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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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최근연재일 :
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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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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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도시가 불타고 있었다. 괴수 같이 거대한 곰 인형이 도시를 부순다.


엽기적인 풍경이다. 곰인형이 자동차를 밟아 터트리고 그 위에 탄 여자가 말을 건다.


"프레이. 너도 널 좋아하는 거였지? 맞지?"


"선배···."


곁에 서있던 동료가 그를 붙잡았다.


"프레이, 뭐해!"


"그치만 선배가···."


"민간인을 해치는 능력자는 빌런이다. 정신 차려! 베르타는 이미 빌런이야!"


그 순간 거대한 곰 인형이 빌딩을 부수고 그에게 다가섰다. 비현실적인 풍경.


"도망쳐!"


"으아아악!"


태경은 거기서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끔찍한 악몽. 웃기지도 않는 꿈이지만 바로 저번 주 그가 겪은 일이었다.


전투 능력 없는 초능력자가 감당하긴 버거운 이야기였다. 능력자가 되면 어느 정도의 정신력 보정도 받는다던데, 그는 특수 능력자여서 그런 것도 없는걸까. 태경은 한숨이 나왔다.


이불에서 나와 얼굴을 씻는데 화장실 거울이 태경의 얼굴을 비췄다.


잘생겼다. 그것은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니었다.


태경은 진짜 잘생겼다. TV의 그 어떤 아이돌이나 배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릴 적부터 잘생겼던 그는 동네 누나들이 먹을 걸 주며 관심을 가질 땐 견딜만 했다.


그러나 그 관심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행동력 뛰어난 누군가 그를 데려가 가두었을 때 그는 본인의 인생이 순탄치 않을 것을 직감했다.


몇 번의 작은 납치와 진짜 납치 사건을 반복하며 경찰은 태경을 요주의 인물로 꼽았고 몇 해가 더 지나자 초능력청은 그의 얼굴을 일종의 초능력이라 규정했다.


특수 매혹 효과를 가진 외형. 몇몇은 인큐버스라고 수근대는 그의 얼굴은 그가 생각하기에 저주받은 것에 가까웠다.


이제 곧 성인인데 지금껏 터진 사건들 덕분에 여자 친구를 만들기는커녕 제대로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사건이 또 터졌으니 다음 마스크는 더 빨리 나오겠지."


한숨을 쉬며 태경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어이, 프씨! 오늘은 출근했네."


"안녕하세요, 케이 선배. 그래도 계속 쉴 수는 없으니까 나와야죠."


"그럼. 끝내주는 호텔급 시설에서 히어로협회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호해 주는데 열심히 일해야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면 바로 사무실이여서 출퇴근도 쉽고 얼마나 좋아."


"선배도 협회에서 살아봐요, 죽을 거 같으니까 당장 내보내달라고 할걸요?"


"하하, 나는 보호 인물이 아니라서 말이지. 안타깝게 됐네."


협회 건물에 갇혀 있는 건 감옥 느낌인걸 알고도 놀리는 건지. 태경은 화가 났지만 참고서 책상에 앉았다.


그러나 케이는 다르게 생각했는지 그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베르타 사건은 네 잘못이 아니야. 정신 저항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초능력청 애들 탓이지. 이미 저번 주에 항의 서한을 잔뜩 보냈으니까 다음엔 제대로 해줄 거야."


"후···."


"그리고 당분간 인터넷은 보지 말도록 해. 일이나 하라고."


케이는 그 말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태경은 일을 하려 했지만 그의 말 때문에인지 인터넷을 켰고 눈앞엔 메인기사가 커다랗게 떠 있었다.


- 히어로 협회에서 또 빌런 등장? 사실상 잠재적 빌런 협회!

- 이번 사건 또한 '프레이' 연루. 사실상 빌런 메이커.


[댓글]

- NR급이 무섭긴 무서워. 한 번 홀리면 부모님도 못 알아본다던데.

- 이러면 프레이는 사실상 빌런 아님? 히협은 왜 애지중지하는지 모르겠어.

- 걍 무인도 같은데 처박아 둬야함.

- 듣기론 여자 NR급들 노리개라는 썰도 있던데.

- 네. 존못들 부들부들 잘봤고요

- 프빠단 왔네. 근데 아무리 빨아줘도 어차피 니들은 절대 직접 못 봐.



기사를 몇 개 더 봐도 내용은 같았다.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그때 사무실에 벨이 울렸다.


신고내용을 듣던 과장이 말했다.


"출동이다. 케이, 프레이. 둘이 나가."


"저도요?"


"프레이를 다시 못 보면 자살하겠다는 N급(Nomal) 능력자야."


"하아."


한태경, 히어로 네임 프레이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빌런은 아니고요?"


"빌런이여도 N급이잖아. 너가 잘 말해 보면 될 거다."


"마스크도 없는데 또 사건 터지면 어떡하죠."


과장은 단호했다.


"차라리 잘됐어. 간만에 얼굴 좀 보여주고 사진 몇 방 찍혀봐. 그럼 여론 확 가라앉을 걸? 뭐라도 해 봐. 요즘 본부장님이 나만 보면 죽일 듯이 갈군다고."


"알겠습니다."


더 이상 사고가 났다간 히어로의 이름이 위태로웠다. 태경은 마음을 다 잡고 출동했다.



***



현장은 소란스러웠다.

여자 하나가 건물 옥상 난간에 매달린 채 실랑이가 이어졌다.


"내려오세요!"


"절 죽이고 싶지 않으면 어서 프레이님을 부르세요!"


"3차 로프 발사!"


"이런 건 소용없다니까요!"


팔다리를 옮아맬 목적으로 쏘아진 로프는 여자가 몸을 순간 반액체로 바꾸며 그대로 통과되었다.


"반장님! 전혀 안 먹힙니다."


"괜찮아. 히협 애들 왔다."


"R등급 히어로 케이, NR등급 히어로 프레이. 현장 인계 받겠습니다."


"예, 예. 어서 가서 저 여자분 좀 구해주쇼. 저희 출동 전부터 저랬다니까 벌써 1시간이 넘었다는구만."


N급, R급, SR급, NR급으로 구성된 4단계 능력자 계층에서 N급 능력자 하나를 구하려 온 것치곤 과도한 인력 구성이었지만, 과장의 지시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제 그만 내려오시죠."


옥상에 올라온 태경은 그녀를 불렀다.


"저는 프레이 님이 오지 않는 이상···, 어!"


여자는 프레이를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프레이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빌런하고 맞서 싸우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멋있으셨어요. 솔직히 당시엔 그냥 빌런한테 죽고 싶었는데 프레이님 덕분에 힘을 냈거든요."


"하하···, 다행이네요."


프레이가 당황한 사이 옆에 선 케이가 말했다.


"하도희씨? 초능력청에 등록된 능력자가 사적인 일로 소란을 일으키고 히어로를 출동시키면 빌런으로 등록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은 벌금뿐만 아니라 사회교육과 봉사까지 하셔야 할 거예요."


"괜찮아요. 프레이님만 볼 수 있다면."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케이는 한숨을 크게 나온 것도 당연했다.


"하아아아···."


말만 들어 보면 언제라도 다시 소동을 일으킬 것 같은 여자였다. 그때, 프레이에게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도희씨. 절 좋아하신다면 열심히 능력을 개발해서 히어로 협회에 들어오세요. 입사하신다면 자주 얼굴을 보실 수 있으니까요.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해드릴 수 있죠."


"도, 도, 도희씨요.? 갑자기 이름을 부르고 약속까지...저를 자주 보시겠다구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요."


그러나 여자는 이미 반쯤 넋이 나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쯧쯧, 그야말로 마약 같은 얼굴이구만."


혀를 차는 케이를 뒤로한 채 프레이는 여자를 두고 물러났다. 여자는 망상에 빠졌는지 별다른 반항이 없었다.


"그래도 사건은 가볍게 끝났으니까 경찰에 인계하고 돌아가시죠."


"그래."



***



협회로 돌아가는 길, 태경은 생각에 잠겼다.


"아, 이번 사건 기사 통제해야겠는데. 함부로 따라하는 애들 있으면 더 곤란해지잖아."


"아니요, 선배. 오히려 이거 이용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아요?"


"뭘 어떻게 이용해."


그 뒤 히어로 협회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인공은 프레이였다.


"저, 프레이는 이번 히어로 선발 시험에 감독관으로 참여합니다. 제 능력 때문에 매혹에 당하셨다고 생각하시는 능력자님은 빌런 같은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시험과 입사 후 정식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프레이의 기자회견 제안을 히어로협회는 의외로 쉽게 승낙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히어로협회에게 인력 확보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찬스였으니까.


"저희 히어로협회는 언제나 능력자님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준비해 온 말이 전부 끝나고 마이크가 꺼지기 전, 태경은 준비한 보도자료엔 없지만 마음에 담아두던 말을 꺼냈다.


"그리고 앞으로 자수하는 여성 빌런 중 원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직접 면회를 갈 수도 있습니다."


기자회견의 반응은 뜨거웠다.

발표 직후 히어로 여성지원자가 쇄도했고 하루 만에 저번 기간 지원자 수를 뛰어넘었다. 남은 기간이 아직 한참 남았으니 이번 히어로 선발 시험은 역대급 지원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뒷말은 여파는 더욱 강했다.


- 프레이의 강력한 매혹! 당일 바로 자수한 여성 빌런 등장.

- 체포된 SR급 빌런 폴러드 발언 파장 '잡힐 거면 자수해서 아도니스나 볼 걸 그랬다.'


얼마 뒤, 태경과 과장은 히어로 협회 본부장의 부름을 받았다.


협회 중역만 드나들 수 있는 빌딩의 상층부. 깨끗한 대리석 바닥과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유리창을 뒤로한 채 본부장이 앉아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각진 턱, 커다란 덩치를 가진 본부장은 턱과 볼에 돋아난 하얀 수염과 다르게 깔끔한 정장을 입은 채 그들을 맞이했다.


책상에 올려져 있는 명패에 새겨진 것은 본부장 진선. 그가 바로 협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이끌어 나가는 중책 중 한 명이었다.


진 본부장은 둘이 들어오자마자 장난스레 과장을 타박했다.


"우리 과장은 이런 능력자를 여태껏 사무직으로만 썼단 말이지?"


"본부장님, 저희 쪽에 이제 사무 볼 사람 얘 밖에 안 남았어요. 본부장님이 이곳저곳 다 빼가셨잖아요."


"알겠네. 이번에 신입 오면 너희도 빵빵하게 넣어 줄 거야. 이게 다 누구 덕인데."


"암요."


짧은 키에 동글동글한 배를 가진 과장은 본부장의 타박에도 할 말이 있다는 듯 오뚜기처럼 떳떳이 서서 말했다. 애초에 좋은 분위기였으니 그럴 만 했다.


그러나 태경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진 본부장은 왠지 모르게 태경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협회장님도 이번에 굉장히 만족하고 계시네. 사람이 늘면 아무래도 지원도 더 나올 것 같다고 하고. 기부금도 벌써 늘었거든."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수하는 빌런도 꽤 있었네. 그걸 전부 실적에 넣는다면 그동안 자네 전투 능력평가는 N급이었지만 실적 평가는 현장 R급도 따라잡을 것 같아. 그리고 마스크는 초능력청에서 재측정부터 하러 온다니까 그것부터 끝내고 보자고."


"알겠습니다."


이어지던 칭찬이 끝나자 본부장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근데 자수한 빌런들 면회 가는 건 자네 멋대로 벌인 일이니까 본인 힘으로 처리하게. 나중에 뒷말 나오면 알아서 하고. 알겠나?"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느껴지는 압력에 태경은 입을 다물었다. 기자회견을 한다고 지를 때도 좀 무리했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심기를 거스른 거 같았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과장은 손수건을 꺼내 식은땀을 닦았다.


"아이고, 분위기 좋다가도 저 양반은 꼭 마지막에 저래요. 본인 시키는 대로만 똑같이 하라고? 그럴 거면 지원이나 제대로 해주고 뭐라 할 것이지. 말 한마디 가지고 말이야. 안 그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야, 하루 이틀 저러는 양반이 아니고 원래 저래. 그래도 기자회견 볼 땐 문제 생기면 당장 시말서 쓰라고 하고 싶었을 걸? 성과가 잘 나와서 뭐라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네가 펀치 한 대 날려준거지."


평소 사고만 친다고 실컷 잔소리만 하다가 성과가 잘 나와서인지 챙겨 주는 과장의 모습이 낯설었다.


"근데 미리 경고하는 거 보니까 뭔 사건 터질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 자수한 빌런들은 꼭 찾아가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


빌런 수용소를 찾아가니 수감된 빌런이 늘어나서 그런지 평소보다 교도관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라크네."


"오랜만에 보네? 왜 이렇게 늦었어. 얘기 듣고 바로 자수한 보람도 없게 만드네."


날카로운 눈매와 붉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아라크네는 협회에서 주목하던 R급 빌런 중 하나였다.


그녀의 거미줄은 대처하기 매우 까다로워서 체포가 힘든 빌런 중 하나였는데 그녀가 먼저 자수할 줄은 태경도 전혀 생각 못 했다.


"됐고, 빨리 귀 좀 대봐."


아라크네는 급한 일이 있다는 듯 태경을 불렀고 그는 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키스해 줘. 난 뉴스 보자마자 동시에 자수했는데 그 정도도 안 해줄 거야?"


"키스요?"


프레이의 첫 키스가 위험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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