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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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최근연재일 :
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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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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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키스요?"

"응. 키스해 줘."


태경은 진심으로 당황했지만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싫다면요?"


그러자 아라크네는 웃으며 대답했다.


"싫다면 상관없지롱. 나는 그냥 너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방금 너 식은땀 흘리는 표정 엄청 귀여웠던 거 알아? 아, 카메라만 있으면 찍어두고 싶은데 아깝다."


태경은 그제야 그녀가 놀리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러나 연애 경력이 없는 태경은 괜히 심술이 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키스는 못해드리지만, 대신 출소하면 데이트 해드릴게요."


"어? 데이트? 진짜?"


이건 거미줄에 걸려버린 걸까. 그러나 이미 말은 뱉은 상황. 태경은 황급히 뒷수습을 해야 했다.


"딱 하루 만이에요. 정직하게 복역도 끝마쳐야 하고요."


"진짜? 진짜지? 약속했다?"


"하···. 약속할게요."


"와! R급 빌런 주제에 프레이랑 데이트 약속도 잡고 출세했네!"


"그러니까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계셔야 해요. 아셨죠?"


"그래그래! 데이트 이용권은 중대 사항이지."


태경은 기분이 한껏 좋아 보이는 아라크네를 뒤로한 채 협회로 돌아왔다.


"어, 프리링! 마침 잘 왔다. 지금 너 능력 재검사하려고 검사관님이 오셨어."


사무실엔 그를 기다렸는지 검사관과 케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항상 그를 체크해주는 검사관은 동일한 여자 검사관이었는데 이는 그녀가 초능력청에서 정신저항이 제일 강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최지수 검사관님. 오랜만에 뵙네요."


"프레이, 안 보던 사이에 더 잘생겨진 거 같은데?"


"하하, 검사관님이 그런 말 안 하셔도 쟤는 그런 얘기는 매일 들어요."


케이의 너스레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아니, 정말로 능력이 더 강해진 거 같다고. 정확한 측정은 해 봐야 알겠지만, 이 속도로 능력이 강해지다간 더 강한 정신 저항력도 너한테 당하겠어. 뭔가 얼굴이 쫀득해진 게 보는 게 중독성이 있는 거 같기도하고?"


"예?"


태경은 당황스러웠다.


능력자, 혹은 초능력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기운을 몸에 품었다. 검사관들은 이를 분석해서 능력을 파악했다.


그러나 NR급(Non-Regural)은 예외였다. NR급은 애초에 분류 외의 존재를 묶어 부르는 말이었으니까.


애초에 능력치의 측정 자체도 매우 부정확해서 NR급 측정은 보통 반쯤 걸러 들어야 할 정도. 그렇지만 최지수 검사관은 감이 좋은 편이었다.


한참을 정밀 측정기로 태경을 살피던 검사관은 예상했다는 듯 기쁘게 말했다.


"축하해. 측정해 보니까 정말 전보다 강해졌네."

"진짜 농담하는 거 아니죠?"


태경은 당황스러웠다.

애초에 그의 인생에 있어서 능력 때문에 좋은 일은 얼마 없었다.


능력을 빼면 평범한 몸.

아무리 다른 히어로들과 함께 기초 훈련을 받는다지만, 벽을 부수고 구름 위로 날아다니는 영웅들과 함께 싸울 기회는 얻기도 어려웠다.


NR급 히어로라고 불리지만 정작 하는 일은 회사에 갇힌 채 사무직 노예생활. 가끔가다가 악플을 무더기로 먹는 건 덤이었으니 그에게 능력은 축복보단 저주에 가까웠다.


"안심해. 본격적으로 효과가 발휘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근데 피나는 노력을 하더라도 어려운 게 능력 강화인데. 엄청 싫어하네."


"저는 딱히 원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미 강해진 걸 어쩌겠어. 근데 능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전용 마스크 장비는 훨씬 늦어질 것 같은데."


"네? 차단석이라면 협회 배정 물량이 있지 않아요?"


"안 그래도 이번에 그것도 확 줄었어. 요즘 차단석 품귀현상 때문에 비상이거든."


"하. 그냥 얼굴을 가리는 걸로 능력이 차단됐으면 편할 텐데."


"그러게 말이다."


태경의 능력은 NR급답게 얼굴을 가리더라도 매혹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능력 제어법은 차단석이라는 특수 재질로 만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것.


문제는 차단석이라는 게 엄청 희귀해서 지급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도 알겠지만 윗분들은 네 능력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쓰는 느낌이라."


"알죠. 검사관님이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미안하다. 내가 초능력청에 돌아가면 다시 말해 볼게."


사실 아무리 희귀하다 해도 NR급의 장비라면 차단석이든 뭐든 갖다바치는 게 맞았다. R급이 탱크, SR급이 군단에 비견된다면 NR급은 비대칭 전력, 걸어 다니는 핵무기였으니까.


단지 태경의 능력이 그 정도는 아니라 판단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의 대우가 NR급이 아니었을 뿐이다.


"윗쪽 사람들이 너를 그렇게 평가하는 건 실제로 널 만나 본 사람이 없어서 그래. 너도 알지? 네가 만나는 주변인들이나 회사사람은 전부 정신저항이 최고 높은 편인 거."


"그럼요."


당연했다. 정신저항 낮은 사람은 이미 전부 사고를 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중 하나라도 널 만나면 생각을 바꿀텐데 말이야."

"윗분들은 매혹이 무서워서 못 만나겠다는데 어쩌겠어요."


태경 생각엔 아무래도 초능력청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딸이 매혹에 당했다거나.


"그래. 어쩌면 내가 널 이렇게 챙겨 주려는 것도 이미 매혹에 당한 거 아닐까?"

"으.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태경은 질색하며 팔을 내저었다.


"그래. 네 매혹엔 안 당할 테니까. 아무튼 조심하라고."

"네. 들어가세요."


검사가 끝난 태경은 다시 협회 사무실 업무로 복귀했다.


원래도 출동을 자주 하지 않았지만, 마스크가 없는 한 태경의 히어로 활동은 불가능했다.


아니, 태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케이, 프레이. 출동이다."


"전 마스크도 없는데요?"


"출동한 애들 말로는 상관없대. 너 외부 활동하는 거 나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야.


"본부장님 지시인가요?"


"···그래."


빌어먹을 본부장. 말할 때부터 낌새가 보이더니만 뒷끝이 장난 아니었다. 태경은 이렇게 홀대 받을 거면 본부장의 엉덩이라도 걷어차고 나올 걸 하고 후회됐다..


"저번 활약이 인상 깊긴 했나 봐. 할 일은 차에 타면 알려줄 거야."


"이러다 사고나도 저는 모릅니다."


"알겠어. 이번 일 끝나고 나면 마스크 올 때까지 출동 안 시킬 테니까 이번만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태경은 할 수 없이 출동차량에 탑승했다.


"빌런명은 멜링. 은행강도 현행범으로 도주 중. 능력은 손에 닿은 재질로 몸을 변화시키는 거라고 합니다. 확인된 바로는 벽도 통과해서 다닌다고 하고."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되죠?"


"우리 경찰관들이 빌런의 도주 반경을 최대한 좁혀 놓으면 가서 자수를 유도하시면 됩니다."


"자수요?"


"예. 정신저항력은 낮은 편으로 분석돼서 매혹 한 방이면 쉽게 나가 떨어질 겁니다."


태경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브리핑하는 경관은 그의 능력을 눈 한 번 찡긋하면 발동하는 필살 윙-크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듯했다.


"안 되면요?"


"예?"


"제가 맨몸으로 가다가 매혹이 안 통해서 빌런이 덤비면 꼼짝없이 당할걸요?"


당황한 경관과 태경의 사이로 케이가 끼어들었다.


"워,워. 진정해, 프레이. 그럴 때를 대비해서 내가 따라왔잖아. 너의 특급 사수 케이님을 믿으라고. 죄송합니다. 우리 출동이 미리 합의된 게 아니라 애가 좀 빡쳐 있어요."


당황한 기색이었던 경관이 말했다.


"그럼 혹시 모르니까 경찰 몇을 뒤로 빼드리겠습니다. 몇 달 동안 쫓던 놈이라 이번에 꼭 잡아야 해요.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차에서 내린 현장은 난장판이었다.


"야! 그쪽으로 간다! 거기 막아!"

"그쪽 말고 반대 방향이야!"

"하수도 방향은 절대로 사수해! 지하로 빠지면 못 잡는다고!"


아수라장 사이로 다른 경관이 나와 그를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태경과 케이가 들어선 곳은 으쓱한 골목이었다. 그가 온 방향을 제외하곤 벽돌과 시멘트로 꽉 막혀 어두운 골목.


"그쪽으로 간다!"

"이쪽으로 옵니다!"


태경과 케이가 잠깐 서 있자 주변 경관들이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가까워면서 벽 사이로 무언가 통과해 넘어왔다.


마치 벽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하이힐로 뚜벅뚜벅 건너온 여자는 금발 웨이브가 잘 어울리는 미녀였다. 으쓱한 골목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장신의 미녀. 그러나 그 품에 든 커다란 돈가방은 그녀가 빌런이 맞다고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 설마 진짜 프레이?"

"순순히 잡히는 걸 권장합니다. 멜링, 당신은 포위됐습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 봤다.


"자수하면 나한테도 뭣 좀 해주려나? 쌔끈빠끈한 거로?"

"오우, 프레이. 쟨 빌런답게 입도 화끈한데?"


태경은 옆에서 장난치는 케이를 무시하며 다시 말했다.


"돈가방 내려놓고 자수하세요."

"자수하면 잘해줄 거야?"

"그쪽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죠."

"지금 그러니까, 이 돈가방의 값어치만큼 쌔끈빠끈하게 놀아준다는 거 맞지?"


그녀의 말에 태경은 정색하면서 대답했다.


"장난치는 거 아닙니다. 어서 돈가방 내려놓으세요."


"얼굴로 홀려 먹을려 하네. 그 얼굴로 지금까지 몇이나 홀렸을까? 그런데 또 계속 보고 있으니까, 나도 확 홀려 보고 싶어지는데."


그때, 케이가 껴들었다.


"그러면 가방 내려놓고 뒷짐 지도록 해 아가씨. 그러면 프레이가 도시락 들고 면회 갈 거야, 아마."


"정말? 그건 좀 끌리는데···."


그녀가 고민하는 듯 하자 케이는 프레이를 툭툭 쳤다.


"정말로 도시락 싸서 갈게요. 한 번도 싸본 적은 없지만···."


"세상에. 그거 정말 로맨틱하다. 나 감동 먹었어."


멜링은 그 말과 함께 정말로 돈 가방을 내려놓고 조용히 뒷짐을 지었다.


"진짜로 오는 거지? 기왕이면 프레이가 체포해주지 않을래? 날 강하게 묶어서 끌고 가도 좋을 거 같아."


"미안 하지만, 빌런 누님은 제가 에스코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쪽은 겁이 많아서."


"넌 재미없어."


"어후, 그런 말 들으면 상처 받는다고."


멜링의 싸늘한 말투에도 케이는 능숙하게 그녀에게 차단석 수갑을 채웠다.


"프레이한테서 눈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네? 정말 반해 버린 건가?"


"그치만 나 같은 생쥐한테 이렇게 맛있는 치즈를 보여주면 어쩔 수 없는걸?"


"붙어 있는 건 나같은 노잼 아저씨지만 말이야."


멜링은 멀리 서 있는 프레이를 보며 말했다.


"면회 잊지 마, 기왕이면 도시락이랑 같이 케이크 한 조각도 있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순찰차에 올라탔다. 태경은 갑작스레 불려 나온 것에 비해 일이 허무하게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체 그가 출동하는 때는 고사리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 뿐이라 이렇게 조용히 끝난 적이 얼마 없었다.


이제 그도 다른 히어로들처럼 활약할 수 있을까? 그러나 협회로 돌아가면 먼저 도시락 만드는 법을 찾아봐야 할 판이었다.


"케이 선배! 어쩌자고 그런 얘기를 했어요."


"아, 왜. 일도 잘 풀리고, 요리도 배우고 일석이조네."


"그럼 도시락 도와주실래요?"


"아, 안 들린다. 난 모른다."


태경은 얄밉게 말하는 케이의 뒤통수를 때렸다.


"와, 이제 실적 많이 쌓았다고 선배를 패네."


"맞아도 싸요."


"그래. 실컷 더 때리고 얼른 사랑의 도시락을 준비하렴."


태경은 케이의 뒤통수를 더 때리고 싶었지만 케이는 더 맞아주지 않고 멀리 도망갔다. 정말 얄미웠지만 숙련된 R급 히어로의 신체 능력은 그가 따라잡기 힘들었다.


"하하하! 영양만점, 사랑의 도시락!"


마지막까지 크게 소리치며 도망가는 케이를 보며 태경은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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