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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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생
작품등록일 :
2024.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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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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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바이러스는 지구 상에 없어 (3)

DUMMY

제 8 화 그런 바이러스는 지구 상에 없어 (3)


칭칭-

둥둥-


꽹과리와 북을 치는 소리.

움막 근처에 도착하자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할멈, 이게 무슨 소리오?”


마을 초입에서 움막이 있는 쪽으로 걸어갈수록 소리가 커졌다. 추임새를 넣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굿을 하고 있나 봅니다요.”


노파가 귀를 쫑긋 세웠다.


“굿이오?”

“역질의 악귀를 쫓아내려고 마을에서 굿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죠. 우리 마을에서 가장 용한 여민차 선녀님이 굿을 해주신다고 하였소. ”


‘여민차 선녀? 무당인가 보군! 이 시대라면 충분히 이해할 만도 한데, 하지만 이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굿으로 병이 고쳐진다면, 굳이 내가 이곳에 올 이유도 없고.’


답답했지만,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윤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움막 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물이야. 먼저 먹는 물이 오염되었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어.’


“이 마을에 우물이 몇 개나 있소?”


윤찬이 마을 곳곳을 주의 깊게 살피며 물었다.


“빨래터에 하나, 그리고 버드나무 밑에 하나가 있사옵니다.”


노파가 손가락을 들어 대충 위치를 가늠했다.


“먹는 물은 그곳에서 길어다 먹는 거요?”

“그렇습죠. 근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아니오. 그 우물물은 언제부터 마셨소? 그리고 둘 중 어느 우물물을 마셨소?”

“그것이, 몇 달 전 새로 판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원래 있던 우물이 말라버리는 바람에.”


‘우물을 새로 팠다? 그것도 몇 달 전부터? 병자들의 상태를 살핀 다음, 바로 우물물부터 조사해야겠군.’


“나으리, 이쯤에서 내려주시오.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으니.”


윤찬의 등에 업힌 노파가 내리기를 자청했다.


“저기 100척(1척은 약 24.6센티~29.6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 움막이 있지오?”

“그렇소. 보이는군요.”

“바로 거기에 병자들이 모여 있소.”

“눈이 먼 병자들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저같이 눈이 먼 병자들이 모여 있고,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지요.”


‘현대로 치면 저기가 바로 격리 수용소인가?’


병자들이 있는 곳에 거의 다다르니, 조금은 긴장되는 윤찬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으리는 돌아가시지요. 이곳은 천지신명님도 버린 곳이라오.”


아이고, 노파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의원이라고 하지 않았소. 병자들이 있는데, 내 어찌 나 혼자 살겠다고 줄행랑을 치겠소.”

“의원님의 뜻은 고맙습니다만······. 나랏님도 버린 이곳을 어찌할꼬?”


윤찬이 노파를 등에서 내려주었다.


킁킁-


그리고 코를 벌름거리는 윤찬.


‘이게 무슨 냄새지? 생선 썩는 냄새 같은데?’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느껴지던 고약한 냄새.

움막에 다다르자 불쾌한 냄새가 한층 진해졌다.


우앙우앙-


곧이어 이어지는 아이 울음소리.


“괜찮아. 용치야! 조금만 참거라. 그러면 눈이 씻은 듯이 나을 거라고 여민차 선녀님이 그랬잖니!”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

그나마 그녀는 앞이 보이는 듯 모양이었다.


“그래도 누, 눈이 너무 간지럽고 아파요! 미칠 것 같아요. 간지러워요! 아파 죽겠다고요!”


아이가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싸고 있는 천을 벗겨내려 했다.


“아가야 조금만, 조금만 참으려무나. 응? 다른 아이들도 잘 참고 있는데, 너는 왜 그러니? 애미는 안에 들어가 볼 테니, 넌 찬 바람을 좀 쐬고 있거라. 그러면 나아질 거야. 절대로 여기 손대면 안 된다!”


여자가 아이 눈을 감싸고 있는 천을 가리켰다.


‘여민차라면 아까 본, 굿을 하던 무당인가. 대체, 아이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러는 걸까?’


호기심이 생긴 윤찬이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야, 왜 그러니?”

“누, 누구세요?”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가 양손을 더듬거리며 경계심을 보였다.


“난 사비성에서 온 의원이란다. 그러니, 걱정 말고 나한테 말해 보거라.”


아이를 안심시키는 윤찬.


“사비성 의원이오? 여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는 곳인데?”

“괜찮느니라. 나라의 허락을 받고 들어왔으니 말해보거라. 왜 눈에서 생선 썩은 냄새가 진동하느냐?”


아이의 눈을 감싸고 있는 천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좀 전에 맡았던 그 냄새와 같은 냄새였다.


“여민차 선녀님이 어육을 눈에 붙여 놓고. 이틀만 있으면 먼 눈이 번쩍 뜨인다 하여······.”


아이가 눈이 간지럽고 아픈지, 인상을 썼다.


“뭐라고? 눈에 생선을 붙여 놓고 동여맸다고?? 어디 내가 좀 봐야겠구나.”


깜짝 놀란 윤찬이 아이의 눈을 감싸고 있는 천을 풀어 헤치자.


“의원님, 안 됩니다! 어머니가 절대로 안대를 벗지 말라고······.”


눈에 붙여 놓은 생선에서 썩은 냄새가 날 정도라면, 그냥 가만히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급히 안대를 벗기고 아이의 눈을 살펴보는 윤찬.


“이, 이럴 수가!”


깜짝 놀란 윤찬이 하마터면 뒤로 벌러덩 쓰러질 뻔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

윤찬이 그토록 경악한 이유는.

아이의 두 눈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던 것.

생선 조각을 눈에 대고 동여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선이 썩어 구더기가 생긴 것.

그래서 아이의 눈이 아프고, 간지러웠던 것이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이러다가 역질이 아니라, 구더기 때문에 각막이 다 찢어지겠어! 아이야. 이쪽에 빨리 눕거라.”


깜짝 놀란 윤찬이 메고 있던 봇짐을 풀고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이야. 조금만 참거라.”

“우앙, 무서워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


“조금만 기다려. 안 아프게 해줄게.”


‘이, 이게 말이 돼? 아무리 미개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윤찬.

그렇게 윤찬이 봇짐에서 약초와 함께 정제된 소금물을 꺼냈다.


자주괴불주머니!


길쭉한 꽃봉오리에, 그 끝이 자주색인 풀이었다.

그 성질은 차고 쓴맛이 나며, 뿌리를 짓이겨 쓰면 소독 효과가 탁월한 약초였다.

외상 살균 소독은 물론 세균 감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주로 외상 치료에 쓰이나, 뱀에 물린 경우에도 효과가 있었다.


“눈을 감지 말고 뜨고 있거라! 이, 이건 말도 안 돼!”


눈 밑에 자리를 잡고 꿈틀거리는 구더기가 무척이나 혐오스러웠다.

윤찬이 식염수로 아이의 눈을 깨끗이 씻기고는 구더기를 하나씩 떼어낸 후, 자주괴불주머니를 곱게 빻은 가루를 눈에 붙여주었다.


“따, 따가워요. 의원님!”

“괜찮다. 살짝 따끔할 것이긴 하나, 곧 좋아질 것이야.”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그러자 아이의 엄마가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당장이라도 윤찬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


“보시다시피, 아이를 눈을 치료하고 있잖소!”

“절대 우리 아이 몸에 손대지 마시오!”


분노해 고함치는 여인.


‘여기서 의원이라고 말해봐야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다른 거 없어. 이럴 땐, 권위로 눌러주는 것이 필요해.’


“나는 상좌평 성충 어르신과 수의박사 왕유능타의 명을 받들고 온 사비성 의원, 목윤찬이라고 하오.”

“사, 사비성요?”


사비성이란 말에 조금은 주눅 든 표정의 여인.


“경고하는데 만약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지엄한 국법으로 엄히 다스릴 터이니, 거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시오.”


그리고 윤찬은 성충이 써준 출입 허가증을 내보였다.


움찔-


“사, 상좌평이라 하였소?”


이미 백제 내에서 성충의 명성은 대단했기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는 그녀였다.


“그것도 그거지만, 이걸 보시오. 아이 눈에 이런 구더기가 득실거리오. 눈에 이런 것이 들어있으면 여민차 무당의 영험함을 체험하기도 전에 아이의 눈이 망가지지 않겠소?”


마을 사람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여민차. 그러니 굳이 그녀가 사이비니 뭐니, 마을 사람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해 해야 할 것은 해야 하지 않겠나.

윤찬이 아이의 눈에서 뽑아낸 구더기들을 아이 엄마에게 내보였다.


“아이고, 이런 몹쓸 것이 우리 아이 눈에 들어있었단 말이오?”


깜짝 놀란 표정의 아이 엄마.


“그렇소. 일단 아쉬운 대로 응급조치는 해뒀으니 곧 괜찮아질 것이오. 다만, 아이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소. 자칫 눈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내가 아이 눈을 좀 더 살펴봐도 되겠소?”

“아, 알았습니다. 제, 제가 도와드릴 것은 없습니까?”


윤찬의 침착한 설명과 함께 내보인 상좌평 성충의 허가증.

게다가 아이의 눈에서 뽑은 구더기까지.

그의 말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여자였다.


“혹시 지치라는 것을 아오?”

“지치?”

“그렇소. 여러해살이 풀로 백제 땅 어느 곳에 가든 지천으로 깔린 풀이오. 열을 내리고, 염증을 없애며, 살균작용이 뛰어난 약초라오.”

“혹시 자근을 말하는 것입니까? 잎과 줄기는 흰빛을 띠고, 거친 털이 줄기에 꽉 차 있는? 굵은 자줏빛 뿌리가 땅속에 박혀 있는 풀 말이오?”


‘지치를 이곳에선 자근이라고 부르는구나?’


“맞소. 그게 바로 지치요.”

“우리 마을에 널리고 널린 것이 바로 자근이오.”

“다행이군요. 그것 좀 캐다 주시겠소?”

“어려울 것 없습니다.”

“조심해서 캐어와야 할 것이오. 돌 틈에 단단히 박혀 있거나, 뿌리가 깊어 자칫 부러질 수 있소. 뿌리가 가장 중요하니, 조심해서 캐오시오.”

“나으리, 제가 약초 캐는 일만 십 수년이오. 그런 걱정은 마시오. 금방 이녁(남편)하고 같이 가서 캐오겠소.”

“알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잠시 후, 아이 부모가 자근(지치)을 한 광주리 가득 담아 왔고, 윤찬이 아이의 상태를 다시 살폈다.


아이의 눈을 치료하기 시작하는 윤찬.

먼저 식염수를 깨끗한 천에 묻혀 아이의 눈을 닦은 후, 지치를 일부는 아이의 눈에 바르고, 일부는 복용케 했다.

그렇게 눈 주변을 소독하고 약을 먹인 윤찬.


“아직도 간지럽니?”


얼마 후 아이에게 묻자,


“아, 아니오! 이젠 간지럽지 않아요. 쿡쿡 쑤시지도 않고요.”


좀 전과는 달리 표정이 밝아진 아이.

확실히 지치의 효과는 남달랐다.


“나으리, 우리 아이는 역질에 걸린 아이요. 옮을 수 있을 텐데, 괜찮습니까?”


윤찬의 친절한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지, 아이 엄마가 물었다.


“너무 걱정 마시오. 아이는 역질에 걸린 것이 아니니까.”

“네? 역질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깜짝 놀란 아이 엄마.


“그래서 내가 이 병의 근원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닙니까? 곧, 병의 원인을 찾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건 그렇고, 내가 약을 지어줄 테니 아이에게 꼭 먹이시오! 그리고 다시는······.”


굿을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겠는가?

그럴 리가.

이건 시간이 걸릴 문제다.

윤찬이 하려던 말을 삼켜 넘겼다.


“알았습니다. 나으리!”


웅성웅성-


윤찬의 치료가 효과를 보이자, 몇몇 아이들이 움막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의원 나으리, 이 아이도······.”

“우리 담이도 좀 봐주시겠습니까.”


하나같이 천으로 눈을 둘러 싸맨 아이들.

아이들의 눈에서 빠짐없이 생선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다들 여민차의 지시대로 아이들의 눈에 생선 조각을 붙여 천으로 둘러 싸맨 모양이었다.


‘하아, 대체······.’


어이없는 표정의 윤찬.

하지만, 마냥 허탈해할 수만은 없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해의 폭을 넓혀야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을 치료하는 것이 시급했다.


“줄을 서십시오. 차례차례 봐 드리겠소!”


곧바로 아이들의 치료를 시작하는 윤찬.

미리 준비해온 의료도구와 약초를 이용해 병세에 맞는 치료와 처방을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치료에 집중하던 중,


‘잠깐! 이, 이게 뭐지?’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한 아이의 눈을 치료하던 윤찬이 눈매를 좁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50 ck******
    작성일
    24.09.08 23:27
    No. 1

    뭐지? 병명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3 정치검
    작성일
    24.09.09 10:08
    No. 2

    확실히 민간 치료에 일종으로 있을 법한 무속이네요.
    상처에 구더기가 생기면 썩은 부위를 먹고 상처가 치료되는 (대부분 염증 세균으로 더 죽겠지만) 운 좋은 사건을 바탕으로 다 그렇게 치료한듯.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7 hr*****
    작성일
    24.09.09 17:05
    No. 3

    병이아니라독을누가식수에다가넣었나벼가장의심되는용의자는무당아니면무당밑에서일하는사람이겠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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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계백 부인 (1) +1 24.09.04 700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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