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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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최근연재일 :
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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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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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다음 날에도 프레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와의 다과회를 기다리고 있던 빌런들은 당연히 불만을 터트렸다.


"왜 너희만 나와!"


"오늘은 프레이님이 나온다며! 장난하나?"


빌런들의 항의에도 간부인 정태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늘은 프레이님이 아프셔서 불참하셨습니다."


"아픈 게 맞아? 프레이는 이미 협회로 돌아간 거 아니야?"


"맞아. 수용소 안에서도 통 안 보이던데."


"아프셔서 안 보이는 곳에서 쉬고 계십니다. 며칠 안에 나오실 겁니다."


"며칠 뒤에 다 나으면 협회로 돌아갈 거고 말이지?"


빌런의 비꼼에도 정태호는 묵묵히 답했다.


"자리가 불편하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후회하게 될 거다. 너희든, 프레이든 말이야."


그 이야기와 함께 여자 빌런들은 면담실을 나갔다. 자리에 남은 건 빨대로 음료수를 맛보는 플린트 뿐이었다.


"난 오늘 간식도 마음에 드는데 말이야. 혼자 느긋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


플린트는 혼자 남은 자신을 바라보는 태호를 보며 말했다.


"디저트도 먹고 싶은데, 붕대를 좀 풀어 주겠나? 난 가만히 있었는데 분위기가 알아서 뜨거워졌는데 내 탓을 하는 건 아니겠지?"


"예."


태호는 저번과 다르게 플린트의 붕대 중 한 겹의 붕대만 풀었다.


그러자 플린트는 마치 배구의 수비 자세처럼 여전히 묶인 상태에서 팔을 위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드실수 있겠죠."


플린트는 구겨진 표정으로 불편한 팔을 움직여 디저트 케이크을 씹어 먹었다.


**



그러나 조용한 플린트와 달리 교도소 내 분위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이제 여자 빌런들은 교도소 내에 프레이가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분명히 그가 다음에 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자빌런들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그의 얼굴을 직접 본 여자 빌런들은 프레이를 다시 보는 것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이전처럼 다른 세계의 별처럼 있었다면 멀리서 동경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손에 잡힐 듯하다면, 아니 손에 잡혔다가 다시 나가는 듯이 보인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가 아직 있다면 다시 그들 앞에 나서도록 만들 것이다. 만약 수용소 내에 없다 하더라도 다시 오도록 만들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불온한 기운은 좁은 감옥에 갖혀 있던 다른 빌런들의 불만과 합쳐지자 무섭게 증폭했다. 수용소 내부는 누구나 느낄 만큼 분위기가 험악해져 있었다.


수용소장은 급히 프레이가 지내는 숙직실을 찾았다. 그러나 숙직실의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프레이님, 저 간수장입니다. 몸이 아직 안 좋으신가요? 문을 열어 주실 순 없을까요? 괜찮으시면 다음 다과회를 원래대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아서 조금만 더 쉬겠습니다."


"수용소 내 분위기가 정말 안 좋습니다. 내일은 꼭 나와주셔야 합니다."


빌런들의 생각과 달리, 프레이는 아직 수용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빌런도 그를 보지 못한 건 그가 휴식을 이유로 숙직실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경에게도 태경의 사정이 있었다.


지난 다과회에서 분란이 생기자 수용소장은 태경의 안전을 이유로 다과회를 취소하려 한 것이다. 태경의 노력으로 다과회는 유지되었지만 이후에도 그는 참석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용소 내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파견 온 그가 분란을 더 일으킨 것 같다는 이야기가 곧곧에서 흘러나오자 태경은 컨디션을 이유로 조용히 숙직실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택했다.


애초에 어릴 때부터 협회에서 자라난 태경에게 외부 세계란 너무 어려운 공간이었다.


특히나 능력으로 인해 여성과 자주 만나지도 못한 태경에게 며칠 사이 강력한 여자 빌런과 수없이 만나야 상황은 다른 이들의 생각보다 훨씬 스트레스였다.


이젠 과한 외부 활동으로 여성 대면 능력이 바닥났다고 해야 할까.


"아, 방콕 생활 너무 좋아. 수용소도 나름 대처 능력이 있다고 하니까 조금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까지처럼 했다가 더 분위기가 안 좋아질 지도 모르고."


그러나 그 잠깐의 휴식은 눈덩이처럼 굴러 폭발 직전의 상황을 만들어 버렸고 태경은 밀렸던 숙제를 해야 하는 기분이었다.


그때, 간수 하나가 그의 방문을 다시 두드렸다.


"프레이님? 아라크네라는 빌런이 프레이님을 꼭 봐야 한다고 간수들에게 자꾸 요청하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데이트권이라는 걸 쓰겠다고."



**



태경은 다른 빌런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아라크네와 만났다.


아라크네는 대면실 주위에 다른 간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야. 나 못 참겠어."


"네?"


“여기 곧 어떻게든 터질 게 뻔한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빌런은 바보가 아니다. 차단석 수갑 대신 일반 수갑을 차고 일주일이나 지낸다면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한두 명이면 모를까 수십 명이 차고 있는 일반 수갑과 묘하게 친절했던 프레이의 태도를 고려하면 돌아가는 사정을 알아챌 눈치 정돈 있었다.


수용소장이 위험 인물들은 차단석 수갑을 채웠다고는 하지만 일반 수갑을 찬 N급 빌런들이 본인의 수갑을 부수고 다른 빌런의 수갑까지 풀어 준다면 수용소는 당장 파국이었다.


"그러니까 키스 한 번 갈겨 주면 입 닥치고 있겠다고. 내가 성질 머리 죽이고 있는데 그거 하나 못 해 줘?"


"그치만, 저흰 데이트 하기로 했잖아요···."


"하아아아···."


조심스레 말하는 태경을 본 아라크네는 자신의 머리를 짜증스럽게 긁다가 마구 헤집곤 소리쳤다.


"씨발! 내가 왜 이런 말 하는 줄 알아? 자기들 무시했다고 너 납치하고 복수하겠다는 애들이 밖에 한가득이야. 지금까지 혼자 착한 척 다 하다가 너가 걔들한테 해코지 당해 버리면 난 무슨 소용인데?"


그러나 태경은 잔뜩 열 받은 아라크네 앞에서도 태연했다.


"저도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그래.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 그냥 도망치지 그래? 협회는 적어도 여기보단 덜 위험할 거 아니야."


"지금 저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제가 지금 가 버리면 다시 보기 힘드실 텐데."


"이러나저러나 널 보기 힘든 건 똑같아. 그러니까 얼른 도망가라고!"


“혹시 지금 같이 멀리 멀리 도망치자는 프러포즈인가요?”


“아니! 또 감금 납치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도망치라는 경고야.”


그러나 태경은 아라크네의 진지한 경고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럼 아라크네씨가 절 지켜 주세요."


"뭐?"


"데이트 1회 추가해 드릴게요."


"미친놈···."


아라크네의 입에선 절로 욕설이 새어 나왔다.


"이런 상황에 빌런한테 데이트 걸고 도와달라는 히어로도 있냐?"


"지금 제 앞에 있는 사람은 제가 보기엔 빌런이 아니거든요. 출소 후엔 저랑 데이트를 약속한 평범한 시민일 테고요?"


아라크네는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내가 능력으로 선빵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긴 한데······, 데이트 5회."


"3회 어때요. 저 그래도 꽤 바빠서 그 이상은 만나기도 힘들 텐데."


"하···진짜. 내가 알고도 속는다, 알고도 속아. 넌 진짜 얼굴 때문에 봐주는 줄 알아."


"잘 알고 있죠."


"그래. 그래서 더 열 받아. 열 받으니까 데이트 4회. 바쁘던 말던 준비해놔."


"좋아요."


태경은 얄밉게 웃었지만 아라크네는 그 미소를 못 보겠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돌리곤 말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됐고 나 간다!"


한껏 소리치는 아라크네의 입꼬리는 숨기지 못할 미소로 올라가 있었다.




**




수용소로 돌아온 아라크네를 보는 다른 빌런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다른 빌런들은 프레이의 짧은 감사 인사로 만족해야 했다면 그녀는 유일하게 그와 단둘이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녀가 며칠간 그와 단둘이 무엇을 했는지는 수용소의 빌런들에게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아라크네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R급 빌런인 아라크네를 아무도 함부로 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내심 불만이 생긴 건 당연했다.


네가 뭔데. 첫 번째 자수자인 게 그렇게 대수인가. 어떻게 프레이와 친해진 걸까.


수용소의 분위기가 험악해져 갈수록 아라크네를 향한 눈빛 또한 날카로워져 갔다.


"아라크네, 또 어디를 다녀온 거야?"


"어. 관심 꺼"


"우리가 재밌는 얘기를 들었는데. 계속 그렇게 뻗대고 있어도 괜찮겠어?"


"나도 조금 전까지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와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말이야. 지금 너 때문에 나빠지고 있네?"


한껏 까칠하게 답하는 아라크네에게 빌런은 목소리 높이며 물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나댈 수 있을 것 같아? 우린 당장 오늘 밤에라도 널 죽여 버릴 수 있어. 프레이에 대해 아는 데로 다 토해내면 살려는 줄텐데 말이야?"


"아, 그러셔?"


빌런의 협박에도 코웃음 친 아라크네는 아무렇지 않게 손목의 수갑을 벗으며 말했다.


"뭐라고? 다시 말해 봐."


"뭐야. 간수! 간수 불러!"


"열심히 불러봐. 부를 수 있으면 말이지.”


그 순간, 수감실 내 빌런들의 입안에 텁텁한 거미줄이 가득 들이찼다.


거미줄을 뱉어내려고 몸부림을 치자 이어서 몸을 억죄는 거미줄이 그들을 덮쳤다. 빌런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바닥의 누에고치 꼴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너희는 그 모습이 어울려."


상황을 정리한 아라크네는 아주 쉽게 수감실 문을 열고는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나왔는데도 비상벨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른 빌런이든 프레이든, 누군가 손을 쓴 것이 분명했다.


울리지 않는 비상벨을 확인한 아라크네는 거리낌 없이 옆 수감실로 쳐들어가 물었다.


"다 있나?"


"뭐야. 아라크네가 왔는데?"


"왜 벌써 나왔지? 시간이 바뀌었나?"


아라크네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문으로 나오려 하는 빌런들을 보며 웃었다.


"오케이. 너흰 그냥 다 바닥에 붙어 있어."


거미줄이 전원을 묶는 건 순식간이었다. R급 빌런도 있었지만 단번에 차단석 수갑 위로 꼼꼼히 덮이는 거미줄 앞에선 R급도 일반인 꼴이었다.


그렇게 아라크네는 해가 지기 전까지 차례차례 수감실을 거미줄로 만들었다.


하지만 일이 쉽게 풀린 건 해가 지기 전까지였다.


해가 지고 수용소 밖으로 어둠이 깔리자 수용소에서 갖혀 있던 빌런들이 문을 부수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비상벨은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뭔데? 아라크네도 나왔네?"


"야, 쟤부터 잡아. 프레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럴까?"


복도로 몰려나온 빌런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아무리 R급이라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숫자.


삐이이이익!


그때 반대편 멀리서 호루라기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


"전부 다시 들어가! 반항시 사살도 감수하겠다!"


그러나 간수의 고함 소리는 오히려 빌런들은 더욱 화를 돋구었다.


"해볼 테면 해 보지 그래?"


"그래! 죽기 전에 죽여줄게!"


간수의 고함을 들은 복도의 빌런 절반이 반대편 으로 달려가자 아라크네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러면 간수랑 협력하는 게 진짜 무슨 히어로 같잖아."


"그래서 프레이는 어디 갔냐고! 너 알고 있지?"


"프레이만 잡으면 전부 탈출하고서 협상 할 수 있다. 협회가 아끼는 NR급 히어로라고!"


아라크네는 그들에게 시원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말했다.


"꺼져. 너희들이 보기엔 아까운 얼굴이야. 전부 벽에 붙은 채로 갱생하게 해 줄게. 내가 히어로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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