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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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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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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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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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플린트는 불타오르는 팔에서 곧장 불구덩이를 날려댔다.


프레이는 옆으로 구르며 하나를 간신히 피했지만 연이어서 불구덩이 세 개가 그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아이 씨!"


뒤에 있던 아라크네는 거미줄로 프레이를 다급히 잡아끌었다. 프레이는 뒤로 훅 끌려가며 쏟아진 불덩이는 빈 바닥에서 터졌다.


아라크네는 화가 난 듯 플린트에게 소리쳤다.


"야! 싸우기 전에 자기소개하는 게 국룰인 거 몰라?"


플린트를 화내는 아라크네를 비웃으며 말했다.


"혹시 이게 기사도를 존중하는 빌런 결투 같은 거였나?"


"프레이! 넌 방해되니까 어디 숨어 있어!"


아라크네의 일갈에 프레이는 황급히 일어나 뒤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플린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멀어지는 프레이의 뒤쪽으로 불구덩이를 던졌다.


"도망치는 거 맞나, 지금?"


프레이의 머리 너머 떨어진 불꽃들은 불의 장막이 되어 길을 막았다. 이제 뒤로 달려 전투지를 벗어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이어 플린트가 다시금 불꽃을 프레이에게 던지려던 찰나, 돌멩이 하나가 플린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플린트는 날리려던 불꽃으로 돌멩이를 맞춰 각도를 틀고선 돌멩이가 날아온 곳으로 시야를 돌렸다.


그곳엔 돌멩이를 거미줄에 붙여 빙빙 돌리며 그를 노려보는 아라크네가 있었다.


플린트는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자꾸 그를 결투에서 제외시키려 하지? 나한테 잘난 척 설교를 했다면 힘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라크네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말했다.


"언제부터 설교를 하고 나면 불타는 인간이랑 맨몸으로 싸워야 했는지 모르겠는데. 쟤가 너랑 싸우다 얼굴에 불똥이 튀기라도 하면 전국가적인 손해라서 말이야."


"우습지도 않군. 그럼 넌 좀 불타도 되나?"


"할 수 있으면 해 보던가."


플린트는 약간 짜증이 난 듯, 아라크네를 향해 팔을 크게 털었다.


그러자 마치 불붙은 기름병을 공중에서 쏟아 내듯 사방으로 불꽃이 튀며 아라크네를 덮쳤다.


"네 피부가 불에 일그러져도 히어로 나부랭이가 여전히 좋아해 줄지 의문이군. 안 그래?"


그러나 온 사방을 덮친 불꽃이 바닥에 닿았을 때 아라크네는 어디에도 없었다.


"네 뒤야, 병신."


욕설과 함께 플린트를 향해 또다시 돌멩이가 날아왔다. 그는 이번 돌멩이는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맞았다.


심지어 맞은 부위는 피가 터지며 불꽃이 꺼졌다. 이미 다친 부위가 다시 터진 듯 보였다. 누가 보아도 중상의 상처였다.


"어때? "


"따끔하군. 엥엥거리는 게 거미라기보단 모기 꼴 아닌가?"


"맞아. 너 같이 느려터진 놈은 평생 못 잡을걸?"


"한 번 보지."


다시 플린트가 불꽃을 던지자 아라크네는 먼 바닥에 거미줄을 붙이고 잡아당기며 탄성을 이용해 단숨에 멀어졌다.


"신기하게 이동하는군. 근데 나한텐 인질이 있거든."


"이 새끼가!"


프레이는 길게 뿌려진 불꽃 장벽의 옆을 따라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 플린트의 불구덩이 범위 안이었다는 점이다.


플린트는 불꽃이 약해진 한쪽 팔로 다른 팔을 붙잡고 프레이의 머리 위를 향해 조준했다. 붙잡은 팔에서 타닥타닥하는 장작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한결 강렬하게 불타오르며 열기가 응축되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응축 뒤에 마치 대포와 같은 폭발음이 터졌다. 귀가 먹먹한 굉음과 함께 쏘아진 것은 그동안의 어떤 것보다 거대한 불덩이였다.


프레이는 머리 위로 날아오는 불덩이를 보고선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의 앞은 이미 불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고 불구덩이는 피할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야!"


그리고 프레이가 불구덩이 앞에서 멍하니 멈춰있을 찰나, 그를 덮치듯 아라크네가 날아와 그를 껴안으며 불의 장벽을 그대로 넘어 뒹굴었다.


곧이어 불의 장벽이 흔들리다 못해 터져 나갈만큼 큰 폭발과 열폭풍이 그들 뒤를 휩쓸었다.


아라크네의 품에 안긴 프레이에게도 느껴질 만큼 후끈한 공기가 그들을 몰아친 뒤, 눈을 뜬 프레이에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한쪽 눈을 찡그린 얼굴의 아라크네였다.


"야, 괜찮냐?"


껴안은 둘 사이도 겨우 분간될 정도로 검은 주변은 연기가 자욱했다. 심지어 아라크네의 붉은 머리칼은 불꽃에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머리카락 탄내가 프레이의 코를 스쳤다.


"전 괜찮습니다. 괜찮으세요?"


"진작 도망치라니까. 왜 얼쩡거리고 있냐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방금, 아라크네님이 저보다 훨씬 더 히어로 같으셨어요."


"웃기는 소리. 고마우면 내가 히어로 같다는 거지 같은 말은 하지 마라. 난 그냥 환자랑 데이트하고 싶지 않았던 거니까."


"알겠습니다."


"근데 죽겠다, 정말로."


아라크네가 앓는 소리를 하자 프레이는 서둘러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와 부상을 확인했다.


그러나 바로 화염을 몸으로 뚫고 폭발이 등 뒤에서 터졌던 것치곤 아라크네의 외견은 멀쩡했다.


그 이유는 장벽을 넘는 찰나의 순간에 아라크네가 여러 겹의 거미줄을 마치 두꺼운 망토처럼 펼쳐 그녀와 프레이를 덮었기 때문이다.


거미줄 망토가 만든 겹겹의 층은 둘을 화염의 열기에서 보호했다.


물론 이후의 열기 폭풍과 폭발로 인해 거미줄은 대부분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지만 아라크네가 입은 피해는 단지 망토로 가리지 못한 일부 머리카락이 타버린 것뿐이었다.


"아아, 내가 붉은 머리칼을 관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한순간에 폭탄 맞은 곱슬머리가 되어 버렸잖아. 겁나 우울해!"


프레이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 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곱슬머리가 된 그녀 또한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여전히 괜찮으세요.웨이브가 나름 잘 어울립니다."


"그래, 이렇게 불탄 머리나 관리 열심히 했던 머리나 너한텐 비슷해 보였다 이거지?"


아라크네의 날카로운 눈빛에 프레이가 당황하던 찰나, 연기를 걷어내며 플린트가 다시 등장했다.


"장난은 다 쳤나? 보아하니 이전 공격은 너무 미지근했나 보군."


플린트는 팔에 다시 한번 화염을 응축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아라크네는 아직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상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이전과 같은 공격을 맞는다면 어떤 꼴이 될지 뻔했다.


"잘 가라."


"프레이님! 고개 숙이십쇼!"


그때 연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레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자 이어 머리 위로 총격이 빗발쳤다.


플린트는 공격에 쓰려던 불타는 팔을 방패처럼 세웠다. 그러자 총알은 팔을 뚫지 못하고 불꽃에 막혔다.


"또 간수들인가? 이제 아까처럼 쉽게 맞을 일은 없을 텐데."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 탄환 하나가 그의 불꽃을 뚫고 팔에 박혔다. 한창 불타던 팔에서 불꽃이 픽하고 꺼지며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이런. 차단석 탄환을 섞어뒀나?"


"플린트! 얌전히 투항해라!"


울려 퍼지는 확성기의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 남은 잔불을 끄는 물대포가 쏘아졌다. 현장을 정리하고 돌아온 정태호와 간수들이었다.


"나도 내 머리칼의 복수는 해야겠는데."


아라크네마저도 일어나 거미줄을 뽑고 태세를 다 잡자 전세는 완전히 넘어와 있었다.


"대단한 영웅들 납셨군. 이제 빌런은 물러날 차례라 이건가?"


"아니, 감옥에 처박힐 차례겠지."


"모기 같이 앵앵되는 꼴로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 보던가?"


플린트는 말이 끝나자마자 발로 바닥을 박찼다. 그러자 작은 폭발이 일며 그의 몸을 밀어냈다.


"전원 사격 개시! 설령 놈을 죽이더라도 도망치게 두면 안 된다!"


그러나 공중에서 소형 폭발로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표적을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작은 폭발의 연쇄를 이용해 플린트는 바닥에 발을 붙이지도 않은 채 순식간에 간수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마치 공중에서 하는 탭댄스 같았다.


"젠장! 프레이, 간수들 틈에 잘 숨어 있어! 빌런들이 더 튀어나오면 잘 도망가고!"


아라크네는 프레이에게 한 마디만 남긴 채 말릴 틈도 없이 고속기동으로 플린트를 쫓아갔다.


"보아하니 거미줄은 불에 잘 타는 것 같은데. 내가 좀 다치긴 했지만 더 유리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마음 놓고 쫓아와도 되겠나?"


플린트는 쫓아오는 아라크네를 비웃었지만 아라크네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너 그러면 내 머리칼을 태워 놓고도 멀쩡히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냐? 혓바닥이 긴 거 보니 쫄리나 봐?"


플린트가 간수들의 총격을 피해 들어간 곳은 조금 전까지 아라크네가 다른 빌런들과 싸우던 수감동이었다.


"음, 네가 그렇게 무섭진 않은데. 넌 진심으로 네가 무섭다고 생각하나? 진짜 무서운 걸 본 적이 없나보군. 하긴, 자수해서 들어왔다고 했었지?"


"히어로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게 진짜 무섭다는 소문은 나도 들어 봤지. 걔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걸 이야기 하려고? 너도 빌런 인권론을 이야기하는 빌런이었나?"


퉁명스레 묻는 아라크네에게 플린트는 진지하게 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놈들 중 몇몇은 히어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사치다. 놈들은 그냥 괴물이야. 국가가 허락한 괴물. 너도 직접 본다면 알게 될 거다."


"자기 몸에 불을 붙인 채로 다른 사람을 불태우는 걸 쉽게 생각하는 놈한테 그런 말 들어 봤자 하나도 와닿지 않는데? 됐고, 내 머리는 어쩔 거야."


"그것도 진심인가? 이해할 수 없군. 그딴 머리, 어차피 기르면 다시 나는 거 아닌가? 어차피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것 같던데."


"너 진짜 죽여줄게."


플린트는 아라크네가 달려들려하자 복도 바닥에 불길을 피워 올려 길목을 차단하고선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나? 네 거미줄은 나한테 상성이 좋지 않다고."


"엿이나 먹어."


그러나 아라크네가 몸을 거미줄로 감싼 채 서둘러 화염을 뚫고 나왔을 때 그녀가 본 것은 예상 밖의 풍경이었다.


"여기 너한테 나보다도 더 원한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던데."


플린트는 아라크네를 뒤로한 채 천천히 복도를 거닐며 자신의 화염구를 하나씩 수감실에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감실들은 비상벨이 울리기 전 아라크네가 거미줄로 묶어두었던 빌런들이 가득 차 있었다.


곧 화염의 열기가 거미줄을 녹이며 묶여 있었던 빌런들이 하나둘 풀려나 뛰쳐나왔다. 거미줄로 막혔던 입에서 뿜어진 거친 욕은 덤이었다.


"죽여주마, 아라크네!"


"이 씹어먹을 년!"


복도는 금세 분노로 가득 찬 빌런들로 가득 채워졌다. 플린트는 빌런들의 뒤에서 복도 너머로 서서히 멀어지며 말했다.


"머리칼의 복수는 다음에 하도록. 다음에 볼 기회가 있다면."


"플린트, 이 새끼!"


그러나 아라크네는 말을 더 이을 수조차 없었다. 그녀가 발을 디디는 모든 곳에 공격이 쏟아졌기에.


수용소 건물은 곧 난장판이 되었다. 빌런들이 얼마나 날뛰었는지 우르릉 소리와 함께 수용소 한쪽이 내려앉기까지 했다.


수십이나 되는 빌런들의 힘은 건물 하나쯤 폐허로 만들기 충분했다. 심지어 R급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아라크네는 거미줄 고속 기동으로 빠르게 복도를 내달렸다. 지금은 우선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풀려난 빌런 중엔 하나가 아라크네보다 훨씬 빨랐다.


빌런은 아라크네를 공중에서 낚아채 머리를 움켜쥔 채 바닥에 꽂아 넣었다. 입이 막힌 채 반나절 거미줄에 묶였던 원한이 공격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으윽!"


아라크네의 머리는 단숨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능력을 개화하지 못한 일반인이었다면 즉시 머리가 터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파괴력이었다.


이어 다른 빌런들의 공격도 아라크네가 누웠던 자리를 덮쳤다. 아라크네를 붙잡은 빌런마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의 등 뒤로 온갖 공격이 더해졌다.


아라크네가 붙잡힌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거센 공격이었다.


그러나 공격은 단 한 번이 끝이었다. 연이어 무섭게 이어질 것 같던 공격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아라크네는 격통 속에서도 이상함을 느꼈다.


주위가 무서울 만큼 조용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혹시 내가 그냥 죽어 버린 것일까.


아라크네가 순간 그렇게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입에선 얼어붙은 찬 공기에 입김이 새어 나왔다.


"엉?"


아라크네의 옆엔 조금 전까지 날뛰던 수십의 빌런이 얼음 동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멀리 복도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


어둠 속 여자 실루엣 하나.


달빛이 비추는 사이로 폐허가 된 복도를 당당히 걷는 발걸음.


그녀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푸른빛을 띄는 백발이 찰랑거렸다.


아라크네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빌런 중 그 이름을 모르는 이 없는 자. 히어로 랭킹 1위를 뽑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 현역최강 NR급 히어로.


빙제(氷帝), 서설린


"프레이는 어디 있지?"


그녀가 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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