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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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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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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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부인 (1)

DUMMY

제 4 화 계백 부인 (1)


***


일주일 후, 목윤찬의 움막


상좌평 성충으로부터, 돌산을 얻어낸 윤찬.

이제는 본격적으로 의료사업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라하고 볼품없는 돌산이지만, 윤찬의 눈에는 황금산으로 보였다.

천혜의 환경에서 전혀 오염되지 않은 2~3년 차 흰 버드나무!

조선의 명의 허준의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버드나무 가지 말린 분말은 만병통치이었다. 이가 아픈 이는 버드나무 이파리를 빻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으면, 치통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진통, 해열에 효험이 탁월해,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며, 발목이 부러져 시퍼렇게 멍이 들 때도, 흰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상처에 대고, 가지를 꺾어 부목으로 쓰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말에 떨어져 발목이 부러졌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제조법도 비교적 간단했다.

깨끗한 물과 소금만 있으면, 제조하기도 쉬운 개꿀인 존재였으니, 가성비 면에선 그 무엇도 따라올 것이 없었던 것.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대체 얼마일까?

빙의 전, 도상천 원장 소유의 빌딩을 매수하는데, 들어갈 돈이 100억.

하지만, 이 돌산의 가치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부가가치가 있었다.

돌산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흰 버드나무의 가치는 1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비트코인에 비유될 만 했다.


‘이곳에서 잘 먹고 잘살면 그만 이지!’


물 맑고 공기 좋은 백제 땅.

어떻게 보면, 허구한 날, 미세 먼지가 날리고, 치솟는 물가에 온갖 끔찍한 범죄들이 판을 치는 2024년의 대한민국보다 살기 좋은 곳이었다.

생각할수록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윤찬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질 좋은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으니,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마케팅을 할 때였다.


“슬슬 병자들이 오실 때가 되었는데?”


성충이 약속했고, 입 가벼운 그 집의 노비들이 분명 저잣거리에서 떠들어 댔을 것.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조금씩 입질이 올 것이라고 윤찬은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가 명의 목 의원의 댁이오?”


마침내, 환자 한 명이 윤찬의 집을 찾았다.


‘드디어 왔구나!’


“명의는 아니오만, 뉘시오?”


덜컹-

윤찬이 덜렁거리는 문고리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의원님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왔소. 우리 애가 많이 아프오. 좀 봐주실 수 있겠소?”


허름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아이를 고 있었다.


“저런, 얼른 이쪽으로 들어오시오!”

“고맙소!”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윤찬이 이불을 깔고 아이를 그 에 눕혔다.


“아이가 어떻게 아프오?”

“물 치, 이 놈이 원래는 원기 왕성한 놈인데,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저러고 있는 것이 아니오? 이렇게 사지가 축 늘어져 힘을 못 쓰는 게, 죽을 맛이올시다. 대체,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오? 용한 점쟁이한테, 부적을 받아 마셔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소.”


‘부적을 마셔?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부적을 마셔요? 어떻게?”


윤찬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렇소. 태 골에 연치라는 무당이 있는데, 새벽녘에 이슬을 받은 물에 부적을 태운 재를 타서 마시면 벌떡 일어날 거라 하였소.”

‘하, 이게 말이 되나? 하긴,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걸 믿는 세상이니까.’


아무튼.

하악하악.

홍시처럼 붉어진 아이 얼굴.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달궈진 쇳덩어리를 올려놓은 양, 아이의 머리는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경험상,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가야, 힘들겠지만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셔 보거라.”


윤찬이 아이의 옷고름을 풀고, 청진기를 가져다 대보았다.


그렁그렁.


롱카이 사운드!


마치 어른의 코골이처럼 그렁그렁한 사운드가 들렸다.

에어웨이(기도) 내에 시크리션(분비물)이 차서 터뷸런트 플로우(사나운 공기흐름)가 생긴 것이었다.

그렇다면,

‘브롱카이티스(기관지염)’

윤찬이 진찰을 통해 아이의 병명을 유추했다.


“아, 한 번 해보거라.”

“아아.”


‘기관지염이 확실해!’


청진을 마친 윤찬이 아이의 목을 살폈고, 곧바로 기관지염을 확진할 수 있었다.


‘일단 가래부터 좀 뽑아내야겠어. 석션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부질 없는 생각.

지금은 그냥 무식하게 하는 방법 뿐이 답이 없었다.


“시크······. 아니 가래를 좀 뽑아 보자 구나. 내가 등을 두드릴 테니, 크게 놀라진 말 거라.”

“·········”


아이가 기운이 없는지 고개만 까닥거렸다.


탁,탁탁, 탁탁-



“우우우, 우웩!”


가래 사발을 앞에 놓고, 등을 두드리자 아이가 누런 가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잘했다. 일단, 이 약을 드시고 푹 자면 좀 개운해 질 것이야.”


성충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 급선무.

윤찬이 아이의 몸을 일으켜, 아수포린, 한 사발을 먹였다.


“옳지, 옳지! 잘 먹네. 맛이 제법 괜찮지?”

“네. 맛있어요. 조금 더 먹어 보면 안돼?”


아이가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맛있지. 솔직히 캐러멜 향이나 딸기 시럽을 첨가했으면 대박이었을 텐데, 그게 아쉬울 뿐이야. 딸기나 포도 시럽은 차차 연구해 보기로 하고······.’


“급하긴. 조금만 기다리거라. 좀 있다가 한 사발을 더 줄 테니, 지금은 무조건 쉬는 것이 좋아.”


윤찬이 부드럽게 아이를 타일렀다.


“의원님, 그럼 이따가 꼭 다시 마시게 해주세요.”


입맛을 다시는 아이.


“그럼.”


윤찬이 아이를 누이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잠시 후,


한참을 푹 자고 일어난 아이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뭉치야 괜찮은 게냐?”


남자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아버지. 지금은 훨씬 나아요! 의원님, 아까 그거 한 번 더 마시면 안되나요?”


현대인처럼 진통제에 내성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약 효과는 훨씬 빨랐다.


다만, 동서고금을 떠나, 아이는 아이다.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했던 것.

이 아이에게 아비의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약은 그렇게 함부로 먹는 것이 아니란다. 약은 돌아갈 때, 보낼 테니 집에 가서 마시도록 하거라.”

“쩝, 알았어요.”


아쉬운 듯, 녀석이 혓바닥으로 입술을 훑어냈다.


“이 탕약을 며칠 분 싸드릴 테니 댁에 가서 아이에게 먹이시오.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한 번 씩 이 탕약과 같이 복용토록 해주시오.”


윤찬이 아수포린과 함께 준 약은.

꿀벌의 타액으로 만든 것.

현대로 치면, 기관지에 좋은 ‘후라보노이드’였다.


주로 소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은사시나무에서 추출하는데, 특히 은사시나무 새순에서 나오는 샛노란 분비물을 꿀벌이 묻혀와, 토해놓은 것을 채취하면 그것이 바로 ‘후라보노이드’였다.


면역력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이른 봄부터 늦은 여름까지 채취가 가능한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윤찬이 백제에 떨어져 적응하는 기간 동안, 이산, 저 산을 돌며 틈틈이 모아둔 것이었다.

이 또한, 값으로 따지자면 부르는 게 값일 귀한 것으로, 이를 상품화 해 팔 생각을 하니,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윤찬이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몇 번이고 윤찬에게 절을 하는 남자.


“은혜랄 것도 없습니다. 전, 병자의 병을 고치는 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능청스럽게 둘러대는 윤찬.


“아무리 그래도······. 그나저나 이 약들은 얼마요? 셈을 해야 하지 않겠소.”


흔들리는 남자의 눈동자.

그가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단지, 가진 것이 없었던 것.

655년이면, 백제의 기운이 한참, 쇠할 때, 귀족들의 수탈이 날로 심해지고, 갖가지 전투에 국력은 점점 쇠락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러니, 백성들이 삶이 윤택할 리가 있겠는가.


“괜찮소. 그냥, 가져가시오. 돈은 받지 않겠소.”

“그, 그게 정말이오?”


남자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이런 게 공짜 마케팅이라는 거다! 돈은 됐으니, 가서 소문이나 팍팍 내 줘.’


“속고만 살았소?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약 잘 먹이고, 당분간 되도록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이도록 하시오. 손, 발도 잘 닦고.”

“알았소! 정말, 소문대로 의원은 명의 중에 명의요! 하늘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 내려주신 신의올시다.”


남자가 감격에 겨워했다.


“어휴, 신의라니요? 부끄럽습니다. 제가 그 정도는 아니오.”


윤찬이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나라님도 나 몰라라 하는 마당에, 의원 님 같은 분이 어디 있겠소? 분명 천지신명이 도운 것이오.”

“하하하, 그러다가 역적으로 몰려,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으니, 말조심하구려.”

“까짓 것 굶어 죽는 것 보단, 역적으로 몰려 죽는 것이 차라리 낫겠소."


실제로 의자왕의 실정에 백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의자왕 15년을 전후로, 의자왕은 두 얼굴을 가진 황제였다.

의자왕 전기를 근면, 성실한 군주라고 한다면, 의자왕 후기의 정치는 게으름과 폭정으로 규정지을 수 있었다.

전기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해 미우성을 비롯해 40여 개의 성을 함락시키기도 했고, 의자왕 2년의 대아성 전투, 의자왕 8년엔 석토성을 비롯 7성을 빼앗아 전과를 올리기도 했으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삼국사기를 보면, 의자왕 15년 말부터는 향락과 주색에 빠져 정사를 등한시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으니까.


물론,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물이기에, 의자왕에 대해 비교적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맥락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 뭉치 아버지가 의자왕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지금의 궁핍한 생활로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시기임은 확실했다.


‘원래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다! 진짜 큰 부자는 IMF때 나왔지 아마?'


공짜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를 얻어, 본격적인 약을 상품화 해 팔겠다는 것이 윤찬의 복안이었다.


백제에서 제일가는 갑부가 되는 것!


이것이 윤찬의 첫 번째 목표였다.


***


보름 후,


바글바글-

와글와글-


예상대로 뭉치를 치료해 주고, 그 외 몇 명의 병자를 공짜로 진료 해주자,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곧이어, 아픈 병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줄을 서시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몰려든 사람들은 그 이상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병자들이 몰려들었고, 증세가 비슷한 것으로 볼 때, 유행병이 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즉,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돌고 있었던 것.


‘폐렴균은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번성하는구나! 대단하다 대단해!’


“자자! 순서대로 치료를 해드릴 테니, 소란 피우지 마시고, 각자 이 입가리개를 쓰고 있으시오.”


윤찬이 마스크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천 쪼가리를 병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렇게 윤찬이 정신없이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을 내릴 무렵이었다.


“이보시오! 이곳이 목 의원의 댁이오?”


한 여인인 아이를 강보에 싸맨 채, 윤찬의 집을 찾아왔다.

그녀는 바로.

황산벌 전투의 영웅, 계백 장군의 처인 계백 부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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