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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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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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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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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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본부장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하자 태경은 자신도 모르게 손발에 힘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태경의 손에서 땀이 베어나오고 심장 또한 더욱 거세게 뛰었다.


만나서 본부장이 그를 문책하며 할 말은 뻔했다.


분명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겠지.

그러나 정말 전부 태경의 탓일까. 수용소에는 지원다운 지원 하나 못 받았지 않나.


태경은 억울했다.

할 말도 많았다.


본부장이 뭐라 한다면 그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태경은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 뒤에 앉아 있는 본부장은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심지어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웃어?

태경은 어이가 없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할 말이 많은가 보군. 힘들었나? 나도 알지. 하지만 자네에게 갈 지원을 체포 현장에서 썼기에 SR을 무사히 잡을 수 있었던 것이야."


아무래도 SR체포가 기분 좋았던 모양인지 본부장은 그를 탓하는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태경은 본부장이 기분이 좋아 보이는 틈을 타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혹시 아라크네는 어떻게 된 지 아시나요?"


"아라크네? 아, 서설린이 구해 온 협력자를 말하는 건가? 내가 알기론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의식은 없지만 생명에 큰 지장은 없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의식을 되찾으면 우리 협회의 협력자 프로그램에 따라 조치 받을 거다."


"제가 면담을 갈 수는 없을까요?"


"저런. 또 병원을 난장판으로 만들려고? 능력도 강해졌다면서 어디를 자꾸 나가려고. 그녀는 이제 협력자 프로그램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받을 것이기 때문에 네가 원한다고 함부로 만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야."


"그래도 의식을 되찾는다면 면담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고려는 해 보지. 그것보다 혼자 현장을 맡아보니 어땠나."


태경은 답을 고민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본부장 앞이라도 실수를 했다간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몰랐으니까.


그러나 태경이 답할 말을 고르는 사이, 본부장은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는 억울하겠지만, 대부분의 NR급들은 성인이 되기 전, 심지어 미취학 아동일 때에도 그 정도 사건은 쉽게 정리하곤 했어."


"유년기를 그렇게 희생한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협회가 있는 거고요?"


태경의 비꼼에도 본부장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 협회는 부끄럽게 알고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그래서 자네를 현장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기도 해. 그게 불만이었던 거 같지만."


"그건 불만이 아닙니다. 단지, 제가 NR급이 아니라 R급 대우도 못 받는 것 같다고 느낄 때는 있습니다."


"수치만 나오고 이름표만 단다고 진짜 NR급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자네가 카메라 앞에서 벌였던 행동들 때문에라도 협회 내에서 좀 더 중요도 높은 임무들을 줄까 했는데, 이번 수용소도 결국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 했잖아?"


태경은 본부장이 그를 뻔히 보이게 자극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불합리했습니다. 저는 제 역량 밖이라고 저는 분명히 보고 드렸습니다."


"역량 평가는 자네가 하는 게 아니야. 협회와 초능력청이 하는 거지. 협회는 프레이가 혼자 수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다고 제 모든 요청을 묵살한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부 묵살하진 않았네."


"묵살하지 않았으면 어째서."


본부장은 태경의 말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


"SR 체포에 쓰던 인력 중 일부는 틈틈이 네 쪽도 확인했다. 애초에 프레이를 혼자 내버려 뒀다간 내가 무슨 소리를 듣겠나. 서설린이 귀국하자마자 수용소에 도착한 게 우연이라 생각하진 않겠지?"


갑작스레 서설린의 등장이 그런 이유였을까.

그러나 태경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수용소에 히어로를 보내주실 수 있던 것 아니었나요?"


"SR 체포 도중에 예정보다 많은 R급을 수용소 방향으로 배치했었다. 사건이 생긴다면 바로 보낼 수 있도록 말이야."


본부장은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SR이 도망치는 타이밍과 딱 맞춰서 수용소에서도 문제가 생기더군. 당연히 현장에선 SR 체포를 우선시 했고 수용소 사건은 조기에 진압되지 않았지. 신기하지 않나?"


태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SR 체포는 인력을 많이 쓰긴 했어도 기밀이었는데 말이지. 내부에 프락치가 있어. 하나둘도 아니고 여럿."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안하지만 자네는 능력 때문인지 연기가 서툰 게 티나서 말이야.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협회 내에서 프레이의 평가는 더 떨어졌어. 이름만 NR, 능력 컨트롤과 활용도 제로인 사건 발생기, 빌런 메이커 같은 거 말이야. 이제 맡길 수 있는 사건 현장 같은 건 드물겠지."


결국 말하려는 것은 이거였나. 처음부터 기대도 안 하는 것을 온몸으로 티내놓고선 돌돌 돌려서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경은 욱하는 마음에 본부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다시 사무직으로나 돌려보내주시죠. 카메라 앞에 나올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물고 박혀 있어라, 이 말 아니신가요?"


그러나 본부장은 온화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럴까? 그런데 자네가 저지른 일이 하나 더 있지 않나. 선발대회. 협회 내에선 이건 아직 자네한테 남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


"기회를 한 번 더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기회를 주는 것 이상이네. 아예 이번 선발은 전적으로 자네한테 맡기려 해. 이번에 뽑힌 기수들은 자네 이름을 달고 협회에 들어오는 거지. 아마 프레이 1기, 그렇게 불릴 수도 있겠군."


"예?"


태경은 갑자기 진행되는 이야기에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은 맞는지 헷갈렸다.


"그러니까 자네가 책임지고 시험장에 들어가서 관리하게. 자격과 권한은 적당히 넘겨줄 테니."


무능력자라고 했다가 갑작스레 이러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경은 의문이 가득했다.


물론 태경에겐 좋은 소리는 맞았다. 그 또한 협회 내에 새로운 이능력자 지인을 만들고 싶어 했으니까.


"맡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는 아까 말했던 프락치 때문이다. 이번 선별에서도 프락치가 들어올 것 같아서 말이지. 만약 그렇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확인해서 자네 능력으로 이중간첩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는 뭐죠?"


"솔직히 말하자면, 두 번째는 그냥 자네를 감옥에 넣고 싶어서야."


본부장은 웃는 얼굴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태연하게 말을 내뱉었다.


태경은 그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의심하게 되었다.


"나는 말이야, 이번에도 자네가 사건을 터뜨리면 프레이를 해저 수용소에 넣자고 건의할 생각이야. 자네를 관리하는데 쓸데없이 협회의 자원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거든."


"그게 진짜 본심이군요?"


"그래. 지금까진 협회 내부에 자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많았어. 프레이는 아무튼 국가에 몇 없는 NR급 인재니까. 지금처럼 가둬두는 걸 전부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저는 협회에 꼼짝 못 하고 잡혀 있었죠?"


"협회는 자네가 능력을 온전히 다룰 수 있을 때까진 갇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러고선 본부장은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난 다르네. 자네 같이 제어 안 되는 NR급은 그냥 해저에 박혀 있는 게 옳아. 모두를 위해. 너를 포함해서 말이야."


태경은 답답하고 동시에 억울했다.


협회에 들어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자기 윗사람이란 인간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그걸 본부장님 혼자서 판단하고 행동하시는 겁니까?"


"나 혼자든 아니든 상관없다네. 선별시험에서 자네가 또 사건을 터뜨린다면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그렇게 될 거야. 빌런 메이커는 이미 너무 유명해졌어."


그리고 본부장은 이미 다 보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사건은 터지겠지. 왜냐면 어차피 자네 능력이 그런 꼴이니까. 그때가 된다면 자네도 인정하게 될 거야."


태경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십쇼! 차단석 가면도 제대로 안 챙겨 주고서 현장에 밀어 넣고선 무책임하게 그딴 말이 나오십니까?"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인가? 끝났으면 내려가게."


태경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마음 같아선 본부장의 면상에 한 대 꽂아주고 싶었다.


물론 지금의 본부장 또한 SR의 남자. NR급이지만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비슷한 그가 무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뒤돌아 나가는 태경을 향해 본부장이 덧붙여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안 챙겨 준다고 자꾸 그러는데 이번 선별에는 아예 처음부터 인력을 더 붙여줄 거야. 자네가 덜 억울하도록 말이야. 사건이 터지면 수습할 사람도 필요할 거고. 그렇지만 한 가지 알아두도록 해. 나는 원래는 이렇게 일하지 않아. 히어로는 언제나 부족해. 부족하다는 사람 모두에게 보내줄 순 없는 법이야."


태경은 당당히 말하는 본부장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 부족한 히어로를 보충한 사람이 자신 아닌가. 그렇다면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할 판인데.


그런 태경의 속마음을 꿰뚫듯 본부장은 덧붙였다.


"이번에 모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히어로가 된다 해도 자네 때문에 히어로에서 빌런이 된 사람이 우리한테 훨씬 치명적이었으니까 말이야."


태경이 나갈 때까지 본부장의 말은 이어졌다.


"유혹을 써가면서 놈들이 얼마나 제대로 히어로가 될 지 판단해 보게. 지금껏 벌였던 사건 수라면 이젠 사람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생겨야지."


태경은 문으로 나가기 전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협회 생활도 벌써 몇 년째, 본부장이 하는 말의 뜻은 대강 해석은 할 수 있었다.


본부장은 결국 지금까지 태경 때문에 히어로들이 빌런이 되거나 사고를 치고 사라진 만큼, 그가 다시 보충해 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굳이 나가는 길에도 이전 사고를 언급한 것이겠지.


엘리베이터에 타고 조용히 한숨을 돌린 태경은 나지막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씨발럼."




***



그 시간, 어디선가 태경의 혼잣말을 조용히 듣고선 보고하는 존재가 있었다.


"프레이가 진 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에서 씨발럼이라 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걔 재수 없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니까."


"이번 SR 체포로 인해 당분간 진 본부장의 발언력이 강할 터라 어쩔 수 없습니다. 조용히 지켜보는 수 밖에요."


"우리 프레이, 당분간 고생 좀 하겠네?"


"우리 프레이라니. 표현 조심해주십시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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