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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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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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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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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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아라크네가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수십에 가까운 빌런을 혼자 상대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전의 기습이 깔끔하게 끝났던 건 상대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 수갑을 찬 채로 얼떨결에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아라크네는 놈들이 달려들기 전 먼저 기습적으로 거미줄을 날렸다. 빠르게 쏘아진 거미줄에 맞은 빌런 몇몇이 거미줄에 묶인 채 벽에 붙어 버렸지만 아직 수는 한참 남아 있었다.


"이 개 같은 거미줄!"


거미줄을 피한 키 큰 여자 빌런 하나는 수감실의 문짝을 떼어내 방패로 쓰기 시작했다.


"야! 이러면 못 맞추겠지!"


그리고 문짝이 통째로 뽑히자 복도에 드디어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상벨이 위급하게 울리는 것과 달리 빌런들이 달려간 반대편에선 간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살려 줘!"


"사격! 사격 개시!"


"방능대는 현 위치를 사수해라!"


"쏴! 얼른 쏴라!"


"크아아악!"


"버티기가 너무 힘듭니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빌런들이 힘을 합쳐서 싸우는 풍경은 아라크네나 수용소 간수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히어로도 경험하기 힘들었다.


간수들이 나름 빠르게 무기를 모으고 방능장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며 숙련도가 오른 빌런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마치 포탄처럼 날아오는 거대한 바위가 진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간수들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많은 빌런이 총에 맞아 쓰러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간수가 빌런들에게 당했다.


그리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가운데서 공중에 떠 있는 바위를 방패 삼아 천천히 걸어오는 빌런 하나가 있었다.


"R급 바위술사 페트라! 당장 멈춰라! 애초에 넌 이미 사법거래로 형량 합의를 마쳤지 않나!"


"저를 멈추고 싶으면 프레이씨를 데려오세요. 저는 약속한 면담을 하고 싶어서 수감실에서 나왔을 뿐이예요."


확성기를 들고 있던 간수 정태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된다. 돌아가라. 너희한테 그런 것을 요구할 자격은 없다."


"자격은 당신들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프레이님이 주신 것이지."


그 말과 함께 간수 사이로 또다시 바위가 포탄처럼 쏘아졌다. 피하지 못한 간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바위에 깔려 버렸다.


"젠장, 당장 그만두고 돌아가! 너희가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록 프레이 이름에 먹칠한다는 걸 알고 있나?"


"빌런 메이커 같은 별명 말하는 건가요? 하지만 우리는 원래 빌런인데요?"


페트라는 말로는 프레이의 오명을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그러나 바닥에선 그동안과 다르게 훨씬 거대한 철골 시멘트 바위를 뽑아져 나왔다.


"으아아!"


그 크기가 사뭇 험악해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피하는 간수도 한둘이 아니었다.


정태호는 자리에서 피하지 않았지만, 목숨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때 태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가시죠, 페트라님."


그러자 간수와 빌런들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꽂혔다. 피와 먼지가 휘날리는 난장판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얼굴. 프레이였다.


"프레이님! 저희와의 약속을 잊으셨나요?


"전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정이 생겼을 뿐이었죠. 오히려 약속을 더 크게 어기신 건 여러분인 것 같습니다. 다들 자수하러 오셨을 때, 이렇게 행동하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었을 텐데요."


프레이의 눈빛은 차가웠다.


본인의 능력으로 빚어낸 결과가 또다시 피로 돌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때 페트라의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다들, 프레이를 잡아! 말했던 대로 제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그러나 그 외침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바위가 그 목소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소리친 빌런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뭉개졌다. 바위의 크기가 크기였던지라 주위에 다친 빌런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무례하네요. 프레이님이 지금 말씀하시고 계시잖아요."


"페트라님, 제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수감실로 돌아가 주세요. 지금은 상황이 안 좋으니 나중에 대화할 시간을 다시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나 뒤에서 또다시 다른 빌런이 소리쳤다.


"웃기지 마!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대화로 마무리 지으면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그 빌런이 외친 곳에도 커다란 바위가 꽂혔다. 그러자 더 이상 떠드는 빌런은 나오지 않았다.


"프레이님. 정말 저희를 두고 가지 않으시나요? 저희를 잊고 도망치신 게 아닌 거 맞죠?"


"맞습니다, 페트라님. 면담 연기는 제 컨디션과 일정 문제 때문일 뿐. 다음 만남은 진행될 예정입니다. 부디 돌아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는 프레이님이 약속을 잊지 않았나 걱정되어서 나왔을 뿐이에요."


페트라는 프레이의 말대로 조용히 뒤돌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빌런과 간수들의 시체 사이로.


그 순간, 정태호가 허리에 찬 총을 뽑아 들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방아쇠가 당겨지자 공이를 때리며 총알이 격발 되었다.


날아간 총알은 정확히 페트라의 뒤통수를 관통했다. 고요한 가운데 머리가 터지고 시체가 쓰러졌다.

가진 힘에 비해 너무 가볍고 단순한 죽음이었다.


"나머지도 전부 손 들어! 반항하면 쏘겠다!"


정태호는 남은 빌런들에게 윽박 질렀다. 선두에 서 있던 R급 빌런의 머리가 박살 나자 분위기가 완전히 뒤뀌었다. 애초에 강한 빌런들은 페트라의 바위 공격에 깔려 이미 전부 죽은 상황이었다.


이제 전력 차가 명백했다. 남은 빌런 중

상황을 파악하고 손을 드는 사람이 하나둘 나왔다.


"정태호 씨! 이게 뭐 하시는 거죠?"


"프레이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현장 판단은 저희가 맡는 게 맞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R급 빌런이 다시 한번 폭주하면 저희도 통제 불가능합니다."


"페트라는 순순히 투항 의사를 밝혔었어요!


"그건 프레이님의 능력으로 잠시 통제 상태일 뿐이었던 것이지, 이후엔 어찌 될지 모릅니다. 아직 탈출 빌런이 가득한 가운데서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녀가 빌런들에게 쏘아낸 바위가 안 보이세요? 페트라는 저희의 조력자가 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 바위들이 저희 간수들이 훨씬 많이 죽인 것도 아시겠지요."


태호는 무뚝뚝하게 답하려 노력했지만 말투에선 눌러담은 분노가 배어 나왔다. 프레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프레이는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머리가 터진 채 쓰러진 페트라의 시체가 바로 옆에 생생했기에.


"방금 당신의 행동이 당신을 원칙에 충실한 간수가 아니라 능력자 혐오주의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프레이는 태호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무기력함을 느꼈다.


자신이 특수한 능력을 가진 NR급 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SR급, 아니 R급만 되었어도 현장을 수습하기 더 편했을 텐데. 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더 죽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의기소침해 있기엔 지금 프레이에게 더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지금은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아라크네가 저희에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어서 구하러 가야 합니다."


그러나 태호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은 간수가 죽었습니다. 이곳을 다 정리하기에도 인원이 부족합니다."


"제정신이세요? 여기 외에도 수용소엔 R급 빌런이 잔뜩 있어요! R급 빌런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얼마 없는 협력자라도 살려야 할 거 아니에요!"


프레이가 잔뜩 화를 내자 그제야 태호가 태도를 바꿨다.


"알겠습니다. 간수 몇 명을 붙여드리겠습니다. 부상 당한 간수들의 응급처치가 시급해서 많은 인원을 보내드리지 못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응급처치에 무기는 필요 없을 테니 최대한 많은 장비나 챙겨 주세요."


프레이는 간수 몇 명과 함께 아라크네를 찾아 서둘러 떠났다.


한편, 아라크네는 프레이의 생각과 다르게 그리 고전하진 않고 있었다.


"내가 들고 있던 문을 내리면 너희들이 덮쳐!"


그러나 빌런이 방패마냥 들고 있던 문짝을 내렸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어디 갔지?"


"옆방 아니야?"


빌런들은 주변을 뒤졌지만 아라크네는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새 사라졌는데?"


"더 멀리 있는 방에 숨었나 본데? 멀리 가진 않았을 거야."


빌런 하나가 그렇게 수감실 문 앞에서 딴청을 피우는 사이, 갑자기 방에서 쏘아진 거미줄이 빌런을 낚아챘다.


"야, 방금 봤어?"


"저기 안에 있나 본데?"


"젠장! 방패가 앞장서줘!"


유독 어두운 복도와 불 꺼진 방이 불길해 보였다. 빌런들은 문짝을 방패 삼아 잔뜩 움츠러든 채 천천히 앞으로 향했고 방 안을 들여다보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방금 끌려간 애는 어디 갔어."


방 안을 둘러보던 문짝을 든 빌런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빌런들을 확인하자 달라진 것이 확연히 보였다.


"뭐야! 왜 아까보다 숫자가 비어! 뒤따라오던 애들 어디 갔어!"


"다른 방을 보고 있나?"


"복도 반대편으로 돌아간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누가 봐도 아라크네 그년이 잡아간 거잖아!"


숫자가 줄어든 것을 다들 확인하자 빌런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이쯤에서 돌아가는 건 어때?"


"우리 목표는 아라크네가 아니라 프레이잖아. 잡아봤자 걔도 프레이에 대해 모를 수도 있어."


"우린 아직도 열 명이나 있는데 아라크네 그년 하나한테 쫄아서 도망가겠다고? 이미 돌아가긴 늦었어!"


그리고 소란이 일어나며 떠들던 그들의 시야 멀리, 어두운 복도 끝에 아라크네가 슬며시 서 있었다. 아라크네는 그들을 놀리듯 손을 흔들며 웃었다.


아라크네의 얄미운 손짓을 본 빌런들은 격분한 채 뛰어나왔다.


"쟤는 반드시 잡아야겠어!"


"그래. 우선 잡고 생각해!"


아라크네는 달려오는 빌런들을 보며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걸어 나가며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또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단번에 거리를 좁힌 빌런들은 복도를 돌았다. 그러나 빌런들의 예상과 다르게 아라크네는 복도 한가운데 편안하게 서 있었다.


"금방 왔네?"


"덮쳐!"


문짝을 든 채로 달려온 빌런은 숨 한 번 허덕이지 않은 채 튀어 나가려했다. 그러나 무언가 본인의 발을 붙잡아 꼼짝도 못 했다.


"뭐지?"


그녀의 발엔 밧줄보다 두꺼운 거미줄이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미줄은 분명 바닥에서 솟아오른 모양새였다.


"나도 이런 곳에서 내 능력을 많이 쓰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야. 데이트권까지 걸리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


이어서 아라크네의 뒤편 바닥에서 흰 거미줄이 잔뜩 뿜어져 나왔다. 뒤틀며 휘둘러지는 흰 거미줄들은 마치 수십 가닥의 문어다리 같았다. 우유 거품이 끓듯 흰 거미줄이 온갖 꼴로 공중을 휘저었다.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건 10명이 한계거든."


"제발 살려 줘!"


거미줄에 다리가 잡힌 다른 빌런들이 질질 끌려서 바닥 아래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너희, 마침 딱 10명이네?"


정신을 차리자 주변의 모든 빌런들은 사라졌고 남아 있는 건 문짝을 든 빌런 하나였다.


"어떻게 인간이 거미줄을 다룰까? 신기하지 않았어?"


그녀는 아라크네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거미줄에 끌려가지 않게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만 해도 버거웠다.


"보통 내 능력을 몸에서 거미줄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근데 아니야. 내 능력이 뭔지 알아?"


바닥에 연결된 두꺼운 거미줄들이 마치 제각기 의식이 있는 듯 마지막 남은 빌런을 한꺼번에 낚아챘다.


"소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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