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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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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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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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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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UMMY





그러나 대답과는 다르게 태경은 다음 날에도 아라크네를 불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다른 R급들도 같이 불렸다는 점이다. 간수들은 수용실에 갖힌 모든 R급을 데리고 접견실로 향했다.


좀 더 넓어진 접견실 테이블엔 다양한 디저트가 올려져 있었고 태경과 몇 명의 교도관이 동석해 테이블 한쪽 끝에 앉아 있었다.


"다들 앉으세요. 이렇게 달달한 음식은 오랜만이시죠?"


그러나 태경의 이야기에도 R급 빌런들은 석연치 않아 보였다.


"왜 갑자기 단체 다과회지요?"


"그러게. 원래 한 사람씩 부른다더니 오늘은 사람이 좀 많네? 이제 한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가?"


그때 빌런 사이에 있던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말했다.


"우선 앉지. 지금 난 과자가 먹고 싶으니까 말이야."


구릿빛 남자는 마치 미라처럼 양팔을 흰 천으로 꽁꽁 감싼 채 묶여 있는 상태였다.


그의 정체는 플린트, 혹은 부싯돌맨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방화범. 능력을 팔로 발동시키기에 위험 방지 차원에서 팔 자체가 구속된 상태였다.


다들 자리에 앉아 디저트를 먹기 시작하고 분위기가 풀어질 쯤 플린트가 물었다.


"근데 난 이 꼴로는 편히 못 먹겠는데. 이거 풀어 주면 안 되나?"


그러나 태경은 단호했다.


"그건 안 되겠습니다. 그동안 자주 오신 아라크네님도 항상 수갑은 찬 상태로 디저트를 드셨는걸요. 차라리 간수님 한 분이 먹여드리는 걸로 하죠."


"난 남자가 먹여주는 건 별로인데."


"그러면 안 먹으면 되겠네요."


태경은 남자의 험상 궃은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태경의 눈에서 다른 감정을 읽어냈다.


"너, 겁 먹었군. 역시 지금 수용소는 한계를 넘었나?"


그때, 빌런 사이에 서 있던 아라크네가 남자에게 말했다.


"어이, 성냥 대가리. 다과회에 왔으면 조용히 과자나 먹지."


"보다시피 난 팔이 묶여서."


플린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지만 이 방의 나머지 모든 사람은 느끼고 있었다. 그가 당장에라도 뭔가 사건을 터트릴 것 같다고. 그렇기에 태경은 물었다.


"만약, 갑자기 플린트씨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나머지 여기 계신 분들은 저를 도와주실 건가요?"


순간 빌런들 사이로 어색한 눈빛이 오고 갔다.


"우리한테 하는 말이야? 농담이지?"


그러나 태경은 진심이었다. 이 방에 있는 빌런들은 대부분 태경의 기자회견 후 자수로 들어온 사람들이었기에 진심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면 그들에게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도와주실 거죠?"


그리고 태경의 간절한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무시할 수 있는 여자 빌런은 이곳에 없었다.


"그래, 알겠어. 그러니까 그 부담스런 눈빛 좀 저쪽으로 해 줄래?"


"저, 저는 좋아요. 뭐든 도울 수 있다면 도와 드릴게요."


"저도 물론이에요. 모처럼 수용소에서 나와서 이렇게 디저트도 주셨으니까요."


"선뜻 도와주신다는 대답, 감사합니다."


빌런들의 대답을 들은 태경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밝은 그 미소에 몇몇 빌런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분위기가 아주 좋네. 나만 빼고 말이야. 잠깐 자리 비켜 줄까? 나만 없으면 당장에라도 쿵떡쿵떡 잘 놀 것 같은데? 난 얼굴 잠깐 봤다고 혼이 나간 애들 꼴을 보아하니 식욕이 뚝 떨어져서 말이야."


태경은 플린트의 비꼬는 말을 듣고도 태연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플린트씨를 위해서였으니까요. 간수님, 플린트씨의 붕대를 풀어 주시겠어요?"


"프레이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간수의 만류에도 태경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붕대를 풀어도 안쪽에 차단석 수갑은 여전히 있잖아요?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분들도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까 괜찮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간수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프레이의 호언장담에 어쩔 수 없이 플린트의 붕대를 풀었다.


"흐, 이게 얼마 만에 피부로 느끼는 공기인지."


만족스러워하는 플린트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경은 물었다.


"이젠 간수가 먹여드릴 필요는 없겠죠?"


"그래. 내 손으로 먹지. 근데 이거 디저트가 너무 차가운 거 아닌가? 내가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데 말이야?"


"플린트님, 혹시라도 오늘 사고를 치시면 앞으로 더 이상의 다과회는 없을 예정입니다. 이전 같은 면담이나 또한 아무것도 없을 거고요. 물론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긴다면 내일도 이 멤버 그대로 다과회가 열릴 수 있겠지요."


그 순간 자리에 있던 다른 여자 빌런들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플린트가 문제를 일으킬 빌미가 보인다면 당장 사지를 꺾어놓을 듯한 분위기였다.


"워, 매몰차군. 알겠다. 조용히 디저트나 먹을 테니 너무 그렇게 보지 말라고."


그리고는 플린트는 자리에서 조용히 디저트를 먹었다. 아무리 플린트라도 대능력자용 장비로 무장한 간수들과 R급 능력자들을 동시에 상대하긴 어려웠다.


"다들 만족스럽게 드시는 걸 보니 좋네요. 수용소 내에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내일도 여러분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R급 빌런들과의 다과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태경은 희망을 가졌다. 협회가 일을 마무리하고 합류하기 전까지 수용소 내에서 사건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수용소 내의 여자 빌런들은 대다수가 태경 때문에 자수한 사람인 만큼, 잘 부탁해서 통제한다면 다른 빌런들이 사고를 일으켜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준 사람들은 이후에 협회에 요청해서 수감 기간의 감면이나 편의를 봐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태경의 기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다과회에서 여자빌런들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기 때문이다.


"프레이님, 저희 언제까지 이렇게 다과회를 할 수 있을까요?"


"네?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분간 계속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여자 빌런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그렇지만 너는 곧 떠나잖아?"


"맞아요. 프레이님은 원래 협회에서 잘 안 나오는 걸로 유명하신 히어로시잖아요. 협회로 곧 돌아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직 돌아가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협회로 돌아가기 전까진 여러분과 다과회를 쭉 가질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태경의 설명에도 여자빌런들의 표정은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저희는 더 보고 싶은데...."


"어차피 다과회는 잠시뿐이잖아요.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데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은 잠시뿐이라니 너무 아까워요."


"그렇지만 여러분은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들어오신 자수자이신 만큼, 수용소 내에서 조용히 반성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태경의 이야기에도 반발은 여전했다.


"수용소 안엔 사람이 가득 차서 조용히 반성하긴 어려울 걸?"


"맞아요. 사람이 꽉 찬 수용소에 있다 보면 옆사람 입 냄새도 맡을 수 있을 지경이라고요."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며칠만 참아주세요."


태경은 빌런들을 달래려 애를 썼지만 한 번 일어난 분위기는 잘 가라앉지 않았다.


"프레이씨가 저희를 더 신경 써 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저녁 면담을 한 사람만 4일 연속 부르는 건 너무 하셨어요."


"둘이서 뭘 한 건지나 알려줘. 나도 잘하다니까."


"오호, 오늘은 좀 뜨거운 것 같은데. 이제 애꿎은 나 보고 다시 팔 묶인 채 감방으로 돌아가라고 하나?"


"다들 진정하세요! 오늘 다과회는 여기까지 하고 불만에 대한 답변은 내일 다시 모였을 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태경은 다급히 다과회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위기가 더 올라가면 사고가 터질 수도 있었다.


태경이 일어나자 옆에 앉아 있던 간수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꺼운 헬멧과 방능조끼를 입은 덩치 큰 간수들은 빌런들과 프레이 사이에 서서 빌런들에게 말했다.


"다들 다시 감방으로 돌아가세요."


"오늘 다과회는 종료입니다. 더 이상 접근하시면 간수들이 무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빌런들 사이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뭔데! 이렇게 갑자기 강압적으로 나오겠다 이거야?"


"저희는 단지 조금만 이야기를 했을 뿐이에요!"


다툼이 심해지려하자 접견실에 다른 간수들이 더 뛰어 들어왔고 태경이 그들 사이에서 소리쳤다.


"부디 오늘은 조용히 들어가 주세요! 불만사항에 대해선 내일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더 소란이 커지면 더 이상의 간담회도, 다과회도 없어질 수 있어요!"


태경의 이야기를 듣자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빌런들이 잠시 조용해졌고, 그때를 틈타 간수들은 빌런들을 정리해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다.


"간수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수용자들에게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조금 더 좋게 해결할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태경의 물음에 간수 중 가장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어깨에 달린 견장으로 보아 간부인 걸로 보이는 남자. 그의 가슴엔 정태호라는 이름표가 박혀 있었다.


"프레이님, 수용소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여러 노력을 하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저들은 본인의 잘못을 반성해야 하는 범죄자들이고 이런 간담회나 다과회는 프레이님이 하는 감사의 표시일 뿐이지. 저들에게 주어진 권리는 아닙니다. 저들이 착각하지 않게 주의를 주는 것도 저희 간수의 일이니까요."


"그럴까요?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불만이 더 쌓인다면 언제 터질 줄 모르잖아요. 아시겠지만 지금 협회는 저희를 도와줄 여력이 얼마 없습니다."


"저희 또한 사고를 대처하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간수 정태호는 걱정하는 태경을 안심시켰다. 생각보다 수용소의 여력이 괜찮은걸까. 태경은 염려스러웠지만 태호의 이야기를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접견실에 간수들과 수용소의 모든 R급 빌런이 다시 모였다. 그러나 어제와 달리 한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그동안 다과회를 주관했던 간수, 정태호라고 합니다. 오늘 다과회는 프레이님 없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간수 정태호가 일어나 단호히 이야기하자 빌런들은 예상 밖이라는 듯 당황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일어난 소란에 대한 방책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늘어난 수용자 분들로 인해 프레이님이 바쁘셔서 그렇습니다. 아마 내일은 다시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참나."


빌런들은 얼굴에 불만이 가득해 보였지만 조용했다. 어제와 같은 분란이 또 생긴다면 내일도 프레이를 볼 수 없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묵묵히 디저트를 먹기만 했다.


혼자 만족스러워 보이는 플린트를 빼고 말이다.


"오늘 디저트는 따뜻해서 좋군."


"그래서 내일은 프레이씨가 오시는 것 맞죠?"


"그렇습니다."


그러나 태호의 대답과 달리 다음 다과회에도 프레이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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