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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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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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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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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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자리로 돌아온 태경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는 오렌지씨와 함께 차근차근 업무를 해나갔다.


원래라면 혼자 한 주를 통째로 날려야 했던 업무는 보기보다 뛰어난 그녀의 능력으로 인해 며칠 만에 마무리되고 있었다.


"오렌지씨, 거기 서류 있던 건 정리가 다 끝나셨나요?"


"제 네임, 오렌지가 아니라 비비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서류 다 끝나셨냐구요, 주황 머리님."


"네. 다 끝났습니다. 밥맛씨."


"프레이야, 네가 그렇게 밥맛처럼 구는 데 티키타카 잘되는 거 보니까 비비씨도 매혹 당하기까지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너 이제 보조 없이 혼자 일해야 하는 거 아니냐?"


뒤에서 지켜보던 과장이 태클을 걸었지만 비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휴, 과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일도 다 끝나서 곧 다시 사무실로 돌아갈 거예요. 케이님도 한 외모 하시니까 근무하는 김에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예 못 보고 가서 아쉽긴 하네요."


"뭐, 비비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조심해요. 프레이는 독버섯 같은 애라. 금세 매혹 되거든요."


사람한테 독버섯이라니. 태경은 과장의 비유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대꾸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했다.


그리고 밀린 업무가 차츰 마무리될 쯤, 사무실의 유리문을 똑똑 두드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프레이 씨 계신가요."


유난히 긴 팔다리 때문에 허리 숙여 문으로 들어 온 남자는 창백한 하얀 피부에 짙은 다크서클로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누구시죠? 키가 엄청 크신데 중절모까지 쓰시니까 분위기가 굉장히 특이하시네요. 협회에 이런 분이 계셨다면 제가 분명 기억하고 있을 텐데."


비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건넸다.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비비의 키가 작은 탓인지 남자의 신장이 더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장신의 남자는 예상보다 상냥한 말투로 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모자를 쓰고 있던 걸 깜빡했네요."


모자를 벗은 남자의 머리는 깔끔한 민머리였다. 그러나 그 창백한 피부색 때문인지 그의 의도와 다르게 모자를 벗은 게 더 섬뜩한 느낌이었다.


"프레이님은 진 본부장님께 말씀 못 들으셨나요? 이번 선별시험에서 프레이님을 돕게 된 R급 사이코메트러, 에그맨입니다."


태경은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본부장의 말을 되짚어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 분이셨구나. 시험을 도와주실 분이 오신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네. 전 평소엔 외부에서 사설 탐정 일을 주로 하는 편이라 히어로협회 분들 중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도 많으십니다. 제 인상 때문에 조금 당황하셨죠?"


에그맨의 물음에 비비는 황급히 자리를 비켜 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방금 마시고 와서요."


에그맨은 비비를 지나쳐 자연스럽게 태경 옆의 빈 책상에 앉았다. 그것이 태경의 마음에 들지 않은 건 당연했다.


본부장이 보낸 사람이자 그의 감시자. 태경이 그의 앞에서 뭔가 크게 실수했다간 그대로 본부장에 귀에 들어갈 것이고 본부장은 그를 해저 수용소로 보낼 것이다.


해저수용소라니. 이능 범죄자 중에서도 질 나쁜 놈들만 가득한 곳이지 않은가. 그런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자신이 그곳에 가야 하나. 태경은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프레이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에그맨이 내미는 손 또한 마주 잡기 싫은 건 당연했다. 가죽 장갑을 꼈지만 손목만 보아도 마치 병충해로 마른 고목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뒤에서 작지만 단단하고 엄한 어른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사이코메트리 손은 함부로 잡는 거 아니야."


"아, 부장님도 계셨군요? 바쁘셔서 자리에 안 계실 줄 알았습니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작아서 안 보였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부장의 말에 비비는 푸흡 하며 입에서 마시던 것을 살짝 뿜어냈지만 부장은 무시한 채 계속 말했다.


"애초에 몸값이 꽤나 비싸지 않았나? 협회 예산으로 에그맨을 고용하긴 턱없이 부족했을 텐데?"


"제가 본부장님께 개인적으로 빚이 좀 있어서 말이죠. 뉴스를 듣고 협회를 도와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연락을 주셨더라구요."


"어이구? 히어로 나셨네. 아주 외부 활동 다 관두고 다시 협회로 돌아오지 그래?"


"하하, 그건 좀 곤란합니다. 제가 일이 좀 바빠서요."


"기대도 안 했어. 아무튼 어린 친구들한테 헛수작 부리지 마."


"알겠습니다. 이해합니다. 그치만 제가 장갑을 끼고 있으면 읽지 못하거든요. 그렇게 경계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 모르는 건 비비양이나 프레이한테 물어보고. 나한텐 절대 능력 쓸 생각하지 말라고. 혹시라도 나한테 썼다간 본부장님이랑 면담하러 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그렇게 부장과 에그맨이 한창 떠드는 도중 비비가 슬쩍 다가와 태경에게 속삭였다.


"부장님이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신데요? R급 사이코메트리가 흔치 않다지만 요즘은 꽤 늘었는데 기분 나쁜 이미지는 여전한가 봐요. 물론 에그맨씨가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요."


"미안한데 나도 기분 나쁘니까 저리 떨어져줄래?"


"네? 프레이 씨도 사이코메트리를 안 좋아하나요?"


"아니. 네가 기분 나쁘다고."


"참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비비를 뒤로한 채 태경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선별 시험을 위해선 그와 어느 정도 협력해야 할 텐데. 그와 잘 협력할 수 있을까. 태경은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선별 시험을 시작하고 나면 그는 자신의 사람을 만들어야 했다.


숨어 있을지 모를 스파이마저 찾아서 변절시켜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에그맨을 그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 또한 좋은 연습이 되지 않을까.


태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에그맨님은 선별 시험에 관해 생각해 두신 게 있나요? 저는 제가 NR급으로 확인된 이후 거의 반강제로 협회에 들어오게 되어서 선별 시험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건 제가 묻고 싶네요. 태경님은 원하는 시험 방식이 있으신가요?"


"우선 이전과같이 1차 시험은 간단한 필기시험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출제진들이나 현장 시험관들도 평이 좋았으니 많이 활용하면 좋을 것 같고요."


"좋아요. 현장 시험관들 중엔 바쁘거나 높은 명성에도 기꺼이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많으시니까요."


"저는 우선 제 능력에 너무 크게 당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싶습니다. 제 능력 때문에 히어로가 된다면 사고를 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요. 돈을 보고 협회에 들어온 것보다 더 쉽게 사고를 칠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여기 제가 가져온 자료 를 한 번 보시죠. 그동안 협회가 치른 선별시험에 대해 정리된 표입니다. 26페이지를 보시면..."


에그맨은 외부에서 오래 있었다는 말과는 다르게 선별 시험에 대해 빠삭했다. 이것이 일반인에게 비싼 의뢰비를 받고 일하는 이능력자의 방식인 걸까. 태경이 평소 봐 왔던 히어로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이었다.


그리고 쌓였던 업무가 대충 마무리된 비비가 한참 열심히 설명하는 에그맨의 옆에서 흥미로운 듯 말했다.


"정말 설명을 잘하시네요. 에그맨님도 힘드셨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이코메트리형에 관한 편견도 있고 외형도 키가 크셔서 처음 뵀을 땐 이렇게 일을 잘하시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나 에그맨은 한참 설명하던 것이 비비의 이야기에 끊겼는데도 아무 대답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섬뜩하게 자란 고목 나무의 느낌. 그 눈동자는 속을 알 수 없이 공허했다.


에그맨이 비비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태경이 이상하게 여기자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답했다.


"그런가요."


"아하하하. 그런 일이 별로 없으셨나 봐요. 아니면 생각에 깊게 빠져 계신 타입이신가?"


비비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하자 에그맨은 별일 아니라는 듯 느긋이 답했다.


"함께 일하다 보면 그런 편견은 많이 사라지니까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


최근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히어로협회의 선별 시험이었다.


히어로라는 건 일종의 사명감 혹은 강제성으로 하는 것에 가까울 뿐, 이능력자들에게 전혀 인기 있는 직종은 아니었지만 이번 선별 시험은 달랐다.


오랜만에 언론에 등장한 프레이가 직접 모집 홍보를 나서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엔 아예 시험을 직접 주관한다고 협회가 공인하면서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을 이미 전에 보았던 많은 이능력자들이 그를 다시 보고 싶다며 선별 시험을 신청했다.


어떤 이능력자들은 프레이의 얼굴만 보고 떨어지더라도 이득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언론과 연예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히어로. 그가 다시 이슈가 되자 그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저런 반응일까.


흔히 프레이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프레이를 직접 본 사람의 경험담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은 이것이었다.


[ 프레이를 보고 난 여자는 둘로 나뉜다.


이상형으로 프레이만 떠오르는 사람

그리고

이상형으로 프레이가 떠오르지 않는 척하는 사람 ]


그리고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꽤 있었다. 참가번호 1763번, N급 능력자 나무새의 입장이 그랬다.


"어차피 프레이 한 번 보고 집에 가고 싶어 할 거면서 왜 이렇게들 많이 신청했냐고!"


어렸을 때부터 히어로가 되기를 꿈꿔왔던 그는 이능력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이번 시험에 응시했다. 그의 동기 중엔 졸업하자마자 여러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러브콜을 받아 업혀 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는 졸업 전부터 쭉 히어로 협회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공개 선별 시험이 히어로 협회에 들어가는 보통의 방법이었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R급의 경우나, 협회 내부의 추천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그에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전까진 공개 선별 시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히어로 협회는 워낙 험하고 바빠 N급이라도 꽤나 잘 받아주는 곳 중에 하나였으니까. 오히려 뽑히고 난 뒤 잘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번 시험 전까진 말이다.


"망할 프레이."


나무새는 프레이에 대해 작게 욕한 뒤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은 그의 모교인 이능 아카데미. 현장엔 이미 사람이 굉장히 북적이고 있었다.


1차로 치러진 필기시험에서 많이들 떨어졌으면 좋았으련만. 이능 상식 수준의 난이도에 떨어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자 나온 곳은 거대한 실내체육관 입구였다.


사람들이 체육관에 들어가지 않은 채 입구에 서성이고 있자 어디선가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이 확성기를 들고 걸어와 크게 소리쳤다.


"오늘 첫 번째 시험은 프레이님이 주관하십니다! 참가자분들은 체육관 앞에서 차례로 대기해주세요!"


"오?"


여기저기서 참가자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작가의말

10월에 글로세움이라는 문피아 이벤트가 있다는 걸 오늘 봤습니다 ㅠㅠ


시기가 딱 맞은 기회인 만큼 참여하고 싶은데
참여 전에 이전 연재글을 삭제해야 한다는 공지가 있어서
9월 중순까지만 연재하고 

이후 연재분은 10월에 한꺼번에 글로세움에 참여하면서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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