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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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최근연재일 :
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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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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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UMMY







그러나 아라크네는 서설린의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기절했다. 지금껏 의식이 있던 것도 정신력으로 버티던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설린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수감실이 불타는 걸 보고서 프레이와 간수들 또한 급히 달려왔으니까.


"설린님?"


약간 늦게 도착한 그들 앞엔 꽁꽁 얼어붙은 빌런들과 기절한 아라크네, 그리고 얼음 같은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는 서설린이 서 있었다.


프레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서설린의 눈빛보다 아라크네의 상태가 먼저 신경 쓰였다.


바닥에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프레이를 단숨 구하고 씩씩하게 플린트를 쫓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 그녀의 등은 치명적인 상처로 엉망이었다.


"아라크네님은 괜찮으신가요?"


그러나 서설린은 프레이의 질문은 듣지도 못한 듯 물었다.


"프레이, 이번에도 도망쳐 나왔나?"


"이번은 도망친 게 아닙니다."


서설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프레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존재감만으로 공기가 무섭게 얼어붙고 있었다. 날벌레쯤은 단숨에 얼어 죽을 냉기.


이 공간의 숨 쉬는 모든 것은 그녀의 허락을 맡아야 했다. 그녀의 힘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 존재와 눈을 마주한 채 말을 꺼내는 것은 이미 안면이 있다 해도 프레이에게 쉽지 않았다.


"설린님.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되도록 협회의 명령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가끔 안 지키지 않나?"


숨이 턱 막히는 그녀의 반문에도 프레이는 차분히 답했다.


"이번은 협회의 명령으로 나온 게 맞습니다. 사건을 수습해야 했지만, 규모에 비해 자원이 얼마 없어서 최대한 발버둥 쳤지요."


프레이는 쓰러진 아라크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쓰러진 아라크네님도 저를 도와주시려다가 그렇게 된 겁니다. 그녀는 괜찮은가요? 지금은 설명보다 그녀의 치료가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프레이가 아라크네의 곁에 다가가려하자 설린은 그를 막아섰다.


"상태는 내가 확인했다. 중상을 입긴 했지만 응급조치는 해 뒀어. 상처는 더 악화되지 않을 거다. 이 친구는 내가 병원에 잘 보내줄게. 남은 현장도 내가 수습할 테니까 넌 돌아가."


"그럼 구급차에 태워 보내는 것까지만이라도 제가 하겠습니다."


"너도 알 텐데? 네가 여기 더 있다간 도움이 되기보단 쓸데없이 빌런을 끌어들이고 인질이 될 가능성이 더 큰 거."


프레이를 보는 설린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프레이 또한 내심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여기 있어 봐야 뭘 할 수 있을까. 잔당 빌런들의 표적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심지어 얼어붙은 빌런 중에 플린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도움만 받았지만 서설린은 단숨에 아라크네를 도와주었고 목숨까지 구해주었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간수들도 할 수 있기에 있으려 하는 것조차 민폐가 될 수 있다.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프레이는 조용히 허리 숙이며 말했다.


"그럼 저 대신 아라크네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빠르게 물러난 프레이는 그들 모두를 뒤로한 채 간수 하나의 차를 빌려 타곤 서둘러 현장에서 벗어났다. 간수와 함께 다시금 향하는 곳은 물론, 히어로 협회였다.


프레이가 현장을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은 이전보다 더 소란스러워졌다.


경찰차와 구급차, 방송국의 헬기와 온갖 구경꾼이 수용소에 모였기 때문이다.


"서설린이 귀국하자마자 여기 왔댄다.어서 찾아!"


"아직 외국에 있는 줄 알았는데."


"뭐? 어디야, 어디!"


"이게 다 뭔 일이래?"


"수용소에서 뭔 사건이 났나 봐."


서설린을 보겠다고 몰려든 기자와 군중을 상대하느라 간수들과 경찰은 다시금 애를 써야 했다.


"여러분, 위험합니다. 해산하십시오!"


"아직 주변에 탈주한 빌런들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현장에서 서둘러 벗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현장은 빌런들이 잡힌 이후에도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



다음날, 다시금 협회로 돌아온 히어로 프레이, 한태경이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책상에 잔뜩 쌓여 있는 업무였다.


"프레이, 왔냐? 너도 업무 잔뜩 쌓였지? 이번에 SR급 잡느라 외근 다녀서 다들 업무가 엄청 밀렸다더라."


"네, 저도 봤습니다. 다들 많더라구요."


"근데 네가 갔던 수용소, 결국 사고 터졌더라? 아침부터 뉴스가 떴던데. 이걸로 또 본부장님이 한 소리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태경이 매일 매일 전화로 앓는 소리를 할 때도 어떻게든 잘 버텨보라고 무책임하게 말하던 사람이 누구였는데.


태경은 부장이 수용소 사건으로 받을 질책을 먼저 걱정하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물었다.


"벌써 뉴스가 나왔나요?"


"그래. 사실 나도 저번 주에 많이 불안 해서 다른 히어로 누구라도 보내주려고 했는데 말이다. 본부장님이 SR급 체포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계셔서 말이지. 절대, 절대! 아무도 빼내지 말라고 하시더라고."


부장도 태경에게 미안함이 있었을까, 머쓱하게 변명하는 꼴이 그의 눈치를 보는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태경을 납득시키지는 못했을 뿐더러 여러 의문만을 남겼다.


"SR급 체포라니. 사실 그건 서설린씨가 입국하신 뒤에 했다면 더 쉽지 않았을까요?"


태경의 말에 부장도 동의한다는 듯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말했다.


"그러게. 내 말이 그 말이다. 내 생각엔 아마 NR급 없이도 협회가 잘 굴러간다, 이런걸 보여주고 싶던 것 같은데. 으휴, 사서 고생이지, 사서 고생이야."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케이는 아직도 현장에서 바쁘니까 복귀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어. 혼자 일하다가 너무 힘들면 말하고. 내가 다른 팀에 어떻게든 헬프콜 해볼게. 다음에 또 출동할 일 있으면 팍팍 도와줄 거고 말이야."


"네. 감사합니다."


그러나 태경은 부장의 말을 그리 신뢰하지는 않았다.


태경이 그토록 열심히 연락하던 일주일 동안 아무리 지시가 있었다지만 부장 또한 그의 요청에 뜨뜨미지근했다.


태경이 느끼기에 부장은 태경의 편은 아니었다. 그보단 본부장의 사람에 가까웠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태경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그의 편을 만들어야 했다.


그동안은 능력으로 인해 사고가 더 터질까 누군가를 새로 사귀거나 만나지도 않았고 협회 내부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정신 저항이 낮은 사람과는 대화하는 것마저 자주 금지당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겪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라크네.

아라크네는 그런 모습이 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태경 때문에 자수하고, 태경 때문에 협력한 것이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여전히 밖에 있거나 수감실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오직 자신 때문에 중상을 입게 되었고 의식까지 잃었다. 서설린이 제 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목숨도 위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태경은 마지막까지 그녀 곁에 있을 수도 없었다.


현장에 그가 협력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자 하나둘만 있었어도 상황은 달랐을 지도 모른다.


태경 또한 서설린과 같은 NR 능력자였다. 서설린의 요청이었다면 무시할 수 없었겠지.


태경은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견디기 힘들었다.


이건 아니었다. 무언가 할 필요가 있었다.

다시는 아라크네가 겪은 것과 같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면 만약의 상황을 위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항상 바쁜 케이나 부장 외의 다른 사람.

태경은 새로운 조력자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국가 공인 NR급의 매혹 이능 보유자니까.


"아무튼 이번에 고생했는데 뉴스는 보지 마. 좋은 얘기는 없으니까."


부장은 어두운 표정의 태경이 신경 쓰였는지 걱정의 말을 넌지시 던지며 사무실을 떠났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


태경은 자연스럽게 포털 메인에 들어가 뉴스 기사들의 제목을 확인했다.



- 협회의 3번째 SR급 빌런 체포, 성공!


- SR 빌런 체포 성공, 그러나 같은 날 풀려난 R급 빌런? 협회의 이상한 셈법


- 차단석 수급 불안정, 당분간 이어질 듯


- 빙제의 성공적인 국제 공조


- 빙제, 귀국하자마자 사건 해결



태경은 메인의 마지막 글을 클릭했다. 그곳의 댓글도 역시 부장이 말했던 날 선 댓글들이 가득했다.


[댓글]

- 역시 빙제 밖에 없다.

- 빙제가 혼자 탈출한 놈들을 전부 잡기 전까지 수용소는 뭐 하고 있던 거야? 진짜 무능하다. 믿을 건 빙제 뿐이네.

- 현장에 프레이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렇게 프레이가 업무보단 뉴스 기사 확인에 신경을 더 쓰고 있을 무렵,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업무가 많이 쌓여 계신가 봐요? 좀 도와 드릴까요?"


얼굴만 아는 옆사무실의 여직원이었다.

태경은 반사적으로 딱딱하게 답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러나 태경의 딱딱함에도 부장이 이미 말을 해 두었던 건지 그녀는 묘하게 적극적이었다.


"그래요? 저는 업무가 거의 다 끝나서요. 프레이님은 아직 많이 남으신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태경이 대화를 하면서도 곰곰이 떠올리는 건 이 직원의 이름이었다.


벌써 이 사무실에서 2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그것도 알지 못한다니. 분명 오며 가며 마주 치지 않았나.


그러나 기억해내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았다.


태경이 누군가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것은 상대가 매혹 능력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의 조사에 따르면 눈을 오래 마주치거나 웃음 짓기, 대화를 오래 하기는 가장 피해야 할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그가 해야 할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았다.


무례라고는 알고 있지만 그가 무례해서 매혹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건 서로에게 좋은 것이니까.


그렇게 태경이 주의를 하더라도 그와 만난 뒤로 사고를 치는 히어로들은 계속 생겼으니 더욱 그랬다.


"혹시 제 이름 모르세요? 프레이님?"


"능력은 아는데요. 섬광탄, 혹은 반짝이 가루님."


"우와, 사람한테 대놓고 반짝이가루라고 하는 것 좀 봐. 얼굴 믿고 그렇게 막말해도 되는 거예요?"


"그냥 주황 머리라고 불러드릴까요? 아님 오렌지?"


그러자 여직원은 표정을 약간 구기며 말했다.


"생각보다 재수 없는 캐릭터구나. 맨날 고개 숙이고 쭈구리 같이 인사하면서 다니길래 예의 바른 줄 알았는데."


"근데 저희 부장님 부탁으로 오신 건가요? 같은 층에서 오다가다 보긴 하지만 대화는 처음이잖아요. 괜찮으세요?"


"네, 저희 사무실에선 제가 정신저항이 제일 높거든요. 그래서 부탁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더라구요? 저는 정신 저항만 높은 편이거든요."


"그렇죠. 정신 저항은 높아봤자 쓸 일이 얼마 없으니까요."


"이것 때문에 그 유명한 프레이랑 같이 일한다? 완전 행운이잖아요. 그런데 그 프레이가 이렇게 밥맛인 줄은 또 몰랐네?


그러나 태경은 그녀의 한탄에도 단호했다.


"네. 그럼 얼른 일 끝내고 돌아가 주세요."


"아니, 사람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어딨어요."


그러나 그녀의 한탄은 계속 되지 못했다. 갑자기 사무실의 전화기가 요란스레 울렸기 때문이다.


"네, 제 3과 프레이입니다."


"어, 나 본부장인데. 위층으로 올라와."



올 게 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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