하더군.”


점점 윤찬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왕유능타.


“그런 다음 턱이 덜덜 떨린다 하고, 허리와 잔등이 쑤실 것입니다. 그러다 오한이 든 것이 풀리면 머리가 뽀개질 듯 아프고, 참을수 없는 갈증을 호소할 것입니다.”

“그렇다! 정말 소문대로 명의가 맞는 듯 하구나. 증세를 정확히 알아차렸느니라.”


왕유능타의 목소리 톤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 그냥 허준의 동의보감에 써진 대로 읊었을 뿐이이야. 말라리아 환자 치료해 본 경험이 있는데 진짜 그렇게 몸을 떠는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


“한 두 번 그 역질환자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윤찬이 대충 둘러댔다.


“백제땅에선 보기 힘든 병인데, 참으로 신기하구나. 그러면 묻겠다. 그 역질을 어찌 다루면 좋겠는고?”


왕유능타가 눈을 빛내며 윤찬을 응시했다.


‘뭐 특별한 게 있겠나? 일단, 모기에 안 물리는 게 최선일 테고, 열대지방에 가게 되면 백신은 필수겠지. 일반적으로 치료 약은 클로로퀸(Chloroquine)을 쓰고, 중증으로 발전하면 퀴닌(Quinine)을 쓰면 잘 들어. 하지만, 지금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서기 655년 백제 땅인데······.’


“······”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고?”


윤찬이 아무 말이 없자 옆에 있던 성충이 물었다.


“아, 아니옵니다. 치료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이 역질에 잘 듣는 약이 있겠는가?”


‘솔직히 내가 양의 지만 말라리아 같은 경우는 딱히 치료법이 없지. 오히려 한의학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거, 인정! 음, 동의보감을 참조하자면, 초과(일종의 생강) 달인 물이 효과······. 잠깐! 아니지. 내가 지금 뭔가 말려 들어가는 것 같은데? 괜히, 치료법 운운했다가 황궁에 끌려 들어가는 거 아냐? 아무래도 입 단속을 하는 게 좋겠어!’


“잘 모르겠사옵니다. 아직 치료법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수양이 부족하옵니다.”


윤찬이 곰곰이 생각하는 척, 고개를 숙였다.


껄껄-

목젖이 보이도록 웃기 시작하는 왕유능타.


“괜찮네. 괜찮아!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허이. 나도 쉽게 약을 제조했던 것이 아니니까.”

“이보시오. 수의박사! 그래서 그 역질의 치료법은 무엇이란 말이오?”


그러자 성충이 왕유능타에게 물었다.


“저도 처음에는 딱히 방도를 몰라 애를 먹었었지요.”


왕유능타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성충을 응시했다.


“그래서요? 치료법을 찾긴 한겁니까.”

“그렇소. 바로 그 해법은 초과에 있었소이다.”


왕유능타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초과? 그건 생강이 아니오? 그것이 역질에 효과가 있던 말이오?”

“초과는 화습건위(습한 기운을 제거하고 위장을 보호함)이 있는 약재로서 약재의 성미(성질)은 특유의 맵고 따뜻하나 무독하오. 그래서 찬 기운을 가진 그 역질에 특효가 있었던 것이오.”


왕유능타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산한온중(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고 몸을 따뜻하게 해줌)이 탁월하며 완복냉통(배가 차고 아픈 증세)에도 효과가 있소이다. 그렇게 그 역질을 다스릴 수 있었지요.”

“신기한 일이군요. 그 역질의 이름은 뭐요?”

“음, 사람을 모질게 학대하는 질병이라 하여, 제가 학질이라고 이름 붙여 봤습니다.”

“학질(瘧疾)이라······. 그거 참! 무서운 질병이로고.”


성충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후후후, 훌륭하시네. 학질의 어원이 여기서 나온 줄은 몰랐어. 다만, 그건 대증치료에 불과해. 즉, 말라리아로 인한 증세를 없애는 정도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만들어낸 전염병 말라리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 만이 현대의학에서도 최선입니다.’


“정말 탄복할 일이옵니다. 초과가 그런 효능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수의박사 나으리의 통찰력에 그저 소인은 감탄만 할 뿐이옵니다.”


윤찬이 왕유능타를 추켜세우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닐세. 나한테도 쉽지 않은 일이었네. 하물며, 의술에 매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자네가 그 원리를 알 수 있겠는가. 앞으로 의술에 정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깨우칠 일일세.”

“감읍하옵니다. 더욱더 의술에 정진토록하겠사옵니다. 수의박사께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윤찬이 엎드려 왕유능타에게 청했다.


“껄껄껄,자네라면 충분히 의박사에 들어와, 의술을 연마할 수 있을텐데. 그것이 아쉽군. 지금도 여전히 그럴 마음이 없는가?”


적당한 실력을 갖춘 윤찬.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하니, 왕유능타의 입장에서도 탐이 나는 모양이었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너무 많사옵니다. 좀 더, 실력을 갖춘후에 정식으로 도전해 보겠사옵니다.”

“아쉽지만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상좌평 어른!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끄응, 왕유능타가 양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보시오. 수의박사. 목 의원에게 공산성에서 돌고 있는 역질은 왜 말 조차 꺼내지 않는 것이오. 역질에 걸린 백성들이 눈이 멀어 앞이 안보이거늘!”


그러자 성충이 왕유능타에게 물었다.


“·········”


말 없이 고개를 내젓는 왕유능타. 즉, 윤찬의 실력을 가지고는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미였으리라.


‘뭐라고 역질? 게다가 병에 감염된 눈이 멀어? 그게 말이 되?’


“음, 알겠소이다. 목 의원. 우리는 이만 돌아가 보겠네. 수의박사. 그만 가봅시다.”


성충의 고개를 가로젖는 왕유능타의 의도를 알아 차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상좌평 어르신!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그렇게 성충과 왕유능타가 집 울타리를 벗어날 무렵, 윤찬이 두 사람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작가의말

이번 화에 등장하는 의박사 왕유능타는 100년 앞서 등장하는 의원이나,  극의 흥미를 위해 지금 등장시켰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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