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급 얼굴은 히어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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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드레날린
작품등록일 :
2024.09.03 20:47
최근연재일 :
20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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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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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바로 프레이를 만날 수 있다고?"


"그러게. 시험 마지막 면접 때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웅성거리는 시험자들 사이로 한 무리의 참가자들이 체육관 안으로 안내 받았다.


"그런데 안에서 뭘 하는 거지?"


"글쎄. 초능력청에서 하던 능력치 검사 같은 거 아니야?"


"그런 것치고는 다들 금방금방 들어가는데."


참가자들이 시험 내용을 고민하는 사이 어느덧 나무새가 속한 조도 체육관에 들어오라는 안내를 받게 되었다.


"뭐지?"


"과연 무슨 시험일까?"


이윽고 문이 열리며 참가자들이 다 같이 체육관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나무새는 고개를 숙여 바닥만을 보아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그의 일평생 몇 번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위기의식의 발현.


그의 이능력인 '생존 본능'이 극한까지 경고했다.


고개를 들면 자신은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 SR 빌런이 도시를 파괴할 때 무너진 건물 틈에서 입을 막은 채 울고 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의 능력은 그때와 같이 경고하고 있었다.


"다들 고개를 숙이는 게."


"이번 첫 번째는 굳이 이름 붙이자면 프레이의 시험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고개를 숙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푹 숙인 고개는 말을 꺼내기 힘들게 했고 작게 나온 말은 그들을 이끌던 안내자의 말에 완전히 묻혔다.


"시험 내용은 간단합니다. 저기 서 있는 프레이님은 여러분을 왼쪽 출구로 인도할 겁니다. 프레이님을 따라가지 않고 오른쪽 출구로 나오면 시험 통과, 왼쪽 출구로 나오면 탈락입니다."


"나오지 않으면요?"


"제한 시간 내에 나오지 않으셔도 탈락입니다."


나무새는 느낄 수 있었다. 신체 능력이 발달한 사람은 벌써 체육관 안에 있는 그의 얼굴을 본 것이 분명했다. 몇몇 참가자가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선 채 입을 벌리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시험이 너무 쉬운 거 아냐?"


"프레이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 왼쪽으로 가게 된다 이건가?"


"얼굴 자부심이 대단한가 봐."


"들어가시죠. 시험 시작입니다."


"어, 프레이다!"


"정말? 어디?"


감독관이 떠드는 참가자들과 멍하니 서 있는 참가자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나무새는 내키지 않았지만 프레이를 발견하고 우르르 들어가는 참가자들 사이에 낀 채로 체육관에 들어섰다.


바닥을 보고 있는 나무새의 귓가에 고혹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필기시험 이후 1차 시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러분 앞에 왼쪽 출구와 오른쪽 출구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른쪽 출구로 나가셔야 합격이지만 저는 여러분을 왼쪽 출구로 안내할 겁니다. 따라오시겠어요?"


"네."


프레이가 안내를 시작하자 참가자 한 무리가 멍하니 왼편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듣긴 했지만 무시무시한데? 이게 NR급인가?"


정신 저항이 높아 보이는 참가자 몇몇이 매혹에 당한 참가자들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보았지만 프레이를 따라가는 참가자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프레이의 얼굴을 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프레이는 본인 주위로 몰려오는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이제부터 저는 앞쪽을 보고 갈 거라서요. 제 얼굴을 더 보고 싶은 분들은 제 옆쪽에서 걸으시겠어요?"


프레이가 그렇게 말하며 뒤로 돌자 참가자들은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의 옆이나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중엔 매혹에 당했던 참가자들을 어이없는 듯 바라보았던 참가자도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참가자는 몇 명 남지 않았다.


바닥을 보고 있던 나무새는 프레이의 뒷모습정도는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문에 들어설 때 느꼈던 감각을 떠올리며 다시 머리를 푹 숙였다.


애초에 그가 인생에서 그런 감각을 느낀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잊고서 그를 보고 싶어 하다니. 미친 걸까.


나무새는 자신도 이미 매혹에 걸린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차라리 이대로 움직이지 않는 건 어떨까. 마치 천적이 다가와 깜짝 놀라면 몸이 굳은 채 쓰러지는 염소처럼 어떤 상황엔 몸을 굳고 움직이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때가 있었다. 나무새의 판단엔 그게 지금인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프레이와 다른 참가자들의 발소리는 점점 더 멀어졌고 그들은 이내 어딘가에서 멈췄다.


"죄송합니다. 여기가 이미 왼쪽 출구입니다. 지금까지 따라 오신 분들은 전부 탈락입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네? 벌써요?"


참가자들의 아쉬운 웅성임도 잠시. 여기저기서 다른 스태프들이 나와 문 밖의 참가자들을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러나 나무새는 그 시간 동안에도 자리에 두 다리를 붙인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다리를 바닥에 가만히 붙이고 서 있는데도 시야가 빙빙 도는 듯 어지러워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남으신 분들, 앞으로 1분 내에 오른쪽 문으로 안 나가시면 탈락입니다."


프레이의 말이 끝나자 프레이를 가만히 구경하던 다른 참가자가 조용히 오른쪽 문으로 나갔다.


이제 체육관에 남은 것은 프레이와 나무새 뿐.


나무새는 자신을 바라보는 프레이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나무새는 속이 더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안 움직이시면 곧 탈락이신데요."


나무새는 이제 결심해야 했다.


"죄송합니다아!"


나무새는 크게 소리침과 동시에 바닥을 보며 오른쪽으로 달려 나갔다.


오른쪽은 맞을까. 애초에 방향 감각도 어지러웠을 뿐 더러 중간부터는 아예 눈을 감은 채 달려서 잘 달려온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무새는 문밖으로 나온 뒤 안내자가 건네는 말을 듣고난 뒤, 안심할 수 있었다.


"합격 축하드립니다. 굉장히 특이하게 합격하셨네요? 프레이님의 얼굴을 안 보고 통과하신 분은 처음이세요."


기쁜 듯 웃는 안내자를 보며 나무새는 왠지 모르게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히어로 협회엔 저렇게 괴물 같은 분들만 있나요? 벌써 무서운데요."



***



그리고 한편, 프레이가 시험을 진행하던 체육관에 의외의 사람이 찾아왔다.


"어이, 프씨!"


"케이 선배?"


프레이는 당황하다가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와 못 본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는데 그동안의 사건들 때문인지 아득하게 느껴졌다.


"아직 바쁘다고 들었는데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어요?"


"뉴스에 오늘부터 네가 주관하는 시험이 있다고 대문짝만하게 나와서 말이야.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왔지. 시험이 꽤 괜찮은데?"


프레이는 케이의 칭찬에 왠지 우쭐해졌다.


"그쵸? 이 정도도 못 견디면 협회 내에서 저랑 마주쳤을 때 사건을 벌일 가능성이 올라가니까요. 아예 정신 저항이 높으신 분들을 뽑고 싶어서요."


"그러게 말이야. 멍하니 따라가는 꼴을 보니 협회에 들어오면 사고를 제대로 쳤겠는데?"


"근데 이번 기수는 유난히 정신 저항이 약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미 뉴스를 보고 약하게 당하신 분들이 와서 그런 걸까요?"


"그것도 그렇고, 네 능력도 확실히 더 강해졌다고. 나도 오랜만에 보고 놀랐는 걸."


"그 정도라고요?"


"그래. 전에도 충분히 강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


"안 되는데...."


프레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도 잘 감당되지 않는데 더 강해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너 그나저나 냉장고에 넣어 뒀던 도시락 상했던데. 그거 빌런 준다고 하지 않았냐."


"아, 맞다!"


"내 생각엔 걔 화났을 것 같은데."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이번 시험을 잘 끝내고 난 뒤에 다시 도시락 가지고 가면 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란 말은 안 했었는데."


"와. 양아치네, 양아치야.


"그보다 선배 사람 하나만 찾아줄 수 있어요? 저번에 절 구해주시고 많이 다치신 분인데 협회가 안 알려주려고 하더라구요. 이름은 아라크네인데 안부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서요."


"아라크네? 알겠어. 내가 아직 바빠서 이제 가야 해. 너가 말한 친구는 틈나는 대로 알아보긴 할 게. "


"알겠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반갑던 케이와의 인사를 마치고 1차 시험을 금세 끝낸 프레이는 2차 시험의 관전자로 합류했다.


2차 시험장은 짓다만 것처럼 철골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폐허 분위기의 건물에서 진행됐다.


이곳엔 이제 그의 능력을 견딜 정도의 정신 저항력을 가진 이들만 남아서 프레이도 한결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프레이가 도착했을 땐 팔에 견장을 두른 노인 시험관이 참가자들에게 시험에 대해 설명 중이었다.


"내 얼굴은 다 아나? SR 무도가 황룡이여. 이번 시험은 생존 능력 검증인데, 빌런을 쫓다 보면 검거 이전에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거든."


황룡과 참가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황룡의 작은 목소리는 시험장 전체를 울렸다.


"출발선에서 여기까지 도착하면 만점, 도중에 포기해도 상관없고.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능력을 활용해서 회피 혹은 제압하면 된다. 점수는 내가 알아서 매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혹시 다치면 어떻게든 치료는 해 줄 거여."


참가자들 앞엔 총기류부터 도검류, 폭탄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놓여져 있었다.


"자, 먼저 해볼 젊은이?"


황룡의 물음에 방탄 조끼를 걸친 단발 여성 참가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R급 신체 강화 능력자, 이름은 홍차입니다. 무기는 기관총으로 하겠습니다."


"그려."


그리고 홍차가 출발선에 혼자 서자 황룡은 시작이란 말도 없이 앞에 있던 기관총을 한 손으로 번쩍 들더니 그녀를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기관총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시험장 전체를 소음이 가득 채웠다.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엔 바닥의 콘크리트 조각이 터져 올라 먼지가 부옇게 올라왔다. 그러나 홍차는 황룡의 기습을 예상한 듯 바닥을 옆으로 구르며 기둥 뒤로 피했다.


"이젠 좀 더 정확하게 쏠테니 그리 알어!"


황룡은 가볍게 피한 그녀에게 화난 듯 소리치며 애꿎은 기둥을 쏘아 댔다. 총성과 함께 콘크리트가 퍽퍽 깎여나가며 철골이 드러났지만 홍차에겐 닿지 않았다.


그리고 먼지가 조금 더 뿌옇게 올라왔을 무렵, 갑자기 기둥 뒤에서 튀어나온 홍차는 기관총의 사선을 지그재그로 피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요리조리 잘 피하는구만!"


황룡은 계속해서 기관총을 난사했지만,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맞추진 못했다.


마지막으로 홍차가 앞으로 뛰며 바닥을 구르자 그녀는 어느새 결승선을 지나쳐 있었다.


"만점 통과인가요?"


"끙, 맞지. 꽤나 빠르구만?"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감독관님은 기관총은 별로 안 쓰시는 게 티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홍차는 얼굴을 구긴 황룡을 뒤로한 채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프레이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전역한 뒤, 2과의 라우러 부장이 불러서 오게 되었습니다."


프레이는 다가와 악수를 건네는 그녀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잡은 손을 그대로 넘기며 업어쳤다.


프레이는 얼떨결에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작가의말

추 천 사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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