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최근연재일 :
2024.09.14 20:1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65
추천수 :
12
글자수 :
64,961

작성
24.09.07 21:00
조회
10
추천
1
글자
12쪽

7.

DUMMY






"아라크네님! 괜찮으신가요?"


간수와 함께 서둘러 달려온 프레이는 예상과 달리 편안히 앉아 있는 아라크네를 발견했다.


"걱정해준 거야? 난 멀쩡한데."


그러나 그녀가 태연히 말하는 것과 다르게 현장엔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녀의 뒤편엔 여기저기 부서진 건물 조각과 흩뿌려진 거미줄이 가득했다.


프레이가 걱정스레 현장을 둘러보는 눈치이자 아라크네는 뽐내듯 말했다.


"넌 진짜 운 좋은 줄 알아야 해. 내가 R급을 몇 명이나 잡은 줄 알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프레이를 보며 아라크네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근데, 내가 싸우다가 맘대로 몇 명 해치워 버렸다? 어쩔 수가 없었거든. 이 정돈 네가 나중에 커버 쳐줘야 해?"


"알겠습니다."


프레이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생각에 아라크네의 기여를 확인하면 협회도 그녀의 형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이번 사건에서 그녀의 도움은 컸다.


프레이가 말을 몇 마디 보태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R급 중에 남은 건 누가 있지? 대부분은 내가 잡은 것 같은데."


"혹시 플린트씨도 잡으셨나요?"


"아니."


"수용소장은 플린트를 가장 위험한 빌런으로 꼽고 있었어요. 먼저 플린트부터 찾아봐요."


플린트는 다른 R급과 다르게 차단석으로 도배된 조그만 독방에 혼자 갇혀 있었다.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간수실 바로 앞에 있어 대기 간수들이 뛰어오는 곳이 플린트의 독방이었다.


그러나 수용소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리고 수용소장과 함께 간수들이 뛰어나왔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조용히 열려 있던 플린트의 독방 문이었다.


"젠장, 감시하던 놈들은 뭘 하고 있던 거야!"


마치 잠에서 깬 미라처럼, 플린트는 독방에서 나와 나른하게 서 있었다.


양손을 묶던 수갑은 이미 바닥에 버려져 있었고 붕대 또한 다 풀린 채 팔에 걸쳐 있었다.


"문이 열리길래 또 다과회에 초대받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군?"


간수들이 총을 겨눈 채 플린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수용소장이 걸어 나와 말했다.


"다시 안으로 들아가라, 플린트."


"기왕 이렇게 나온 김에 다과회나 다시 여는 건 어때? 그럼 디저트 몇 개만 먹고 조용히 돌아가지."


"무슨 헛소리냐. 어서 돌아가."


"듣는 척이라도 하지 그래. 나처럼 다과회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네놈과 다과회를 즐기고 싶은 사람 따위 없다."


"섭섭하군. 하지만 프레이를 데려와 옆에 앉혀두면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플린트의 마지막 말은 간수들도 묘하게 수긍했다.


"닥치고 어서 돌아가!"


"너희 정말 너무하네. 내가 언제까지 너희의 떼쓰는 이야기를 납득해 줘야 하지?"


플린트는 본인의 팔을 X자로 교차해서 툭툭 쳤다.


그러자 팔이 부딪힌 곳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 올랐고 그 불꽃은 곧 팔 전체에 번져 그의 양팔을 불태웠다.


"나는 플린트인데."


플린트가 상대를 향해 투구하듯 팔을 휘두르자 불구덩이가 쏘아져 나갔다.


"방화대!"


그러나 간수들의 대응은 기민했다. 총을 겨누던 간수들과 수용소장이 뒤로 사라지며 방패와 방화복을 껴입은 간수들이 일선에 나섰다.


불구덩이는 방패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고 방패벽은 그을린 흔적 외엔 멀쩡했다.


"널 위해 방패와 방화복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널 막기 위해 준비된 전담부대니까."


플린트는 연이어 불구덩이 몇 개를 던졌지만 방패벽은 끄떡없었다.


"전진!"


오히려 방패벽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육중한 방화복을 입은 간수들은 발걸음은 일사불란했다.


플린트는 계속해서 불꽃을 내던졌지만 앞선 간수들은 불덩이에 구부러진 방패를 새로운 방패로 바꿔끼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갔다.


"준비 열심히 했네."


플린트는 불구덩이가 별 효과가 없자 그들의 발 앞과 벽면에 불꽃을 흩뿌려 던졌다.


그러자 불꽃은 돌바닥과 벽을 마치 불쏘시개처럼 잡아먹으며 활활 타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올라오자 스프링 쿨러가 터지며 천장에서 물이 뿌려졌지만 불꽃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거기서 불이나 끄지 그래."


전진해 오는 방패부대를 저지한 플린트는 조용히 자리에서 떠나려 했지만 간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방화대! 진입!"


투척용 소화기가 터지며 방화복을 껴입은 간수들이 그대로 불꽃을 뛰어넘어 들어온 것이다.


"플린트! 얌전히 수감실로 돌아가라! 네놈이 사회에 풀렸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너도 잘 알지 않나!"


"닥쳐. 너희는 그냥 다 잡아 처넣으면 그만이겠지."


"물대포! 준비됐으면 당장 쏴!"


"발사!"


소장의 명령과 함께 강력한 물줄기 하나가 플린트를 꿰뚫었다.


굉음과 함께 쏘아진 물줄기는 강력했다.

인간이 아니라 나무 문도 가볍게 부술 수 있는 파워였다.


배에 정확히 명중 당한 플린트는 허리가 반으로 접힌 채 바닥을 뒹굴었다.


간수들은 플린트가 구르다 못해 벽에 처박혀 움직임이 없는데도 물대포를 멈추지 않았다.


들끓던 팔의 화염도 수증기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 플린트는 몸에서 수증기와 연기만 피어오른 채로 미동 하나 없었다.


"중지! 중지! 통로 정리하고 플린트 상태부터 확인해."


방화복을 입은 간수 하나가 플린트를 확인하러 그에게 천천히 다가 갔다.


그리고 상태를 확인하려던 간수가 다가오자 플린트가 벌떡 일어났다.


"좋아! 계속해 봐!"


일어난 플린트가 팔을 X자로 교차해 다시 툭툭 치자 자욱한 수증기와 열기가 폭발하듯 그들을 덮쳤다.


갑작스레 몰려든 열기 폭풍에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어진 간수들은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폭풍이 잦아들었을 때 그들 앞에 보인 것은 선 채로 까맣게 탄 간수의 시체와 온몸에 불이 붙은 플린트였다.


"물대포!"


"두 번은 안 당하지."


플린트는 물줄기를 피하며 불구덩이를 방패벽 너머로 연이어 쏘아 댔다.


방어선은 수증기 폭풍에 이미 흐트러져 있었고 그사이로 날아든 불덩이는 간수들을 초토화시켰다.


심지어 플린트의 노림수였는지 불덩이 하나가 소방호스에 정확히 맞으며 물줄기가 터져 나갔다. 플린트를 향한 물대포가 시들해지며 곳곳에서 다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방화대, 이렇게 된 이상 근접전으로 직접 진압한다! 전원 돌진!"


명령과 함께 방화복을 입은 간수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목숨을 도외시하고 불꽃 사이로 달려드는 간수들의 기세는 플린트라도 두려울 만한 것이었다.


"좋아. 이것도 막아봐."


그때 플린트는 불타는 팔 두 짝을 벽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불타오르던 벽이 끓는 용광로처럼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사격대!"


토하듯 외치는 소장의 명령과 함께 뒷선에 대기하던 소총수들이 총을 쏘아 댔다.


연기와 불꽃이 자욱해 시야를 가렸지만 운이 따랐는지 총알 한 발이 플린트의 어깨를 관통했다.


그러나 플린트는 총알에 맞아도 벽에 박은 팔을 빼지 않았다.


벽은 점점 더 빛나고 있었고 벽에서 이젠 끼이익거리는 소음마저 새어 나왔다. 플린트는 웃으며 말했다.


"죽어."


그리고 건물이 폭발했다.



**



소리를 듣고 건물 밖으로 나온 프레이와 아라크네에게 보인 것은 까맣게 탄 흔적만 남은 수용소 건물터였다.


인위적으로 건물 한 동만 철거한 것처럼 수용소 한동은 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단지 옆에 세워진 수용소 옆동의 그을린 흔적과 모든 창문이 깨어지고 창살이 휘어진 풍경만이 이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폭발이 있고 나자 수용소에 있던 모든 빌런들은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하기 시작했다.


"당장 나가!"


"그쪽 구부러진 창살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레이고 뭐고, 죽게 생겼다. 우선 도망부터 가자."


이미 수감실에서 빠져나온 빌런과 아직 탈출하지 못한 빌런을 가리지 않고 전부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탈출극.


"아라크네씨, 부탁드릴게요."


아라크네는 빌런들이 탈출하려던 창문에 거미줄을 뿌렸다.


순식간에 건물 창문이 거미줄로 뒤덮였고 이어 도망가는 빌런들에게도 거미줄이 쏘아졌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빌런들은 갑작스레 뒤에서 쏘아진 거미줄에 속수무책으로 묶였다.


그렇게 프레이는 아라크네를 따라 탈출 빌런들을 붙잡는 와중 익숙한 인물을 발견했다.


불타는 손으로 따뜻한 도넛을 먹으며 느긋이 걸어가고 있는 플린트였다.


"플린트, 멈추세요!"


"뭐야, 또 프레이랑 아라크네냐?"


"능력 사용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수감실로 돌아가세요."


"지금은 기분이 좋으니 그냥 보내줄 때 가라."


"수감실로 다시 돌아가세요."


그 말을 들은 플린트는 본인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엔 폭발로 검은 그을음만 남긴 채 사라진 수용소가 있었다.


"나한테 그 말을 했던 간수는 전부 저 뒤 잿가루로 흩날리고 있는 것 아나?"


프레이는 플린트의 협박에도 꿋꿋했다.


"역시 이전의 폭발은 당신이 했나 보군요. 당신도 빌런들의 탈출 계획에 합류한 건가요?"


그러자 플린트는 불타는 손을 치켜들어 프레이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말했다.


"날 네 얼굴에 정신 팔린 다른 놈년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나는 디저트를 먹으러 갈 거니까 길을 비켜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 말을 저나 간수들이 납득할 거라 생각하셨나요?"


"납득하던 말던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갈 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위해 사람을 불태우는 걸 빌런이라고 부릅니다."


플린트는 프레이의 말이 가소롭다는 듯 남은 도넛을 씹어먹으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너희의 빌런이란 꼬리표가 우습다. 처음 이곳에 잡혀 들어올 때도 난 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있었을 뿐이거

든."


프레이는 진심으로 물었다.


"당신은 본인의 능력으로 인해 불타죽은 사람에게 어떠한 미안함도 느끼지 않습니까?"


"반대로 묻지. 넌 너의 능력으로 히어로라 불리던 자들이 타락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내가 입힌 피해만큼 네가 타락시킨 이들로 인해 피해가 큰 걸로 알고 있는데?"


플린트의 지적에 프레이가 움찔했다. 갑작스레 찔러 들어온 그의 말이 프레이 명치 깊숙이 박혔다.


"왜 넌 마음껏 능력을 사용하면서 사고를 쳐도 히어로라고 불리면서 어째서 날 빌런이라고 부르는 거지? 단지 개화한 능력의 차이가 전부 아닌가?"


프레이는 되뇌었다.


나의 능력은 단지 칼이다.

어쩌며 독이거나.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이다.

협회 교육에서 질리도록 듣지 않았나.


"그렇다면 플린트씨, 지금이라도 능력 사용을 멈추고 차라리 그 능력으로 탈출 빌런을 붙잡는 걸 도와주세요.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변호해드리겠습니다."


플린트는 여전히 코웃음 치며 말했다.


"마음대로 폭발물 취급을 하다가, 이젠 정의의 사도 노릇도 하라고? 네가 말하는 히어로라는 건 그런 것인가보군."


그렇게 말하던 사이, 프레이의 뒤에 아라크네가 다가와 말했다.


"프레이, 시간 잘 끌고 있었네? 도망치던 놈들은 어느 정도 잡았어. 이미 멀리 가 버린 애들 말고 남은 건 얘뿐이야."


플린트는 아라크네의 이야기에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래. 결국 네놈들이 하는 짓은 힘의 증명이겠지. 이전 다과회를 봐서 대화해주는 건 여기까지다. 덤벼라."


플린트의 양쪽 팔이 다시 불타 올랐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2. 24.09.14 2 0 11쪽
11 11. 24.09.13 6 1 11쪽
10 10. 24.09.10 8 1 11쪽
9 9. 24.09.10 8 1 12쪽
8 8. 24.09.08 8 1 13쪽
» 7. 24.09.07 11 1 12쪽
6 6. 24.09.06 9 1 12쪽
5 5. 24.09.05 14 1 12쪽
4 4. 24.09.04 20 1 11쪽
3 3. 24.09.03 18 1 14쪽
2 2. 24.09.03 23 1 12쪽
1 1. 24.09.03 39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